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주말 아침, 폭탄 투척도 아니고. 동네 약국인데 2천만원어치 냉장 보관 주사제를 배송하면 어쩌란 말일까요. 아무리 재고 있을 때 넉넉히 가져다 달랬지만, 이건 너무한것 아닌가요.”

환자 방문이 뜸한 토요일 오전 경기 지역 한 약국으로 마운자로 폭탄이 떨어졌다.

A약사는 7일 데일리팜에 최근 마운자로 배송과 관련해 겪은 일을 알리며 동료 약사 약국들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제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약사는 지난달 말 토요일 오전 평소 거래하던 대형 도매업체로부터 마운자로 70개를 배송받았다. 배송된 것은 마운자로 2.5mg 50개, 5mg 20개 분량으로, 총 결제 금액만 2100여만원에 달한다.

마운자로의 경우 약국 유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만큼 A약사는 지속적으로 거래 도매와 담당자를 통해 재고가 확보되면 약국으로 유통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고 했다.

그러던 중 주말 오전 약국에서 감당하기도 어려운 대량의 약이 배송돼 왔고, 약사는 당장 해당 약을 보관할 만한 장소도 없어 오전 내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실제 약국에 배송된 스티로폼 박스는 환자 대기 공간 일부를 채울 분량이다.

A약사는 “마운자로 재고가 늘 부족하다보니 담당자에게 재고가 풀리면 배송해달라는 말을 계속 해왔다”며 “최근 자신이 릴리 관계자로 밝힌 인사가 약국으로 연락을 해 와 그때도 마운자로 주문을 재차 요청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월말 토요일 아침 스티로폼 대형 4개 박스 분량이 배송돼 왔다. 직접 주문한 것도 아니었다”면서 “도매에 다시 연락을 하니 주말이라 물류창고도 닫힌 상태였고, 우리 약국에는 해당 분량을 보관할 만큼의 냉장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이어 “왜 이렇게 많은 약이 배송됐는지 이곳저곳 수소문하고 당장 냉장약인데 보관 문제가 있어 다시 돌려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오전 내내 약국 업무는 마비됐었다”면서 “결국 도매 거래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용달을 대절해 가져가면서 일단락됐기는 했다. 이후 거래 도매와 제약사 측에 확인해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또 “당시 월말이었던 만큼 실적을 위한 밀어내기가 의심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월요일에 항의를 하니 충분히 넣어달라고 해 충분히 넣었고, 그 정도가 기본 주문량이라는 답이 돌아오더라. 답답하고 황당할 노릇이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약국에서는 감당도 못할 양이다. 다른 약국들도 같은 피해를 입거나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제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거래 도매 업체 측에서나 관련 담당자가 월말 실적을 감안해 그간 주문을 요청해 왔던 약국들에 밀어넣기 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월말이다 보니 도매가 배정받은 분량 중 재고가 남았을 가능성이 있고, 매출을 채우려 밀어넣기를 했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약국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치인 것 같다.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