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전재희 복지부장관 취임 1년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이 지난 6일자로 취임 1년을 맞게 됐다.

1년이 지난 지금 내각 개편을 앞두고 전 장관의 거취를 놓고 유임할 가능성과 국회 복귀, 국무총리설까지 무성한 예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노동부 국장과 광명시장 등 풍부한 행정 경험과 3선 의원이라는 정치적 입지, 청와대로부터 높은 신뢰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일리팜은 전재희 장관 취임 1주년을 맞아 전 장관의 지난 1년에 대한 각계의 평가를 들어봤다.

학계 "전재희, 현 정부에서 가장 적임자"…"인수위 보고서 바로잡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진현 교수는 현 정부의 민간보험 활성화, 당연지정제 폐지 등의 정책방향이 전재희 장관에 의해 바로잡혔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인수위 보고서 등이 제안했던 여러 정책들은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민간보험사나 병원협회 및 의사협회 등의 이익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국민을 위한 것은 거의 없었는데 전 장관이 복지부 존재 이유에 맞는 정책방향을 잡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4대 보험 징수통합에 대한 평가도 높았다. 그는 "과거 장관들에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인데, 당시 국회를 뛰어다니며 국회의원들에게 건보공단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설득한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국민에 대해 사회보장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차상위계층은 오히려 늘어났는데 변변한 대책이 없다"고 했다.

제주의대 박형근 교수도 우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박 교수는 "현 정부 내에서 그나마 가장 복지부 장관에 적임자가 아닌가 한다"며 "좀 더 오래 있어줬으면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획재정부의 영리병원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이다. 박 교수는 "어떤 결론이 날 지 모르지만 영리병원 건과 관련해 복지부 장관이 자기 자리를 확실히 잡아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미흡한 점이라면 의료민영화 중 MSO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라며 "MSO가 주식회사 형태로 되면 비영리병원 전체를 영리병원으로 허용해주는 것이 돼 몇 배나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인제대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는 영리병원 도입이 늦춰진 것은 불만이지만 전 장관의 책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서 특별히 하는 것이 없어서 실망스럽다. 영리병원도 실컷 얘기만 해놓고 진척되는 것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복지부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체 국정 기조와 같이 가는 r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누가 장관이 되더라도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장관이 바뀐다 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약업계 "리베이트 근절 필요하지만 속도조절 병행해야"

국내제약사 한 임원은 전 장관의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높이 샀다. 그는 "리베이트는 어차피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였다. 단순히 한번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른 국내사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속도가 너무 급하다"며 "8월부터 시행된 약가인하 고시는 너무 시급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약산업 육성과 규제가 함께 가야 하지만 육성은 없고 규제만 강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는 국내사에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제약사의 경우 이러한 목소리가 높았다. 한 중소제약 임원은 "경쟁력을 갖춘 제약사만을 남기겠다는 정부의 방향이 오히려 내실 있는 회사들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을 집행할 때 제반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방향과 달리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국적제약사 한 임원은 "정책적인 면에서 지난 정권과 변화된 것은 없다"며 "이번 정권은 친산업적이라는데 복지부는 반기업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복지부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고시로 모든 행정을 펼치는 것도 문제"라며 "기업의 이윤 추구를 침해하는 것을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닌 고시로 쉽게 처리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유임 바라지만 의료민영화 밀리면 반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신형근 정책국장은 의료민영화 도입과 관련해 조건부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신 국장은 "현재로는 더 나은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전 장관이 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임기 내에는 의료민영화 도입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앞선 약속이 무의미해지는 것"으로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흐지부지되고 기등재약 목록정비 등에서 일정이 차질이 많이 생겼다"면서 "유임된다면 푸제온이나 노보세븐 등의 공급문제 등 해결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사무국장 또한 기본적으로 전 장관의 유임을 바란다는 측면에서 건약과 입장을 같이 한다.

안 국장은 "전재희 장관이 있었기 때문에 의료민영화 등을 선방한 느낌은 있다"며 "장관이 바뀐다 하더라도 국민이나 환자에게 유리한 장관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민영화 속도를 늦춘 것은 맞지만 이명방 정부에 대해 거스르지 못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며 "보건의료정책에서 환자단체를 제외하고, 면담요청 등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복지부 공무원들 이구동성 "1년 더 해달라"

밑으로는 주무관부터 위로는 고위공무원까지 복지부 공무원들은 전 장관의 지난 1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복지부 한 직원은 "(실세 장관이어서) 복지부 직원으로서는 든든하다. 청와대의 신임이나 3선 의원 등에 대해 우리의 생각 보다 타 부처에서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위세에 눌리지 않고 의료민영화를 현실적으로 막아냈다는 점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한 과장은 "민영의료보험이나 영리병원,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등 기재부에서 밀어붙인 것들에 대해 여태까지 꿋꿋하게 지킨 것만 봐도 그만큼 소신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1년간의 업무에 대해 큰 아쉬움은 없다는 평이 높았다. 복지부 장관직을 계속 맡는다면 사회복지 예산 확충, 보장성 강화 등 복지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신종 플루 등 국가위기 질병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을 위한 국가 통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한 고위공무원은 "국가위기 질병 등의 대응을 위해 정부 부처 통합체계가 상시적으로 가동될 필요가 있다"며 "재난관리청과 같은 기구를 만드는 것도 한 방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