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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5년이나 남았는데…케이캡 '묻지마 제네릭' 개발 과열

  • 이탁순 기자
  • 2026-04-15 12:07:00
  • '황금알' 쫓다 제살깎기…케이캡 제네릭 '묻지마' 허가 전쟁
  • 독점권 없는 우선판매 비판…생동비용 등 자원 낭비 심각
HK이노엔 '케이캡'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물질특허 만료가 5년 넘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발 제약사들의 ‘묻지마 제네릭’ 개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2000억 원대 거대 시장을 노린 한탕주의식 경쟁이 과열되면서, 제약 본연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보다는 '일단 허가부터 받고 보자'는 식의 행태가 국내 제약 산업의 후진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테고프라잔 제네릭으로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한 업체는 총 26개사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오리지널 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며 2031년 8월 26일부터 9개월간 제네릭을 독점 판매할 권리를 얻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작년에만 유비스트 기준 2179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국산 신약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연간 원외처방액 실적 2179억원은 한미약품 로수젯(2279억원)에 이은 전체 의약품 2위의 기록이다. 

문제는 '독점권'의 의미가 무색해졌다는 점이다. 통상 우판권은 소수의 발 빠른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도록 부여하는 혜택이지만, 이번처럼 26개사가 동시에 시장에 진입할 경우 사실상 제네릭 출시 첫날부터 무한 경쟁이 시작된다. 업계 관계자는 "20여 개 업체가 한꺼번에 영업에 뛰어들면 결국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과 리베이트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시점이다. 케이캡의 물질특허는 2031년 8월에 종료된다. 제약사들은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5년 이상 남은 시점에 거액의 생동성 시험 비용과 법무 비용을 쏟아부은 셈이다.

5년 후 시장 상황은 안개 속이다. P-CAB 계열 내 경쟁 약물이 추가로 등장하거나 오리지널 사의 약가 인하 전략, 혹은 후속 복합제 출시 등으로 제네릭의 기대 수익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추격형 개발에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P-CAB 신약이 케이캡 외에도 펙수클루, 자큐보 등 3개나 나온 상황. 여기에 다케다의 '보신티'가 급여 등재를 추진하고 있고, 보신티 제네릭도 속속 나오고 있어 P-CAB 시장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보다는 검증된 시장에서의 제네릭 나눠먹기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 제약사들이 자체 R&D 대신 케이캡 제네릭 같은 대형 품목에만 매달리면서 국내 제약 산업의 체질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제약업계 전문가는 "출시 시점이 5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수십 개 사가 동일 품목에 매달리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자원 낭비"라며 "상업적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우판권 획득 경쟁은 결국 제약사들의 수익성 악화와 R&D 투자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0억원대 시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은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만능주의'가 산업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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