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제약업계 코프로모션, 제 살 깎기 그만제품력과 영업력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업계 특성상, 2개 요소는 아직까지 국적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국내사들도 자체 개발 의약품이 늘어나면서 변화의 기류도 생겼지만 여전히 '제품력=다국적사', '영업력=국내사'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제휴가 활발한 이유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현재까지 다국적사와 국내사간 판매제휴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국내사는 먹거리가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사의 도매상 전락, 노예계약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버티기가 중요한 지금이다. 우선은 살아 남는 것이 중요하다. 다 이해가 간다. 그런데 경쟁이 심화된 탓일까. 최근 체결되는 제휴의 이면에는 제법 씁쓸한 단면들이 엿보인다. 첫번째는 무분별한 품목의 수용이다. 제휴를 하는 것은 좋다. 다만 자사의 품목, 혹은 이미 코프로모션 중에 있는 품목의 적응증이 겹쳤을때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업계에는 같은 진료과목 의사에게 1개 제약사가 2개 이상의 적응증이 겹치는 약에 대한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 현장을 누비는 영업사원들은 딜레마에 빠져 허덕이지만 회사는 여기에 관심도 없다. '계열, 적응증 범위가 다르다'는 핑계를 들을때면 염증을 느낀다. 제휴는 회사와 회사가 '윈윈'하기 위해 이뤄진다. 하지만 그전에 업계 전체의 '윈윈'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마진이다. 한 다국적사가 꽤나 유망한 품목의 영업 파트너사를 물색하기 시작하면 최소 2~4곳의 국내사가 몰려든다. 어차피 영업은 조직이 제대로 갖춰진 회사들이 한다. 실력은 비슷하니 결국은 수수료 싸움이 되고 만다. 문제는 도가 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수수료율은 30% 초중반 선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20%대를 제시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제 살 깎기다. 당장의 겉보기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국내사들이 다국적사들에게 안 좋은 버릇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들에게 '여기까지도 수수료가 내려간다'라는 인식은 백해 무익하다. 다국적사 역시 아무리 기업논리라 하지만 최소한의 마진은 지켜줘야 한다. 도매업체, 대행사 등과 빚어지고 있는 마찰을 업계 전체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2018-08-27 06:01:00어윤호 -
[데스크 시선] 남편·부인의 약국장 행세 이젠 끝내야부산지역 약국 직원의 성추행 '미투'로 촉발된 약사 가족의 전횡이 이슈화되고 있다. 약국장의 남편이나 부인이 약국 업무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일반약을 판매하고 심지어 조제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 약대생은 대학 졸업후 약국에 취업을 했고 일반약 위치, 판매방법, 조제 등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약국의 주요 업무를 가르쳐준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 약사도 아닌 약국장의 남편인 걸 알았다고 한다. 전산직원과 같이 근무하는 전남의 A약사는 직원과 부부아니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이 약사는 약국에 근무하는 여직원과 남약사는 부부라는 고정관념이 생겼을 정도로 가족들의 약국 경영참여는 뿌리가 깊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족이라는 이유로 눈감아준 약사사회의 잘못된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약국장 몸이 안 좋아서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직원 채용이 잘 안되니 어쩔 수 없다. 직원이 채용되면 그만 할 것이다.", "무거운 박스 나르고 청소업무만 하고 있다." 등은 가족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논란을 겪었던 약국들의 고정 레퍼토리다. 약사회 자정사업에서 지적된 전문 카운터들도 일부 임원 약국은 가족들이 약 팔고 조제하고 다 하는데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는 항변도 약사회 자정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가장 믿을 수 있고 쉽게 일할 수 있는 가족이라도 해도 철저하게 업무영역을 나누고 약은 약사에 의해 취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약사 남편이라는 이유로, 또 부인이라는 이유로 약국장이 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약사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약사들의 철저한 자기 반성과 자정 의지가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2018-08-27 05:39:42강신국 -
[기자의 눈] 약의 신을 기다리는 암환자들을 위해중국에서 '워부스야오선(我不是& 33647;神, 나는 약신이 아니다)'이란 제목의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초 개봉한지 보름만에 관객수 3000만명을 돌파한 이 영화는 중국의 어두운 제약 현실을 다뤘다. 영화에는 소위 '약의 신'이라 불리는 청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가의 항암제 제네릭을 인도에서 공수해주는 일로 큰 돈을 만진 청윤은 제약업계의 압박과 경찰 수사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판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긴다. 하지만 약을 구하지 못한 백혈병 환자가 약값을 대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제네릭 판매를 재개한다. 암환자들에게 원가만 받고 제네릭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부터 약의 신이란 별칭을 얻게 된 청윤은 밀수와 불법 의약품 판매 혐의로 체포돼 재판장에 서게 된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었던 요소는 고가 의약품으로 고통받는 중국 환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겠다. 실제 이 영화는 인도산 글리벡 제네릭을 복용하던 중 비슷한 처지의 다른 환자들에게 약을 대신 구매해줬던 백혈병 환자 루융(陸勇)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2013년 불법의약품 판매 혐의로 기소된 그는 환자들의 탄원으로 검찰기소가 취소되고, 2015년 1월 석방된 바 있다. 고무적인 건 3년 여만에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흥행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영화 '워부스야오션'을 언급하고,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리 총리는 "암 등 중증 질환자가 돈이 없어 약을 못 사는 현실에 대한 호소는 약가인하와 물량확보의 시급성을 반영한다.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에 신속한 정책수립 및 집행을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실질적인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수입산 의약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수입산 항암제에 부여하던 5%의 관세를 철폐하고 부가가치세를 기존 17%에서 3% 수준으로 낮췄으며, 일부 항암제를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리 총리의 발언이 최근 '창춘(長春) 창성(長生)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불량백신 사태로 인해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일부 제기되지만, 암환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임은 틀림없다. 우리는 이웃나라 중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돌아봐야 한다. 고가 항암제로 인한 진통은 결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건강보험급여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숱한 파장을 낳았던 면역항암제는 여전히 적응증 확대에 따른 분쟁의 소지를 가득 안고 있다. 최초 등재 때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으로 한정됐던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불과 1년새 신세포암과 호지킨림프종,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등으로 사용범위가 확대됐다. 자궁경부암과 간세포암, 유방암, 위암 등 1~2년 새 적응증 추가가 예상되는 암종도 상당하다. 정보량이 풍부해진 환자들은 보건복지부 이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하는 급여등재 절차를 문제삼기 시작했고,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연일 불만을 제기한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 한미FTA 개정협상 과정에서도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개선·보완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에 진땀을 빼야 했다. 재정지출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하면서도 다양한 암종의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 건강보험 재정이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필요하다면 도입 5년차를 맞이한 위험분담제(RSA)에 대해서도 재정비를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제목처럼 누구도 약의 신이 될 수는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환자, 혹은 가족이 의도치 않게 약의 신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 국민 3명 중 1명, 누구도 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속에 너무 늦지 않게 현명한 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2018-08-23 06:30:00안경진 -
[칼럼]제약협회장 선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어느덧 7개월째 선장 없이 항해중이다. 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선임과 관련한 이야기다. 갈원일 직무대행 체제로 대과 없이 꾸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수장 자리가 공석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제약바이오협회장 선임을 둘러싼 다양한 하마평도 나오고 있다. 유력한 여권인사가 올것이라는 의견과, 중도 퇴임한 원희목 회장의 재영입설도 거론되고 있다. 회장을 추천해야 하는 이사장단사는 그간 꾸준하게 물밑작업을 통해 협회장 적임자를 타진해왔다. 그리고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협회 이사장단사 14곳은 21일 회의을 열고 차기 제약바이오협회장 적임자를 누구로 할지 비밀투표를 진행했다. 이사장단은 여기서 다수의 추천을 받은 인물을 대상으로 인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9월 중에는 후보군이 어느정도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허나 인선작업이 길어진 만큼 제약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협회장 추대를 이제는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약바이오협회 수장을 맡을 적임자가 누구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제약계 여론을 적절히 담아낸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이 제약바이오협회장 적임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간판'과 '배경'보다는 제약산업을 향한 ‘뜨거운 심장’을 소유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협회장 선임 과정을 살펴보면 보이지 않는 룰이 존재했다. 적어도 장관급 출신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경력의 소유자여야 했다. 이렇다 보니 협회장 추천 과정에서 관료출신 인사 등이 우선적으로 검토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선 제약현장에서는 과거 일부 제약협회장이 산업계 발전에 일조하지 못했다는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협회가 회원사들의 가려운곳 을 찾아 긁어 주었냐는 반문도 제기한다. 현안 대처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강력한 리더십, 다양한 정책연구개발, 조직 및 예산을 정비해 난국을 타개하는데 협회가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그간 협회장이 국내-다국적제약사, 대형-중소제약사 간 상충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데 많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들어야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조직력은 협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내에서 자리만 지키는 협회장은 필요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제약사들은 협회가 먼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복지부 등 정부와 거버넌스(협치)를 유도할 수 있는 큰 그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주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해서 차기 제약바이오협회장은 배경이나 간판에 앞서 제약산업계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소유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중론이다. 그 적임자가 관료출신이든, 정치인 출신이든 배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야 제약산업계에 산적한 과제와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나갈수 있을 것이라는 여론이다. 200여 회원사를 둔 제약바이오협회가 본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소통과 화합을 주도할 수 있는 새 회장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제약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열정을 소유한 협회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2018-08-21 17:06:22가인호
-
[기고] "프로바이오틱스 먹은 초파리, 26일 더 산다"늙지 않으며 아프지 않고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다.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 옛날 진시황은 불로초의 존재를 믿으며 동남동녀 수 천명을 각지에 보냈고, 알렉산더 대왕은 청춘의 샘을 찾아 헤매지 않았던가. 과학의 발전은 이 풀지 못한 염원을 현실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줄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과학으로 입증된 무병장수의 방법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말하기를, 수명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요인은 25~30%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70% 이상은 생활 습관이나 외부적 요인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평소 소식(小食)을 하거나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대하고 배우자나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여유를 잃지 않는 생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수명이 더 길다고 한다. 과학과 수명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염색체의 끝 부분을 뜻하는 텔로미어(telomere, 말단소립)이다. 세포의 노화가 진행될수록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진다. 짧아지는 텔로미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절한 운동을 통해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시간을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Tucker LA, Prev Med., 2017). 최근 제 2의 장기라고 불리는 장내 미생물 또한 인간의 수명 및 장수와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인간의 장 속에는 성인 기준 약 2kg 정도의 미생물이 공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유익균들은 인간이 분해하지 못하는 섬유질 등의 분해를 돕고 인체에 유익한 짧은 사슬 지방산(SCFAs; short chain fatty acids)을 생산해 건강한 장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장내 미생물과 수명의 연관성은 물고기와 초파리 연구를 통해서 증명된 바 있다. 연구팀은 초파리 집단 A와 B 중 한쪽에만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섞어 섭취하도록 했다.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혼합물을 섭취하지 않은 A 초파리는 평균 40일 정도 생존했지만 혼합물을 섭취한 B 초파리는 26일을 더 살아 수명이 6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슐린 내성,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 같은 노화와 관련된 만성 질환으로부터 보호되는 것이 관찰됐다. 물고기 연구의 경우 평균수명이 6개월 정도인 킬리피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6주차 킬리피쉬의 배설물을 먹이로 만들어 10주차 킬리피쉬에게 섭취하도록 한 결과, 6주차 킬리피쉬의 장내 미생물을 섭취한 킬리피쉬가 섭취하지 않은 개체보다 활동량이 더 많았으며 수명도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실험에서 먹이로 사용된 6주차 물고기의 장내 미생물이 다양성도 크고 유익균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청년 킬리피쉬의 장내 미생물을 중년 킬리피쉬에게 이식함으로써 장내 미생물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최근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장내 미생물을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투입하는 대변이식술(FMT; Faecal Microbiota Transplatation)이 신의료기술로서 각광받고 있다. 현재는 난치성 대장질환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DI;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환자에게만 시행할 수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은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를 유발하는 설사병인데, 노령 인구가 많아지고 항생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발병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앞서 초파리와 킬리피쉬 연구를 바탕으로 무척추동물인 초파리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인 물고기를 통해서도 장내 미생물의 군집 상태, 장 환경 등이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내 미생물과 수명이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지금,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받음으로써 젊음을 유지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2018-08-20 12:30:59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의약계 영리화 '물꼬' 법안들 우려된다정치권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영리·산업화 법안을 이달 안에 줄줄이 처리하기로 하면서 의약계에 또 다시 의료영리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여야가 이달 처리를 합의한 법안 중 문제의 법안은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다. 의약계에는 의료영리화 법안으로 인식되면서 보건의료인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그간 극렬한 비판과 반대가 이어진 법안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도마 위에 오른 규제프리존법의 경우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별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특례 3법을 병합한 것이다. 이 중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발의한 '규제특례 3법'에서 '지역특화발전규제특례법'은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약국 임대업 등 부대사업, 제약·바이오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가 다분하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발법은 박근혜정부 시절 '규제 기요틴'이라는 명명 하에 적극 추진됐던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은 의료, 환경, 교육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만든 각 규제를 영리 목적으로 풀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 공공성을 침해한다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서발법안과 규제프리존법안은 영리와 기업의 이익을 앞세우는 경제 단체와 경제 전문가들이 시급히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들이었고, 경제적 이익의 틀 안에 요양기관 등 보건의료산업이 포함돼 맹렬한 비난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규제 기요틴 바람과 함께 불거졌던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는 지금에 와서도 의료영리화 정책이 공공의료를 얼마나 위협하는 지 여실히 보여줬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 법안은 여당에 의해 적폐청산으로 규정지어져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 여야가 이달 내 우선 처리할 사안에 이 법안들을 포함시키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되풀이 될 조짐이다.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요양기관과 제약산업은 사실상 공공재로서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즉, 보건의료·제약산업 분야의 최종 목표는 특정 산업의 영리적 이익 극대화가 아닌 공공재로서의 가치 창출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규제프리존법과 서발법을 바라보는 정치권, 여야의 시각은 여기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보건의료 서비스 발전과 제약산업 발전을 지원·육성하는 것은 해당 기관 또는 기업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이들의 발전, 곧 의료·제약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을 통해 궁극에는 국민의 건강한 삶, 생명 연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2018-08-20 06:30:00김정주 -
[기자의눈]줄세우기 돼버린 국내 첫 환자경험평가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0일 야 심차게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환자경험평가는 국민의 관점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고, 향후 의료기관들이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 이번 환자경험평가는 또 다른 평가라는 이름의 병원 '줄 세우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 평가 결과를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발표도 없었다. 조사 연구용역 입찰부터 발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심평원은 환자 스스로 의료기관에서 체험한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평가 점수에 대한 객관성, 그리고 향후 조사가 지속될 경우 평균보다 점수가 높은 의료기관의 인센티브와 낮은 기관에 대한 디스인센티브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다만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해당부서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번 환자경험평가를 위한 조사 연구용역에 쓰인 예산만 해도 2억5400만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때는 조사 결과를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놨어야 한다고 본다. 평균 점수 83.9점에도 의문점이 있다. 지난해 7월 17일부터 4개월 동안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92개소를 방문한 환자 1만4970명이 조사에 응했다. 공개된 평균 점수는 83.9점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아니, 심평원은 직관적으로 낮지 않은 점수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하지만 환자는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문항에 따라 4점 척도 또는 11점 척도가 적용됐다. 4점 척도는 4가지 답에 따라 0점, 33점, 67점, 100점으로 분류된다. 4점 척도에서 '보통'이라고 답만 해도 67점을 받을 수 있다. 과연 1차 환자경험평가에서 내놓은 평균 83.9점이라는 점수가 과연 환자들 또한 '인정할 만한' 점수일지부터 의문이다. 심평원은 이번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구체적으로 1위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92개 의료기관의 평균 점수와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환경, 환자권리보장, 전반적인 평가 등 6개 영역별 점수를 공개했다. 영역별로 세분화해 모든 의료기관의 점수를 공개하는 만큼, 전체 평균 1등이 있을법도 한데, 심평원은 끝까지 노코멘트 했다. 이번 평가 결과를 100점 점수로 환산해 발표해놓고, 1등은 꼽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환자경험평가 조사 대상이 된 의료기관은 이번 평가 결과를 대외 홍보에 백분 활용하고 있다. 6개 평가 결과에서 5개 평가 결과 점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중앙대병원은 포스터까지 자체 제작해 홍보에 나섰다. 1등 점수를 거머쥐지 못한 다른 의료기관들은 2등, 3등의 점수를 나름대로 '최우수 점수'라고 보고 홍보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역별로 1등을 골라 홍보하는 병원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권 점수에 랭크되지 못한 병원들은 환자경험평가가 심평원이 실시하는 의료서비스 질 평가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평가로 다가온다고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번 환자경험평가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준비과정부터 발표까지 1년이 넘게 걸렸던 기간에 비해 평가 결과에 대해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나 디스인센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2차 환자경험평가에서는 의료기관 줄 세우기가 아닌, 환자들의 소중한 평가 결과가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완성된 정책 대안을 가져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2018-08-20 06:29:50이혜경 -
[칼럼] 보톡스 변신은 무죄…기원과 치료제의 역사적지 않은 나이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는 의례 생각한다. "보톡스 맞았나? 얼굴에 주름 하나 없네?!" 라고. 미용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보톡스'는 미국 제약사 '엘러간(Allergan)'이 '보툴리눔독소'로 만든 제품명이다. 국내·외 여러 회사가 제조한 보툴리눔독소들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보톡스로 통칭된다. 콜라를 '코카콜라'로 문구용 테이프를 '스카치 테이프'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보툴리눔독소지만 그 기원과 다양한 쓰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보톡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균이 만들어 낸 독 성분을 정제한 것이다. 복어독보다 독성이 강해서 100g 정도로 전 세계 인구를 죽게 할 수 있다. 보툴리눔 균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은 200여년전 독일 내과의사 케르너(1786~1862)였다. 그는 식중독 증상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보관이 잘 되지 않은 소시지나 통조림을 먹고 사망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보툴리눔균과 그 독소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소시지독이 신경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작용이 있으며, 이를 활용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보툴리눔독소증, Sausage Poisoning). 1895년 벨기에 미생물학자 에르멘젬 교수는 소금에 절인 생(生) 돼지고기와 이를 먹고 죽은 환자의 조직에서 균을 분리해 '바실리우스 보툴리누스'(Bacillus botulinus, 나중에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으로 명명됨)라 칭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히 보고된 보툴리눔 중독도 진공포장 된 소시지를 날 것으로 먹은 뒤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맹독성이 있는 보툴리눔독소가 생화학무기로 쓰일뻔 했다. 독소 치사율이 일정하지 않고 쉽게 활성을 잃어버리는 성질 때문에 결국 실전에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보툴리눔독소 정제·추출법이 발견되는 등 독소 생산 기본 토대가 이뤄졌다. 보툴리눔독소의 정확한 작용기전은 1950년대 브룩스 박사에 의해 밝혀졌다. 그는 보툴리눔 독소는 운동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해 근육을 이완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의학적 사용의 과학적 근거를 획득했다. 보툴리눔독소를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계기를 만든 사람은 미국 안과의사 스콧박사다. 1970년대 초 그는 수술하지 않고 사시(斜視, squint, 두 눈의 시선이 정렬되지 않고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시력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였던 샨츠 박사가 닭다리 근육을 마비시키는데 보툴리눔독소를 사용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 그는 원숭이의 바깥 눈 근육(외안근)에 보툴리눔독소를 주입해 사시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970년대 후반 제약사 오쿨리넘(1991년 엘러간社가 인수)을 창립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이 독소를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안검경련(眼瞼痙攣, blepharospasm, 눈깜빡임이 조절이 안되는 증상)이나 목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돼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경(斜頸, torticollis)과 같은 근긴장 이상의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198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2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사시나 안검경련 등 근긴장 이상과 관련한 질환의 치료에 보툴리눔독소(제품명: 보톡스) 사용을 승인했다. 생화학무기로 연구되던 보툴리눔 독소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편 보툴리눔독소의 미용 목적 사용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1987년 캐나다 안과의사 카루터스 박사는 안검경련 환자로부터 "보툴리눔독소를 맞으면 경련증상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주름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녀는 피부과 의사인 남편과 함께 임상시험을 통해 주름 개선을 입증하고 1991년 미국피부과학회에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미친 짓이라는 혹평까지 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부부의 노력 덕분에 2002년 미국 FDA는 보툴리눔독소를 미간 주름 개선에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또한 미국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주름살 개선을 위해 보툴리눔독소를 맞는 사람에게서 두통이 줄어든 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러간은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보톡스가 만성 편두통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2010년 FDA로부터 그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하루 4시간 이상(또는 월 15일 이상) 편두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보톡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까지 보톡스는 편두통 외에 경부근긴장이상증 (2000년), 겨드랑이 다한증 (2004년), 과민성 방광치료제 (2013년) 등 사용을 FDA로 부터 승인 받았다. 국내에는 1998년에 보톡스가 처음 수입허가 후 유통됐고, 디스포트(Dysport, 1999년) 제오민(Xeomin, 2009년) 등이 수입허가 됐다. 2000년대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도 독자적으로 보툴리눔 독소제제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6년도에 메디톡스에서 '메디톡신'을 허가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휴젤, 대웅제약에서 보툴리눔독소 제품이 허가됐다.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그 영역을 넓혀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보툴리눔독소는 흥미롭다. 부패된 통조림 등에서 생겨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소시지 독이었다가 생화학 무기로 사시·안검경련 등 근육 이상에 사용하는 치료제로 이제는 주름살을 완화하는 미용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다한증이나 편두통 환자에게도 사용되고 있다니 보툴리눔독소의 변신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수 백년간 연구를 거듭하며 포기하지 않은 과학자들의 노력은 보툴리눔독소 변신을 이뤄냈으며, 인류는 조금씩 질병을 정복해 나가고 있다. 보툴리눔독소 변신을 통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될까. 보툴리눔독소의 또 다른 변신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상기 내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제품정보', '보툴리눔 독소증과 실험실 진단(질병관리본부)' 및 '보톡스의 임상적 경험(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등을 참고·인용 했음.2018-08-17 12:23:10데일리팜 -
[기자의눈] 실효적 유전자분석·임상시험 규제 절실최근 신생 의료 서비스 기업 두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양사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곳은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업체였으며, 다른 한 곳은 온라인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 정보 제공 업체였다. 그전까지 이런 형태의 사업은 규제로 묶여 있었다.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2016년 민간에 개방됐지만, 12개 유전자형에 한해 허용됐다. 온라인을 통한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은 법규에는 금지조항이 없지만, 정부기관 해석에 의해 사실상 막혀 있다. 양사는 이로인해 제대로 사업을 펼칠 수 없다며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택배나 편의점에서 이용할 만큼 민간에 개방돼 있다. 이 나라 소비자들은 손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유전자형을 알아보고, 미래 질병에 대비한다. 뒤늦게나마 국내도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했지만, 12개 유전자형만 허용함으로써 아쉬움을 두고 있다.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암, 치매 등 질병과 성향을 결정짓는 유전자 정보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렵다. 물론 개인 유전자 정보와 관련된 보호, 차별 문제 등 선행돼야 할 부분도 있지만, 한국의 개방 속도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느리다. 이미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업체와 손잡고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게놈 분석을 통해 질병을 확인한다면 개인별 치료 성공률의 오차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유전자 분석 주체를 의료기관에 의존한다면 산업 활성화와 그에 따른 기술 진보도 뒤처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온라인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 부분도 지나친 규제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언제, 어디서 진행하는지 추후 일정은 해당 병원 사이트나 지하철, 신문을 통해서만 공개되고 있다. 식약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임상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 또는 광고되고 있는 것이다. 임상시험을 다루는 의료기관의 IRB도 식약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피험자 모집의 온라인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에 능동적 임상시험 참여 비율이 낮다. 대부분 피험자는 광고나 홍보가 아닌 의료진의 권유나 입소문을 통해 모집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싶어도 정보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 임상시험 정보가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으니, 피험자 모집 미달로 임상시험을 통한 신약 상업화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임상시험 정보 공개 역시 미국 등 선진국들은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안전성 확보, 기존 서비스를 진행하는 요양기관과의 갈등 요소 등 면밀한 검토는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와 소비자들이 이득을 얻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고민해 볼 만 하다. 그것이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가 어렵다고 손만 놓는다면, 앞으로 첨단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 게 우려된다.2018-08-16 12:20:00이탁순 -
[데스크시선] 불순물원료, 제네릭 난립과 무슨 관계인가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사태가 한달이 지나도록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7월 초 중국 제지앙화하이로부터 불거졌던 파동이 한달 만에 또 다른 중국 업체의 원료의약품에도 불똥이 튀었다.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는커녕 '또 어떤 원료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마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중 제네릭의 난립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많이 눈에 띈다. 무차별적인 제네릭의 등장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보다 월등히 많은 100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중지를 받았다는 게 그 근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발사르탄 사태는 제네릭 난립과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발사르탄 사태의 대책을 논의하려면 먼저 사건의 원인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문제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넣은 불순물이 아니다. 우연히 외부로부터 혼입되지도 않았다. 최초에 문제 원료를 공급한 제지앙화하이의 경우 2015년 발사르탄의 제조방법을 변경한 이후 제조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NDMA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제조하는데, 비페닐테트라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DMF)라는 용매를 사용해야 하고 테트라졸 형성 이후 아질산을 사용해 급랭시키는 과정에서 NDMA가 생성됐다. 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제조업체와 보건당국 누구도 발사르탄의 품질관리 과정에서 NDMA 검출 여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지금껏 발사르탄 성분의 수많은 의약품이 생산·공급되는 동안 NDMA 검출 원료가 사용된 적이 없다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사건 발생 이후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를 검출하는 시험법을 도출했고, 기준치도 새롭게 마련했을 정도다. 발사르탄과 유사한 화학구조로 구성된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 약물 중 로사르탄, 칸데사르탄,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등도 NDMA 생성의 위험에서 100% 자유롭다고 아무도 얘기할 수 없다. 이번 발사르탄 파동이 제네릭 난립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운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 판매중지 조치를 받은 발사르탄 의약품 100여개 모두 식약처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승인받았다. 식약처가 승인한 원료를 사용했고, 식약처가 합격 판정을 내린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도 같은 승인 절차를 거쳤고, 제네릭 개수가 많든 적든 식약처는 동일한 잣대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했어도 제네릭 난립이 원인이라고 지목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개수가 적은 분야에서 동일 사건이 나타나도 제네릭 난립에 따른 폐단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개수를 줄이면 규격기준에도 없는 불순물 모두를 예방할 수 있을까. 업계 일각에서는 이참에 공동생동 규제를 강화해 제네릭 난립을 막아보자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 무제한 위수탁이 가능하지만 한 번의 생동성시험을 통해 허가받는 제품을 제한하면 제네릭 개수가 줄어들고, 발사르탄 사건과 같은 불의의 사고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으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이른바 '생동 조작 파문'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 당시 공동생동 제한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별도로 해야한다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성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이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2011년 11월 이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공동생동 관련 규제가 강화될 때 수혜를 받는 쪽은 자체 생산 여력이 있거나, 시장 경쟁이 덜 치열할 때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위제약사들로 추측된다. 과연 이번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 판매중지를 받는 업체 중 상위제약사가 없었을까.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위수탁을 장려하는 추세다.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제네릭 난립은 시장 과당경쟁을 야기해 불법 리베이트 유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제네릭 수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하면 위험하다. 첫 번째 제네릭이든, 100번째 제네릭이든 동일한 절차를 거쳐 승인받은 똑같은 품질로 인정받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제네릭 난립을 근절하고 싶으면 근본적인 원인부터 뜯어 고칠 것을 권고한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한정된 시장에 제네릭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 이윤은 원가와 가격과의 차이로 결정된다. 제네릭의 가격은 보험상한가를 의미한다. 제네릭 난립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생동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제네릭 약가인하도 같이 요청해야 명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정부가 인정할 만한 품질의 제네릭을 배출하는 업체만 제네릭을 내놓을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난립 문제는 해결된다. 건강보험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 혹자는 영세 기업들이 무더기로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면서 저렴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 저렴한 중국산 원료도 식약처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오히려 최소비용으로 정부가 인정하는 품질의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효과적인 경영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불순물 원료의약품 사건을 특정 집단의 이익 확대를 위한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조금 더 정교한 과학적인 판단을 통해 향후 유사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국민건강에 도움되는 약물 공급 방안을 고민할 때다.2018-08-13 06:18:02천승현
오늘의 TOP 10
- 1청량리 1000평 창고형약국 무산…58평으로 급수정
- 2정부, 일반약 인상 계획 사전 공유…"기습 인상 막는다"
- 3식약처, 정제·캡슐 식품 퇴출 이어 '약 유사 제품명' 금지
- 4차바이오, 소룩스에 차백신연구소 매각…238억 주식 처분
- 5특허만료 앞둔 엑스탄디, 내달 정제 등재로 시장 방어
- 6동성제약, 관계인집회 부결에도 ‘회생 가능성’ 더 커진 이유
- 7대원, 헬스케어 환입·에스디 손상…자회사 살리기 안간힘
- 8SK 의약품 CMO사업 작년 매출 9320억…3년 연속 적자
- 9한미, 전립선암 치료제 확대…엑스탄디 제네릭 허가
- 10시어스제약 '울트라뉴정' 불순물 우려 자진 회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