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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약국개설 허가권자'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속담이 비난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생선을 탐하는 고양이일까, 고양이를 의심하지 않은 순진무구한 생선가게 주인일까.이러한 구도에서 우리는 생선가게 주인을 주인공으로 놓고 고양이를 쉽게 악역에 놓는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악의 무리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고 그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정의롭다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니 말이다.지금 약국 개업 시장을 놓고 보면 이 혼란해진 세상에 빗댈 만 하다. 약사에게만 주어진 약국 개설권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알게 모르게 도매가, 일반인이, 병원이 가세했다.창원경상대병원은 그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전례가 된 지 오래다. 창원 약사들은 병원 부지 건물 1층에 약국을 막고자 창원시와 지자체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 싸움을 하고 있으나, 아직 싸울 자격이 있는 지 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오는 16일 1차 변론을 기다리고 있다.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인지 몰라도, 창원 사태가 시작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병원 부지 약국 개설 사례가 봇물 터지듯 불거졌다. 서울에서만 H병원에 이어 S병원까지 부지 내 건물에 약국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지역 약사회 눈치를 보고 있다. 여론만 잠잠해지면 바로 내일이라도 약국이 문을 열 태세다.'약국을 하면 큰 돈을 번다'는 속설은 약사들이 직업을 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도매와 병원이 편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약국 자리에 매달리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돈만 있으면 다 하지. 그걸 누가 마다해'라는 어느 유통업계 관계자의 푸념처럼, 약사 아닌 자의 약국 개설은 이제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아닌, 기회만 되면 누구나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생선이 약국 자리라면, 고양이는 자본가이자 병원이다. 그럼 생선가게 주인은 누구일까. 100% 적확하다 할 순 없으나 약국 개설 허가를 내주는 정부, 지자체가 될 수 있겠다.고양이가 생선을 먹는 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데, 그 걸 알면서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주인이 순진한 걸까. 단지 '순진해서 당했다'며 고양이를 탓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나쁜 짓 할 여건을 허용하면서 나쁜 짓 한 고양이만 장대에 매다는 건 생선가게 주인의 순진함과 어리석음에 면죄부를 주는 짓이다.'눈 가리고 아웅'하는 보건소와 지자체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약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사와 약사와 국민을 위해서다. 병원에 귀속된 약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2018-05-17 06:27:19정혜진 -
[사설] 복지부의 제약산업 규제개혁 의지 환영한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제약 바이오산업 규제를 개혁하기 위한 공동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은 규제부처라는 인식이 강했던 보건복지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의 유기적 협의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패러다임 변화로 읽혀진다.결론부터 말해, 보건복지부의 정책 수립에 있어 과학기술부 등 타 부처가 요구하는 규제 개혁에 대한 접점을 찾아보겠다는 복지부 수장의 지속적인 의지를 환영한다.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들의 제품개발력과 끊임없이 환골탈태를 해야하는 투명경영 노력이 있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제약바이오산업을 규제산업으로 바라보지 않는 정부의 시각과 지원정책이다.아쉽게도 그동안 제약 바이오 업계는 보건복지부를 산업 육성을 위한 부처로 인식하지 않았다. 제약산업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고정관념은 정부와 산업계의 오랜 수평선이었다. 복지부의 규제정책은 최고 수준이라는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약산업 자체가 공공성이 연관돼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지나칠 정도라는 것이 제약 바이오 산업계의 주장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복지부 장관의 규제개혁 의지는 마른땅에 단비와도 같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간 범부처 신약개발지원과 육성정책이 잇따라 마련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해서 이번기회에 제약산업이 국가경제를 주도하고 바이오 분야 핵심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범 정부 차원의 소통 확대는 필연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약 바이오 산업 육성추진 계획과 의지를 밝혔고, 지난해 12월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 특별위원회를 가동한 것은 부처간 협력을 위한 첫 단추로 인식된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중심이 된 '제약산업육성협의체' 구성과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산업 특별위원회 가동 등을 통해 산업 육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마련과 대화창구를 지속 확대해야 한다. 글로절 신약 개발의 무한한 시장성과 성공 가능성을 감안할 때 이미 도출돼 있는 후보물질들의 임상시험을 위한 연구개발 자금을 범 정부 차원에서 과감히 지원해 준다면 신약 개발 선진국에 진입하기는 더욱 수월해진다.'보건부' 부활도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보건부와 사회복지부로 정부 조직을 분리할수 없다면 복수차관제 도입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업무 영역이 보건의료분야와 사회복지분야로 분리됨에도 불구하고 1명의 차관만 두고 있는 것은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산업육성을 담당할 전담 차관을 두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정부 정책의 근간이 규제보다 '진흥'이고 '지원'이 될 수 있다면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정부 전략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성과 함께 경쟁력에 근간을 둘 수 있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정책과 인식 변화는 '글로벌 기업‘ 탄생의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2018-05-14 06:30:2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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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치매국가책임제 성공적인 완성 위한 해법오는 7월 1일이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을 맞이하게 된다.당시에는 치매를 앓던 노부부의 자살, 치매로 인한 가정파탄기사가 언론의 화두가 되던 시절이었다.고령사회를 맞아 우리나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새로운 사회보장제도가 출범했다. 이제는 국민의 큰 관심과 이용자 가족들의 사랑 속에 적은 비용으로 치매어르신에 대한 돌봄 서비스로 발전했다.제도 시행 초기에는 시설부족과 수발인력의 부족을 우려했다. 다행히 시설 확충이 원활하게 이뤄진 현재는 경증치매까지 대상자를 확대하고 장기요양기관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포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서비스 질을 제고하기에 이르렀다.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얘기한다. 즉, 나이가 들면서 치매에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 내가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는 사람, 치매진단을 받아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돌봐줄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 치매에 걸린 가족이 있어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빈곤층 등 다양한 환경과 생활여건에 따라 어르신들의 욕구는 제 각각 다를 수 있다.최근 정부는 치매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했다.이제는 치매어르신에 대해 수발도움을 주는 장기요양서비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경도인지장애 등 고위험 군을 대상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외국의 경우에는 치매노인 정책으로 국가의 직영시설을 통해서 서비스제공의 매뉴얼을 만들고 작성된 매뉴얼을 민간의 우수기관에서 실행한 후에 보완을 통해서 이를 확산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장기요양 서비스 제공방법의 질적 향상과 질 관리 향상을 위해 수급자와 그 가족에게 제공하는 이용지원사업을 강화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복지의료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정책 방향성에 대해 포괄적인 서비스 제공방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치매노인이 지역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역문화를 매개하는 서비스의 제공 방안도 함께 시범사업에 포함되기를 바란다.시범사업을 통해 치매의 사전예방과 사후에 제공되는 서비스 내용을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거나 수행할 수 있는 공동체의 역할과 기능이 새롭게 구상돼야 한다.아직까지 세부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조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한 노인질환예방사업 실시와 이를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지원' 관련 시행령과 규칙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이를 위해서는 정책을 추진하는 보건복지부와 지역사회의 여러 협력기관간에 유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협동기구의 설치가 중요하다.예방사업의 협동적인 실행방안에는 유기적인 현장운영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 단체,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여러 협력 기관 간에 연계가 필요한 자원과 프로그램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길 바란다.노인성질환예방사업의 역할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결국 치매환자의 인지능력과 활동능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치매환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치매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콘텐츠가 모색돼 추진되기를 희망한다.이를 통해서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국민 모두가 치매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국가치매책임제가 다가오는 2026년 초고령사회가 도래하기 전에 하루 빨리 굳건하게 뿌리내리기를 기대해본다.2018-05-14 06:29:40데일리팜 -
[칼럼]제약 '홀로서기'...책임·전문경영 패러다임 정착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독립경영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확산되고 있는 '홀로서기'가 국내 제약산업의 또 다른 패러다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부 분사와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경영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다. 독립경영은 향후 국내 제약산업계에 발빠르게 정착할 것이 확실하다.SK케미칼이 혈액제제와 백신 전문법인을 출범한 사례는 최근 산업계 흐름을 잘 대변한다. 이 회사는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백신 전문회사를 설립하는 안을 의결했다. 회사명은 'SK바이오사이언스(SK bioscience Co.,Ltd.)'다. 이사회 결의에 따라 신설법인은 6월 15일 주주총회를 거쳐 7월 1일 정식 분할하게 된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2015년 전문법인 SK플라즈마를 출범시킨 SK그룹이 올해 백신사업부를 독립시킨 별도법인을 설립하면서 백신과 혈액제제 부문에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SK케미칼은 2021년 백신법인에 대한 IPO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공개와 맞물려 투자유치에 나서고 글로벌 백신 생산 설비 투자와 M&A,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글로벌 백신 및 혈액제제 전문 회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이다.휴온스글로벌의 바이오부문 전문법인 설립도 눈에띈다.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선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개발(R&D) 전문 법인 '휴온스랩(Huons Lab)'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다. 지주회사 휴온스글로벌이 향후 바이오 분야를 리딩하겠다는 장기 전략에 따라 바이오 R&D전문 법인을 신설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바이오 R&D 역량 집중 및 효율성 및 생산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처방약중심 기업의 사업영역 확대도 관심이다. 제일약품은 제일헬스사이언스라는 OTC 전문법인을 설립했고, 화장품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면서 사업다각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기기사업부를 본격 출범 시킨 이후 필러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회사는 OTC 전문법인과 함께 유통판매전문 법인 '제일&파트너스'를 가동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ETC와 OTC 부문 분할과 유통판매 부문에 대한 법인 분리를 통해 책임경영을 가속화하고, 기존 전문의약품 마케팅 부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리딩기업 유한양행의 신사업 의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대형 도입품목을 통해 외형확대에 나섰던 이 회사는 오래전부터 미래전략실을 가동하며 신사업 진출을 고민해왔다. 이후 ‘유한필리아’라는 뷰티 전문 법인을 출범시켰고 화장품을 타깃으로 한 신규사업 영역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1월에는 건강기능식품과 건강관련식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헬스앤푸드 사업부를 발족하면서 다각경영에 나서고 있다.전통의 OTC 강자였던 동국제약은 조영제와 진단사업을 별도 분리한 동국생명과학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2012년 헬스케어 사업부를 독립시키며 센텔리아 등 화장품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던 동국제약이 조영제, 의료기기, 진단장비 사업부문을 아우르는 전문 법인을 가동시키며 ‘파미레이’로 대변되는 주력 사업부문인 조영제를 포함해 타 사업군도 키워나가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신규 사업군 확대를 통해 매출 1000억원대 진입과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OTC 전문법인 설립은 산업계 트렌드다. 1세대였던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을 필두로 국내제약사들의 잇단 전문법인 설립은 이어지고 있다. 보령제약은 보령수앤수와 보령제약 OTC 부문을 통합한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가동시키며 일반의약품 판매와 온라인몰 사업 역량강화에 나서고 있다. 부광약품은 OTC 생산, 판매 전문 자회사인 부광메디카를 설립한 이후 간 약 30여종의 OTC, 컨슈머헬스케어 신제품을 발매하는 등 제품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전문법인을 설립하지 않았지만 헬스케어사업부를 신설하거나 조직을 통합하는 등 비급여 시장 확대를 위한 국내 기업들의 다양한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일반의약품과 헬스케어 사업부문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제약사들의 의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뷰티, 의료기기 등 국내사들이 사업다각화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투자대비 빠른 수익환원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독립경영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역량강화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다.처방약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약가 등 처방약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신규사업 진출은 필연적이다. 기존 처방의약품으로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국내 제약사들의 인식은 향후 전문법인 설립, 신규 사업부 가동, 신시장 진출이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절대적인 이유다.2018-05-08 06:30:30가인호 -
[데스크시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태 해법은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태가 발생한지 일주일여가 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분식회계로 결론지으며 파상공세를 퍼붓는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절차대로 진행된 합법적 회계처리라며 항변하고 있다.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금융당국의 논리를 들어 보면 분식회계로 가닥이 잡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을 회계학적 관점에서 보면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해 장부가치(취득가액) 산정이 아닌 공정시장가치(미래성장가액)로 과대 계상한 점이다. 이에 대한 근거 기준은 바이오젠에게 부여한 콜옵션이다.국내 최대 기업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미지수 x의 차수가 많은 고차방정식과 x축의 변화에 따라 y값을 도출할 수 있는 함수개념 등을 정밀하게 도식화한 고차회계 방식'을 채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사안이 복잡할수록 잔가지는 쳐내고, 뿌리와 큰 줄기만 봐라볼 필요가 있다. '콜옵션 부여와 관계사 변환 등 일련의 자산재평가가 어떤 궁극의 목적을 두고 진행됐을까'하는 점이 바로 뫼비우스의 고리를 끊는 알렉산더의 칼이다.때문에 금융당국은 3T에 근거한 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T는 Time(시의성), Trick(계략=고의성), Top Management(최고경영자의 경영전략)를 지칭한다.먼저 시의성을 살펴보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직전 2015년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되면 최초 취득가액이 아니라 시장가치로 재평가한 가격으로 회계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는 장부가액 기준으로 3000억이었지만 4조8000억의 공정시장가액을 인정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당기순이익에 공정가액이 반영되면서 2014년 393억 적자에서 2015년 1조9000억 흑자로 전환됐다. 여기서 중요 포인트는 자산재평가 후 상장을 진행한 점이다. 통상 자산재평가는 회계처리상 일관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쟁이나 IMF 외환위기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 국한돼 이뤄진다.두 번째 살펴봐야 할 부분은 고의성이다. 4년 연속 적자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왜 상장 1년 전에 자산재평가를 했는지 그 목적성과 합리성을 따져봐야 한다. 코스피 상장을 위해 기업가치평가 당시 DCF(discounted cash flow) 즉 현금흐름할인 방식을 사용한 점이다. DCF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벤처기업들이 주로 쓰는데 몇몇 변수만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고무줄처럼 기업가치가 늘어날 수 있어 한국거래소가 배포한 상장심사 가이드북에서도 DCF는 거의 사용되지 못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이 DCF 방식을 적용해 장부가 3300억원이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5조2000억으로 재평가했다. 상장을 앞두고는 기업가치가 8조4000억으로, 11개월새 3조원 이상 늘었다. 이를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높은 공모가를 산정해 투자자로부터 2조원이 넘는 공모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최고경영자인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그동안 제시한 회사의 비전과 청사진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삼성은 2008년 스마트 프로젝트 당시부터 바이오산업 진출에 따른 20년 타임테이블(계획표)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태한·고한승 대표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신사업팀) 전무를 거쳐 2011·2012년 지금 회사에 합류한 화학분야 전략기획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 대표 모두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톱 매니지먼트에 있었던 만큼 제반의 모든 역학관계를 꿰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융위의 1차 감리는 이달 17일로 예정돼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당시에도 감리위원회가 3차례 진행된 만큼 이번 사안이 감리위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로 전달되기 까지는 최대 석달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로 결론 날 경우 서울행정법원에 제소한다는 입장이다. 이마저도 불복 할 경우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항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악의 경우, 2023년에 달해서야 결론이 날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상장폐지가 아닌 수십억에서 수백억대 과징금 처벌이 내려질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수용할 공산이 크다.그러나 결론이 늦어지는 사이 피해를 입는 것은 개미투자자들이다.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자리잡아 온 바이오산업 위상도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판단과 이용이 아닌 신속하고 정확한 매듭이다. 당장 시장의 파장을 두려워해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면 오히려 충격을 배가시킬 수 있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 법. 금융당국은 순간의 도려내는 아픔을 두려워해 결국 팔·다리를 잘라야 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2018-05-07 06:20:00노병철 -
[기고] 독버섯처럼 번지는 의약담합 해법을 찾아의사와 약사의 담합은 의약분업 정신을 훼손하여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한다. 약사법은 이를 두 가지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행위 그 자체로 담합의 개연성이 높은 경우는 약국 개설등록을 허용하지 않고(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 내지 제4호), 그 밖의 경우는 일정한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하여 이를 금지하고 있다(동법 제24조 제2항).그런데, 현행 약사법의 개설등록불허조항을 포함한 담합금지조항이 과연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의약분업 실시 초기 교묘히 회피해 가려는 수준에서 이제는 이를 무시하고 무력화하려는 대범한 시도까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위 규정들은 이젠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먼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창원 경상대병원 사태는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의 전형적 사례다. 처분청인 창원시장은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를 문언적으로만 따져 등록처분을 한 것인데, 이는 의약분업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소극행정의 전형이다.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대법원은, 위 조항의 입법취지, 즉 위 조항은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정 의료기관과 특정 약국 사이에 업무상 배타적인 연관을 가지거나 그러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의 판시 취지를 고려할 때, 창원시의 약국 개설등록 처분은 결국 법원의 판결로 취소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앞으로다. 일부 의사, 약사의 법무시 태도와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소극적 태도는 국민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고 있고, 무엇보다 국민 건강권을 심히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행정당국이 관련 법령의 입법취지를 살릴 능력이 모자라거나 이를 포기, 방기할 경우에는 입법자가 의도한 바를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에 보다 세세하게 규정할 수밖에 없다.예컨대, 병원과 특정 약국이 주차장을 공유하거나, 둘 사이에 형식적 경계만 표시하고 있다거나, 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특정 약국을 소개, 안내하고 있거나, 병원과 특정 약국 관계자가 일정한 범위 내의 친인척관계에 있거나, 특정 약국이 원외처방을 일정 비율 이상 독점하거나 하는 경우 중 2개 내지 3개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는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로 보아 행정당국이 약국개설등록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는 것이다.나머지 개설등록불허조항인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3호, 제4호의 경우도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일부 의사, 약사의 탈법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다음으로 약국개설자(또는 개설예정자)와 의료기관개설자(또는 개설예정자) 사이에, 직접 또는 브로커를 통한 인테리어 명목 등의 금전 등 수수, 요구, 약속행위는 약사법 제24조 제2항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다.약사법 제24조 제2항 제2호는, “약국개설자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담합으로 보아 이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을 문언 그대로만 본다면, 약국 개설예정자, 의료기관 개설예정자, 브로커와 같은 제3자 등이 위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금전 등 제공 외에 이를 수수, 요구, 약속한 경우도 위 범죄의 행위태양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최근 김순례 의원이 위 조항을 보완하는 약사법개정안을 발의하였다).결국, 약사가 아무런 원인관계도 없이 의사에게 금전 등을 건네도 현행 약사법의 담합금지조항으로는 이를 규제하는데 역부족이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약사가 의사에게 돈을 건넬 리는 없지 않은가? 같은 건물 혹은 같은 층, 또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의료기관 관계자와 약국 관계자 사이의 수상한 돈거래는 담합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약사와 의사 사이의 이유 없는 돈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국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다. 일정한 신분에 있는 자에게 금전 등 수수를 금지하는 법률은 이미 존재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일정한 금액 초과의 경우에는 직무 관련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고, 위 금액 이하라도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면 대가성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러한 부정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를 따라 약사와 의사 사이의 금전 등의 수수 그 자체를 금해야 하며, 이를 입법화해야 한다.이제 그 수명을 다한 현행 약사법의 개설등록불허조항을 포함한 담합금지조항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서둘러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적 이익 추구에 광분한 담합행위가 독버섯처럼 여기저기서 자라나 우리 국민의 건강을 심히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2018-05-05 06:22:52데일리팜 -
[기자의 눈] RB코리아, 환골탈태로 답하라환골탈태는 '뼈대를 바꿔 끼고 태를 벗는다'는 뜻으로 통상 '새로운 출발과 각오'를 다짐할 때 쓰는 한자성어다. 국민적 재앙으로 기억되는 가습기 사태 발생 2년여가 지난 현시점에서 RB코리아가 상기해야 할 지표와 방향성 중 하나로 평가된다.RB코리아의 사업영역은 크게 생활환경용품·의약품사업부로 나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바로 생활환경용품사업부에서 터졌다. 주력 제품은 옥시크린, 데톨 등이 있다. 의약품사업부에서는 제산제 개비스콘과 트로키형 인후염치료제 스트렙실 등의 대표 브랜드를 컨트롤한다.가습기 사태는 RB코리아 기업이미지 실추는 물론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 급락을 가져왔다. 350명이던 직원 수도 76명으로 줄었다. 공장을 폐쇄하면서 생산직 부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대리점과 대형마트 영업담당자들도 실직했다. 의약품사업부는 PM격인 학술담당자 1명과 헬스케어 카테고리 매니저 1명 등을 포함해 4명이 전부다. 유통은 쥴릭파마가 대행하고 있다. 영국 본사와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와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사면초과에 놓인 개비스콘과 스트렙실 외형은 반토막 났다. 한때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개비스콘의 지난해 실적은 38억원에 그쳤다. 60억원대 스트렙실도 36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거센 불매운동 속에서도 상당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마니아 소비층이 비교적 두터웠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사실상 영업/마케팅이 올스톱된 RB코리아는 2016년 8월부터 배상을 시작해 1·2차 피해자 98%가 보상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1·2차 조사 당시 피해자 배상금은 2124억원 규모다. 올해부터 시작된 3차 배상 진행율은 50% 수준이다. 옥시 제품을 사용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는 책임배상 하겠다는 입장이다. 배상은 사망과 상해로 구분돼 지급되고 있다. 사망의 경우에는 1회성 일괄 배상, 상해는 노동력 상실과 의료비·간병비·지연 이자 등으로 합산돼 평생 보장된다. 유아사망은 10억원 일괄지급 기준이 적용된다.하지만 이미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 폐 손상 등을 입은 소비자들에게 RB코리아는 가슴속 깊은 용서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법적인 방식으로만 접근했다는 점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 위해 사태 초반 영국 본사를 찾아간 가습기 피해 가족과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한국형 레몬법 도입과 징벌적 손해 배상 강화 여론에 무게 중심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현재 RB코리아는 가습기 피해자 배상에 집중하고 있다. 책임에 따른 당연한 의무다. 배상금액과 피해자 합의 자체를 면죄부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철수 여론도 제기됐지만 '끝까지 남아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 RB코리아의 공식입장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사회적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적극적 행보를 취할 때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안티로 돌아선 여론과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뼈를 깎겠다는 마음으로 사과하고, 다시 태어나겠다'는 기업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없다. 이런 환골탈태의 자세가 아니라면 철수가 답이다.2018-05-02 06:29:50노병철 -
[기자의 눈] 마약류통합관리, 준비 잘 돼갑니까?이제 약 보름 남았다.오는 5월 18일 마약류통합관리보고제도에 의해 일선 요양기관들은 마약류를 취급할 때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합시스템에 온라인으로 보고해야 한다.일선 개원가와 약국가, 병원약국들은 웹보고 방식이 아닌 연계보고 방식을 대부분 채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청구S/W와 자체 개발 프로그램, 시중에 출시된 상용 연계 프로그램 등을 가교 삼아 전산보고할 것으로 전망된다.마약류통합관리는 일명 '우유주사'로 명명됐던 연예인 프로포폴 남용 사건으로 촉발돼 다년간의 시범사업과 연구를 거쳐 시행에 이르렀다.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올바르지 못하게 투약했던 향정신성의약품, 가짜 비아그라와 같은 가짜약 유통(RFID 등 일련번호)과 '살 빼는 약'에 대한 무분별한 처방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식약당국이 내놓은 마지막 카드였던 셈이다.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들 약제에 대한 유통·투약 문제는 상당수 개선되겠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그 과정에서 시행을 준비하는 약국가와 병원약국의 혼란은 보름여 남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인 것만은 분명하다.최근 몇 달 새 기자가 약국장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왔던 제도 관련 하소연은 "잘못된 처방 관행으로 약국에 불똥이 튀었다"는 얘기였다.의약품 유통 문제로 제도가 밑바닥부터 변화 할 때 약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소매 단계의 약국이 가장 큰 변화를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면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이 제도와 관련해 약사들의 목소리가 유독 컸던 이유는 여러가지다. 청구S/W 프로그램의 더딘 개발·탑재도 그렇거니와 전산 직원의 숙련도와 약국 규모, 인근 의료기관 처방과 주력과목에 따라 약국 업무 가중 차이가 명확하게 갈리는 탓도 있다.정보 입수의 편차 혹은 잘못된 정보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다.정부의 청구S/W 프로그램 연동이 더딘 탓에 시험 테스트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약국들은 정부의 설명회와 약사회의 홍보에도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한 약국은 데일리팜 기자에게 "위층 의원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안 한다'고 하는데 왜 약국만 하는 것이냐"고 제보(?) 아닌 제보를 해오기도 했었다. 그만큼 제도 수용에 대한 현장의 불안감에 잘못된 정보까지 가세해 왜곡된 현상 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어찌됐건 제도 시행은 목전에서 카운트다운 중이고, 약국가는 행정처분 유예만을 믿고 일단 참여를 하게 됐다.이제는 정부와 업체, 현장 간 파트너십을 갖고 앞으로 나타날 지도 모를 위기대응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할 것이다.현장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상담 SNS나 정부-업체, 업체-현장 간 핫 라인 강화도 이 시점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항목이다.언제나 그렇듯 제도 시행 직전과 직후에는 정부와 현장 간 신뢰와 소통이 제도 안착과 개선에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2018-04-30 06:29:40김정주 -
[칼럼] 사람 중심 R&D란 무엇인가?문재인 정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용어 중의 하나가 사람 중심, 연구자주도 R&D라는 단어이다. 최근 사람 중심, 연구자주도 R&D가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먼저 헌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헌법 제33조 제1항을 보면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기본적인 역할은 국민경제 발전에 이익에 부합해야한다는 뜻이다.경제성이 없는 과학기술을 지원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전제가 우선된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과학기술의 목적과 수단을 정하지 않고, 과학기술의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과학기술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우리나라 헌법의 제약이 과학기술의 자율성을 해쳐 창의적인 연구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경제성이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R&D도 지원도 필요하다는 과학기술계의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과거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과학기술 활동은 1966년 KIST 설립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KIST 설립원칙은 ‘자율성과 독립성’이었다. 이러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폴리에스터 필름, 반도체 소재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개발하여 산업화를 이끌어 냈다.1991년 최초의 Top-down 방식의 대형연구개발사업인 G7 프로젝트가 추진되어 256메가 D램, CDMA 상용화, 40인치 TFT LCD 등 상당한 수준의 산업적 성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 차세대성장동력사업, 미래성장동력사업 등과 같은 대형연구개발사업, Top-down 연구개발체제 중심 패러다임이 지속하였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자 자율성에 기반을 둔 연구자 주도 R&D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이를 타개할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여기서 드는 첫 번째 질문은 Top-down R&D가 잘못된 전략인가? 답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인 거 같다. 1990년대에 성공한 사례는 대상 제품과 기술의 목표가 명확하고 기술수요처가 정해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의 성과였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수요기업의 투자와 의지가 결합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2000년대에 들어서 정부는 과거 성공공식과 유사하게 기술수요환경과 관계없이 선진국에서 소위 뜨고 있는 유망기술(Emerging technology)을 벤치마킹하여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기술이 개발된다 해도 기술수요기업이 없거나 시장이 없거나 사회·제도적 여건이 미흡한 상황이 반복되었다.대기업의 기술수준은 이미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도달하여 정부 지원이 의미가 없는 반면,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아도 산업적 성공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에 좌절했으며, 대학과 출연연구소의 성과는 기업으로 잘 연결되지 못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연구자수요와 기술수요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Bottom-up R&D 전략으로 전환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Top-down R&D는 빅사이언스, 인프라, 공공수요형 R&D의 경우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나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연구자 주도 R&D가 바람직한 방향인가? 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인 거 같다. 이는 과학과 기술을 분리하지 않고 동일한 시각으로 접근하여 생긴 문제이며, 빅사이언스로 인해 발생한 자원 불균형으로 인한 결과이다.과학은 철저하게 연구자주도로 자율성과 책임감을 느끼고 연구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하다못해 연구자가 초기에 제안한 연구계획대로 연구를 강요하는 것조차도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를 하다 보면 끊임없이 가설을 폐기하고 새롭게 도전해야 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조차도 의미가 있는 학문 분야가 과학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상당수 연구자는 연구수행 중 나온 연구결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전 연구과제로 나온 결과로 성과를 낸다. 연구종료 시점에는 현재 수행 중인 연구과제의 연구결과를 정리할 단계이거나 좋은 연구결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NIH에서 연구결과 보고 시점을 연구자 자율에 맡겼더니 성과가 오히려 향상됐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기술은 연구자주도 R&D가 아니라 시장 중심 R&D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Top-down 식으로 제품이나 기술을 정하고 지원하라는 의미도 검증된 시장 중심으로 지원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정부는 과학과 기술의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민간투자 주체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가교 구실을 해야 한다. 미국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Program)이 이러한 개념을 잘 담은 대표적인 기술지원 프로그램이다.정부는 1단계에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단계에서는 검증된 아이디어를 상업적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3단계에서는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민간투자 주체가 자율적으로 투자한다. 세 번째 질문은 연구자중심 R&D가 사람 중심 R&D인가? 답은 사람 중심 R&D는 연구자 중심 R&D를 포함하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여기서 ‘사람’이란 연구자뿐만 연구로 인한 수혜자인 국민 모두를 일컫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제안하고 수행하는 주체는 연구자이지만 결국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과학자가 당장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만 하거나 실용화에 나서라는 의미가 아니다.과학자는 과학자의 역할이 있고 유용한 과학적 성과가 자연스럽게 기술로 연결할 수 있는 국가혁신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사람은 국민이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과학기술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신약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 ‘환자중심(Patient-centric) R&D’가 선진국과 다국적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기사에서 진정한 ‘연구자주도 R&D’이자 ‘사람 중심 R&D’에 가까운 연구성과를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기사에 따르면 K 교수팀이 간암 바이오마커에 대한 동물실험결과를 실험실 복도에 포스터로 전시하였고, 우연히 근처에 방문한 의사가 이를 보고 관심 있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의사는 간암 전문의였고 이를 계기가 되어 K 교수팀과 P 의사의 협력으로 이어져 결국 간암 바이오마커를 찾았다는 기사였다.K 교수가 그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시점이 1999년이었고 이 유전자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시점은 대학에 부임한 2011년부터였으니 사실상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20년 동안 한 우물만 팠던 ‘연구자주도 R&D’의 결실인 셈이다.또한, P 의사도 환자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환자 진료 보기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본인이 가진 환자 시료와 임상 지식을 나눔으로써 ‘사람 중심 R&D’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한편으로는 진정한 ‘사람 중심 R&D’를 실현하려면 갈 길이 멀기에 K 교수의 20년이라는 세월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2018-04-26 06:29:43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리베이트 '온도차', 준법경영 절실한 이유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리베이트 관행 개선안을 들여다보면 정부기관과 제약산업계의 준법경영과 관련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다. 과거 심심치 않게 회자됐던 100:300, 100:200 등의 용어는 사라졌지만 사정 당국은 여전히 제약기업들이 영업현장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인식한다.다만 리베이트에 대한 시각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권익위가 지적한 부당한 의료 리베이트 사례는 크게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리베이트, 사후매출할인을 통한 리베이트 자금조성,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판매행위로 요약된다. 이중 의약품 처방에 따른 리베이트 규모를 제약사와 병원 규모, 의약품 종류 및 매출 등에 통상 매출액의 5~20%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여기서 권익위가 추정한 리베이트 20% 제공은 과당경쟁이 불가피한 제네릭 시장이다. 국내 대형제약사 품목이나 오리지널 등은 대략 5% 내외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권익위의 판단이다. 온도차는 분명 존재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보면 리베이트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을 정부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이같은 인식 변화는 제약산업이 향후 더 투명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제약기업들의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하지만 윤리경영 노력이 서서히 시장에서 녹아들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제약사들의 공정경쟁이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산업계에 희망 메시지가 될 수 있다.해서 이 시점에서 제약사들의 진정성 있는 윤리경영 실천은 국민과 정부기관의 리베이트에 대한 인식을 '새로고침'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를 넘어서 ISO 37001(국제표준기구의 반부패경영시스템)에 대한 제약사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CP가 위에서 아래를 관리하며 통제하는 하향처리방식이라면 ISO 37001은 전 직원에게 역할과 권한, 책임이 부여되는 전사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ISO 37001 인증은 부패행위 근절을 통한 준법 문화 확산과 기업경쟁력 확보,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다.최근 들어 대형제약사들이 맏형답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 리딩기업 유한양행이 지난달 말 ISO 37001 인증을 획득한 것은 상징적이다. 유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ISO 37001 인증 획득과 부패방지경영시스템 확립을 위한 전사적 노력을 경주해 왔으며, 내부심사원 교육 및 육성, 내·외부 부패리스크 진단 및 평가, 부패방지방침 선포, 부서별 부패방지 목표 수립, 임직원 준법서약서 작성, 부패방지 책임자 중심의 부패방지 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철저한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있다.이에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ISO37001 국제 윤리경영 표준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며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한미는 지난해부터 ISO 37001 인증 획득을 위한 전사적 준비를 시작했으며, 내·외부 부패유형 파악, 내부심사원 육성, 부패방지 방침 선포, 부패방지 목표 수립, 자율준수관리자 중심의 부패방지 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강도 높은 성과평가를 실시했다.종근당도 내부심사원 15명을 선정했고, 올해 내에 ISO37001을 도입하기 위해 인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2016년 CP 등급평가에서 업계 최고등급인 ‘AA’를 획득했으며, 유효기간이 2년인 만큼 올해 재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특히 정확한 지출보고서 기록을 위한 장치 및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2년 연속 CP ‘AA’ 등급을 획득한 대웅제약도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 전체내역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 ISO37001 인증, 제약업계 최초 CP 등급평가 3회 연속 ‘AA’ 획득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상위권 기업들도 ISO37001을 인증받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중소형제약사들도 적극적으로 준법경영에 가세해야 한다. 윤리경영 시스템 구축은 권익위가 지목한 제네릭 20% 리베이트 제공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달 중견제약사 최초로 코오롱제약이 ISO37001을 인증받은 부문은 이런 의미에서 높은 가치 평가를 해야 한다. 코오롱제약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ISO37001 1차 인증 대상 기업인 이사장단사 8개사를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신청한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중소형제약사들의 진정성 있는 윤리경영 노력만이 산업계 동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CSO활용을 통한 영업활동에 대해서도 제약사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일부 대형제약사들의 불공정 영업에 대한 자정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준법경영 정착의 칼자루는 중소형제약사들이 쥐고 있다.2018-04-24 06:23:00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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