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입점할 것처럼 약사를 속인 부동산 업체와 병원장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A약사가 부동산 업체 대표 B씨와 영업사원 C씨, 이비인후과 전문의 D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A약사는 2015년 5월 B, C씨를 통해 경기도의 한 신규건물 1층 독점약국 자리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5년 임대에 보증금은 2억, 권리금 8000여만원 조건이었다.

계약 체결 후 약사는 B, C씨 계좌에 계약금과 권리금 명목으로 1억여원을 입금했다. 해당 계약 과정에서 약사는 이 건물에 D씨가 운영하는 이비인후과가 입점할 것이란 내용을 B와 C, D를 통해 확인받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A약사와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B와 C는 다른 약사 2명에게 같은 점포에 대해 독점약국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었고, 이에 더해 이들은 해당 점포를 매수할 경제적 능력도 사실상 없는 상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상 해당 점포에서 약국 운영이 불가능하지면서 약사는 부동산 업자인 B와 C, 이비인후과원장인 D에 대해 각각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우선 부동산 업자인 B와 C에 대해선 피해자인 A약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해당 점포를 A약사에 임대해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원고인 약사를 기망해 계약금, 권리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받아 편취했단 이유에서다.

따라서 A약사가 손해배상 금액으로 청구한 1억여원을 B와 C가 공동해 지급하도록 주문했다.

A약사는 임대차게약 과정에서 B, C와 공모해 해당 건물에 병원을 오픈할 것처럼 속인 이비인후과 원장 D씨에 대해서도 공동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약사는 D씨가 실제 건물을 매수하거나 임대해 병원을 개업할 의사가 없음에도 병원을 입점할 것 같이 기망했단 점에서 B, C와 공동해 손해배상금으로 1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D씨는 "해당 건물에 입점하려 했지만 부동산업자들과의 약정에 따른 조건이 이행되지 않아 입점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며 "해당 건물 특정 상가 점포에 대한 임대차계약서를 알지 못하고 원고에 보여준 적도 없는 만큼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비인후과 원장인 D씨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봤다. A약사와 부동산 업자들 임대차 계약 자리에 D씨도 동석했고 임대차계약서를 약사가 확인하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자인 B, C와 달리 D씨는 약사로부터 돈을 지급받은 사실은 없어 금전적 이익을 실제 보지는 않았단 점에서 일부 책임만을 인정, 4400만원을 보상하라고 주문했다.

법원은 "의사인 피고는 미필적 고의 내지 적어도 과실이 있다"면서 "이 사건 건물 병원 입점과 관련 직접 본인 비용으로 계약하지 않고 병원 입점도 계속 지연되고 있었음에도 정상적으로 병원을 입점해 운영할 것처럼 해 피고 B, C의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봄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D는 피고 B, C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금전적 이익을 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책임이 일부 제한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