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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약으로 축적한 신약 경쟁력…에스티팜, 체질전환 속도

  • 차지현 기자
  • 2026-07-16 06:00:48
  • 요약
  • 5년간 매출 2배·영업익 10배↑, 1Q 말 현금성자산 1113억…R&D 실탄 확보
  • HIV 치료제 후보 'STP0404' 임상 2a상서 신규 기전 항바이러스 PoC 확보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동아쏘시오그룹 원료의약품(API)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에스티팜이 자체 개발 중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2a상에서 신규 기전 항바이러스 효과와 양호한 내약성을 확인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 사업을 통해 확보한 실탄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 파이프라인 성과를 내며 혁신 신약 개발사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다.

신규 기전 HIV 치료제 후보, 임상 2a상서 첫 효능 입증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전날 HIV-1 치료제 후보물질 'STP0404'(성분명: 피르미테그라비르) 미국 임상 2a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STP0404를 10일간 하루 한 번 경구 투여한 결과 모든 용량군이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혈장 내 HIV-1 RNA는 200mg군에서 1.50log10, 400mg군에서 1.18log10 감소했고 고용량인 600mg군에서는 바이러스량이 98% 줄었다.

치료 중 발생 이상반응은 전체 대상자의 60%에서 보고됐지만 대부분 경증이었다. 3등급 이상 이상반응과 중대한 이상반응, 투약 중단이나 사망 사례는 없었다. 신규 기전 물질이 실제 HIV 감염 환자에게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면서 임상 개념입증(PoC)을 확보한 셈이다.

에스티팜 HIV-1 치료제 후보물질 'STP0404' 개요 (자료: 에스티팜)

앞서 에스티팜은 2016년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STP0404 권리를 도입한 바 있다. 이후 프랑스에서 임상 1상을 마치고 2022년 8월 최종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를 수령했다. 같은 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2a상을 승인받은 뒤 이듬해 5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HIV는 인체 면역세포를 공격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됐지만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고 약제 내성을 막기 위해 서로 다른 기전의 치료제를 장기간 병용해야 한다. 글로벌 HIV 치료제 시장은 2024년 기준 328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 임상 결과는 새로운 기전의 HIV 치료제 후보물질이 PoC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TP0404는 HIV 증식에 필요한 인테그라제의 비촉매 부위에 결합하는 알로스테릭 인테그라제 저해제(ALLINI)다. 효소의 촉매 부위를 차단하는 기존 인테그라제 억제제와 달리, 바이러스의 재활성을 막아 완치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지닌 차세대 기전이다.

이번 성과는 에스티팜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실제 환자 임상에서 확실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에스티팜은 STP0404 외에 화학합성 기반 항암신약 후보물질 'STP1002',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후보물질 'STP2104' 등을 개발 중이다. 두 물질 모두 임상 1상을 마쳤지만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파이프라인은 STP0404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결과를 계기로 기술수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기대도 나온다. HIV 치료는 장기 병용이 필수적인 데다 기존 약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위한 신규 기전 치료제 수요가 여전히 크다. STP0404가 신규 기전 항바이러스 효과와 단기 내약성을 확인한 만큼 글로벌 제약사와 후속 병용 임상이나 공동개발, 기술이전 논의를 추진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올리고 CDMO 사업이 만든 실탄…신약개발 선순환 구축

에스티팜이 신약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 사업의 성장이다.

에스티팜은 저분자 원료의약품 CDMO 사업에서 축적한 핵산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올리고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8년 반월캠퍼스에 올리고 전용 공장을 준공하며 사업을 본격화했고 이후 두 차례 생산설비 증설과 제2올리고동 건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지난해 완공한 제2올리고동은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올리고 수주와 상업화 물량이 늘면서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에스티팜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49억원으로 전년보다 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317억원으로 21%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656억원에서 2배, 영업이익은 56억원에서 10배로 확대됐다. 외형 성장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올리고 상업화 물량이 늘면서 이익창출력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에스티팜 사업 영역 개요 (자료: 에스티팜)

지난해 올리고 사업 매출은 237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했다. 특히 임상용 원료보다 생산 규모가 크고 공급 기간이 긴 상업화 프로젝트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올리고 매출 가운데 상업화 프로젝트 매출은 1744억원으로 73%에 달했다.

실적 개선과 함께 재무적 여력도 커졌다. 에스티팜의 올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13억원으로 지난해 말 305억원보다 808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유동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840억원을 더하면 현금성·단기금융자산은 1953억원에 달한다.

에스티팜은 넉넉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R&D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37억원으로 전년 221억원보다 7% 증가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8% 늘어난 6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했다. 1분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0%로 집계됐다.

이로써 에스티팜은 올리고 CDMO에서 창출한 이익과 현금을 신약개발에 재투자하고 임상 성과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단순 API 생산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자체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신약 개발사로 체질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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