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심평원 퇴직자 재취업 족쇄, 아쉽다
- 이혜경
- 2018-02-05 06: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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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은 지난해 말 전직 약제관리실의 대형로펌 이직설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곧바로 행동강령 개정에 들어갔다. 새로운 약제관리실장을 임명하고, 행동강령에 대한 의견조회를 6일동안 거쳤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개정 작업을 늦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서둘러 확정했다.
직원들이 반발한 이유는 하나다. 다들 임직원들이 퇴직후에도 청렴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정이유에는 동의한다. 개정안에 포함된 퇴직임직원 윤리기준, 직무관련자 접촉 보고 의무 등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양심에 따라 지켜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전직 약제관리실장 규정'이라고 불릴 만큼, 특정인 또는 특정부서를 타깃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업무보고를 앞두고 개정안을 확정시킨 이유도 국회의원들의 사전질의에 전직 약제관리실장 건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승택 심평원장 역시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의 임직원 취업제한 질의에 대해 "퇴직 임직원 윤리규정을 신설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질의응답만 놓고 보면 심평원 퇴직예정자들의 대형로펌 이직설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내용 역시 취업제한 부분이다. 행동강령 제24조의4에 '원장은 퇴직예정자에게 구직을 위해 접촉 중인 영리사기업체 등으로의 취업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제시하고 해당 영리사기업체 등으로의 취업을 자제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공직자윤리법을 적용 받지 않는 심평원 관리직들의 퇴직 후 재취업을 우선 행동강령으로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연히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윤리는 일반 사기업보다 더 강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퇴직자에게 윤리만 강화할 뿐, 은퇴 후 '제2 인생설계'를 응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재취업 족쇄로 앞으로의 인생설계에 대한 고민조차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정년을 앞둔 한 직원은 "기업 등 관련분야 재취업은 꿈도 못꾼다. (그런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이다. ) 정년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보내기 보다, 재직 중에 제2인생설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 시 공로연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정 개정이 더 절실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재취업 족쇄는 최근 취임한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행보와 비교돼 심평원 직원들의 허탈감을 더 키웠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일 취임식 이후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정년퇴직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심평원 또한 올해 정년퇴직 인원이 50여명에 달한다. 평년보다 2~3배 늘어난 정년퇴직자의 윤리의식을 이야기하고 관련 업계 취업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고참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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