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료법 개정안과 닥터나우 등 중개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설립·운영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오늘(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 의결된 비대면진료 법안과 플랫폼 도매상 금지 법안은 내일(27) 본회의 상정돼 처리되는 수순이다.

계획대로 내일 본회의 통과 시 정부 이송·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공포된다. 올해 12월 중 공포를 가정하면, 부칙 시행일 조항에 따라 내년 12월 비대면진료가 정식 제도화하는 동시에 플랫폼의 도매상 설립 등 의약품 직·간접 유통·판매가 금지된다.

법제사법위 통과 의료법 개정안에는 비대면진료 때 공적 전자처방전 사용을 의무화하고, 예외적인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비대면진료 처방의약품을 약국 외 인도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이하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설립·운영을 금지 법안에는 플랫폼이의약품 도매업에 개입해 편법 리베이트 가능성을 삭제하는 조항이 담겼다.

일명 '닥터나우 비진약품 설립·운영 금지법'으로 불리는 해당 약사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로 대안으로 함께 묶인 의사·약사에 대한 마약·향정신성의약품 DUR(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 사용 의무화법 역시 법사위 의결됐다.

닥터나우 비진약품 금지법 통과…비대면진료 악용 규제 확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닥터나우 비진약품 설립·운영 금지법'이 법사위 통과로 본회의 처리 절차를 앞두면서 비대면진료 업계와 약사회에서는 비대면진료를 악용한 불법 리베이트를 규제하는 두터운 안전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법사위를 통과한 닥터나우 비진약품 금지법은 의약품의 공정한 판매질서 확립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한약업사 또는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사유에 비대면진료 중개업자, 즉 닥터나우를 비롯한 플랫폼을 추가하고, 의약품 도매상이 특수 관계에 있는 플랫폼과 이용계약을 체결한 약국에 직·간접적으로 의약품을 판매·유통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조항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제2의 타다법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입법 찬성으로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특히 서영교 의원은 법사위 현장에서 닥터나우가 일선 약국에 보낸 문자를 직접 제시하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영교 의원이 제시한 문자는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몰을 오픈했다는 내용으로, "전문약 구매 내역에 따라 재고가 연동되며, 연동 시 유저앱에 조제 확실 뱃지가 노출된다"는 닥터나우 측 홍보문구가 표기됐다.

서 의원은 이는 곧 닥터나우 관련 전문약 구매 내역과 제휴 약국에 대한 홍보 문구가 연동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원안대로 통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 의원은 "지금도 문자 하나를 받았는데 닥터나우 의약품 도매몰 오픈 안내 문자"라며 "스타트업도 의미가 있지만 지금은 또 동네 곳곳에 약국이 있어서 필요한 약을 살 수 있다. 소상공인 관련 법이 있듯 이 법(약사법)은 이 법대로 통과시켜야 한다. 선한상생"이라고 강조했다.

정은경 장관도 입법에 강하게 찬성했다. 정 장관은 "이 법은 제2의 타다 금지법은 아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약품 도매상을 겸업 금지하는 법안"이라며 "의료기관 개설자, 약국 개설자도 도매상을 금지하고 있다. 본인이 처방하거나 조제하는 약, 특정 의약품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정 장관은 "플랫폼 사업자는 의사나 약국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 본인이 도매업을 겸업하고 도매업을 통해서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약품 도매업을 겸업하면서 제휴약국에 특정 약을 강제하면 일종의 불공정 거래가 될 수 있다. 특정 의약품을 쓰게 만드는 유인효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력과 파급력이 큰 점을 이용해 의사 처방과 약국 조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한다"며 "향후 투자를 받거나 할 경우도 문제"라고 했다.

이어 "복지부는 플랫폼이란 독점 영향력을 행사해서 의약품의 유통이나 공공재 관리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필요한 규제"라며 "원안대로 통과시켜달라"고 했다.

비대면진료법 통과…공적 처방전·약국 외 인도 법제화

법사위 의결된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은 의사의 환자 대면진료 원칙을 명문화하되, 초진의 경우 다양한 규제를 적용해 재진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가 이뤄지도록 규정했다.

초진 비대면진료는 환자 거주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동일해야 신청할 수 있다. 환자 집 근처에서만 초진 비대면진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초진 비대면진료 때 의사는 의약품 종류, 처방일 수가 제한된 범위에서만 약츨 처방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허용된다. 단, 희귀질환자, 1형 당뇨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의 경우엔 병원급에서도 허용된다.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등 환자 집 근처가 아닌 전국 단위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을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엔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했다.

약사(약국개설자)는 의사가 발급한 비대면진료 환자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할 때 '복지부가 정한 지역 안'에서 약국 외 장소로 처방약을 인도할 수 있다.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장애인, 1급·2급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가 비대면진료 처방약 약국 외 장소 인도 가능 대상이다.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과 전자처방전전달시스템도 법제화됐다. 복지부 장관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비대면진료를 위해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규제 법제화

비대면진료 중개매체(이하 플랫폼)를 제공·운영하려는 자는 복지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플랫폼 의무 신고제다.

플랫폼은 의사의 비대면진료와 의료적 판단에 개입해선 안 된다. 의료서비스·의약품 오·남용 조장 행위도 금지된다.

플랫폼이 약사법 상 담합 행위를 알선·유인·사주해서도 안 된다.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약국, 약국 개설자·종사자에게 환자 또는 처방전을 가진 사람을 소개·알선·유인하는 대가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거나 의료기관으로부터 이를 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환자·보호자·처방전 보유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 의약품·의료기기 등을 추천하거나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역시 플랫폼 금지 행위다. 플랫폼은 복지부가 정해 고시한 통계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