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6억 오리지널 인수와 제네릭 매각…보령의 항암제 승부수
- 천승현 기자
- 2026-06-05 06: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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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보령에 탁소텔 제네릭 제3자 매각 시정조치 부과
- 사노피 탁소텔 글로벌 판권 인수로 시장 1·2위 제품 보유
- 제네릭 취하시 1위 견제 제품 소멸...소비자 선택권도 피해
- 보령, 탁소텔 인수로 글로벌 항암제 제약사 도약 목표...제네릭 매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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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보령이 항암제 탁소텔의 글로벌 판권 인수 대가로 연간 매출 50억원을 올리는 제네릭을 다른 제약사에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네릭 허가를 반납하고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신 판매하려는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보령은 탁소텔의 안정적인 해외 판매로 얻는 이익이 제네릭 처분 손실을 충분히 상쇄할 것이란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부과에 따라 도세탁셀 성분의 항암제 ‘디텍셀’의 권리를 다른 제약사에 매각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4일 보령에 디탁셀 영업 관련 자산을 6개월 이내에 제3의 제약사에게 매각할 것을 주문했다. 보령은 매각 전까지 디탁셀 생산·공급을 중단하거나 탁소텔로의 거래 전환을 유도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디탁셀을 매각한 후에는 매수인이 요청 시 일정 기간 디탁셀 완제품을 공급하고, 기술지원을 제공해야 하는 조건도 제시됐다.
보령이 오리지널 의약품 탁소텔을 인수하자 공정위가 제네릭 허가 반납에 제동을 걸었다.
보령은 지난해 9월 말 사노피와 탁소텔의 글로벌 판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인수 절차가 종료됐다. 최종 계약 규모는 최대 약 1억7000만 유로(2796억원)이다. 계약 금액 중 2566억원은 거래 종결일에 지급하고 230억원은 계약상 설정된 조건을 달성하면 지급하는 내용이다. 계약 종료로 보령은 사노피로부터 탁소텔의 국내외 판권, 유통권, 허가권, 생산권, 상표권 등을 모두 넘겨받았다.
보령은 한국, 중국, 독일, 스페인을 포함한 19개국과 남미 및 중동 지역에서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대로 탁소텔의 제반 사업을 포괄적으로 인수한다. 향후 인허가 절차를 완료한 뒤 보령 예산 캠퍼스에서 탁소텔을 생산해 직접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보령이 탁소텔의 제네릭 디탁셀을 판매 중이라는 점이 공정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에서 탁소텔이 점유율 64.7%로 압도적인 선두를 기록 중이고 보령의 디탁셀은 13.8%로 2위에 올랐다. 보령이 탁소텔과 디탁셀을 모두 판매하면 단순 계산으로 점유율 78.5% 차지하는 구조다. 디탁셀은 지난해 매출 5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보령은 탁소텔의 인수가 종료되면 디탁셀의 허가를 반납하고 탁소텔 판매에만 집중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 허가 규정상 동일 의약품은 2개 이상 판매할 수 없다.
공정위는 “보령이 최종적으로 탁소텔을 직접 제조·판매하는 단계에 이르면 약사법 하위규정에 따라 자신의 디탁셀 제조품목허가는 반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1위 제품을 그나마 견제하는 역할을 해온 2위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디탁셀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급되는 ‘무알코올’ 도세탁셀 제품이라는 경쟁력도 시장 철수를 저지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령이 1위 제품을 인수한 이후 디탁셀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소비자 선택권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도세탁셀에 에탄올이 함유돼 있어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알코올 중독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고 의료계에서도 보령의 무알코올 제품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탁소텔의 보험상한가가 11만210원으로 디탁셀(9만5489원)보다 15.4% 비싸다는 점도 디탁셀의 허가 취하를 금지하는 요인이다. 오리지널 인수로 저렴한 제네릭을 철수하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보령에 현재 도세탁셀 항암제를 판매하지 않는 제약사에 매각해 시장 내 실질적 경쟁자 수를 유지하도록 했다. 6개월 이내에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로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공정위가 제약사의 제네릭 허가 취하를 저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처분이다. 국내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 오리지널 의약품의 글로벌 판권을 인수하는 사례는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최초다.
보령은 지난 2020년 항암제 젬자의 권리를 인수하면서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가동했다. LBA는 특허 만료 후에도 높은 브랜드 로열티로 일정 수준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유지되는 오리지널 의약품 인수를 의미한다. 보령은 젬자의 권리 인수 이후 수입 제품으로 판매하다 2022년부터 예산캠퍼스에서 직접 생산을 시작했다.
보령은 2021년 10월 일라이릴리로부터 조현병치료제 자이프렉사의 권리를 양수했고 2024년 직접 생산 체제 전환을 완료했다. 보령은 2022년 일라이릴리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알림타의 권리를 인수했고 수입 제품을 판매하다 자체 생산으로 전환했다. 젬자, 자이프렉사, 알림타 등은 국내 권리만 인수했지만 탁소텔은 글로벌 판권을 모두 넘겨받았다는 점이 다르다.
보령은 세포독성항암제 분야의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보령의 탁소텔 인수금액은 작년 영업이익 651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도세탁셀 성분의 탁소텔은 지난 1995년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승인을 시작으로 유방암, 전립선암, 위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널리 사용된 대표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탁소텔은 최근에도 병용 요법을 중심으로 활용도가 확대되며 글로벌 항암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탁소텔의 제네릭이 판매 중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병용 요법 등 활용도가 높아 특허 만료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을 활용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령은 기대하고 있다. 이달부터 탁소텔의 글로벌 판매 매출은 보령의 실적으로 직접 반영된다.
보령은 직접 생산한 탁소텔을 전 세계에 공급하면서 항암제 사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보령은 2020년부터 항암제 사업을 Onco부문으로 항암제 조직을 확대했다. 보령은 2021년 국내에서 유일의 혈액암 전문그룹을 신설했고 지난해 1월부터는 폐암팀을 신설해 암종별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조직을 별도로 구축했다.

보령은 지난 2019년 예산 캠퍼스에 세포독성 항암주사제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GMP 승인을 받은 이후, 같은 해 12월 말부터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인 ‘벨킨주’ 생산을 시작으로 예산공장의 항암주사제 생산이 본격화했다. 보령은 제조경쟁력을 바탕으로 2024년 대만 제약사 로터스와 CDMO 계약을 통해 오리지널 항암제 수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이달부터 공급이 시작됐다.
보령은 디탁셀의 매각으로 연 매출 5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해도 탁소텔의 글로벌 판매로 인한 이점이 더욱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보령이 최근 사채 발행과 자산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을 탁소텔 인수에 투입했다. 보령은 지난해 4월 총 20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보령은 사채로 조달한 자금 중 50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운영자금으로 1500억원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당시 사채 인수인들은 “자산규모 및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회사채 발행 후에도 동사의 유동성, 현금흐름, 부채비율에 큰 이상사항이 없을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자금도 새 먹거리 발굴에 투입됐다. 보령파트너스는 2024년 6월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과 산업은행 PE실 컨소시엄에 보령바이오파마를 3200억원에 매각했다. 보령은 2024년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17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보령파트너스는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매각 자금으로 보령의 신주를 인수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매각 자금이 보령에 투입됐고 공장 증설과 신약 매입 등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됐다.
보령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조치로 디탁셀의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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