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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약과 영양제로 튜닝하는 건강구독사회, 진짜 필요한 건?

  • 강혜경 기자
  • 2026-03-21 06:00:42
  • 다섯 번 째 저서 '건강 구독 사회' 출간한 정재훈 약사
  • 살 빠지는 주사, 키 크는 주사…'향상'의 시대에 던지는 일침
  • "영양제는 도구, 더 이상 공포 마케팅에 속지 마라"
  • "현대인에 가장 결핍된 필수 영양소는 비타민S(social)"
정재훈 약사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아침마당, 매불쇼 등을 통해 약사 엔터테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정재훈 약사(52·서울대)가 다섯번째 책 '건강 구독 사회'를 출간했다.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로 모르는 소식의 과학'이 푸드라이터로서 주로 음식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번 책은 약과 영양제에 관한 얘기다.

건강 구독 사회는 약과 영양제로 몸을 튜닝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은 값비싼 영양제나 다이어트 주사제가 아닌 운동, 식사, 수면, 스트레스 관리, 사람들과의 연대와 관계라는 근본을 강조한다.

'약사가 추천하는 단 하나의 영양제' 같은 답은 이 책에는 없다. 오히려 '결핍도 문제지만, 과잉은 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출시 20일 만에 건강 구독 사회는 교보문고 건강·취미 부문 10위에 랭크됐다.

이 책의 출발 역시 건강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 변화에서 시작돼 우리가 약을 대하는 방식, 믿음과 불안, 기대와 과장을 낱낱이 소개한다. 특히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위고비, 마운자로, 성장호르몬 주사 열풍부터 1조원 규모의 비타민 시장까지 믿고 맞는 것들의 정체를 과학과 심리의 언어로 해부해 냈다. 그 중 무릎을 탁 칠만한 내용들을 뽑아봤다.

'부드러운 약', 건강기능식품

약은 이미 아픈 사람을 위한 물질이며 약을 먹는다는 건 내 몸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행위다. 그래서 우리는 약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의사가 그만 먹으라고 할 때를 기다린다.

반면 영양제는 어떤가. 햇살이 비치는 주방, 헬스장 락커룸, 사무실 책상. 등장인물은 환자가 아니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다. 영양제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욕망의 소산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검색해서 사 먹고, 안 먹으면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을 느낀다.

이런 감정의 지도 위에서 건강기능식품은 '부드러운 약'으로 재탄생한다. 약처럼 생겼지만 약처럼 무섭지는 않은 것, 질병과 싸우는 대신, 미리미리 관리하는 나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효과가 불분명하고 의사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우리가 영양제 통을 쉽게 높지 못하는 진짜 이유다.

약은 위험을 끝까지 추적하고 문서화하기 때문에 무섭게 보이고, 건강기능식품은 위험을 충분히 추적하지 않기 때문에 순하게 보인다. 사람들은 이 착시를 진실로 믿으며 약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영양제는 최대한으로 늘리는 역설적인 선택을 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과학적 데이터뿐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 안심과 자기 이미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나는 이 얽힘을 '믿음의 과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과학의 언어 위에 우리의 간절한 믿음이 겹겹이 덧씌워진 상태, 그것이 바로 영양제의 세계다.

약의 반격, 건강의 소비재화

그런데 이번에는 영양제가 약을 넘보는 게 아니라, 약이 우리 삶 속 영양제의 영토로 밀려들고 있다. 반격의 신호탄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쏘아 올려졌다. 이제 이 약을 욕망하는 사람들은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환자들이 아닌, 조금 더 날씬해지고 옷 태를 살리고 싶어하는 직장인,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 이미 날씬하지만 더 완벽한 몸매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환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건강을 사는 이야기, 말하자면 건강의 소비재화다. 원래는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쓰이던 약들이 이제는 정상에서 더 멀리 가기 위해 사용된다. 

바야흐로 약의 반격이 시작됐다. 과거의 약이 결핍을 채우고 고장을 수리하는 치료의 도구였다면 지금의 약은 정상 범주의 몸을 원하는 방향으로 더 끌어올리는 향상의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 역시 그렇다. 논란은 있지만 의학적 근거는 분명히 존재한다. 여러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특발성 저신장 아동이 치료를 받았을 때 성인 최종 키가 평균 4~6cm 증가한다.

의료적 결정은 언제나 이득과 위험의 저울질이다. 당장 죽고 사는 문제라면 부작용 위험이 커도 치료를 감행하지만 최종 키를 불확실하게 4~6cm 늘리는 문제라면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인위적으로 늘린 5cm의 키가 아니라,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부모의 단단한 태도다. 그 단단함 속에서 아이는 비로소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높이까지, 가장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건강은 반짝하고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일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복잡한 현실 대신, 명쾌한 '단 하나의 원인'을 찾아내고 싶어 한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소화, 배변, 활력-는 그 어떤 유전자 검사나 최신 AI 알고리즘보다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데이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체 문해력이다.

정재훈 약사는 '그래서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세 가지 답을 제시한다.

1. 두려움 없이 먹어라. 공포 마케팅에 속지 마라. 적당히 먹는다면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2. 영양제는 구원이 아니라 도구다. 부족함을 채우는 방편일 뿐, 삶을 구원하는 마법이 아니다. 약은 외로워야 하고, 영양제는 최소한이어야 한다.
3. 최고의 식단은 관계다. 함께, 즐겁게 먹어라.

그는 이번 저서에 대해 과도한 서사, 마케팅의 폐해를 짚고자 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TV만 틀면 나오는, SNS 알고리즘을 점령한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에 나도 모르게 혹하게 되는 마음을 들여다 보고자 책을 쓰게 됐다는 것.

"키성장 건기식 같은 제품들이 어떤 식으로 팔리는지 검색해 보기도 했는데, 그 때문인지 제 SNS 타임라인이 키성장 영양제로 도배돼 버렸어요. 성인 키도 크게 해준다는 허무맹랑한 광고까지 뜨는 과장광고를 기술적으로 걸러내는 게 어렵지 않을 텐데, 오히려 계속 알고리즘에 띄우는 거대 IT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독자들과 얘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책을 쓰면서 그 역시 젊음, 날씬함, 오래 살고 싶은 마음 같은 감정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젊게, 날씬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건강이 삶의 지상 목표가 되는 데 대해서는 약사지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Healthism(건강지상주의)이라고 부르는 건강 집착은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하는 삶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죠. 오히려 이런 과도한 불안은 건강을 소비재로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그가 바라는 방송활동과 저자활동의 목표는 불안을 자극하는 잘못된 건강 정보를 가려내고 삶의 소소한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다.

"타깃으로 했던 3040 독자는 물론 20대와 장년층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었다는 피드백을 주실 때 뿌듯하죠. 진짜 건강에 대한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하고 싶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건강은 삶을 지탱하는 베이스캠프이지, 정복해야 할 산의 정상이 아니라는 말도 꼭 덧붙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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