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민족의 유산-민화

꾸밈없이 살아온 서민들의 삶 속에서 태어난 민화(民畵)는 우리 민족의 신화와 종교, 우리의 고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중요한 유산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주거 공간을 꾸미고 회갑이나 혼례 등의 행사와 일년중 중요한 절기 때마다 사용하던 그림이기에 우리가 살아온 삶의 또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화는 우리 민중이 그린 가장 한국적인 그림임과 동시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수 있는 그림입니다.

민화에 표현된 작가의 마음을 읽다보면 넘치는 해학과 풍자가 한 시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특히 파격적이며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서민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가장 한국적인 그림'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화는 정통 회화의 범주에서 벗어 났다는 이유로 잡화, 속화, 별화로 천시받아 왔습니다.

그렇게 천시받던 민화에 정식으로 이름을 부여한 사람은 일본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입니다.

야나기는 민화를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유통되는 그림' 이란 의미에서 민화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말한 민화는 일본에서 여행자들에게 길거리에서 팔던 싸구려 기념품인 오오쓰에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일본인 야나기에 의해 우리의 민화가 인정받게 된점은 참으로 다행이나 우리나라의 미술학계가 일본의 오오쓰에를 뜻하는 민화란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민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 인지는 많은 민화 애호가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아직까지 민화를 포괄적으로 정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민화를 이해하기에 앞서 민화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민화는 우리 민족의 가장 본질적인 의식과 정신문화가 깃들여져 있는 그림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미술계에서는 적극적으로 연구되지 않는 분야입니다.

그 이유로는 작가나 제작연대가 분명치 않고 사료 로서의 한계성이 있으며, 미술사에서 전통 회화 이상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선후기의 시대적 특수성 속에서 민화를 새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그 시대의 미적감각이 충실하게 녹아 있는 민화의 독특한 시각과 채색 기법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한한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 민화가 가진 가치는 민화가 과거에 담당하던 사회적 역할을 고찰해 보는것에서 출발해 보면 좋을듯 합니다.

민화는 주로 병풍으로 그려져 한옥의 가옥구조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방안을 장식하는 도구로 집안 대소사에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었습니다.

문배 그림이나 벽장식 그림에도 민화가 필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종이에만 그린것이 아니라 신부가 타고가는 꽃가마, 도자기, 가구, 문방구, 돗자리에 이르기까지 민화는 우리 일상속에 놓여 한국인이 살아가는 곳에는 민화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민화가 바로 한국인의 마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