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미약품, 집안 싸움보다 진한 '본업 경쟁력'
- 최다은 기자
- 2026-06-05 06: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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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최다은 기자] 2년이 넘게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다. 창업주 가족 간 갈등과 OCI그룹 통합 추진, 주주연합 형성,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간 충돌로 이어진 분쟁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였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신약 연구개발(R&D)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내 의사 결정 지연은 물론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핵심 인력 이탈, 파이프라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미약품이 내놓은 성적표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흘러갔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1억8500만달러(약 1조7800억원) 수준이다. 계약금만 7500만달러(약 1100억원)를 확보한 대형 기술수출이다.
릴리와의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계약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한미약품이 10년 이상 축적해 온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1년 넘게 이어진 집안 싸움 속에서도 신약개발 역량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데 있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시기에 GLP-1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상업화 문턱까지 순항시켰다.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들과 항암과 대사질환, 희귀질환에 걸친 후속 파이프라인들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적 역시 흔들리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95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구개발 투자도 2098억원으로 확대하며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본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경영권 분쟁이 기업에 도움이 될 리는 없다. 실제로 한미약품 역시 지난 1년간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신약 가치보다 지배구조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은 그동안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를 억누르던 대표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릴리와의 기술수출, 각종 비만·희귀질환·항암 분야 파이프라인의 진전, 실적 성장은 한미약품이 갈등 속에서도 본업에 집중해왔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가장 시끄러웠던 시기에 한미약품다운 방식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국내 제약업계에는 크고 작은 리스크가 반복된다. 경영권 분쟁, 소송, 규제 이슈와 오너 리스크에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연구개발 성과와 실적이다.
시장은 앞으로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 성과와 후속 비만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척, 추가 기술수출 여부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지난 2년이 흔들림 속에서도 경쟁력을 지켜낸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한미약품의 본업 성장력을 얼마나 큰 성과로 증명해낼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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