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제약사를 운영하던 대표와 품질 관리 책임을 맡았던 공장장이 법정에서 나란히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생산 실적 제고를 위해 자사 의약품을 임의로 변경 제조하고 품질관리 기준 등을 지키지 않은 이유에서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최근 A제약 전 대표이사인 A씨와 전 공장장이자 품질 관리 책임자인 B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단, 법원은 재판진행 경과 등에 비춰 이들이 도망항 염려 등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느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들의 혐의는 크게 변경허가 없이 품목허가와 다른 의약품 제조, 즉 임의 제조와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미준수에 의한 약사법 위반이다.

임의 제조 관련 혐의를 보면 A씨는 B씨로부터 이 회사 특정 전문약, 일반약에 대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신고사항과 달리 임의로 주성분 외 원료 및 제조 방법 등을 변경해 제조되고 있음을 보고받았음에도 이를 묵인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A씨가 당시 회사의 자금 여력이 좋지 않아 적은 비용으로 생산 실적을 제고해야 한다는 경영상 판단 하에 이를 묵인, 방치하고 공장장인 B씨에게 품목변경허가를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 절차 진행을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사실상 범행을 실행에 옮긴 B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제조공장에서 부형제 유당수화물, 미결정셀룰로오스 등을 증량하고, 용제인 에탄올, 붕해제인 전문글리콜산나트륨을 제외하는 등 4개 의약품 품목을 임의로 변경해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또 2019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자사 특정 전문약의 연합공정에서 용제인 정제수를 증량하는 방법으로 제조판매품목허가 사항과 달리 변경해 제조하면서 그에 대한 품목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90번 내지 119번 제조방법을 임의로 변경해 제조한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임의 제조 이외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미준수에 의한 약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받았다. 제조기록서 작성, 안전성 시험, 시험성적서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법정에서 A씨 측은 공장장인 B씨로부터 임의 제조에 대해 보고 받은 사실이 없고, 관련 의약품이 판매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대표이사 재직 시절은 물론이고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이후에도 경영권을 양도할 무렵까지 사건의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한 만큼, 생산, 품질관리 책임자인 B씨가 A에게 임의제조 사실을 보고해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A씨가 작성한 업무 수첩에는 ‘허가와 실제 다른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 A는 대표이사인 B에게 전송한 ‘생산본부 주간업무계획’에서 사건의 회사 공장에서 의약품의 임의제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간적접으로 기술돼 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징역형 실형 선고 이유에 대해 법원은 “상당 기간에 걸쳐 품목 신고 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임의제조하고 판매했다”며 “이로인한 위해성이 직접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등에 부작용 등 위해성이 없다거나 의약품으로서 유효성이 담보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에 피고들에 대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B씨에 대해서는 “임의제조 판매에 더해 식약처 정기약사감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제조기록서 등 관련 서류를 조작하거나 폐기하기도 했다”며 “피용자 지위에서 회사 이익을 위해 사건의 범해을 저질렀다 해도 그 책임 결코 가벼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표이사였던 A씨에 대해 법원은 “적극적으로 임의제조 등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회사 대표로서 관련 법령 준수 책임이 있음에도 회사 또는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한 채 임의제조 위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임의제조 관행이 있다거나 사건 의약품들의 유해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 그 책임이 가볍다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1심 판결 이후 검사 측과 더불어 A, B씨 측이 쌍방 상소하면서 이번 사건은 항소심 재판을 앞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