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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제약사 약가 인하 줄다리기 해법은[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최근 제약업계에서 '약가제도 개편'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업체를 중심으로 약가 인하 시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급감하며 신약 개발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책정된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4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최소 48% 수준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하 폭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약가 인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제약 산업을 혁신 중심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제네릭 수익이 연구개발(R&D)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급격한 약가 인하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가 정면 대치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약가인하 개편안 시행시기를 오는 7월에서 내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떠올랐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 마저도 약가 인하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속도와 방식에 대한 조절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한정된 재정 속에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춰야 하고, 제약업계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있어야 신약 개발과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양측 모두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업계도 공감한다. 실제로 국내 제네릭 시장은 동일 성분 제품이 과도하게 난립하면서 가격 경쟁 중심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구조를 혁신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방식이 문제다. 제네릭 약가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낮출 경우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수익 구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 상당수는 제네릭 판매 수익을 기반으로 개량신약이나 신약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구조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약가 인하가 추진될 경우 산업 생태계 전체의 투자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제약 산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줄일 경우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약가 제도 개편이 산업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결국 해법은 ‘속도 조절’과 ‘차등 접근’에 있다. 단순히 제네릭 약가를 일괄적으로 낮추기보다는 품질 경쟁력이나 연구개발 투자 수준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약가 인하로 절감되는 재정 일부를 혁신 신약 개발 지원이나 연구개발 인센티브로 다시 산업에 환류하는 장치도 고민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제약 산업 발전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다. 두 목표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국민 건강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양보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약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 설계다.2026-03-13 06:00:38최다은 기자 -
[기자의 눈] K-바이오, 이젠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덴마크 제약 기업 상당수는 비영리 재단이 최대주주로서 기업을 지배하는 독특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재단이 지주회사 형태 투자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형태다. 이 모델은 외부 투자자의 단기 수익 요구로부터 경영진을 보호, 10년 이상 장기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재단 중심 지배구조를 갖춘 노보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탄생시켰고 2023년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 업계에서 일찍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착한 기업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 철학에 따라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켜왔다. 특정 개인이나 가문이 경영권을 독점하지 않도록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으며 내부 승진을 통한 임기제 대표이사 구조를 50년 넘게 유지 중이다. 유한양행은 2024년 첫 국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 '렉라자'를 배출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 산업에서 기술수출 포문을 연 기업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일라이릴리·베링거인겔하임·사노피·얀센 등과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연달아 수주하면서 국내 제약 업계 매출 1위로 우뚝 섰다. 한미약품은 1년 넘게 이어진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지난해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최근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경영 개입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지배구조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 기준 한미약품은 유한양행·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 등에 밀리며 업계 5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는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를 맡아온 인물의 유고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 승계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경영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 직후 기업은 대체로 경영 공백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R&D와 사업을 예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예상치 못한 리더십 공백을 조직이 버텨낼 수 있을까.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가운데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너 중심 경영은 장기 투자나 전략적 결단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 업종에서는 오너의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전문경영인이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결정하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너 경영 자체가 성과로 직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기업 경영이 특정 개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산업 내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경영 연속성과 지배구조 안정성이 중요해진다. 긴 호흡의 R&D가 필요한 바이오 산업에서는 개인이 아닌 조직과 시스템이 회사를 이끄는 구조가 더욱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 산업을 이끄는 대다수 빅파마가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이제 같은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창업자는 기업의 토대를 만들 수 있지만 그 기업을 백 년 넘게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투명한 거버넌스와 시스템에서 나온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갈등,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기업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경영 시스템이 개인을 넘어 조직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K-바이오가 빠르게 성장하는 지금, 기업을 오래 가게 하는 경영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확산되길 바란다.2026-03-12 06:00:36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GMP 원스트라이크 규제, 강도보다 정교함을[데일리팜=황병우 기자]GMP(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합판정 취소 제도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고의적인 데이터 조작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GMP 적합판정을 받은 업체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제도다. 당시 제조기록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정해진 공정을 무시한 채 약을 만드는 임의제조 사태가 발생한 것이 제도 탄생의 배경이다. 정부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GMP는 제약 산업의 신뢰를 떠받치는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제조 과정의 품질 관리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제도 시행으로 제약사 내부에서도 품질 관리 조직의 위상이 높아지고, 데이터 관리와 문서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한 규제가 실제로 품질 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GMP 위반의 유형과 수준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는 규제 구조가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의도적인 품질 조작이나 중대한 제조 위반과 단순 관리 미흡 사례까지, 경중의 구분 없이 동일한 규제 프레임에서 논의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국회에서는 GMP 적합판정 취소 제도에 중간 단계 조치를 도입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GMP 규정 위반 때 내릴 수 있는 행정처분 단위를 지금보다 세분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논의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정밀함을 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실제 최근 글로벌 제약 규제 환경은 점차 '리스크 기반 관리'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위반 행위의 고의성, 환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 재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 수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위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필요성과 별개로 현장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규제 완화가 해법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약품 품질 규제는 단 한 번의 사고로도 국민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의 강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정교함이다. 품질 규제가 현장을 위축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품질 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GMP 원스트라이크 제도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규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품질 수준을 높이는 정책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규제가 만들어내는 방향이다. 이번 제도 개선안이 산업의 숨통을 틔우면서도 의약품 안전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지켜낼 수 있는 정밀함이 더해지길 기대한다.2026-03-11 06:00:36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질환보다 약이 먼저 알려지는 시대[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의료 현장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하나 보인다. 질환 이름보다 약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 치료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질환 자체보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등을 먼저 떠올린다. 아토피피부염 등 주요 면역질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항암 치료 영역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분명하다. 면역항암제라는 분류보다 특정 약 이름이 먼저 언급되는 경우는 이제 낯설지 않다. 과거에는 질환이 먼저 인식되고 치료제가 뒤따르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치료제가 질환을 설명하는 상징처럼 자리 잡는 장면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 확대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신약이 실제로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치료제가 질환 인식을 이끄는 역할까지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질환에서는 특정 치료제가 등장한 이후 진단과 치료 전략이 달라졌고 그 과정에서 약 이름이 곧 질환 치료의 대표자 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제약사의 역할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 예전에는 질환이 먼저 알려지고 치료제가 뒤따르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신약 개발과 동시에 질환 인식 개선 활동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제 개발과 질환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약 이름이 자연스럽게 질환 인지도 형성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질환에서 혁신 치료제가 등장하면 그 자체가 환자와 의료진의 관심을 끌고 질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질환은 약 등장 이후 진단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기도 했다. 다만 짚어볼 지점도 있다. 질환보다 약 이름이 먼저 알려지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질환 자체에 대한 이해보다 특정 치료제 중심의 인식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치료 전략과 여러 선택지 속에서 발전하지만 인식은 하나의 약 이름으로 단순화될 수 있다. 신약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동시에 제약산업의 역할 역시 단순한 치료제 개발을 넘어 질환 인식 형성까지 확장되고 있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을 넘어 질환 인식을 형성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제약산업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신약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의료 환경과 환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돌아볼 필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질환 인식까지 바꾸는 영향력을 갖게 된 만큼 제약산업 역시 기업의 사적 이익을 넘어 환자와 사회를 향한 공적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2026-03-10 06:00:38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약 흉내 내는 식품 기만광고, 이대로 둘건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건강식품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를 꼽자면 ‘알부민’이 빠지지 않는다. 본래 알부민은 간경변, 저알부민혈증 등 특정 질환에서 사용하는 혈청 알부민 주사제를 떠올리게 하는 의약품 용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시장에서는 알부민을 전면에 내세운 일반 식품들이 쏟아졌고, 일부 제품은 의약품의 효능을 연상시키는 광고로 소비자의 인식을 교묘히 파고들었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식품이 의약품의 치료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했지만 당국의 대응은 늦었다. 논란이 한참 확산된 뒤에야 부당광고 가능성에 대한 경고와 업계 자정 요청이 이어졌을 뿐이다. 그 사이 알부민 열풍은 전국적인 단백질 마케팅으로 번졌고, 소비자 상당수는 여전히 식품과 의약품의 경계를 혼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특정 성분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비만치료제 열풍을 틈탄 또 다른 형태의 유사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시장에서 화제가 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내세운 제품들이 유통되는가 하면 특정 당뇨병 치료제를 떠올리게 하는 명칭을 사용하는 식품도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관심이 쏠린 의약품 이름이나 질환 키워드를 교묘히 차용해 제품 이미지를 포장하는 방식이다. 국회에서도 이미 유사 명칭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의약품과 식품, 의약외품 간 경계가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장에는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나 포장을 가진 제품 사례가 적지 않다. 이름만 보면 의약품인지, 식품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약사회 역시 최근 이 같은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의약품과 명칭이나 외형이 유사한 일반 식품이 늘어나면서 소비자가 이를 혼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선택의 혼선에 그치지 않는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의약품을 대신할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가 형성될 경우,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약사회는 정부에 ▲의약품과 매우 유사한 명칭 사용에 대한 사전 심사 및 제한 기준 마련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포장·디자인 규제 기준 신설 ▲오인 방지를 위한 구분 표시 및 경고 문구 의무 강화 ▲질병 치료를 연상시키는 광고 및 온라인 홍보 점검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처방의약품과 유사한 명칭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관련 고시 개정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늦었지만 필요한 움직임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제도 마련의 속도보다 실효성이다. 알부민 사례에서 보듯 논란이 커진 뒤 뒤늦게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마케팅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의약품 이미지를 차용한 식품 광고는 단순한 과장 마케팅이 아니다. 소비자의 질병 인식과 치료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강 안전의 문제다. ‘알부민’에서 시작된 논란이 이제는 '위고프로', ‘마운정’과 같은 이름의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유사 광고가 등장하기 전에, 제도와 관리가 먼저 따라가야 할 이유다.2026-03-06 06:00:39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권영희 회장 취임 1년, 공약 이행도는?[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제41대 대한약사회 권영희 호가 출범한 지 오는 11일이면 꼬박 1년이 된다. '대한약사회 최초 여성 리더'라는 데 대한 관심은 물론 '끝장 권영희'를 몸소 실천해 보이고자 한 지난 1년의 활동은 자칭을 넘어 그가 끝장 권영희인 이유를 납득케 한다. 특히 지난달 26일 대한약사회 제72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나온 여당 대표와 국회의원, 정부 측의 발언은 여느 때보다 고무적이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약사는 약국에서, 한약사는 한약국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법을 어기는, 법을 위반한 상태로 운영되는 약국은 근절돼야 함이 마땅하다"며 "약사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에서 올라오는 즉시 법사위에서 신속하게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축사했다. 분회 총회마다, 지부 총회마다 한약사 문제와 창고형 약국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염원에 대한 응답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6월 소비자가 직접 카트를 끌고 다니며 약을 쇼핑하고 쓸어 담는 형태의 창고형 약국이 등장하면서 직전 집행부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창고형 약국'이 새로운 숙제로 떨어졌다. 이전 집행부에서는 한약사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면 됐지만 2025년 새로운 형태의 약국이 샛별처럼 등장하면서 미투 형태의 창고형·마트형 약국들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해묵은 과제에 새로운 과제까지 더해진 셈이다. 문제는 약사회에 주어진 과제가 한약사와 창고형 두 가지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 임기 1년을 맞은 대한약사회장, 지부장 선거 공식홍보물 공약사항을 정리해 대의원들에게 배포, 공약을 책임있게 이행해 줄 것을 집행부에 당부했다. 공약으로 제시된 내용들을 보면 ▲한약사 불법 행위 근절 및 교차고용 금지 ▲면대약국·불법개설 약국 등 편법 차단 ▲의약품 품절 사태 대응 ▲성분명 처방 및 대체조제 활성화 ▲약가인하 및 불용재고약 반품 원활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저지 ▲편의점약·온라인 불법 판매 근절 ▲약국 경영 환경 개선 ▲회원 민원 해결 및 지원 ▲자율 정화, 과도한 감시 완화 ▲병원약사 인력기준 강화 및 수가 인상 ▲전문약사 제도 및 교육 ▲지역사회 연계 ▲사회공헌사업 확대 ▲교육 품질 및 콘텐츠 확대 ▲청년약사·동호회·회원 소통 확대 ▲약사 권익 강화 ▲약사 미래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담겼다. 약국 수가 3.3% 인상,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법안 통과, 공직약사 면허수당 100% 인상, 공적 전자처방전 법제화 등 해낸 일도 많지만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대형 자본이 결탁된 창고형 약국, 창고형 약국+헬스앤뷰티스토어(H&B숍) 같은 부분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현재로서 없고, 약사회무에 대한 개인 약사들의 관심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2년이다. 취임사에서 권 회장은 "약사회는 위기와 시련이 닥쳐올 때마다 집단지성으로 외부 도전에 당당히 맞섰다. 행동하고 실천하고 빠르고 강한 약사회로 회원의 숙원을 풀어내고 약사주권을 되찾기 위해 신명을 다 바치겠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3년을 이어가겠다"면서 "사즉생의 마음으로 강력한 목소리로 약사 전문성을 인식시키고 약사 직역을 확대, 사회적 위상을 확립시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썩어 없어지는 '밀알'이 돼 우리가 죽어야 약사가 산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약속이었다. 1년을 맞아 권영희 호의 버킷 리스트는 얼마나 이뤄졌는지, 또 얼마나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중간 점검과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때다.2026-03-05 06:00:40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9년차 다제약물관리, 시범사업 꼬리표 떼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지난 2018년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사업’으로 시작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다제약물관리사업이 올해로 9년차를 맞이했다. 여전히 시범사업 꼬리표를 달고 있는 다제약물관리사업의 본사업 전환을 위해 정부 결단이 필요한 때다. 올해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라 정부는 거주지 중심의 의료, 돌봄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제도권 밖을 서성이고 있는 다제약물관리사업을 품어야 할 골든타임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돌봄통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고령의 국민들은 입원 또는 잦은 외래로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재가 완결형 통합지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부터 제대로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즉,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고령 환자에게 발생한(또는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해야 재가 서비스의 완성도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제약물관리 병원모형에 대한 우선적인 본사업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2020년부터 참여 기관과 대상 환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며, 의사·약사·간호사 등의 다학제 협업을 안착시켜 왔다. 입퇴원과 외래모형으로 나눠 다제약물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 이용 후 거주지로 돌아가는 환자들의 관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관리가 이뤄진 고령환자들에 대한 돌봄통합 지원이라면 각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병원모형과 지역사회모형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구조를 안착시킬 수도 있다. 다제약물관리사업의 효과는 지난 9년 동안 충분히 증명해왔다. 부작용 발생 위험 감소뿐만 아니라 비용절감에 대한 연구 결과들도 나와있다. 환자의 재입원이나 추가 외래 등의 발생을 줄였을 때의 재정적 이익을 고려하면 본사업화에 들어가는 예산은 크지 않을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다제약물관리 강화는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안전 장치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참여기관을 꾸준히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사업화를 통해 전국 단위 서비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필요한 사업의 효과를 검증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검증 절차를 거쳐왔기 때문에 이제는 병원모형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보험재정을 투입하는 본사업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2026-03-04 06:00:42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창고형 약국 대책 공론화가 필요하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창고형 약국이 전국 각지에서 개설되며 전 사회적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면 관련 규제가 담긴 입법·행정은 수면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창고형 약국이 지금처럼 별다른 규제나 관리·감독 없이 우후죽순 문을 열면 국민의 일반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문제가 증가할 수 있다며 표시·광고·홍보 규제를 약속했지만, 입법예고가 종료된 약사법 시행규칙은 진척없이 머물러 있다. 국회 역시 창고형 약국 규제 법안을 다수 발의했지만, 여야 정쟁으로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가 제대로 된 법안심사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광고·홍보 규제를 비롯해 개설 규모 사전 심의제 도입, 영업시간 제한, 의무(강제) 휴업일 지정, 지역협력 계획서 제출 등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창고형 약국 관련 입법이다. 행정·입법이 동시에 지연되면서 창고형 약국을 놓고 정부 부처와 국회, 약사 등 유관직능, 의약품 소비자들의 규제 방향성, 공존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한 자리에 모여 갑론을박 할 기회도 박탈당하게 됐다. 창고형 약국을 국민 의약품 건강을 위협하는 기형적 약국으로 지명해 비판해야 할지, 약국이 진화하게 될 미래 모습 중 하나로 정립해야 할지 머리를 맞댈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약사법이 규정하는 약사 역할·의무와 환자·소비자의 안전한 의약품 복약 환경 구축, 국민 건강을 보장한 소비자 의약품 편익 보전, 새로운 약국 산업 모델에 대한 미래 청사진 마련이란 의제 논의를 위해 각계 의견이 부딪히며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약국 홍보와 의약품 판매고 향상을 위해 객관적인 근거 없이 절대적인 표현을 쓰게 허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함께 고민하고, 창고형 약국에서 자칫 기계적으로 소비되면서 늘어날 수 있는 약물 부작용·오남용 위험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단순히 표시·광고에 대한 억지력 강화나 평수 등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을 탈피하고 소비자들이 무지성으로 약국·의약품 과장 광고에 휩쓸릴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약사 1인당 복약지도 가능 인원을 산출하는 등 부작용 최소화에 애써야 한다. 필연적으로 이상반응과 부작용이 뒤따르는 의약품이 일반 공산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아무 장벽없이 소비자 노출되는 문제를 어떻게 핸들링할 것인지를 공론화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마련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규제당국이 창고형 약국 운영 가이드라인 제정 등 적극 행정에 나설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약사 직능 역시 창고형 약국 관리 기준, 약사 복약지도 인원 확보 필요성 등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정립해 행정당국에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멈춰 선 정부 행정과 국회 입법에만 책임을 물을 순 없는 일이다.2026-03-03 06:00:40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약가 인하발 일자리 충격, 정부는 계산했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약가인하를 둘러싼 논의가 막바지 조율 국면에 들어섰다. 정은경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제약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개편안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약가 조정 기준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약개발 기업 우대와 필수의약품 생산 역량 유지라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정부가 ‘균형점’을 찾겠다고 한 지금, 정작 그 균형의 한 축인 고용 문제는 충분히 계산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약가 정책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고용 기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연구개발 인력, 임상·허가 인력, 품질관리 인력, 생산 인력, 영업·마케팅 인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하나의 품목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장기간 투자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구조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산업연구원(KIET)의 2025년 상반기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약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4.11명이다. 의약품 10억원을 생산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피고용인 수가 4.11명이라는 의미다. 제조업 평균 3.69명을 상회한다. 고위기술 산업으로 묶여 있는 반도체(1.56명), 디스플레이(3.24명), 컴퓨터(2.35명), 통신기기(2.55명), 전지(2.28명), 항공(2.79명)보다 높고, 가전(4.20명), 정밀기기(4.43명)과 유사한 고용 파급력을 보인다. 제조업 내 고위기술 산업군 가운데서도 의약품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취업유발계수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제약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5.35명으로 제조업 평균 4.85명보다 높다. 마찬가지로 반도체(1.86명), 디스플레이(3.89명), 컴퓨터(2.96명), 통신기기(3.29명), 전지(2.82명), 항공(3.08명)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제약산업의 고용·취업 파급력이 평균 이상이라는 점을 통계가 보여준다. 이런 산업에서 가격은 곧 투자와 고용 여력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반복적·일괄적 약가인하가 이뤄질 경우 매출 단가 하락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악화는 곧 고용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면 신규 채용 축소, 연구개발 인력 확충 지연, 간접고용 조정으로 연결될 여지도 적지 않다. 실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 같은 의약품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를 토대로, 정부가 약가인하를 개편안대로 강행할 경우 최대 1만4143명의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약가 인하가 단순한 수익성 문제를 넘어, 상당한 규모의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약가인하를 강행한다면 단기적인 재정 절감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용유발 효과가 평균 이상인 산업에서 생산과 투자가 위축될 경우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단기 재정 절감 효과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평가한다면, 산업 고용 기반 약화라는 또 다른 부담을 간과할 가능성이 있다. 약가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얼마를 인하할 것인가’라는 단기 계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책은 나무를 보는 데 그칠 수 있다. 고용과 투자, 산업 경쟁력이라는 숲까지 함께 바라보는 균형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절감된 재정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2026-02-27 06:00:36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좀비 바이오 퇴출, 기업·투자자도 변해야 한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상장 후 업종 변경에 대한 심사 강화에 이은 연속 조치다. 당국은 상장 문턱은 낮추되 퇴출은 쉽게 이뤄지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제도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 특히 바이오 섹터는 상장은 많고 퇴출은 드문 기형적 구조를 유지해왔다. 신약개발은 원래 오래 걸린다는 논리, 임상 하나만 성공하면 대박이라는 기대감이 부실 기업의 생명 연장 장치가 됐다. 성과 없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연명하며 주주들에게 희망 고문을 일삼는 이른바 좀비 바이오텍이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갔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낮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장기간 실적 부진과 자금조달 부담, 파이프라인 지연 등이 누적되며 시장의 신뢰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물론 일시적 급락이나 수급 요인도 존재하지만 상당수 종목의 경우 수년간 구조적 하락을 반복해온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당국의 구조전환 의지는 늦었지만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워낙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바이오 종목이 많다 보니 불안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임상 지연이나 기술수출 협상 차질 등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동전주라는 낙인과 함께 구조적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임상 일정이 한 차례만 어긋나도 주가가 급락하고 자금조달 부담이 겹치며 악순환에 빠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상장은 면허가 아니라 자격이다. 한 번 시장에 입성했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머물 권리를 부여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시적 충격과 구조적 부실은 구분돼야 하지만 수년간 실질 성과 없이 자금조달에 의존해온 기업까지 동일선상에서 보호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상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 과정에서도 재무 관리와 공시 투명성, 경영 책임은 기본 요건이다. '유망하지만 잠시 어려운 기업'과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은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에 빠진다. 퇴출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투자자를 위험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핵심은 퇴출 여부 자체가 아니라 어떤 기업이 시장에 남을 자격을 갖췄는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이번 조치는 아프지만 필요한 일이다. 구조 전환에는 통증이 따른다. 일부 종목은 급격한 조정을 겪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손실을 확정해야 하는 투자자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퇴출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 더 큰 왜곡을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수차례 경험해왔다. 성과 없는 기업이 자본을 계속 흡수하면 결국 업종 전체가 저평가되고 그 피해는 결국 성실하게 성과를 내는 기업까지 떠안게 된다. 지금의 조치는 충격을 동반하겠지만 시장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에 가깝다. 물론 퇴출 이후에도 재진입의 통로는 열려 있어야 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며 사업 지속 가능성을 입증한 기업이라면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시장에서 한 차례 탈락했다고 해서 기술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엄격한 퇴출과 동시에 명확한 복귀 기준을 제시한다면 제도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시장 규율을 세우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투자자 역시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이오 투자는 고위험·고변동성 영역이다. 임상 단계, 자금 소진 속도, 전환사채 조건, 최대주주 지분 구조 등을 읽어내지 못한 채 가격 흐름만 보고 접근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상장 유지가 보장되지 않는 구조가 된 만큼 기업의 본질을 따져보는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시장이 성숙하려면 기업의 책임과 함께 투자자의 학습도 병행돼야 한다.2026-02-25 06:00:38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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