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복지부, 흉부외과 살리기 해법

전공의 기피를 겪고 있는 흉부외과·외과 등에 대한 수가 인상안이 의료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한차례 결정이 유보되는 등 진통을 겪은 끝에 지난 27일 건정심을 통과했다.

건정심에서는 부대 의견을 통해 수가인상을 통한 기피과목 해결을 지양하자는 단서 조항이 달려 이번 수가인상 조치가 다른 선택을 할 만한 여지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줬다.

◆가입자-의료계 동의, '불가피한 선택'

1일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전공의가 100% 확보되는 진료과와 달리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은 전공의 확보율이 현격하게 떨어져 왔다.

특히 흉부외과의 경우 2006년도부터 50% 이하로 전공의 확보율이 떨어져 올해에는 27.6%만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6년 뒤인 2015년부터는 전문의 공급 대란이 시작된다는 예상이다.

2007년 의료이용량을 기준으로 2015년 필요한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최소 1175명. 진료에 임하는 전문의와 비임상진료 전문의가 모두 100% 일한다는 가정에서다.

반면 이때 활동하는 전문의 수는 1044명뿐으로 131명이 부족하다. 이들이 진료시간의 80%만 일한다고 가정한 경우에는 부족분이 374명으로 더욱 커진다.

2025년에는 1000명도 넘게 부족한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보고 있다. 의료계와 가입자 및 시민단체도 상황 인식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아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건정심에서 수가인상이라는 우선적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가인상, 영상·마취과 전공의 공급 '정상화'

수가인상으로 전공의 확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는 영상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의 성공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

2002년 37.7%로 최악의 전공의 확보율을 보였던 영상과는 집중적인 수가정책으로 2007년 99.3%로 정상화됐고, 마취통증과의 경우에도 1999년 37.8%에 머물렀던 것에서 2007년 92.9%까지 올라왔다.

때문에 복지부는 이번 100% 수가인상으로 흉부외과 평균 전공의 확보율을 75%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복지부는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외과계열 전문의를 2인 이상 배치하는 개정안을 오는 5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문과목을 한정하지 않고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배치되는 전문의 2인 이상을, 흉부외과와 외과 및 응급의학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종합전문병원 인정평가시 현재 전공의 확보율을 평가하던 것에서 전문의 확보율까지 고려해 10%의 가중치를 적용할 계획도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의료계 환영…필수전문과목 지원 법안 추진

의료계는 이러한 결정에 환영했다. 건정심 결과가 보도된 이후 의협은 "건정심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수가 외에도 기피과목이 발생하는 이유는 더 있다는 지적이다.

세브란스 장병철 심장혈관병원장은 "흉부외과의사 입장에서는 힘든 업무에 비해 보상이 적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며 "당직이나 응급업무도 지속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최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설명했다.

또한 수술을 위해서는 마취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해 단독 개원이 어렵고, 비급여가 많은 성형외과 등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점도 수가인상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기피과목의 난제로 지적된다.

현재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전문의 균형양성 및 필수전문과목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수련기관 및 수련제도의 개선과 필수진료과목 지원을 위한 기금 또는 국가예산 지원 등이 포함된다.

의원실 관계자는 "오는 4월에 법안에 따른 공청회를 할 계획이다"며 "현재 병협과 의학회 및 각 학회별로 의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