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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노믹스 '따따블' 뒤엔 확약 방패…해제 땐 양날의 검

  • 차지현 기자
  • 2025-12-22 06:00:55
  •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74% 알지노믹스, 상장일 주가 300%↑
  • 상장 초반 유통주식 제한 효과…확약 해제 시점 수급 부담 가능성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공모주 청약에 관심이 있다면 '의무보유확약'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접해봤을 겁니다. 기업공개(IPO) 기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지만 막상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까지 정확히 짚어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의무보유확약은 무엇이고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까요.

IPO는 'Initial Public Offering'의 약자로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해 증시에 상장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한국어로는 기업공개라고 부릅니다. 즉 IPO는 기존에는 비상장 상태였던 회사가 주식을 발행하고 이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해 주식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만드는 절차입니다.

IPO를 추진하는 기업은 아직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어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장 과정에서는 주관사가 기업의 적정 가치를 먼저 평가해 공모가격을 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주관사는 해당 기업의 재무 상태와 성장성, 사업 모델, 유사 상장기업의 주가와 밸류에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희망 공모 범위를 제시합니다.

이후 이 희망 밴드를 바탕으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합니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는 "이 가격에 이만큼의 주식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적어내는데 이때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조건을 함께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의무보유확약입니다.

의무보유확약 기간은 통상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 등으로 나뉩니다. 상장 주관사는 확약 여부와 기간을 반영해 기관투자자별 공모주 배정 물량을 결정합니다. 같은 수량을 신청했더라도 더 긴 확약을 제시한 기관이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는 구조입니다.

최근 상장한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 알지노믹스의 사례를 볼까요. 알지노믹스는 리보핵산(RNA) 치환효소 플랫폼을 기반으로 특정 유전자의 RNA를 선택적으로 교정·편집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18일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알지노믹스의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참여 기관의 전체 신청 수량 13억1156만주 중 약 74.3%에 달하는 9억7431만주에 확약이 걸렸습니다. 기관투자자가 배정 물량의 약 4분의 3을 일정 기간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얘기입니다.

신청 수량 기준으로 보면 6개월 확약 물량이 4억705만주(31.0%)로 가장 많았고 3개월 확약 물량도 3억1367만주(23.9%)에 달했습니다. 이외 1개월 확약 물량이 1억5169만주(11.6%), 15일 확약 물량이 1억189만주(7.8%)였고요. 상장 직후 매도가 가능한 미확약 물량은 3억3724만주(25.7%)로 집계됐습니다.

알지노믹스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올해 기술특례로 신규 상장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15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해당 15개사의 기관 배정 물량 가운데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22.3%인데 알지노믹스의 확약 비율은 이 평균치를 세 배 이상 웃돕니다.

통상 바이오 기업의 경우 상장 시 기관투자자들이 단기 차익 실현을 염두에 두고 의무보유확약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임상 결과나 기술수출 성과 등 향후 이벤트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큰 산업 특성상, 상장 직후에는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알지노믹스의 높은 확약률은 투자자가 회사의 독자적인 RNA 플랫폼 기술력과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매우 견고하게 신뢰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됩니다. 특히 6개월 이상 장기 확약 비중 높다는 점은 상장 초기 잠재 매도 물량(오버행) 우려를 잠재우고 주가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실제로 이러한 '수급 방패'는 상장 첫날 기록적인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알지노믹스는 상장일인 18일 공모가(2만2500원) 대비 300% 급등한 9만원에 장을 마치며 이른바 '따따블'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이어 상장 이튿날인 19일에도 주가가 30% 급등해 상한가(11만7000원)로 장을 마감했죠.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의 상당수가 확약으로 묶이면서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이 극도로 제한됐고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맺은 1조9000원 규모 기술수출 성과 등이 시너지를 내며 폭발적인 매수세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높다고 해서 주가 흐름이 끝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무보유확약은 어디까지나 일정 기간 매도를 미루겠다는 약속일 뿐 그 기간이 지나면 언제든 매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확약이 많다는 점은 해제 시점에 잠재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알지노믹스 역시 상장 이후 15일·1개월·3개월·6개월 확약 물량이 단계적으로 풀리는 구조입니다. 상장 직후에는 매도 가능 물량이 제한돼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약 해제 구간마다 잠재적인 매물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1개월과 3개월 확약 물량은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해당 시점 전후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도 있습니다.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의무보유확약 물량 역시 모두 공모가에 취득한 주식이라는 점입니다.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구간에서는 차익 실현 유인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습니다. 확약 해제 시점에 맞춰 뚜렷한 임상 진전이나 기술수출 등 추가적인 모멘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일부 기관 물량이 시장에 출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의무보유확약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장치라기보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시간을 벌어주는 완충장치에 가깝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확약 비중이라는 숫자를 넘어 확약 기간별 물량이 언제 풀리는지 그리고 그 시점에 회사의 사업·기술·재무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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