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묶음번호' '묶음 포장' '혼합 묶음'으로 일컬어지는 어그리제이션(Aggregation)은 지정·전문의약품 일련번호 의무화제도 시행이 구체화 될 시점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는 제약업계 출혈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어그리제이션 설비 추가를 선택사항으로 뒀고, 시중에 유통되는 여러 약제를 수용해야 하는 도매업계 입장에서는 의무화가 아니면 업무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발이 심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어그리제이션은 제약사가 도도매 또는 도매, 요양기관으로부터 주문받은 약제를 한 공간에 혼합해 넣은 뒤 박스 겉면에 내용물을 한번에 읽어내릴 수 있도록 표기하는 시스템이다.

정보를 무선으로 내용물까지 조사(照射)하는 방식으로 읽어내리는 RFID는 어그리제이션 설비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제약·수입사들이 2D 바코드를 일련번호 정보표기 방식으로 채택한 이상, 어그리제이션은 일련번호제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설비가 됐다.

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는 어그리제이션 정보의 경우 API를 추가 제공해 정보를 찾도록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채택하거나 읽어내려야 하는 업체는 정보센터 일련번호 사이트로 접속한 뒤 'Open API' 서비스를 신청해 사용하면 된다.

어그리제이션은 포장을 뜯지 않고도 묶음정보를 찾을 수 있는 일종의 '키(Key)'다. 입출고 업체들은 정보센터 'Open API'에 접속해 해당 보고 정보 내역을 조회, 비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별적으로 각 업체로부터 정보를 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

어그리제이션은 RFID 태그에 따른 '물류식별코드(GTIN-14)와 시리얼 번호' 또는 SSCC(Serial Shipping Container Code)로 표시된다.

여기서 위탁제조 의약품의 경우 어그리제이션 중 SSCC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위수탁자의 국가 코드와 업체 코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묶음번호를 부여한 자는 번호가 중복되지 않았음을 보장해야 한다.

어그리제이션을 포장에 부착할 때에는 한 면에만 부착해도 무방하다. 단 정보센터는 물류바코드(ITF-14 등)는 박스의 최소 2면(인접면) 이상에 부착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도매업계가 크게 우려하는 어그리제이션 부문은 코드 부여-미부여(일반약 포함) 혼합 묶음이다. 출고 업체가 어그리제이션을 표기해 출고했더라도, 코드 표기 방식이 혼합돼있거나 2015년 이전 바코드 미부착 재고품목 등을 한 데 섞여 내보냈다고 가정하자.

이 때에는 출하시보고는 SSCC 방식으로 해야 한다. 정보센터는 제약·수입사들은 공급내역보고 편의를 위해 대부분 혼합포장보다는 분리포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매의 경우 아직 유예기간이 1년 남았고 규모가 천차만별이지만, 일단 도도매에서 도매로 제품이 순환 유통할 때 제약사들의 출고 경향이 일정부분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센터는 추후 요양기관 등 주문자 측에서 혼합 주문을 할 때 다빈도 경향에 따라 어그리제이션의 단위가 현장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를 들어 다빈도 약국 사용 약제인 A제품의 10개 단위 번들로 구성돼 있는데, 약국가의 주문경향이 3개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어그리제이션의 단위가 변화하고, 이것이 포장 단위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