-
[기자의 눈] 실리마린 소송이 남긴 재평가 신뢰도 시험대[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의 신뢰도가 서울고등법원 확정 판결을 계기로 시험대에 올랐다. 부광약품의 실리마린 성분 간장질환 치료제 ‘레가론’이 급여재평가 탈락 이후 급여삭제 처분을 받았다가, 항소심 판결 확정으로 급여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다. 급여재평가 결과가 사법 판단에 의해 뒤집힌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임상적 유용성’의 판단이다. 법원은 보건당국이 제시한 급여삭제 근거를 충분히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급여재평가 과정에서 제시된 자료 선택과 해석, 비교 기준이 객관성과 일관성을 갖췄는지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그간 임상적 유용성 평가는 보건당국의 전문성과 재량에 기초해 이뤄져 왔다. 그러나 그 판단의 결과가 법원에서 부정되면서, 제도 전반의 판단 논리와 절차를 되짚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나아가 임상적 유용성 평가가 과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작동했는지, 아니면 '행정적 판단'에 더 무게가 실렸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물론 법원의 판단이 곧바로 행정 판단의 전반적 오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 퇴출과 직결되는 제도에서 판단의 핵심 전제가 처음으로 법원에서 뒤집혔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 급여재평가 제도의 법정 안정성과 정책 신뢰도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현행 제도의 책임 구조 역시 재점검이 필요하다. 급여재평가는 단순한 급여 조정이 아니라, 기업의 제품 존속 여부를 좌우하는 제도다. 평가 결과에 따라 생산 중단이나 연구개발 축소, 시장 철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판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선 소송 참여 여부에 따른 다른 품목들과 형평성 논란이 발생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업체들은 급여삭제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감내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잘못된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지만, 기업과 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비용을 치른다. 이러한 책임 배분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가 상고를 포기한 선택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남긴다. 판결 수용이 현 상황에서 합리적 판단이었을 수는 있다. 다만 급여재평가 제도 자체에 대한 점검과 보완 없이 개별 사건으로 정리된다면,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급여재평가 시행 시기를 ‘매년’에서 ‘수시’로 조정할 계획이다. 급여재평가가 일회성 제도가 아니라 상시적 관리 수단으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임상적 유용성 판단 기준과 절차가 보다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충돌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실리마린 판결은 지난 2019년 국민건강보헙종합계획 발표 이후 2021년부터 본격 시행된 기등재 의약품 급여재평가 제도의 기준과 구조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급여재평가를 상시 관리 수단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급여재평가는 앞으로도 수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레가론 판결은 제도의 ‘속도’보다 ‘정밀도’가 우선돼야 함을 보여준다. 평가 기준의 투명성, 자료 선택의 객관성, 결과에 따른 책임 구조까지 재점검하지 않는다면 급여재평가는 신뢰받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분쟁을 낳는 제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2026-01-16 06:00:40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급여재평가 기준 개편이 가져올 변화[데일리팜=정흥준 기자]급여재평가 기준 개정으로 대상 품목의 확대·축소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불필요한 논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선정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평가 성분 지정에 대한 제대로된 논의 과정이 보완되지 않으면 소모적인 논쟁이 뒤따를 우려가 있다. 오늘(15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재평가 기준 개정이 논의되기 전부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제약업계 편의만을 봐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학회나 전문가로부터 건의된 약제, 약효가 상충되는 데이터·임상 근거가 발표된 경우 등으로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매년 올드드럭 중 해외 등재국가와 청구액 등으로 필터링해서 대상을 지정한 것과 비교하면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판단이다. 결국 급여재평가 품목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등재국이나 청구액 등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성이 있는 약제는 무엇이든 재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령 청구액의 0.1%(약 200억원) 이하, 외국(A8) 1개국 이상 급여되는 성분이라도 재평가 타깃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작년 심평원은 기준 개정을 예고하면서 청구액 100억원, 해외 등재 3개국 미만 등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려는 논의를 한 바 있다. 당시 기조가 유지된다면 급여재평가 기준 개편은 건약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재평가 대상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산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존 기준으로 재평가 대상이 아니었던 성분이 포함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준 개편의 영향이 어디로 튀든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기준 개편이 건정심을 통과한 것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발표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이견이 없을 성분 지정 절차만 갖춘다면 사후관리 정비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2026-01-15 06:21:51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초고가약 별도 기금, 정부 찬성 논리 발굴해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보건복지부가 드라마틱한 수준(53.55%→40%대)의 제네릭 약가 산정률 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을 통한 1조원 규모의 건강보험재정 절감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혁신 신약 건보급여를 지금보다 확대해 환자 치료제 접근성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제네릭을 주요 매출 수단으로 경영중인 국내 제약사들은 "국산 제네릭 약가를 깎아 다국적 제약사 신약 급여에 쓰는 건보행정"이란 비판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가 개편을 예고한 약가제도에 제네릭을 제외한 신약에 대한 약가인하 기전이 없다시피 한데다, 갈수록 커지는 고가 신약 건보급여 확대 요청에 대해서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는 게 국내 제약사들의 반발 배경이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내에서 국산 비중이 큰 제네릭과 해외 제약사 비중이 큰 신약 간 정책 비중 분배에 실패했다는 비판이다. 결국 단일 건보재정을 활용한 신약 급여 확대와 국산 제네릭 육성, 건보재정 지속가능성 강화란 숙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현실은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 속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제안이 한층 솔깃하게 들린다. 강중구 원장은 지난 12일 정은경 복지부 장관의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항암제,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등 초고가 신약에 대한 건보급여 확대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강 원장은 1회 투약만으로 완치에 가까운 질환 호전을 입증안 초고가 원샷 치료제 등의 급여등재를 전담하는 별도 기금을 신설할 필요성에 재차 불을 당겼다. 강 원장은 올해 업무보고에 앞서 지난해(2025년) 신년사에서도 비용효과성이 낮은 초고가 신약에 대해 별도 기금을 설치해 환자 치료제 접근성을 강화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건보재정 외 별도 돈주머니를 만들어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초고가 신약 별도 기금 신설 논의는 지난 20대, 21대 국회와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건강보험공단이 복권기금법이 정하는 복권수익금을 배분받을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과 복권법을 개정하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은경 장관은 강 원장 제안과 국회 계류중인 입법안을 토대로 별도 기금을 만들어 수 억원~수 십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치료제 급여를 전담토록 하고 건보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복지부 차원의 입장이나 논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 장관은 장관 취임 전 인사청문회 단계에서 희귀질환 별도 기금 신설과 관련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정 장관은 "고가 치료제 적용 등으로 기금 규모보다 필요 재정이 더 크면 탄력적인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별도 기금 설치보다는 지속적인 급여 적용 범위 확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를 드러냈었다. 1조원 건보재정 절감을 타깃으로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을 내놓으며 국내 제약계 반발이 극에 달한 지금, 별도 기금 설치를 향한 정 장관의 전향적인 검토가 뒤따라야 마른수건 비틀어 짜기 약가행정이란 비판으로부터도 일부 자유로워질 수 있을테다. 복지부가 벼랑 끝에 몰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타깃으로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등을 공격적으로 검토중인 사례를 환자 초고가약 접근성 확대와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이란 미션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2026-01-14 06:00:45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K-제약, JPM '참가의 시대' 끝났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국내 제약사들에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는 더 이상 ‘참가 자체로 의미 있는 행사’가 아니다. 무엇을 들고 왔는지, 그리고 그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기준에서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자리다. 차세대 먹거리를 증명하지 못한 기업에게 JPM은 기회의 무대가 아니라, 한계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가 바이오·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중심의 무대를 넘어, 국내외 제약사들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JPM은 JP모건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투자 콘퍼런스로 매년 1월 개최된다. 행사에서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만나 업계 트렌드를 공유하고, 신약 개발과 파트너십 등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다. 주목되는 점은 과거 바이오 기업 중심이던 JP모건 컨퍼런스의 제약사 참여도 강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JPM은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나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중심의 행사였다. 최근에는 완제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자사의 파이프라인과 사업 전략을 알리고 있다. 올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뿐 아니라 유한양행, 한미약품, SK바이오팜,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등 여러 전통적인 제약사들이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제약사들이 직접 메인 발표에 나서지는 않지만, 공식·비공식 미팅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에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알릴 전망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제약사들이 기존 주력 품목의 매출 성장만을 강조하기보다,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JPM 무대를 활용하는 방식이 단기적인 투자 유치나 이벤트성 기술이전보다는, 중장기 성장 전략과 후속 파이프라인을 전제로 협업 가능성을 점검하는 성격이 짙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제약사들이 더 이상 내수 중심 사업 구조에 머물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맞닿아 있다. 약가 인하, 제네릭 경쟁 심화 등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차세대 먹거리’ 확보가 생존 과제로 떠올랐다. JPM이 단순한 홍보 무대가 아니라, 향후 10년을 좌우할 사업 방향성을 점검하는 시험대로 인식되는 이유다. 다만 JPM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글로벌 투자자와 빅파마가 주목하는 것은 막연한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임상 진척도와 차별화된 기전, 상업화 가능성을 갖춘 데이터다. 구체적인 개발 일정과 협업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많은 미팅 속에 묻히기 십상이다. JPM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시작된 논의는 향후 기술이전, 공동개발,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계약이나 기술이전 성과를 기대하기보단,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경쟁력을 점검하고 글로벌 협업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으로도 의미는 적지 않다. 이번 JPM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어떤 성과를 남길지 당장 가늠하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의 파이프라인과 기술 전략이 어느 수준의 평가를 받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개발 방향성과 상업화 로드맵이 명확한 기업들은 공식 발표 여부와 무관하게 비공식 미팅만으로 의미 있는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에게 이번 JPM은 단순한 ‘참가 이력’을 쌓는 자리가 아니라, ‘참가의 시대’가 끝난 이후 무엇으로 경쟁할지를 점검받는 출발선이 되고 있다.2026-01-13 06:00:40최다은 기자 -
[데스크 시선] 혁신 뒤에 숨은 이상한 약가정책[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움직임을 두고 제약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제네릭 약가 기준을 떨어지면 국내제약사의 수익성 악화로 연구개발 축소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원성이 커지는데도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최고가가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0%로 낮아지면 수익성이 25% 악화한다는 의미다. 약가제도 개편에 대한 우려는 제약사들의 새해 경영 전략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데일리팜의 신년 CEO 설문조사 결과 국내제약사 CEO 34명 중 68%에 달하는 23명이 올해 제약바이오산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올해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보다 확대하겠다는 답변은 31%에 불과했다. 제약사 CEO들이 투자 확대를 주저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됐다. 올해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CEO 중 49%는 약가제도 개편 등 규제 강화를 지목했다. 약가제도 개편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 투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고심이 드러났다.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 명분을 ‘제약산업 혁신 촉진’으로 내세운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일변도의 경영을 버리고 신약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 글로벌 제약강국의 초석이 될 것이란 근사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렸다는 이유로 결사 반대를 외치는 형국이다.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중소제약사는 더욱 절박한 심정이다. 설문조사에서 매출 3000억원 이상 대형제약사 CEO 21명 중 올해 투자를 축소한다는 응답은 없었지만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제약사 CEO 13명 중 5명(38%)은 올해 투자를 ‘작년보다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제약사들은 단순이 제네릭 약가 산정기준 인하에 따른 손실만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한 약가 구조 특성상 곳곳에 추가 약가인하 기전이 숨어있다. 정부가 개편 약가제도에서 2020년부터 적용한 최고가 충족 요건을 유지하면서 미충족 요건에 따른 인하율이 더욱 확대된다고 공표했다. 지난 2020년 7월부터 개편 약가제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15% 인하율을 적용하면 제네릭 최고가 산정 기준 53.55%가 1개 요건 미충족시 45.52%, 2개 요건 미충족시 38.69%로 내려가는 구조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될 전망이다. 제네릭 산정 기준이 40%로 설정되면 기준요건 미충족 1개 제네릭은 32.0%, 2개 모두 미충족한 제네릭은 25.9%로 산정기준이 더욱 내려간다. 이때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의 인하율은 25.6%다. 개편 제네릭 산정 기준이 40%로 설정됐을 때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위탁 제조를 맡긴 제네릭은 산정 기준이 특허 만료 전 신약의 32.0%를 넘을 수 있다. 현행 54.52%와 비교하면 29.7% 내려가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때 지난 2020년 최고가 요건 도입 이전과 비교하면 제네릭 약가는 40% 이상(53.55%→32.00%) 깎이는 셈이 된다. 제네릭 허가를 위한 생동성시험이 약가제도 요건에 개입됐는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욱 깊숙이 약가 요건에 남겨두면서 제도만 더욱 복잡해졌다. 계단형 약가제도가 더욱 강력해진다는 점도 제약업계의 큰 한숨을 불러오는 요인이다. 현행 제도에서 기등재 동일제품이 20개가 넘을 경우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제네릭은 약가가 15%씩 낮아진다. 복지부는 개편 약가제도에서 동일 제제 11번째 품목 등재시부터 퍼스트 제네릭이 산정된 약가에서 5%포인트(p)씩 감액한 약가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제네릭 약가 산정기준이 40%로 설정된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가 40원일 때 11번째와 12번째 제네릭은 계단형 약가감액 기준 5%포인트씩 낮아진 35원과 30원으로 내려간다. 시장 진입이 더 늦어지면 초유의 마이너스(-) 약가도 부여될 수 있는 매우 이상한 약가제도가 더 복잡해진다. 사실상 후발 주자들의 제네릭 시장 침투를 봉쇄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설문조사에서 CEO들은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서 3.94점에 그쳤다. 사실상 낙제점을 부여했다. 이중 제네릭 약가 산정률 조정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 3.24점으로 가장 낮았다. 단순히 기업들의 손실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제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닌데 정부는 아직도 업계 목소리를 외면하는 듯 하다. 이형훈 복지부 차관은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신년 교례회에서 “혁신의 가치는 충분히 보상하고 필수의약품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약가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이 보다 혁신 지향적인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새해 상견례 자리에서 노연홍 제약협회장이 “약가제도 개편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존립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는데도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부 약가제도는 번번이 많은 빈틈을 노출했다. 예를 들어 정부의 원료의약품 약가우대 정책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 대상으로 약가 우대를 기등재 품목까지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가 필수 의약품의 약가를 특허 만료 전 신약의 68%까지 우대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국산 원료의약품의 약가우대 정책이 시행됐지만 단 한 건의 우대 사례가 등장하지 않았다. 약가 우대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와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제약사들은 전체 의약품에서 필수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 뿐더러 약가가 높아지더라도 국내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하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내놓는다. 국내 생산 원료의약품 중 상당수도 출발 물질을 중국이나 인도에서 들여와 재가공을 거쳐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판매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제품을 약가우대를 기대하면서 무리하게 개발·생산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수입 원료의약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근사한 명분만을 내세운 탁상행정이 현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이유가 있다. 정부는 개편 약가제도에서 혁신형 제약기업의 제네릭 약가우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신약개발을 열심히 하는 기업에 제네릭 사업 고수익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매우 모순적인 정책이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정책이 산업이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지 못하면서 혁신만 외치는 것은 정부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2026-01-12 06:00:42천승현 기자 -
[칼럼] 작년 글로벌 제약 특허 주요 사건과 올해 전망2026년 새해가 시작됐다. 지난해에도 글로벌 제약 특허 분야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주요 판결과 제도 변화가 잇따랐다. 그중 우리나라 기업들이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미국에서는 암젠 대 사노피 판결의 연장선상에 놓일 만한 의미 있는 판단이 나왔다. 2025년 12월 2일,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은 화이자의 자회사 시젠(Seagen)이 일본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시젠의 특허를 무효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항암제 엔허투(Enhertu)와 관련된 소송으로, 엔허투는 2024년 기준 약 37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문제 된 특허(U.S. Patent 10808039)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에 관한 것으로, 청구항 제1항을 간략히 표현하면 ‘항체–링커–펩타이드–약물’ 구조의 ADC를 포괄적으로 청구하고 있었다. CAFC는 이 특허가 두 가지 측면에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는 명세서 기재요건(Written Description) 불비다. 해당 청구항에서 펩타이드 부분(Ww)은 글리신(Gly)과 페닐알라닌(Phe)으로 구성된 테트라펩타이드를 의미하며, 이론적으로 81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허 명세서에는 Gly·Phe로 구성된 테트라펩타이드가 단 하나도 특정되지 않은 채, 아미노산이 2개부터 12개까지 연결된 약 47만 개 이상의 펩타이드가 가능하다는 수준의 일반적 기재만 존재했다. 법원은 ‘81’이라는 수가 ‘47만’이라는 범위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며, 명세서가 Gly·Phe 테트라펩타이드라는 특정 아종(subgenus)을 충분히 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실시가능성(Enablement) 요건 불비다. 청구항에서 약물 부분은 임의의 약물로 정의돼 있어, 결과적으로 ‘세포 내에서 절단 가능한 모든 ADC’를 포괄하게 된다. 하지만 명세서에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의 구조적 특징이나 원리가 제시돼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연구자가 발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개별 접합체를 하나씩 시험해야 하는 과도한 실험이 요구된다고 봤다. 이는 암젠 대 사노피 판결에서 문제 삼았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그 결과 해당 특허는 모든 청구항이 무효로 판단됐다. 최근 미국 특허 판례를 보면 ‘개시한 것’과 ‘청구한 것’ 사이의 간극이 큰 특허는 과거보다 훨씬 쉽게 무효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청구항이 반드시 실시예에 한정될 필요는 없지만, 개시 범위를 현저히 넘어서는 과도한 확장은 리스크로 작용한다. 특히 개별 특허의 사업적 가치가 큰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청구항 수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넓은 범위부터 좁은 범위까지 단계적으로 구성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2025년에는 유럽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유럽 바이오시밀러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특허 분쟁이다. 독일 뮌헨 지역법원은 2025년 10월, 리제네론·바이엘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인 포미콘(Formycon)의 FYB203이 리제네론의 조성물 특허(EP 2364691)를 침해했다며, 유럽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다국가 특허침해 금지명령(Cross-border Injunction)을 내렸다. 주목할 점은 이 판결이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아닌 독일 지방법원에서 내려졌다는 점이다. 해당 특허는 이미 UPC 관할에서 옵트아웃(opt-out)된 상태였지만, 유럽사법재판소(CJEU)가 2025년 2월 25일 선고한 C-339/22 판결 취지에 따라, 피고가 소재한 EU 회원국 법원이 국경을 넘는 관할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유럽에서 다국가 특허소송을 검토할 때는 UPC와 함께 CJEU 체제까지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UPC는 참여국 전체에서 특허를 일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반면, CJEU 체제에서는 중앙 무효 판단이 불가능하다. 아일리아 사례에서 보듯, 이는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전략적 판단 요소가 된다. UPC 출범 이후 유럽 특허소송은 CJEU, 개별국 법원, UPC가 얽힌 복합적인 전략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에서는 제약사 테바(Teva)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압박 속에 2025년 12월, 부적절하게 등록된 200건이 넘는 특허를 오렌지북에서 삭제하는 디리스팅(de-listing)을 단행했다. 유럽에서는 데이터 독점기간 단축과 볼라 예외(Bolar exemption) 확대를 골자로 한 제약 패키지법(Pharma Package)이 EU 의회를 통과했다. 2026년 역시 변화의 속도는 늦춰지지 않을 전망이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는 특허절벽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발명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으로 의약품 포트폴리오가 저분자 화합물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변화는 늘 반복돼 왔다. 다만 그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2026년이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자 기회의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2026-01-09 12:12:50데일리팜 -
[기자의 눈] 바이오텍 성과만큼 중요한 지배구조[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오스코텍은 국내 바이오 업계에 굵직한 이정표를 남긴 바이오텍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를 배출했고 최근에는 프랑스 사노피와 대형 기술수출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현금 창출원을 확보했다. 바이오 기업이 평생 하나도 달성하기 힘든 업적을 연달아 써 내려가고 있다. 최근 투자자 대상 행사에서 보여준 청사진은 더욱 고무적이다. 회사는 상업화 신약과 기술수출로 확보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지 않는 R&D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1~2년 주기 추가 기술수출 계획과 함께 항내성 항암제, DAC 등 차세대 플랫폼을 축으로 한 중장기 파이프라인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1세대 바이오텍의 관록이 느껴졌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재 오스코텍 주가는 4만원 후반대로 52주 최고가 6만6000원 대비 약 30% 낮다. 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8192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순위 43위에 머물러 있다. 바이오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FDA 허가 신약과 글로벌 빅파마 기술수출 이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보수적으로 책정됐다는 평가다. 주가 흐름을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시장에서는 지배구조와 자본 전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제약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오스코텍은 현재 자회사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이 중복상장 논란으로 사실상 무산된 이후 지분 구조를 단순화해 장기 성장 전략을 일원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제노스코 잔여 지분 인수를 위한 밸류에이션과 재원 마련 방식을 둘러싸고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완전 자회사화 과정에서 주주 가치 희석 가능성과 인수 가격의 적정성을 놓고 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지배구조 정리와 자본 전략에 대한 해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오스코텍의 기업가치가 연구개발 성과를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바이오텍은 태생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안고 출발한다. 공동 창업이 많고 연구개발 단계별로 자회사 설립이나 분리가 반복되는 데다, 성장 과정에서 다수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지배구조가 점점 다층화된다. 이 같은 복잡성은 기술 개발 국면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파이프라인이 상업화와 현금 창출 단계에 접어들면 곧바로 주가를 흔드는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한다. '누구 몫이 더 큰가'를 두고 주주와 경영진,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오스코텍의 지배구조와 자본 전략을 둘러싼 논쟁 자체가 국내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성숙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과거처럼 생존과 임상 진입 자체가 최대 과제였던 시기를 지나, 누가 얼마를 부담하고 어떤 구조로 성과를 나눌 것인지까지 따지는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바이오텍에도 기술 데이터만큼이나 정교한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오스코텍이 이번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단지 한 기업의 주가 흐름을 넘어선 문제다. 향후 국내 바이오텍이 상업화 이후 어떤 지배구조와 자본 전략을 선택해야 할지 가늠하는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오스코텍은 지금까지 기술과 성과로 시장의 신뢰를 쌓아왔다. 이제는 제노스코 완전 자회사화 방향과 재원 마련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해 시장을 설득하길 기대한다.2026-01-09 06:00:43차지현 기자 -
[특별기고] "무약촌 의약품 규제 완화, 국민 안전은 어디에"최근 국회에서 이른바 ‘무약촌’을 이유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규제를 완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약국이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점포가 없는 지역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제도의 전제와 관리 현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안전 공백을 만들 우려가 크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2012년 도입 당시부터 ‘야간·공휴일 등 약국 이용이 어려운 시간대’라는 엄격한 전제 아래 허용된 예외적 제도였다. 그럼에도 현재 제도는 약국 접근성이 충분한 도심 지역까지 확대되었고, 관리·감독 부재 속에서 소분 판매, 전문의약품 불법 진열 등 위법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법원 역시 편의점에서의 위법 의약품 판매 행위에 대해 명확히 유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일반의약품 접근성 확대가 청소년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시행 이후 아세트아미노펜과 관련된 청소년 중독 사례가 증가했다는 국내외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대한임상독성학회지 및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청소년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특히 10대 연령층에서 두드러진 증가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의약품의 손쉬운 접근이 충동적 자해·자살 행동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접근성 확대 논의에 앞서, 이러한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 영향 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무약촌’이라는 개념을 근거로 24시간 운영 요건을 완화하고,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수 제한마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무약촌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공식적인 행정 관리 체계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지역이 무약촌인지, 누가 어떻게 판단하고 관리하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예외 규정을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규제의 전국적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편의점 의약품 판매는 여전히 무자격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편의점 종사자는 약사가 아니며, 복약지도나 이상반응 대응을 수행할 수 없다. 의약품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과 관리가 전제되어야 할 보건의료 자원이다. 접근성 개선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원칙이 훼손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무약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그 해법은 편의점 판매 규제 완화가 아니라 공공심야약국 확대, 지역 약료 인프라 강화와 같은 보다 근본적이고 안전한 대안에서 찾아야 한다. 약사의 복약지도 아래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제도 도입 취지와 국민 안전을 동시에 지키는 길이다. 의약품 정책은 편의와 속도가 아니라, 안전과 책임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무약촌을 명분으로 한 졸속적인 규제 완화가 또 다른 관리 공백과 위법 사례, 그리고 청소년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신중하고 근거 중심적인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필자 약력] -덕성여대 약대 졸업 -현 믿음약국 운영 -약사투쟁본부 본부장2026-01-08 12:09:00조연주 약사투쟁본부 본부장 -
[기자의 눈] CES 2026, 피지컬 AI와 활용 과제[데일리팜=황병우 기자]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6의 키워드 중 하나는 '피지컬 AI(Physical AI)'였다.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테크 전시회로, AI, 디지털 헬스케어, 모빌리티, 스마트홈 등 미래 기술의 흐름을 집약해 보여주는 글로벌 무대다. 이번 CES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사용성이 높은 의료 AI, 자동화 기반의 진단 기술, 여성 건강 분야의 혁신이 주요 테마로 제시됐다. CES가 원래부터 기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였지만 올해는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기조연설에서 피지컬AI를 전면에 세우며 로보틱스·자율주행·제조로 이어지는 실행형 AI 흐름을 강조했고, 의료·헬스케어 영역에서도 활용 시나리오를 모델이 아니라 제품·파트너십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 변화는 디지털헬스 분야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CES는 공식 프로그램에서도 디지털헬스를 주요 축으로 걸었다. KOTRA 분석에 따르면 CES2026 산업별 트렌드에서 디지털 헬스 분야는 전년 대비 참가 기업 수가 약 7.4% 증가하며 전체 산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확장'이라는 표현도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CES 측은 2026 디지털헬스 프로그래밍이 여성 건강, AI, 웨어러블 등으로 더 넓어진다고 안내했다. 다만, 피지컬AI라는 화두는 디지털헬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 새로운 도전의 과제를 던진 모습이다. 관심의 무게중심이 기술의 성능에서 현장 속 역할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인공지능이 논문 속의 유효성을 넘어 병원 워크플로우의 병목을 얼마나 줄이는가, 운영비·인력·시간을 얼마나 절감하고 그 결과가 계약으로 연결되는지 등 실적을 요구 중이다. 디지털헬스는 오랫동안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시간을 빌려 성장해 왔다. 그러나 피지컬 AI 시대의 시장에서 이제는 그 혁신이 실제 비용 구조를 바꾸고 일상 진료 흐름을 재설계할 수 있는지까지 묻고 있다. 이런 면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와 전략적 M&A를 통해 외연을 넓혀온 업계 선두주자인 루닛이 손익분기점(BEP)에 대한 질문을 계속 받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비단 특정 기업의 숙제가 아니다. K-의료기기 기업 전체가 피지컬 AI 시대를 맞아 의료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와 결합해 실질적인 경제적 효용을 입증해야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이 실체가 되기 위해선 결국 환자와 의료진의 손에 닿아야 한다. 최근 씨어스테크놀로지와 대웅제약이 보여준 협력 모델은 이 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력을 가진 벤처가 전통 제약사의 견고한 영업망과 신뢰를 지렛대 삼아 의료 현장의 보수적인 벽을 뚫어내는 성과는 향후 벤처 기업의 매출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CES 2026이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이제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래 먹거리'를 넘어 현실의 매출로 연결 될수 있는 실체가 있는 산업이라는 입증이다.2026-01-08 06:00:43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고가 신약, 효과와 효율 사이 딜레마[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의 출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신약의 약효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고 생존을 연장하거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 옵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치료제를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사용할 것인가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 지점을 둘러싼 고민이 적지 않다. 여러 종양내과 의료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급여 기조는 다소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환자 수가 많은 암종일수록 약효가 뛰어나더라도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여 적정성이 인정되지 않은 결과 자체보다도 그 판단의 배경과 기준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에는 신약의 허가나 급여 심사 과정에서 전체생존기간(OS) 개선 효과와 함께 국내 환자의 임상시험 참여 기여도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 국내 환자가 임상 결과에 기여했다면 허가와 급여 결정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반영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환자 수가 많으면 급여 논의에서 불리해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은 희귀암 중심으로만 급여 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방향을 조정했다면 그 판단 기준과 배경을 보다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은 왜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제가 급여에서 제외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의료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점은 현장에서도 인정하는 현실이다. 다만 그 재원이 정말 가장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암 환자의 추적 관찰 과정에서 시행되는 CT, MRI, PET-CT 검사 가운데에는 명확한 근거 없이 반복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영역의 지출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필수 치료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강검진 시스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는 암 환자에게도 일반 국민과 동일한 건강검진 안내가 발송되면서 중복 검진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암 환자는 이미 병원에서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검사를 받고 있음에도 중앙 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이를 행정적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 암 환자를 일반 검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정부는 약가 개편과 급여 제도 개선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희귀질환과 암 환자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는 명분도 제시한다.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정된 재원을 이유로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기에 앞서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가 신약 시대의 급여 논의는 단순히 '줄이느냐, 늘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효과와 효율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그 기준이 환자 생존과 치료 접근성에 있다면 먼저 조정해야 할 것은 불필요한 지출과 제도적 비효율일 것이다.2026-01-07 06:00:39손형민 기자
오늘의 TOP 10
- 1제네릭 기준 43%로 설정되면 위탁 제네릭 약가 24% ↓
- 2한미그룹, 새 전문경영인체제 가동…대주주 갈등 수면 아래로
- 3초대형약국 난립...분회 주도 공동구매로 동네약국 살린다?
- 4파마리서치, 오너 2세 역할 재정비...장녀 사내이사 임기 만료
- 5혁신형기업 약가 인하율 차등 적용…'다등재 품목' 예외
- 6대한뉴팜, 총차입금 1000억 육박…영업익 8배 수준
- 7"이러다 큰일"…창고형·네트워크 약국 확산 머리 맞댄다
- 8"약국 의약품 보유·재고 현황, 플랫폼에 공유 가능한가"
- 9[기자의 눈] 정부-제약사 약가 인하 줄다리기 해법은
- 10HER2 이중특이항체 '자니다타맙' 국내 허가 임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