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폐암 정밀치료 시대"…렉라자 맞춤형 치료 전략의 진화
- 차지현 기자
- 2026-07-13 06:00:46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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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암센터 한지연·아주대병원 김태환 교수
- 3세대 TKI 1차 치료 정착 후 위험도별 전략으로 패러다임 전환
- "환자 질환 위험도 따라 치료 강도 달리해야…삶의 질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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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 단독요법이 중심이었다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과 방사선치료 등 국소치료 병행 전략이 등장하면서 환자 위험도에 따라 치료 강도를 달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렉라자가 단독요법에서 병용요법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장기 생존과 내성 억제, 중추신경계(CNS) 전이 관리까지 고려하는 맞춤 치료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한지연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김태환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만나 렉라자 기반 치료 전략의 변화와 환자별 치료 선택 기준, CNS 전이 관리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렉라자는 EGFR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2021년 1월 국내에서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2024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EGFR 엑손19 결실 또는 엑손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EGFR 변이 폐암 치료 변화의 출발점은 1차 치료 단계부터 환자 특성에 맞춘 다각적 접근이 가능해진 점이다. 과거에는 1·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후 T790M 내성 변이가 나온 일부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3세대 약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초기부터 3세대 EGFR-TK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조합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
한 교수는 "EGFR 변이가 확인된 모든 환자에게 3세대 치료제를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진정한 치료의 시작"이라면서 "최근에는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서 환자 위험인자에 따라 치료 전략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초기 치료부터 3세대 EGFR-TKI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순히 질병 진행을 늦추는 데서 나아가 장기 생존을 목표로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1·2세대 치료 후 T790M 내성 변이가 확인된 환자만 3세대 약제를 사용할 수 있어 중간에 치료 기회를 잃는 환자가 많았다"며 "이제는 처음부터 3세대 약제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치료 공백을 줄이고 3년의 생존기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실제 임상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단독요법을 적용하기보다, 질환 위험도에 따라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MARIPOSA와 FLAURA2 연구를 통해 병용요법이 3세대 EGFR-TKI 단독요법보다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을 추가로 개선할 가능성이 제시되면서다.
한 교수는 "3세대 EGFR-TKI는 EGFR 변이 폐암 치료의 완성이 아니라 진정한 시작점"이라면서 "단독요법으로도 치료 성적이 크게 좋아졌지만 뇌전이나 간전이, L858R 변이처럼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남아 있는 환자군에서는 병용요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병용요법을 우선 고려하는 기준으로는 뇌전이와 간전이, EGFR L858R 변이, 높은 종양 부담 등이 꼽힌다. 혈액에서 순환종양 DNA가 검출되는 환자도 종양 부담이 큰 환자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위험인자가 뚜렷한 환자일수록 단독요법보다 병용요법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리브리반트는 EGFR과 MET을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로 두 신호전달 경로를 함께 억제한다는 기전적 장점이 있다. 한 교수는 "MARIPOSA 연구에서는 EGFR 하위 변이에 따른 분석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EGFR L858R 변이에서 MET이 중요한 치료 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면서 "비용 부담은 고려해야 하지만 간전이 환자나 L858R 변이 환자처럼 MET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환자에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더 적합한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 동반질환과 이상반응 부담이 큰 환자에서는 렉라자 단독요법이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다. 김 교수는 "병용요법은 효과가 좋은 대신 주사치료를 위해 2~3주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이상반응 관리 부담도 커진다"며 "단독요법은 치료가 안정되면 외래 방문 간격을 3~4개월까지 늘릴 수 있어 삶의 질과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렉라자 단독요법을 장기간 이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은 어떻게 관리할까.
대표적인 말초신경병증은 용량 조절로 대응한다. 표준용량 240mg을 복용하다 증상이 심해지면 160mg으로 낮춰 치료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후향적 연구를 보면 용량을 줄였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라며 "환자 상태에 맞춰 용량을 조절하면서 장기간 치료를 유지하는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고 했다.
CNS 전이는 치료 강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EGFR 변이 폐암 환자의 약 25~30%는 진단 당시부터 뇌전이를 동반하고 초기 치료로 조절되더라도 추적 과정에서 CNS 병변이 다시 진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LASER201과 LASER301에서 CNS 전이가 있던 환자 64명을 통합 분석한 결과 렉라자의 두개강 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27.7개월이었다. 측정 가능한 CNS 병변이 있던 환자의 두개강 내 객관적반응률은 92%, 질병통제율은 96%로 나타났다.
전이 범위가 크지 않은 환자에서는 렉라자 단독요법에 방사선치료를 더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김 교수는 "전이 병변이 5개 미만인 소수전이 환자는 주사제 병용요법 대신 렉라자를 복용하면서 정위체부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며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잦은 내원과 이상반응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렉라자 기반 치료 전략은 앞으로 더 넓어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연구자주도임상(IIT)을 통해 T790M 음성 환자와 뇌·연수막전이 환자, 비정형 EGFR 변이 환자 등 기존 허가 임상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영역에서도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한 교수는 "IIT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필요한 치료 전략을 개발하고 표준 치료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미충족 수요가 남아 있는 환자군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치료 효과뿐 아니라 환자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의 임상적 가치가 확인되더라도 급여 적용이 늦어지거나 장기 치료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면 실제 환자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전 무상공급프로그램(EAP)을 운영해 치료 공백을 줄였고 최근에는 약가를 인하해 장기 치료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춘 바 있다.
한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 개발된 혁신 항암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렉라자를 개발한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산업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례"라며 "1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이끄는 기업으로 계속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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