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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양제 무한 확장…약국이 팔아야 하는 것은?

  • 강혜경 기자
  • 2026-05-27 06:00:38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국내 제약업계 유통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약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건강기능식품은 이제 헬스앤뷰티숍은 기본, 다이소, 편의점에서도 단 돈 몇 천원이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두뇌기억력, 피로회복, 간 건강, 다이어트 같이 제품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명료하다. 포장 단위 역시 한 번 복용하는 양부터 열흘치까지 콤팩트하다 보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나'라는 자기 만족과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업계 분석에 따르면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는 작년 2월 3곳에서 올해 4월 기준 22곳으로 대폭 늘었다. 상품 역시 30여종에서 160여종으로 5배 이상 증가했으며, 편의점 업계 역시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건기식 특화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건강을 챙기려는 젊은 층과 1인 가구의 호응이 주효하다. 제약사들에게도 건기식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최근에는 상처 치료제와 세포 재생 성분을 앞세워 제약사들이 기능성 화장품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 이상 약국 시장에만 올인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약국 밖 건기식'과 '약국 건기식'의 차이다. 다이소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3000원짜리 건기식과 약국에서 판매되는 3만원, 30만원짜리 건기식 모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얼핏 같은 건기식 문구가 적혀있을 지언정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유통채널로 나간 가성비 제품들이 대중적인 보편성과 접근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약국용 제품들은 고함량·고스펙 성분과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기능성에 무게를 둔다.

똑같은 비타민이나 유산균이라도 원료의 등급, 배합 비율, 생체 이용률에서 오는 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바로 가격의 차이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은 이러한 디테일을 알지 못한다. 제약사들이 유통의 문턱을 낮추며 영토를 확장할수록, 약국이 가격 경쟁력만으로 유통 자본과 싸우는 것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게임이 됐다.

그렇다면 이 무한 확장 시대에 약국이 팔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술적 검증과 맞춤형 상담 서비스다.

특히 다제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나 기저질환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약물과의 상호작용이나 건기식간 상호작용 역시 AI 알고리즘 조차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약사만의 영역이 바로 여기 있다.

이제 약국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고 건네는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주민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단골 약국이자, 복약지도를 포함한 토탈 헬스케어 매니저로서 체질을 전환해야 할 때다.

제품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상담 중심의 가치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 자본을 앞세운 대형 유통망이나 편리함을 무기로 한 대형 판매처들과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제약업계 또한 눈앞의 채널 다변화에만 취해 오랜 파트너인 약사 직능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중이 제약사의 브랜드를 믿고 지갑을 여는 근본적인 신뢰의 바탕에는 오랫동안 약국 현장에서 약사들이 환자들과 마주하며 쌓아 올린 전문성과 학술적 권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더한 제약사의 혁신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촉매제가 되려면, 약국의 상담 직능을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학술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한다. 제약사의 영리한 영토 확장과 약사의 전문적인 진화가 건강한 시너지를 내는 진정한 상생의 생태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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