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제네릭 편견에 갇힌 약가제도 개편
- 천승현 기자
- 2026-03-30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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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내리는 방안을 결정했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시한 초안과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건강보험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때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 조정 일정 방안을 제시했는데, 제네릭 약가가 45~50% 수준에서 설정된 제품의 약가를 40%대로 인하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제네릭 약가가 45% 이상인 제품도 약가 조정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제네릭 약가 기준이 4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시사했고, 결론도 원안 범주 내에서 결정됐다.
제약업계는 53.55%에서 10% 인하된 48.20%를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40%대 초중반의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복지부는 5개월 동안 소통했다는 알리바이를 완성했고, 결론은 초안이나 5개월 전의 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는 표면적으로 최고가격이 16.0% 인하된다는 의미지만, 정부의 복잡한 약가 인하 장치를 적용하면 실제 인하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2020년 7월부터 개편 약가 제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 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와 기준 요건 미충족 인하율 20%를 적용하면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6%,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8.8%로 낮아진다. 이때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5.6%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 더욱 강화된 계단형 약가 제도를 적용하면 후발 제네릭은 사실상 진입이 봉쇄되는 장치가 완성된다.
복지부가 2020년 약가 제도 개편 이후 내놓은 기준을 보면 ‘기준 요건 2가지를 모두 충족한 제품이더라도 기등재된 동일 제제 제품이 20개 이상이면 21번째 제품부터는 동일 제제 최저가와 38.69% 중 낮은 가격의 85%로 등재된다’라고 명시됐다. 현재 계단형 약가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21번째 제네릭은 38.69%에서 15% 인하된 32.86%가 적용된다. 최고가 53.33%와 비교하면 첫 계단형 약가 제도 적용 제네릭은 38.6%가 깎인다는 의미다. 22번째, 23번째 제네릭의 약가는 더욱 인하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13번째 제네릭은 최고가 요건 2개 미충족 제네릭 28.8%에서 15% 내려간 24.48%로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동일한 13번째 제네릭을 비교하면 현행 제도에서는 53.55%였던 비율이 개편 제도에서는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구조다. 13번째와 14번째 제네릭은 최저가에서 38.6%씩 내려가면서 각각 14.98원, 9.20원으로 낮아진다.
최고가로 등재됐더라도 약가가 떨어지는 추가 약가 인하 장치도 추가된다. 복지부는 최초 제네릭 진입 시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동일 제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네릭에 대해 계단식 약가 인하에 준하는 산정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 등재 시 12번째 이내에 포함돼 최고가 45%를 받았더라도 다수 제품의 등재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품은 1년 뒤 15% 인하된다. 가장 먼저 등재된 제네릭도 13개 이상 동시에 진입하면 1년 뒤 약가가 15% 인하될 수도 있다. 만약 45%의 최고가 요건을 확보했더라도 1년 뒤에 15% 내려간 38.25%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행 제네릭 최고가보다 28.58%가 인하되는 구조다.
정부가 약가 인하 장치를 동시 가동하면서 사실상 약가를 20% 이상 떨어뜨리고 후발 제네릭의 진입을 억제하는 꼼꼼한 설계를 완성했다는 불만이 제약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약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제네릭에 대한 불편한 편견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네릭 사용 증가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위험한 인식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제네릭 약품비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내놓는다. 지난 2024년 제네릭의 약품비 지출액은 12조 4409억 원으로 2020년 9조 911억 원보다 36.8% 늘었다. 같은 기간 제네릭이 있는 오리지널은 5조 5960억 원에서 7조 468억 원으로 25.9% 증가했다. 제네릭 약품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제네릭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는 반박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아토르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 콜린알포세레이트, 로수바스타틴, 도네페질 등 주요 다빈도 전문의약품 5개 성분 16개 용량 중 14개의 작년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낮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많이 사용할수록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아지는 구조다. 처방 현장에서 저렴한 제네릭 사용이 늘면서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게 형성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단순히 제네릭 약품비가 증가한다는 통계만 부각시켜 약가 인하 명분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작동하고 있는 강력한 허가와 약가 규제를 정부가 외면한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는다.
2020년 7월부터 약가 제도 개편으로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약가가 크게 떨어지는 구조 탓에 위탁 제네릭의 허가가 크게 감소했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에는 특정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거쳐 제네릭을 허가받으면 수십 개 제약사가 동일한 자료로 위탁 제네릭 허가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공동 개발 규제로 '제네릭 무제한 복제'는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진입 시도가 크게 위축됐다. 전문약 허가 건수는 2019년 4,195개에서 2020년 2,616개로 38% 줄어든 이후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전문약 허가 건수는 747건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6년 새 82% 쪼그라들었다.
복지부는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높은 제네릭 약가 중심의 제약산업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근거 중 하나로 제약기업들의 과당경쟁 심화를 지목했다. 영업·생산 위탁 등으로 산업 진입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기업 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54개로 집계됐는데, 2024년에는 121개로 1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생산액 10억 원 미만 업체의 비중은 2012년 18.9%에서 2024년 30.3%로 확대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통계를 보면 최근에는 영세 제약사 수가 감소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2014년 51곳에서 1년 만에 124곳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6년부터 영세 제약사의 증가세가 주춤했고 2020년 137곳으로 다시 한번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133곳으로 전년 대비 4곳 줄었고, 2024년에는 121곳으로 4년 전보다 16곳 감소했다.
정부는 최근 규제 도입으로 인한 영향을 외면한 채 10여 년 전과 비교한 단순 수치만으로 제네릭 난립을 크게 부각시킨 것이다. 제약업계는 작년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침 발표 이후 수익성 하락에 따른 고용 감소, 연구개발 위축 등을 읍소하며 소통을 통한 정책 타협을 외쳤다. 제약업계는 산업이 실제로 입는 손실 데이터를 같이 보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오히려 정부는 정책에 유리한 통계를 기반으로 기존 정책을 고수했다.
정부는 기존 혁신형 제약사에 '준혁신형 제약사'라는 용어도 추가하면서 연구개발 기업의 약가 우대 당근도 제시했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물음표다. 제약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노출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제도가 더욱 복잡해졌을 뿐이다. 정부는 소통도 실패했고 업계를 이해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정부 정책 전문성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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