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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위기가 몰려온다왠지 불안하지만 반가운 지표 하나가 눈길을 끈다. 3/4분기 주요 제약사들의 누적 매출실적을 보면 의외로 너무 좋은 것이 그것이다. 상위권 간판 제약사들은 상반기에 이어 거의 두 자리 수 성장을 계속했다. 동아제약 9%, 유한양행 21%, 한미약품 10%, 대웅제약(3월결산) 15%, 녹십자 13%, 종근당 15%, 일동제약(3월결산) 11%, LG생명과학 14% 등이다. 이들 중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한 곳은 단 한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년 동기대비 비약적으로 증가한 업체들이 더 많다. 이들 8개사의 평균 영업이익 규모가 380억원 규모다. LG생명과학의 경우는 3분기만 전년 같은 기간대비 영업이익이 186.6%나 증가했다. 라이선스와 원료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체 몇 곳만이 영업이익에서 뒷걸음질 성장을 했을 뿐이다.언뜻 보기에 참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제약산업은 유독 글로벌 위기에서도, 국내 실물경기 위험에서도 따로 가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정 반대다. 화려한 지표들이 더 공포를 느끼게 하는 태풍직전의 고요함 같은 흉흉한 분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실제 제약사들은 그런 위기의 한 중간에 와 있다는 중대국면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제약사들은 지표와는 따로 노는 듯 크고 작고 할 것 없이 위기극복 비상대책을 짜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소위 회자되는 ‘3감’(감원 감봉 감산)에 너도나도 목메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실물경제의 추이를 당분간 지켜보면서 그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을 뿐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사상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나마 진정국면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 다행이지만 그 낙진이 전 산업의 목을 죄는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최소한 2~3년이라는 진짜 위기의 긴 터널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예외 없이 ‘경제 빙하기’에 내몰릴 준비들을 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지금의 화려한 수치와는 정반대로 다른 산업에 비해 고통이 더 크고 길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병·의원과 약국에서 일찌감치 위기 시그널이 잡혔음에도 영업 라인업은 되레 강화시키는 역주행을 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 더더욱 딱하다. 녹아 들어가고 있는 얼음판의 한 중간으로 달려 들어간다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 경영이다. 특히 몇몇 중대형병원들의 유동성 경색 내지는 위기설이 잇따라 감돌고 있는 마당인데도 제약사들은 전혀 발을 못 뺀다. 오히려 더 깊이 발을 담그는 ‘시한폭탄 영업’에 임하고 있다. 의원과 약국들의 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요양기관들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그것이 양호한 성적표의 배경이 되고 있으니 답답하다. 두자리 수 성장의 수치가 반갑지 않은 화려함의 뒷그늘이다.제약사들이 하나같이 걱정하는 것은 그래서 내년이다. 넓게 보면 세계경제의 동력 미국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전 세계적인 제약경기 또한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내년도 미국의 제약시장은 1~2%의 경제성장 전망률로 보면 약 3000억불 안팎에서 묶일 전망이다. 7~8천억불의 글로벌 시장볼륨을 예상하면 미국의 제약시장 규모는 여전히 막강한데, 그런 미국이 전 세계 마켓의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결제관행상 요양기관과 운명을 같이하는 국내 제약산업의 영업현실은 가장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다국적 제약사들은 금융위기가 닥쳐오기 전부터 올해 유난히 내부정비를 다저 왔다. 그만큼 전 세계적인 제약환경이 이미 좋지 않았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서만 내로라하는 전 세계 15개 다국적 제약사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은 그 단적인 증거다. 이미 위기에 대비해 온 다국적 제약사들은 그래서 지금의 금융 내지 실물경제 위기에 어느 정도 대응할 여력을 갖췄다. 반면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아 온 국내 제약사들은 지금부터 시작하려 하고 있으니 늦었다. 국내 제약사 오너들이나 경영진들의 대부분 생각은 조만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정비 과정에서 일어날 내부 혼란과 그로인한 영업체질 약화가 자칫 스스로 무너질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이 같은 환경은 외자 제약사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국내 제약사로써는 연이어 닥칠 위기의 연속이다.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장기적 시야로 앞을 보지 않고 마구 허우적대고 있는 모습이다. 그 바로미터는 영업·마케팅 패턴의 지나친 유턴이다. 과거 관행을 ?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의 회귀가 너무 심하다. 리베이트 대형사건이 터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퍼주기 전략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물론 안다. 심지어 일부 외자 제약사들이 국내사들보다 더 심하게 퍼주기 전략에 합류하고 있는 상황까지 보이고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단기성과 제일주의’를 통한 생존전략이 작금의 상황에서 절실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동반 자살로 내몰릴 여지가 큰 대단히 위험한 게임이다.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내일(4일)이면 또다시 사상 유례없는 메가톤급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직전이다. 미국 건국 이래 초유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미국은 정치뿐만 아니라 특히 경제에서 상상을 뛰어 넘는 변화와 변신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과 관련해서는 물론 금융발 위기와 정 반대의 파고가 첨쳐진다. FTA 희생양에서 당분간 자유로워질 여유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별등재시스템은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 공세로 멈칫한다면 역시 긍정적 부분이다. 하지만 그 조차도 일시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않으면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위기타개 방안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제약사들은 쉽고도 기본적인 영업·마케팅 플랜을 적극적으로 짜야 한다. 혼자만 살겠다는 퍼주기가 고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은 그 출발이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은 실물경제의 직격탄을 제일 먼저 받고 있음을 재삼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퍼주기로는 고객의 고통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버푸쉬로 인한 요양기관들의 고통이 가중되면 결국 그것은 더 큰 부메랑이 되어 제약사로 안겨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약사들은 당장 요양기관 살리기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대형병원들이 자칫 줄줄이 쓰러지거나 일선 로컬 의원급이나 약국들의 20~30%가 문을 닫는 예상하고 싶지 않는 사태가 정말 닥친다면 제약사들은 연쇄적인 부도회오리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의·약사 대상의 품목 디테일이나 마케팅에 힘써 ‘기름진 텃밭’을 갈구어야 하는 시기는 지금이다. 더불어 발길이 뜸해진 환자들이 병·의원과 약국을 찾는데 주저함이 없도록 하는 국민 대상의 질병과 건강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병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제약협회를 중심으로 위기대응 공동기금을 조성해 요양기관들의 위기가 제약계로 미치지 않도록 단계별로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해 둬야 한다.2008-11-03 06:45:56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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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철학·약 사회학‘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의 약은 이미 물질만이 아니다. ‘사랑의 묘약’도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약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은 끝도 없이 나올 수 있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것이라는 국어사전만으로는 설명이 너무도 부족하다.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보자는 철학적 도전이 지난 달 21일 시도됐다. 팜 오케스트라라는 포럼에서 ‘약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목으로 하는 서울대학교 철학교수의 발표와 ‘약의 사회적 고찰’이라는 주제의 사회학 교수 발표가 그것이다.약을 굳이 철학적으로 따져보려는 이유나, 그 결과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심도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논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철학은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고 사물의 본질을 살피는 학문이므로 인간과 사회에 연결된 약의 본질을 철학 이론으로 정리한다면 약학 교육방향은 물론, 약의 공급자나 소비자의 약에 대한 인식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다.포럼에서는 법철학, 의료철학, 생명철학처럼 좀 더 표면적인 문제의 근본 기제를 밝히는 응용철학의 한 분야로 약철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편 전쟁이나 탈리도마이드 사건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신약들의 생성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예견할 수 없는 ‘명증의 숙제’를 약이 안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 약력 1970년 약사공론 기자 입사~취재부장 1981년 국회 이상희 의원 보좌관 1985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 입사 1992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 1997년 대한약사회 사무총장 2007년 정년퇴임 특히 약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서 인간의 존재를 함께 인식해야 하지만, 상업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행복증진을 행위원리로 하는 ‘책임’을 발표자는 키워드로 강조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약의 본질이며, 데카르트적 인간 모델이 정신과 물질의 2원론으로 설명되듯이 인간을 기계나 육체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또한 약의 연구는 인간의 사랑이라는 최고의 행위원리가 없을 경우 약이 독으로 전환되고 인류의 파멸을 초래한다는 경고가 곁들여졌다. 또한 이 경고는 윤리학의 관점에서 행위원리가 해명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패널 토론에서 드러난 관심도 약이 던지는 철학적 명제는 결국 ‘윤리’로 모아진 것이다.철학적 논의가 약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형이상학적인 막연한 답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과학 울타리에서 맴도는 약학을 인문과학에 폭 넓게 접목시키는 일이나, 물질로만 여겨온 약에다가 정신을 담는 것은 인식론 차원에서의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특히 약업계에 상업주의나 리베이트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만연되어 있고, 교육의 근본적 체제를 바꾸게 되는 약대 6년제 시행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더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철학을 가까이 하려는 태도는 모든 관계에 대해 반성하는 자세로 설명된다. 뒤돌아보고 생각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철학이고 이러한 태도가 좀 더 근본에 접근하는 것인 만큼 약철학이라는 생경한 단어가 오히려 신선하게만 느껴진다.2008-11-03 06:44:24데일리팜 -
제약협, 말로만 리베이트 근절?제약협회가 ‘의약품 유통부조리 신고센터’와 ‘익명고발제’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리베이트와 관련된 신고센터를 설립하고, 인터넷 익명 고발제를 도입해 상호감시, 사실규명, 사후고발을 철저히 이행하는 내부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이는 최근 불거진 유한양행 사태를 비롯해 제약업계의 과당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제약업계 스스로 자정운동을 확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그러나 이러한 제약협회의 행보가 과연 제약사들에게 약발이 먹힐지는 여러 가지로 의문이다.우선 제약협회는 신고센터를 설치해 불공정거래 행위로 거론되는 제약사에 대해 진위를 파악하고 사실일 경우 공정위 고발 등의 엄격한 사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제약협회는 이미 지난해 CP도입과 함께 지정기탁제를 실시하면서 협회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불공정행위 제약사에 대해 강력한 제제를 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CP가 유명무실해진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학회 지원만 해도 그렇다. 최근 학회시즌을 맞이해서 상당수 국내제약사들이 직접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 비일비재 하지만 협회 측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면서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협회에 없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익명고발제 등의 시스템이 제약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해 제약협회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익명고발제는 경쟁사간 폭로전 양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지금까지의 협회의 모습을 살펴보면 익명으로 고발된 불공정행위에 대해 과연 공정위 고발 등 강력한 제제를 가할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문이다.리베이트는 아주 오래전부터 업계에 뿌리내렸던 관행이며 반드시 척결해야할 숙제이다.따라서 제약협회는 실효성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익명고발제나 신고센터 가동에 앞서 리베이트를 양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임시방편의 시스템보다는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근본적인 접근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제약업계가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한 이 시기에 협회의 행보와 정책은 너무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2008-10-31 06:45:49가인호 -
틀니에 1조원씩 써야 하나정부가 현행 건강보험 시스템의 ‘새판짜기’를 시도한다. 수입과 지출 부문 모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 방안이다. 지난 27일 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부의안건 형식으로 내놓은 ‘2009년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방안’의 골자는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해 국민의 의료보장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깔렸다. 기본 얼개를 보면 질병으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고민과 고통을 없애고자 하는 의도가 깃들었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6년 기준으로 보장성 비율이 55.1%로 OECD 수준인 73%에 비해 매우 낮다.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해 국민건강을 국가가 챙기려는 노력인 만큼 정부의 구상은 일단 박수를 받을 만하다.정부는 오늘(30일)부터 국민들로부터 의견수렴에 들어간다. 아직 정부의 방안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복지부와 보험공단이 내달 12일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공청회를 여는 것은 절차상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수순이다. 우리가 공청회에서 예의 주시하고자 하는 것은 보장성 확대의 ‘효율성’과 이를 위한 ‘재정확보’ 부분이다. 정부의 방안이 장밋빛 청사진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불요불급함에도 막대한 지출요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면서도 국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1안만 해도 5500억원의 추가 재정이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2안은 1조5천억원, 3안은 2조5천억원의 여윳돈이 각각 더 있어야 한다. 4안의 경우는 그 규모가 무려 3조8780억원에 달한다.4안을 기준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면 보험료 인상률이 16.9%에 이른다. 각종 재정절감액을 최대 7700억으로 감안해도 13.5%의 보험료 인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보장성 강화는 국민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국민적 동의라는 숙제가 걸려 있다. 또 한 가지는 보장성 강화의 핵심이 이처럼 국민들의 호주머니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지출부문에 대한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안을 보면 지출부문의 효율성이 회의적이다.우선 정부의 발표대로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을 강화했는지 살펴보자. 그 방안은 제1안에 들어있다. 희귀난치성질환이나 암환자 등의 본인부담율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은 언뜻 보면 중증질환에 대한 혜택을 대폭 확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추가 소요재정이 각각 1400억원과 13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3안에 있는 신규급여 노인의치(틀니)에는 무려 1조원의 재정을 쏟아 붇는 것과 역시 신규급여인 4안의 치아 스케일링에 7000억원이 투입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노인의치의 급여범위를 제한해 그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고, 스케일링 급여는 아예 항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노인들에게 틀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의 중대성과 개별적 비용 등의 상대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4안의 치아홈메우기 추가재정 조차 13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대상자수가 많고 적고의 차이에 따른 원인이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이나 암 등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틀니와 스케일링 부분을 조정한 몫으로 중증질환의 전액 급여화를 검토해야 한다.또 2안의 경우 MRI 급여 확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신규 보험급여 항목인 초음파는 비교적 저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재정 66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고가 검진장비의 급여확대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이 국민적 체감도가 높아질 듯싶다. 또 고도비만과 한방물리요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비만이 질병으로써 치료돼야 한다는 관점과 한방에 대한 국민들의 이용도 등을 감안하면 신규급여 항목으로써 이해가 될 일이다. 하지만 고도비만을 단순히 계량학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급여여부의 결정에 케이스마다 혼선이 올 수 있다. 물리요법은 또 기계사용으로 인해 양·한방 구분에서 역시 케이스별로 논란이 생겨날 여지가 많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세세한 범위를 결정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본인부담 상한액을 낮추는 1안의 방안 역시 국민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대로 한다면 보험료 하위 50%는 1년간 본인부담상한액이 200만원으로 현행 6개월 200만원에 비해 부담이 절반으로 준다. 하지만 1년에 걸쳐 본인부담상한액이 2백만원을 넘는 대상자가 지극히 적다는 점에서 그 혜택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가 크지 않을 것이다. 저소득자의 본인부담상한액은 기간을 더 늘려 잡는 식으로 축소해 대상자를 더 늘려야 한다. 아울러 수입부문과 연동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경증질환의 본인부담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정을 절감하는 간접적인 재정확보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중증질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선행돼야 의미가 있다. 자칫 서민들의 병원문턱만 높혀놓는 상황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효율적이지 못한 씀씀이라면 재정확보를 위한 무차별적인 각종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그만큼 추진명분이 없어진다.복지부나 건보공단은 무엇보다 재정운영에 대한 중장기적인 복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난 9월말로 건보재정 누적흑자는 2조3845억원이다. 언뜻 안심할 수 있는 흑자규모이지만 정부의 보장성 강화방안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순식간에 없어질 여윳돈이기도 하다. 아울러 지난 9월에 당기적자가 발생한 것은 재정운영의 불안한 시그널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국고지원의 한계와 얼마 남지 않은 한시적 담배부담금 등이 재정을 근본적으로 불안케 하는 요소다. 잠재적 빈곤계층인 이른바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도 그래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보장성 강화에 대한 정책의지는 매우 좋다. 그러나 그럴듯하게 그리고자 한 밑그림은 왠지 어설프다. 국민부담만 가중시키고 혜택은 제대로 없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공청회를 통해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부는 폭넓게 귀담아 들어야 한다.2008-10-30 06:30:4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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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처방전 위조범죄약국을 범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처방전 위조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위조 처방전은 근본적으로 처방받지 않은 조제약에 노출된 국민 건강의 위험일 터인데, 최근 위조 처방전이 향정약에 집중된 점을 미뤄보면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처방전 위조 수법은 분업의 특성을 교묘히 악용한 범죄수법으로, 최근 복사 위조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약국도 무방비로 노출돼 속수무책인 실정이다.위조된 처방전으로 약국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향정약을 구입한 뒤 이를 한꺼번에 복용해 자살을 기도한다거나, 의사와 확인 통화를 할 수 없는 심야시간에 의도적으로 약국을 방문해 조제요구를 할 경우 약국은 이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무방비로 범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간혹, 다량 처방이 나올 수 없는 경우가 의심스럽거나 위조 처방전이 조잡해 약사들의 확인 절차와 순간의 과감한 기지로 범죄자를 잡아내고는 있지만 이에 의존해 범죄를 뿌리 뽑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이 시점에서 특정 단체 비협조와 업체 이권 문제에 얽매여 지지부진했던 처방전 위변조 방지 방안이 다시금 논의돼야 한다.처방전 위변조 방지책에 대한 다각적인 기술 적용도 개발, 강구돼야 할 것이며 동시에 강력한 처벌에 대한 대국민 홍보도 전제돼야 할 것이다.최근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이 "가짜 처방전을 가지고 환각제나 수면제를 다량 구입하는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아주 많다"고 밝힌 바 있듯 이는 약국가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2008-10-29 06:50:16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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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가족과 전문카운터“약사 가족이라고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약사 가족이 약국을 관리하다 약사감시에 적발될 경우에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일선 보건소 관계자와 지역약사회 관계자의 말이다.사실 약국에서는 약사 대신 그 가족인 아내나 남편 등이 봐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약사 가족도 무자격자인 만큼 의약품을 판매했거나 조제했다면 약국을 책임지고 있는 약사가 행정처분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일부 약국에서는 점심식사나 용변 등의 문제로 약사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한다.특히 전문카운터와 약사 가족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카운터는 의약품 유통시장과 약국의 경쟁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부류이지만, 약사 가족은 그 범주와는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다.더욱이 전문카운터가 판치고 있는 일부 대형약국보다는 동네약국에서 이같은 사례로 적발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그러나, 이 역시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인식이다.약사가 식사나 용변, 개인용무 때문에 약국을 비울 경우 약국 문을 그 시간 동안 닫거나 관리약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그도 아니라면, 약사가 자리를 비운 동안 약사 가족이 의약품을 판매 또는 조제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즉, 전문카운터와 무자격자인 약사 가족 모두 보건당국의 입장에서는 ‘비약사’라는 것이다. 결국 약국은 약사의 철저한 관리 하에 운영돼야 하며, 또 그것이 너무도 마땅하다는 의미이다.이명박 정부 들어 약사사회를 위협하는 정책적 요소가 적지 않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는 언제고 다시 고개를 들 것이 분명하고, 일반인에 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정책도 내년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이런 상황에서 전문카운터는 물론 무자격자인 약사 가족이 약국을 대신 봐주는 행태가 지양되지 않으면 어떤 논리로도 정부정책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특히 국민여론을 약사 등에 없게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약국과 약에 대한 기득권을 지켜내려면 ‘원칙과 정도’를 지향하는 방법 밖에 없다.2008-10-27 06:45:50홍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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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끝! 의약품정책현안 챙길때올해 국정감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5분대기조식으로 국회에 몰려갔던 고급공무원들도 모두 행정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이제 일상의 업무를 탁상에 올려놓아야 할 차례다. 시월한달 꼬박 국감이슈를 따라 시달렸던 두통을 주말동안 식혔으리라 믿고, 이번주부터는 서랍안에 잠자던 이슈들을 점검해 보자.우선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의약품 포장의 표시기재사항 개선과 관련해 세부지침이 깔끔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2ml짜리 앰플에까지 제조번호와 유통기한 등등을 넣어야한다면 기업으로써는 백색포장을 덧대어 깨알같은 글씨로 기재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모 기업에서는 이같은 방안을 강구했으나, 내용물 일체를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이물질혼입이나 변질 등을 전혀 감지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또 수입의약품의 경우 복용설명서에 두장분량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겉포장뿐만 아니라 내용물인 개별포장에까지 같은 내용을 표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뿐만아니다. 포장의 유형이 매우 다양한 점을 감안해 속히 세부지침이 나와야 할 것이다.이와함께 정부의 GMP가이드라인이 강화되면서 이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공장이전 및 기존공장의 대폭적인 보수작업이 시작되고 있으나, 이에 필요한 행정조치들이 국감에 밀려서인지 구두답변에 그치고 있어 관련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현재 해결책으로 언론에 발표된 것은 신규공장에서의 허가를 신규허가로 보지 않고 기존허가의 변경으로 처리한다는 것과 밸리데이션을 동시적 밸리데이션으로 적용한다는 것인데, 두가지 모두 명문화를 서둘러야 하며, 구체적 해석에 들어가면 서로 다른 해석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정리가 있어야 한다.신규공장에서의 허가를 기존허가의 변경으로 본다면 일부 허가기간의 단축효과를 기대할 수있으나, 변경시 필요한 서류를 이전 규정에서의 취지를 따라 '비교용출'로 보고, 밸리데이션 서류는 필요하지 않다는 규정의 고시가 되어야 실제 현장에서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일반의약품 허가와 관리에 관한 규제완화도 새정부에서 검토되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일본약사법을 베끼었던 어찌되었던, 우리 약사법은 이제 일본에서도 규제하고 있지 않은 내용을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 실제적으로 기업과 약사들의 보건 및 경제활동의 폭을 꽁꽁 묶어놓고 있다. 특히 일반약 분야가 그렇다. 시리즈제품의 허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광고활동의 폭은 매우 엄격한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다.이밖에 알러지 유발가능성이 있다고 보도된 어린이시럽제 타르색소 첨가의 문제는 과학적 기준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천연색소는 변질가능성이 높아 쓸 수 없고, 따라서 모든 시럽제를 색소없이 하얗게 만든다면 식별문제로 인한 안전사용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앞서 열거한 이슈들은 많은 제약기업과 연관된 이슈들중 몇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현재 식약청 조직은 어느때보다 명석하고 유연한 인사체제로 구성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부서마다 일상의 업무와 더불어 새 정부들어 표방해 온 개혁과제에 대해 식약청이 지혜로운 생각의 힘을 발휘할 때다.2008-10-27 06:44:1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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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씸죄'에 걸려든 약사회대한약사회(회장 김구)가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괘씸죄'에 걸려 들었다.약사회가 수가협상 만료전 2.2% 수가 인상안을 공표해 타단체의 수가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재정위가 약사회의 인상만을 부결시킨 것.유형별 수가협상의 특성상 타단체의 인상폭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 약사회의 섣부른 '입놀림'이 남아있는 협상과정의 판을 깨뜨렸다는 것이 재정위 안팎의 분위기다.약사회 수가협상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번 재정위의 결정은 약사회에 패널티를 의식적으로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약사회는 일단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노코멘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소 억울하고 황당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듯하다.2.2% 인상을 이끌었다는 고무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일부 임원의 돌출행동인데다, 협상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의례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그렇다하더라도, 이번 일로 약사회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아 올해 수가협상은 '실패한 협상'이라는 전례를 남기게 됐다.약사회 대내외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내년 수가협상시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2.2%라는 약사회 수가계약 자체가 변동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점쳐지지만, 한때 드림팀으로까지 불리던 약사회 수가협상팀의 위상 저하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2008-10-24 08:38:26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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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기만 요란했던 국감전례없이 이슈가 많았던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오는 25일로 막을 내린다.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국감 시즌만 되면 피감기관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다시피 하면서 국감에 임한다. 하지만 올해는 피감기관 보다 제약사나 요양기관들이 긴장의 끈을 놓기가 더 어려웠다. 유난히 옆으로 튄 유탄이 많았고 그 불똥 또한 사정없이 튀어댔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다른 업체들이 불미스러운 사안으로 언론이 오르리내면 남의 일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었다. 업체들은 매일 국감장에 안테나를 세우고 초긴장 상태로 비상대기 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뜻 보면 국감이 민간기업 감사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국감에서 문제가 된 주요 이슈들을 보면 당연히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 많다. 국감이 아니면 자칫 묻힐 문제들이다. 하지만 복지위는 다른 상임위에 비해 고도의 전문적 식견이 뒷받침 돼야 한다. 잘못하면 대단히 무식하다는 뒷말을 듣는 것이 복지위의 특성이다. 그런데 전문지식은 커녕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실적용 ‘한탕감사’ 이슈들이 올해도 여전했다. 또 새로운 내용도 아니면서 행정적으로 진행 중인 사안까지 단순히 들추기용 ‘형식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단순히 수치만을 가지고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지 않는 생색내기용 ‘헛물감사’는 아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야 옳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하지만 공부를 덜한 탓인지 아니면 터뜨리는 것으로 실적을 채웠다고 생각하는지 대안을 제시하는데 는 능력이 떨어졌다.우선 인태반 주사제 불법유통 이슈는 국감장을 뜨겁게 달구는데 는 제대로 성공했다. 하지만 불법유통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거나 해결할 방안에 대해서는 왠지 인색했다. 반면 해당업체 명단을 공개하는 문제와 업주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결국 행정처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단공개가 이뤄졌다. 또 대표적인 5개 제약사 대표들은 국감 막바지(24일)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몰아세우고 추궁하는 것이 확실히 표가 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딘지 어색하다. 섣부른 명단공개로 이런저런 억울한 처지에 놓여 있는 업체들이 생겨났다. 또 민간업체 대표들을 악착같이 불러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면다면 국회 모든 상임위에서는 장관이나 고위공무원 보다 민간업체 사장들이 줄줄이 증인석에 앉아야 한다. 관련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국감의 진짜 모습인가. 보다 궁극적으로는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없다면 차라리 엄격한 품질관리와 유통관리를 전제로 일반 시중유통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봄직 하다. 전문약이라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충분한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만큼 인태반 의약품은 국민들에게 이미 친숙해졌다.이번 국감의 핫 이슈는 또 약제비였다. 하지만 그 비중이 높다는 질타는 기존에 수도 없이 거론된 자료를 재탕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약사에게 지급되는 약국관리료 및 복약지도료 등이 과잉 책정되어 있다는 질타는 의료계 의견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졌다. 실거래가 위반에 대한 질의에서도 기존의 자료를 ‘산수통계’로 낸 수준에 지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작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실구입가 상환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원료합성의약품 문제는 이미 환수조치와 인하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을 다시 읊는 정도였을 뿐만 아니라 개별 제약사별로 억울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언뜻 보면 국회의 질타대로 제약사 눈치 보기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사업은 여전히 무리수가 많다는 것은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조차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다. 심지어 신약평가 보다 어려운 작업이기에 단기간에 보험등재 의약품을 완전히 솎아내는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이를 강행하면 그 기준에 대한 문제가 수없이 불거져 나와 사후처리 문제가 힘들고 대단히 복잡해진다. 선별등재시스템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실무라인에서 어려움에 닥친 사안을 제약사 로비 내지 의혹 등으로 일방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행정부를 견제하는 국감은 자료제출 요구 및 질타 그 자체만으로 그 기능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피감기관은 국감 때만 넘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올해도 복지위는 따지고 묻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전문 상임위 답게 현장을 인식한 상황에서 깊이 있는 질의와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정책국감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눈에 뜨인 것은 의협회장과 약사회장 출신 위원들이 제각각 의료계와 약사회 내부 문제를 거론해 가면서 자아비판 같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다. 실적내기용이나 생색내기용 국감은 공부를 안했거나 소홀히 한데 있음을 자성해야 한다.2008-10-23 06:40:2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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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중심 못 잡는 식약청최근 멜라민 파동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식약청이 예상치 못한 인태반의약품 특별 감시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인태반의약품 생산 업체에 대해 대대적인 감시를 진행, 불법 유통 업체를 적발한 이후 후속조치가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당초 식약청은 적발된 내용이 품질과는 무관한 광고 및 관리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적발 업체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지난 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의원들이 ‘업체 감싸기’가 아니냐며 해당 업체를 공개하라고 집중 추궁해도 식약청은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식약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품질부적합과 관계 없는 행정처분 명단 업체를 공개한 적은 단 한번에 불과했을 정도로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일관적인 기준을 적용해왔다고 자부했다.이랬던 식약청이 지난 20일 저녁 슬그머니 인태반 불법 유통 업체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업체 명단 비공개를 비판하는 여론이 끊이지 않자 당초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하지만 여기에서 식약청은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듯하다. 명단 공개나 비공개를 떠나서 행정처리 과정에서의 일관성은 절대 흐트러지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 이상 논란이 증폭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명단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식약청의 입장이 감정적으로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그렇지만 불과 며칠전까지 자신있게 내세웠던 기준을 외부 압력에 의해 번복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행정처리에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기에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더욱이 식약청은 최근 의약분업 예외 지역 약사감시 결과를 발표하며 병의원 및 약국의 이름을 공개하는 실수를 저지른 바 있기에 식약청의 행보가 더욱 미덥지 못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이번 사례에 비춰보면 향후 유사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명단 공개나 비공개에 대해 논란은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명단을 공개해도 식약청의 명단 공개 기준에 맞지 않으며 공개하지 않을 경우 인태반 사례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난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식약청은 식품과 의약품과 관련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제약업체, 병의원, 약국들에게 각종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정부 기관이다.식약청의 기준이 흔들리면 이를 따라야 하는 수많은 업체 및 약국들도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없게 된다.올해 식약청은 활발한 규제개혁 활동을 펼치며 관련 종사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따냈다. 하지만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신뢰가 무너질 경우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2008-10-22 06:45:41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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