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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일반약 시장 활성화와 '톱니바퀴'얼마 전 국회입법조사처가 '흥미로운' 자료와 제언을 내놨다. 우리나라 의약품 가운데 일반의약품과 처방의약품 간 불균형과 이로 인한 사회적 낭비, 일반약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 등을 데이터로 역설한 내용이었다. 일반약과 처방약 소비 비중은 대략 1대 5 수준으로, 처방약 소비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반면, 일반약은 전체 20% 수준에 불과해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데이터의 근거다. 입법조사처는 데이터를 통해 의약품 생산량 증가는 사용량 증가, 약에 대한 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더불어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국내 의약품 소비와 지출 가운데 나타나는 일반약과 처방약 간 불균형 문제와 일반약 시장 활성화 이슈는 전혀 '흥미롭지' 않다. 건강보험 단일화와 의약분업 개시 이후 정부가 우선적으로 보장해온 부문은 경증 질환이었고, 그 기조는 한동안 변하지 않았었다. 약제 소비 불균형 구조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의약품 소비를 실현하기 위해 약사사회나 일부 학자들이 셀프메디케이션을 발전시키고 그 안에서 약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입법조사처는 이 이슈에 대해 "국민 의약품 소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미한 질병으로 인해 지출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일반약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일반약 시장 활성화의 중요성은 비단 약계에서만 역설하는 이슈가 아닌, 국민의 대변자 격인 국회도 주목하고 있는 현안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이 해묵은 이슈가 의약분업 시행 20년이 지나는 동안 한 치의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통 중요한 이슈가 전혀 진전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해관계자들 간 첨예한 갈등이 기반하거나, 사회적인 인식이 저조한 경우, 입법기관에서 주목하지 않는 경우, 그 이슈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반약 시장 활성화는 그 중요성에 비해 이 같은 첨예한 이슈는 얽혀 있지 않다. 다만 사회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고, 건강보험 재정 밖의 일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만성질환자 증가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등이 계속되면서 셀프메디케이션과 일반약 활성화, 약사의 역할이 하나의 카테고리가 되어 이제는 건보재정 합리화와 무관하지 않게 됐다. 따라서 일반약 시장 활성화에 대해 이제는 각계에서 예전보다 더 밀도 있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입법기관은 정책적 지원을, 산업계에선 직관적인 표시기재를, 약사사회는 다양한 관련 콘텐츠 개발 등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직능 확장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일반약 활성화가 지명구매와 혼용돼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노력이 중요하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돌아갈 때 더 큰 에너지를 발산하듯, 이제 일반약 시장을 활성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각자의 역할 안에서 힘을 모을 때가 됐다. NEWSAD2019-06-10 11:44:29김정주 -
[기자의 눈]'돈 되는 신약' 여전히 정부도움 필요하다유한양행이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의 조건부허가 추진의사를 밝혔다. 올해 하반기 국내 임상2상 데이터 분석을 마치고, 내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허가 신청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목표대로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2021년경 시판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레이저티닙은 ASCO 2019 기간 중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1/2상임상을 미국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1상 임상시험계획(IND)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면서 개발 진척을 나타냈다. JNJ-372와 병용 시 타그리소와 같은 3세대 EGFR-TKI 내성의 대안으로서 활용가치가 높다는 게 임상의사들의 중론이다. 비싼 가격 때문에 타그리소를 쓰지 못하는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상업화 이후 시장성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지나친 걱정일까. 최근 국내 분위기에 비춰볼 때 조건부허가 획득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일단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라는 막강한 경쟁상대가 존재한다. 대체약이 있는 경우 2상임상만으로 차별성을 인정받고, 3상임상 진행 계획을 제출하는 과정이 한층 까다롭다. 하지만 그보다 마음에 걸리는 건 신약개발 등 제약바이오기업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다.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가 허가사항과 다른 세포 혼입, 허위자료 제출, 은폐 등의 사유로 2년만에 허가취소되는 불명예를 남기면서 최근 제약바이오기업은 물론 보건당국을 향한 여론이 곱지 않다. 정부가 최근 실패 사례를 토대로 허가 규제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나온다. 과거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조건부허가 이후 개발중단된 사례가 후속 약물의 허가 장벽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리란 일부 시각도 존재한다. 환자 안전을 위해 신약허가에 신중을 기하는 건 보건당국의 당연한 의무다. 의약품개발과 허가 전후 검증을 강화한다는 데 대해 이견은 없다.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워 국산 신약에 대한 허가기준이나 잣대를 낮추는 일도 결코 일어나선 안될 것이다. 레이저티닙 역시 2상임상 분석 결과가 미비할 경우 급작스럽게 허가를 내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다만 '올리타' 개발중단과 '인보사' 허가취소까지 2년 연속 국내 기업이 신약개발 분야 실패를 맛보면서 위축된 분위기가 지속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타그리소와 올리타, 레이저티닙 관련 모든 임상에 참여했다는 A대학병원 교수는 "2상단계지만 피험자규모가 크고 유효성과 내약성 데이터가 뛰어나다"며 "신중을 기하는 건 좋지만 나쁜 시나리오에 매몰되서는 결코 한국에서 블록버스터 항암제가 탄생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식약처 스스로 신약개발 분야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을 갖추길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정부도, 기업도 그간의 경험치를 자양분 삼아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신약개발과 심사 역량을 갖춰나가길 기대해본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2019-06-10 06:15:46안경진 -
[칼럼] 정해인 님과 약쿠르트 님, 그리고 PRPR은 오랜 기간 홍보로 해석되어 왔다. 자기 PR은 스스로를 홍보함이고 약사회 PR은 약사회를 홍보함이며, 회사의 PR 부서는 자기 회사를 홍보함으로 해석됐고,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 우리 기관의 장점을 알리지?'라는 선전 활동을 PR인양 해나갔다. 그런데 PR은 홍보가 아니다. PR은 Public Relations 이다. 즉 '공중과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다양한 활동' 그 자체가 PR이다. (public(공중)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여론을 만들어가는 주체.) 공중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이 PR이기 때문에 PR은 쉽지 않다. 왜냐면 관계란 하루아침에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맺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중과 우호 관계를 맺어가는 PR 활동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유튜브에 '듀피젠트' 관련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정확히 6시간 후에 사노피 PR 담당자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나에게 세 가지 부분을 논의해보자고 했다. 첫째는 주사제가 만능이 아니라고 한 표현이 옳긴 하지만 조금 순화 시켜줄 수는 없는지, 둘째는 비급여 약이라 병원마다 가격이 다르니 가격 정보의 범위를 고쳐 줄 수 있는지, 셋째는 장점과 단점을 좀 더 균형 있게 적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조회 수가 20회가 채 되지 않을 때 받은 연락이라 그들의 신속함에 정말로 놀랐다. PR 업체는 자사 제품 혹은 정책에 공중이 언급하는 말과 글을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더 놀라웠다. 현재도 그 영상의 조회 수는 그리 높지 않다.(혹시 초기 관리를 후회하진 않겠지?) 반면 유튜버 '약쿠르트'*의 아로나민 사례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일동은 영상이 엄청 유명해지고 나서야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그런데 그 영상을 좋아하고 댓글을 달았던 공중의 감정을 많이 고려하지 못했다. PR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우호적 관계'의 문제이다. 일동의 시시비비가 아무리 옳아도 그것은 공중에게 옳음으로 다가가기 어려웠다. 공중이 '좋아요'를 수백 개 누른 영상이 내려졌고, 약쿠르트는 마스크를 쓰고 영상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으며, 이 부분은 공중에게 '일동이 영상을 내리게 만들었어', '약사의 입을 막았어'라고 해석될 개연성을 남겼다. (하지만 PR 이론에 따르면 '사실과 다른 글'과 '영상'은 관리하는 것이 맞다. 핵심은 그것을 어떻게 내렸어야 공중의 감정이 여전히 일동 우호적일지를 고민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좋은 관계를 맺게 만들어 주는 활동이라는 PR이 이래서 어렵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옳고 그름의 잣대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약사회 PR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약사의 역할을 홍보하고 약국의 역할을 홍보하고 공공재로써 전문약을 홍보하는 것은 홍보이지 PR이 아니다. 약사회는 PR을 위해 현재의 공중이 약국과 약사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공중의 니즈(needs)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또 약쿠르트와 연결되어 있다. 현재 공중이 약사에게 가장 원하는 니즈는 '내 입안에 들어가는 모든 물질에 대해 약사라는 전문가가 속 시원하게 말해주면 좋겠다'이다. 필자가 굳이 물질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약국이라는 공간은 건강에 필요한 다양한 물질의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약국이라는 공간은 약을 적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건강으로 이끌어 주는 공간이며, 약사라는 사람은 약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약국과 약사는 실제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공중은 내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물질이 매일 궁금하다. 세세한 부작용부터, 사용법, 성분, 직구 품질은 어떤지, 천연은 정말 천연인지, 수많은 마케팅의 홍수에서 공중은 약사가 어떠한 필터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공중의 가장 큰 니즈이다. 물론 그것을 약쿠르트가 알려주니 (잘 생겼다.)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공중은 '약사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우호적 관계'를 위해서는 어떻게 전달돼야 할까? 친구 사귈 때 근엄하게 이야기하거나 잘난 척 하거나 혼자 말하면 어찌 되는가를 상상해 보면 된다. '메시지'도 중요하고 '메신저'도 중요하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메신저의 태도가 권위에 차 있거나, 메신저에 호감이라는 무기가 없다면 공중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 (거참!) 오늘의 칼럼은 필자답지 않게 길었다. 그래서 총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PR은 공중을 분석하고, 타겟(target) 공중의 상황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효과적인 '메신저'에 태워 전달하고, 공중의 반응을 관찰하고, 메시지와 메신저를 수정해 나가는 여러 과정을 통해, 상호-호혜(너도 좋고, 나도 좋은)라는 성공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소비자 분석 뿐 아니라, 여론을 만들어 내는 공중도 분석해야 한다. 소비자만 분석해서는 결코 공중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갈 수 없다. 내 소비자가 아니더라도,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PR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또한 공중의 감정을 염두에 둔 PR 위기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예전처럼 나쁜 기사는 지우고, 좋은 기사는 띄우는 형태의 전략으로는 결코 공중의 마음을 살 수 없다. 덧붙여 약사회 PR은 약사와 약국을 알리는 것을 넘어서, 공중이 원하는 약사, 공중이 원하는 약국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공중의 상황에 맞는 메시지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정해인 님*은 이미지이지 PR 활동이 아니며, 전략 없는 메시지는 결코 마음에 닿지 않는다. *약쿠르트 - 약사 유튜버 크리에이터 *정해인 - 봄밤 드라마 주인공. 현재 약사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2019-06-10 06:00:22데일리팜 -
[기자의 눈]뜨거운 감자 INN...의·약사 직능갈등 안된다식품의약품안전처의 INN 도입을 통한 제네릭 관리강화 연구 발주로 국제일반명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단편적으로 의사는 강한 반발을, 약사는 환대하는 양상이다. INN 찬반 논란이 의약사 직능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현상 근원에는 INN과 국제일반명 처방을 혼동하거나 습관적으로 통용했던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 INN은 시판허가 의약품 작명법이고, INN 처방은 의사 처방 시 상품명이 아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성분명(INN)으로 처방전을 작성하는 것으로 냉정히 말해 다르다. INN이 도입되더라도, 'INN 처방'이 도입되지 않는 한 현행 의사 처방 환경은 오늘날과 똑같은 셈이다. INN을 도입한 미국과 일본 역시 처방제도는 상품명 처방을 채택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 우리나라 역시 INN 도입 후 미국과 일본 같은 환경이 자리잡을 확률이 높다. 특히 제네릭 관리강화 방안으로서 INN 필요성을 '논의'하는 연구용역 단계에서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는 것은 정부를 향한 불신과 INN 처방에 따른 의사 처방권 약화를 향한 우려감이 녹아진 결과다. 조금 냉정히 살피면, 정부는 이제 막 연구자 모색에 나섰을 뿐 연구 종료 후 INN 처방은 커녕 INN 도입 여부조차 확정하지 않았다. 수위높은 의료계 반발이 다소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단 비판을 받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와 다수 의사단체는 INN 도입을 정부의 의약분업 파기 행위로 규탄하고 선택분업으로 제도 변경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립적 제도인 INN을 지나치게 직능갈등 정치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감 마저 든다. 약사단체는 직접적으로 INN 연구용역 관련 입장문을 내진 않았지만 내심 흡족한 표정이다. 지난해 국회와 함께 INN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의사와 약사는 지역사회 건강과 약물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이자 오피니언 리더다. 세계 의약강국이 채택중인 INN이란 의제 앞에 선 의약사는 다투더라도 더 명확한 논리와 명분, 국민 건강을 토대로 논쟁을 벌여야 한다. 막연히 의약사 직능 득실만을 바라보고 어깨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INN이 무엇인지, INN 처방과 성분명 처방 간 차이는 무엇인지, 국내 도입되려면 어떤 제도가 바뀌어야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정책 설명을 국민에게 하는 것이 의약사 오피니언 리더의 의무다. 의료계는 'INN=성분명 처방이자 의약분업 파기'라는 다소 성급한 주장을 대내외 관철하기 보다 INN의 장단점, 국내외 사례를 별도로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약사회도 INN 도입으로 의약사, 정부, 국민이 어떤 실질적 혜택을 입을지 연구한 결과를 재정리해 공표해야 한다. 이게 의료계와 상호소통하고 국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INN은 의약사 처방, 조제권이 양분된 우리나라에서 정치 의제화되기 쉬운 제도다. 무엇보다 국민이 알기쉬운 INN 정보를 양산해 배포하는 일, 의약사와 정부가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2019-06-09 10:45:45이정환 -
[기자의 눈] 식약처 INN 연구, 탁상공론 안된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국제일반명(INN)에 대한 연구용역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제네릭 의약품의 관리방안 마련을 위해 INN 도입 방안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별 운영현황을 조사하고, 관련 법령과 도입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식약처의 INN연구는 추진 계획이 알려짐과 동시에 의료계 반발에 부딪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분업의 파기 행위이자, 처방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제네릭은 생동성 80%~125%까지 약효 동등성을 인정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이 같지 않다는 주장이다. INN과 관련한 의료계 반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9월 FIP서울총회에서 주목을 받은 INN은 이후 국내도입의 필요성이 알려졌다. 당시에는 성분명처방과 혼용이 되면서, 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017년 10월 ‘성분명처방의 의무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제작해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INN은 제네릭의 품목허가명을 제조사+성분명으로 통일하는 것으로 성분명처방과는 차이가 있고, 의사의 처방권 침해와도 거리가 있다. 상품명처방을 지속하는 이상, 처방과 조제 단계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으며 제조와 공급 단계에서만 변화가 생길뿐이다. 오히려 INN은 제네릭 품목명에 성분명을 표기함으로써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신뢰 제고 측면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릭은 저렴하고 질 나쁜 약’이라는 일부 환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는데 주효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보건의료계 패러다임이 환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INN 도입에 대한 논의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이다. 때문에 식약처 등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INN 도입의 실익을 구체화하고, 이를 거듭 공론화해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INN이지만, 발사르탄 사태 당시 약품 교체 및 환불 등으로 겪었던 혼란을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거부감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식약처는 INN이 자칫 직능 간 주도권 싸움으로 휘말리지 않도록 방향 설정에 주의하면서도, 동시에 특정 직능의 반발을 눈치보며 제도 개선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2019-06-06 19:37:45정흥준 -
[기자의 눈] 아직도 의문인 '인보사' 침묵한 코오롱코오롱 이웅렬 회장의 자식과도 같다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품목허가가 취소될 예정이지만 코오롱생과는 풀리지 않는 찜찜한 의문에도 침묵으로 답하고 있다. 현재 인보사 세포주 변경 논란은 지난 3일 검찰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한국 지점을 압수수색하며 확대 일로에 있다. 식약처는 지난 5월 28일 미국 현지 실사를 다녀와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코오롱생과가 허가 신청 전 세포주 변경 사실을 알았다는 의혹이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주성분 중 2액 성분을 증명하기 위한 단백질 어레이(Array) 검사나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코오롱생과가 원하는 자료만 골라 제출했다는 것이다. 특히 식약처가 회사 측에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라"고 했음에도 증명하지 못했다. 식약처도 허가 취소와 형사고발을 결정했지만 "왜 세포주가 바뀌었으며, 코오롱생과가 이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밝히지 못했다. 세포주 변경 시점과 원인을 밝히는 게 이번 사태 핵심 중 하나였다. 결국 의문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4월 세포주 변경 논란 초기 코오롱생과 이우석 대표와 임원진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에게 고개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코오롱생과는 "최근에 세포주 변경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코오롱생과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나중에 나온다.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이 현지 위탁제조사가 실시한 STR(유전자지문검사) 결과를 코오롱생과에 전달한 사실이 5월 3일 티슈진 공시로 확인된 것이다. 2액 성분이 신장세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코오롱생과는 "공시 내용을 조사 중이라며 식약처 실사에서 모든 의혹을 해소될 수 있게 하겠다"는 해명을 내놨었다. 그러나 식약처 실사 이후에 내놓은 입장은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 또는 은폐사실은 없었다"는 해명 뿐이었다. 코오롱생과가 코오롱티슈진 공시와 식약처 조사 결과에 짧은 입장만 내면서 의혹에 의혹이 더해가는 형국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코오롱생과가 인보사를 어떻게 개발해왔으며 연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과정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20년이란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인보사 역사를 잘 아는 건 코오롱생과 밖에 없다. 이우석 대표는 2013년부터 코오롱티슈진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기업 경영진도 모르게 일처리가 되었던 것일까. 어디선가 보고가 누락되었을까. 아니면 연구지만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코오롱생과의 침묵은 의혹만 키우고 있다. NEWSAD2019-06-05 06:15:28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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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동생동 폐지는 위탁 허용한 약사법과 충돌식약처는 2019. 4. 15.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안 행정입법 예고를 통하여 1년 경과 시점부터 위탁(공동)시험 품목의 허가 품목을 3개 품목으로 제한하고, 4년 경과 시점부터 위탁(공동) 시험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2019. 3. 품목 허가권자(제약사)가 직접 주관이 되어 단독 또는 타사와 공동으로 수행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 보고서를 보유한 경우만을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한 것으로 보고, 주관사가 아닌 공동 생동 참여사의 제품은 53.55%에서 0.85씩 각 각 곱한 가격으로 산정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위탁(공동)생동은 생동입증 품목을 제조하는 제조소에 타 제약사가 제품명을 달리하여 동일 품목의 제조를 위탁(생동자료 공동 사용)하는 경우 타 제약사 허가신청시 허가요건인 생동자료 제출이 면제되는 제도를 말한다. 공동 생동 제도는 2003. 4. 14. 생동 활성화를 위하여 도입된 이후 2007. 5. 25. 공동 생동을 2개(1+1)로 제한하는 규제를 실시한 이후 2011. 11. 26. 다시 규제를 폐지하고 전면 시행하였음에도 또 다시 제한 후 폐지하는 입법안이 상정되어 전면시행, 제한, 폐지를 반복하고 있다. 위탁(공동)생동 폐지 후 제네릭 의약품 품목허가신청을 위해 자사에서 실시한 생동자료를 제출하여야 하므로 허가·심사 자료 준비에 추가적인 시간 및 비용 소요되고, 위탁제조업자가 자체 생동 자료를 제출하지 못 한 경우 식약처는 자료 보완을 요구하여 결국 품목 허가 취득에 실패하게 되고, 품목허가를 취득하지 못 한 위탁제조업자는 요양급여목록 등재를 신청할 수도 없으므로, 낮은 상한 금액으로 산정할 여지도 없게 된다. 결국 공동 생동이 폐지되는 경우 위탁 제조에 따른 허가 과정에서의 이점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제조업자는 자체 제조와 생동 시험을 실시하거나 위탁 제조를 포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임이 명백하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발사르탄 사태는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와 높은 제네릭 약가 수준으로 인한 제네릭의 난립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식약처가 전면 허용되었던 위탁(공동)생동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무분별한 제네릭 의약품 허가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밝힌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공동 생동의 폐지는 위탁 제조를 사실상 엄격하게 제한하여 동일 성분에 대한 품목 허가 숫자를 줄이는데 목표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약사법과 의약품 등의 제조업 및 수입자의 시설기준령에서는 아래와 같이 위탁제조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의약품 제조업자가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탁 제조를 통하여 수탁사의 제조 시설 및 기구를 이용하여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약사법 제31조(제조업 허가 등) ② 제1항에 따른 제조업자가 그 제조(다른 제조업자에게 제조를 위탁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한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경우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품목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제조판매품목허가를 받거나 제조판매품목 신고를 하여야 한다. 의약품 등의 제조업 및 수입자의 시설기준령 제4조(위탁에 의한 시설 및 기구 이용) ① 의약품등의 제조업자는 의약품등의 제조 또는 시험을 다른 의약품등의 제조업자 등에게 위탁하는 경우에는 제3조제1항에 따른 시설 및 기구 중 위탁한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 및 기구를 갖추지 아니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령의 체계는 최고 규범인 헌법을 정점으로 그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국회에서 의결하는 법률을 중심으로 하면서 헌법이념과 법률의 입법취지에 따라 법률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그 위임사항과 집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대통령령과 총리령& 8228;부령 등의 행정상의 입법으로 체계화되어 있고, 하위법의 내용이 상위법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의해 법령은 관념적으로 통일된 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상위법인 약사법과 대통령령인 시설 기준령에서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위탁 제조를 하위법인 식약처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시에서 공동 생동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위탁 제조를 제한하는 입법은 법치 행정에서 위반될 소지가 있으므로, 공동 생동이 아닌 단독 생동 시험만이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2019-06-04 11:01:13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공수표 정책' 판가름과 예산집행정부가 헬스케어산업 육성과 선진화를 위한 로드맵을 전격 발표했다. 공식 명칭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이다. 주요골자는 세계시장 점유율 3배 확대, 수출 60조 달성, 일자리 30만개 창출, 5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정부 R&D 4조원 확대, 인허가 규제개선 등을 통한 혁신적 신약·의료기기 개발과 국민 생명·건강 보장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즈음한 환영할 만한 미래 정책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난 22일, 충북 오송에서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전략을 발표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중점 육성할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미래 비전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한 만큼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제약바이오기업 탄생과 산업생태계 부흥에 업계의 분위기도 한층 고조돼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미래 성장가능성과 고용 효과가 크고, 국민건강에도 이바지하는 유망 신산업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각종 투자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성장률은 4%대로 조선(2.9%)/자동차(1.9%)산업 보다 최대 2배 가량 높다. 제약·의료기기 등 제조업과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도 최근 5년간 17만개의 일자리가 늘었다. 그동안의 지속적인 민간·정부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과 의료·병원시스템, 의·약학 분야 우수 인재 등의 제반시스템을 바탕으로 일군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번 혁신 전략은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통한 '사람중심 혁신성장'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제약·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은 기존 1.8%에서 2030년까지 3배 확대된 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87만명 상당의 관련 일자리도 향후 10년 내 117만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연간 2조6000억원 수준인 바이오헬스분야에 대한 정부 R&D 투자를 2025년까지 4조원 이상으로 확대 추진한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유망기술 개발을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세부사항은 표적항암제 등 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 개발, 신약개발 전주기 지원을 통한 유망 후보물질 발굴 및 중개연구 지원, AI 영상진단기기 등 융복합 의료기기 및 수출 주력품목 기술고도화 등이다. 신약개발 R&D 성공률 제고를 위해 민간 벤처투자와 공동으로 우수 물질을 선별 투자하는 '투자연계형 R&D'를 신설하고, 범부처 R&D 협업 및 공동기획 확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정부는 또 바이오헬스 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우리의 규제시스템도 국제기준과 맞아야 한다는 인식 아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확고히 지키되, 국제기준과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구체적 실행 계획은 먼저, 의약품·의료기기 인허가 기간 단축이다. 신기술 분야에 대한 심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심사 전담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융복합 제품에 대해 개발단계부터 사전상담 및 신속한 품목 분류를 통해 인허가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세포·유전자 등을 활용하는 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맞도록 관리체계를 선진화한다. 의약품 임상시험과 구분되는 재생의료 임상연구 제도를 도입, 임상연구 활성화 및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국가 차원의 재생의료 심의위원회, 재생의료 실시기관 지정제, 질병관리본부의 장기추적조사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정책 구상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미래 전략임에 두말할 여지가 없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예산 반영 시점이다. 규제개선 로드맵과 인력양성 마스터 플랜은 올해부터 짜여질 전망이지만 국가 신약개발과 미래의료 선도사업단에 대한 지원은 2021년으로 잡혀 있다. 향후 2년 후면 대통령 레임덕 기간에 접어들어 자칫 집행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2009년 지식경제부 주관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사업이 '반쪽짜리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실있고 경쟁력 있는 알짜 바이오텍 발굴보다는 대기업 계열 바이오기업 육성과 비영속적 예산집행의 총체적 결함 때문이다. '5. 22 미래전략' 성공 가늠자를 과거의 거울을 통한 반추에서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19-06-03 06:20:09노병철 -
[기자의 눈] 소모적인 밤샘 수가협상 또 재현의약계 한해 농사가 끝났다. 내년 요양기관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은 2.29%로 결정됐다. 벤딩 즉, 추가로 투입되는 재정은 1조478억원이다. 유형별로 구분하면 병원 1.7%, 치과 3.1%, 한방 3%, 약국 3.5%, 조산원 3.9%, 보건기관 2.8% 인상된다. 아쉽게 의원은 2.9%에 합의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한 가운데 5일 열리는 건정심에서 의원의 수가인상률이 논의된다. 2.9%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내년부터 의원 외래초진료는 1만5960원에서 1만6140원으로 조정된다. 이번 수가협상은 시작부터 달랐다.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가입자, 공급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했다. 올해는 소모적인 밤샘협상을 지양하고, 미리 준비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가협상을 해보자는 뜻이었다. 수가협상 초반부에는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평균보다 열흘가량 앞당겨 단체장 상견례를 진행했고, 건보공단은 본격적인 수가협상을 앞두고 공급자단체에 최소 4차례에 걸쳐 요청자료를 전달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수가협상 종료시한인 5월 31일이 되자, 한정된 벤딩을 나눠먹어야 하는 제로섬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결렬을 선언한 의협은 1일 새벽 6시 5분 진행된 8차 협상을 끝내며 "마지막 협상팀까지 기다려보겠다"고 버티기에 나서기도 했다. 벤딩 점유율이 가장 큰 병협이 1조478억원의 벤딩 중 4349억원을 가져가자, 그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의협이 나머지 벤딩을 쓸어 담기 위한 눈치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2.9%의 벽은 깨지지 않았고 최종 결렬이 선언됐다. 한쪽의 이득과 다른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가 되는 '제로섬게임'. 매년 수가협상은 제로섬게임으로 비유된다. 재정운영소위원회가 내년 벤딩을 정하면, 건보공단은 정해진 벤딩을 가지고 각 유형과 수가협상을 진행한다. 한마디로 건보공단은 재정소위, 그리고 공급자단체와 양면의 협상을 해야한다. 이 과정은 그야말로 체력싸움이 된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에 따라 벤딩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수가협상은 오전 8시 20분에 의협이 결렬을 선언하면서 끝났다. 대한조산협회까지 포함하면 31일 수가협상은 오후 3시부터 진행됐다. 장장 17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재정소위, 건보공단, 공급자단체가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17시간 중 본격적인 막후협상은 1일 새벽 3시를 넘겨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벤딩 규모가 가장 큰 병협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고, 건보공단이 이를 바탕으로 벤딩 확보를 위해 재정소위 설득작업을 나섰기 때문이다. 1일 새벽 3시 이후부터는 건보공단이 공급자단체와 협상을 하는 것인지, 재정소위와 협상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공급자단체와의 협상은 일시 중단하고 재정소위를 만나기 바빴다. 마지막 벤딩을 확보하고 나서야 일사천리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공급자단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정소위에 묻고 싶다. 협상의 당사자는 누구인가.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다. 재정소위는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다. 추가재정소요액이 벤딩이라 불리는 이유는 재정을 묶었다가 조금씩 유동적으로 풀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자꾸 변화하는 벤딩 때문에 소모적인 협상이 재현되는 것이다. 재정소위는 매년 5월 31일, 수가협상이 이뤄지는 수가협상장 인근에 모여 벤딩을 쥐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적정수가'를 약속한 정부의 뜻과 반해 재정소위는 환산지수 증가율을 잡아야 한다며, 내년도 벤딩을 5000억원대로 설정했다고 한다. 문케어로 상대가치점수가 커지고 있어, 환산지수라도 잡아야 한다는 재정소위의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당초 설정한 벤딩의 2배 가량이 하루새 늘었다. 결국은 내년에도 '조금만 버티면 벤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다시 밤새 소모적인 협상이 재현될 수 밖에 없다. 재정소위는 그만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가 소모적인 협상을 끝낼 수 있도록 '확정된 추가재정소요액'을 정해주던지, 아니면 재정소위가 공급자단체와 직접 협상에 나서는게 현명하리라 본다. NEWSAD2019-06-03 06:15:32이혜경 -
[칼럼] 거꾸로 가는 의약품 유통의약품의 유통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만약 그 과정 중에 왜곡된 부분이 있으면 결국 그 물은 고여서 썩기 마련이다. 의료기관의 직영도매가 부정·부패의 원인인 이유이기도 하다. '의료기관의 도매상 개설 금지' 규정의 연혁 오래전부터 의약품 유통체계와 판매질서 유지 차원에서 의료기관 개설자의 의약품 도매상 개설이 금지되어 왔다. 1991년 「약사법」에 '의료기관 개설자의 도매상 개설 금지' 규정이 신설되었고, 1994년에는 「약사법시행규칙」에 '의약품 도매상이 특정 의료기관 만을 위한 독점적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규정 또한 신설되었다. 이와 같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의약품 도매상 개설을 금지하고, 특정 의료기관 만을 위한 독점적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러한 도매상은 의약품 실거래가를 부풀리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다른 도매상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제약회사에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는 등 의약품 유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크며, 의료기관은 도매상의 경제적 이윤 증대를 위한 과다 처방, 조제·투약을 할 가능성도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도매상 개설 금지 규정은 의약분업의 시행에 따라 의료기관의 개설자뿐만 아니라 그 '임원 및 직원'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지금은 약국개설자 역시 의약품 도매상 개설을 금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직영도매상 금지 규정이 오늘에 이르게 된 데는 순탄한 과정을 거친 것만은 아니다. 의료기관을 갖고 있는 학교법인이 '의료기관의 직영도매상 개설 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2004년 헌법재판소는 판결을 통해 동 규정의 입법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시한 바 있다. (1) 의약품의 오남용 가능성의 제거를 통한 국민의 건강권 보호 부속병원이 같은 학교법인 소유의 의약품 도매상의 경제적 이윤 증대를 위하여 의약품을 상대적으로 과다 처방하고 이를 조제·투약(판매)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의약품의 과다 투약에 따른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하여 장기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 향상시키려는 입법목적을 갖는다. (2) 불공정 거래행위의 원인 제거 부속병원을 개설한 학교법인이 의약품 도매상을 경영할 경우 학교법인 소유의 부속병원이라는 확고한 의약품 수요자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므로 이러한 지위를 남용하여 다른 의약품 도매상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약품을 공급할 제약회사에게 의약품 대금 등 계약 조건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는 등 공정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해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할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한편, 2008년 5월, 감사원은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통해, '의약품 도매상 지분을 과다하게 보유한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특수관계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데도 이를 단속하거나 제한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당시 보건가족부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기에 이른다. 감사원은 특히 9개 의료기관의 직영도매상 운영 실태를 직접 조사하고, 약사법상 '의료기관 개설자의 도매상 겸업을 제한한 것은 의약품의 수요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도매상을 동시에 영위할 경우 그 관계를 이용하여 실거래가를 부풀리고 다른 도매상의 공급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불공정거래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입법취지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 본인 및 특수관계인이 주식회사 형태의 도매상 지분을 과반수 보유하는 등으로 도매상을 사실상 지배·운영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에 의료기관 개설자 등의 도매상 지분 소유 제한 등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사유를 명확히 규정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등에 따라 국회에서는 '현행 약사법상 의료기관 개설자(의료기관이 법인인 경우에는 그 임원 및 직원)에게는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법인(주식회사) 형태의 의약품 도매상에 대한 허가 결격사유가 명확하지 않아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도매상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면서 도매상을 사실상 지배·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법인 형태로 설립되는 의약품 도매상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자 등의 과다한 지분 소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 등을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도매상 허가를 하지 않았던 당초 입법취지를 더 명확히 하기' 위해 2011년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과 도매상 간의 의약품 거래를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을 하게 된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의료기관 직영도매 및 특수관계자 거래 이렇듯 의료기관의 직영도매상에 대한 폐해를 막기 위해 오랫동안 약사법 개정 등을 통해 불합리한 의약품 유통체계를 개선하려고 하였으나 아직도 의료기관의 직영도매상은 이런저런 편법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점차 대형 병원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례는 2014년 3월, 당시 한국의약품도매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안연케어(구, 제중상사) 지분 매각에 대한 유권해석 및 조사의뢰' 공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 공문에 의하면, 제중상사는 1992년 5월 20일에 설립된 의약품 도매상으로 2012년 8월 28일 상호를 주식회사 안연케어로 변경하였는데,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100% 지분을 보유하였다가 2012년 6월부터 특수관계자와의 의약품 거래가 금지되자, 2014년 3월 19일 아이마켓코리아에 51%에 해당하는 지분을 751억원에 매각하면서 13년간 의약품 납품권을 보장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한 채 특수관계자의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는 약사법 제47조제4항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도 납품권을 매개로 제약회사에 높은 마진을 요구하고 해당 의료기관에는 상한가로 납품하면서 그 차액을 기부금 또는 배당금으로 활용하는 등 직영도매의 전형적인 운영 행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데, 지분 참여 50% 미만은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되는 약사법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여 기존의 연세의료원, 경희의료원과 백병원 계열의 학교법인 인제학원 및 부산 대동병원의 학교법인 화봉학원 뿐만 아니라 이화의료원과 차병원 등도 도매상 지분 참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부속병원이라는 확고한 의약품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는 학교법인 등이 신규 의약품 도매상의 49% 지분을 소유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철저한 실태조사 및 법 집행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 의약품 도매상을 소유하거나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의료기관과의 거래를 위해서는 제약회사나 다른 도매상 모두 해당 도매상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불공정행위를 넘어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약가제도의 근간으로 유지해 온 실거래가상환제도의 틀을 무너트리는 것이며, 불법적인 약가마진 편취를 통해 보험재정에 손해를 끼치는 중대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의료기관 개설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과의 의약품 거래를 제한한 약사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직영도매상 사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약사법상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란 '해당 법인의 총출연금액·총발행주식·총출자지분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 출연 또는 소유하는 자' 및 '해당 법인의 임원 구성이나 사업운영 등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의료기관이 도매상에 출자한 경우 해당 법인의 임원 구성이나 사업운영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에 대해 사실 관계를 실질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를 위한 준수사항)에서 도매상의 준수사항인 '특정한 의료기관의 개설자만을 위한 독점적 영업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의 규정에 대한 법 집행도 필요하다. 나아가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의약품 도매상의 주식 지분을 50퍼센트 이하로 보유하면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여전히 의약품 도매상으로 하여금 의료기관 등과 독점적 거래를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의약품의 실거래가를 부풀려 국민의료비 부담을 가중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한편, 다른 의약품 도매상의 의약품 공급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불공정거래를 유도하고 있는 바, 의료기관 개설자 등이 법인인 의약품 도매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의약품 도매상은 해당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직접 또는 다른 의약품 도매상을 통하여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 입법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NEWSAD2019-06-03 06:10:3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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