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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공의 희생에 빚진 사회, 더는 안된다수련을 받는 건지, 노동력을 봉사하는 건지 도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과도한 병원일과에 묶여 매일 매일을 허덕이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전공의들에게 인간다운 삶과 정당한 수련의 권리를 돌려주기 위한 법안이 국회 법제실 검토를 밟고 있다. 이는 50년 해묵은 문제의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근본적으로 환자안전을 담보하려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경영이라는 이름의 병원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전공의들의 인간적 권리를 회복시키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지지한다.'전공의의 수련 및 근로기준에 관한 특별법안'이 그것으로 이 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 주 100시간 이상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을 제도적으로 구출해 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전공의들이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병원에 붙잡이다 시피하며 노동력을 빼앗기며 경영을 지탱하는 노릇도 정당하지 못하지만, 피곤한 전공의들로부터 입을지도 모를 환자의 피해는 더 위중하기 때문이다.김용익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해 최근 열린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 개선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는 남자 전공의 100명중 34명이 최근 일주일간 우울증을 겪었으며, 8.8명이 지난 1년간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한적이 있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여자전공의 경우 약 14명이 자살출동을 경험했다. 이는 주 100시간 이상 연속근무는 물론 부당한 지시 및 대우, 음주강요, 당직비 미지급, 환자로부터 폭언 폭행 등 그야말로 최악인 수련환경의 지표나 다름없다.작년 환자 안전법이 국회를 통과해 의료기관 내 환자 안전관리에서 진일보했지만 결국 이 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전공의들로부터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져야 한다. 실제 그동안 발생했던 의료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는 의사들의 근무여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환자들이 안전해지기 위해서라도 열악한 전공의들의 수련환경과 처우는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사회가 전공의들의 피눈물에 빚지고, 병원경영이 이들의 희생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과 역할 등을 담은 관련법이 반드시 통과되기를 촉구한다.2015-03-18 06:1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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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리베이트를 척결할 절호의 기회다"모 전문지의 금년 3월6일자 영상뉴스 한 토막. "리베이트 주다 걸려서 망하나 안주고 그냥 망하나, 어차피 똑같으니까 계속 줘요."리베이트의 불가피성과 중독성을 이보다 더 어떻게 함축해서 처연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째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리베이트는 본래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양면성을 보여 왔다. 양념이나 반찬 정도로 선용될 때는 구매의욕을 자극시키는 양성(良性)의 유용한 판촉작용을 하지만, 주식(主食)으로 과하게 악용될 때는 사회를 좀먹는 뇌물로 변신하고 그 돈 맛에 끊기 힘든 금단증세까지 유발시키는 악성(惡性) 판촉도구로 돌변한다.당국이 이와 같은 악성 판촉물로 변해버린 리베이트를 눈치 채고 이를 잡자고 부랴부랴 '리베이트 쌍벌제'를 만들어 2010년11월28일 시행한 때는, 이미 의약품시장이 그 뇌물 리베이트에 중독돼 번린 뒤였다. 그러니 그 제도가 제대로 효과가 나겠는가.약발이 잘 안 먹히니 당국은 그 보완 카드로 작년 7월1일 '리베이트 투 아웃제'를 2탄으로 쏘아 올렸다. 복합 처방으로 강화한 것이다.이에, 제약협회와 대형 제약사들이 중심이 되어 CP(compliance program,윤리경영)로 화답했지만, 그러나 현장의 여론은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그 약효에 대해 아직까지 부정적인 것이 대세다.오죽하면, 제약협회가 작년 7월23일 '윤리헌장'을 선포해 놓고도, 금년 2월25일 정기총회에서 전례 없는 강수인 ‘리베이트 제보 제도’까지 결행했을까.그런데, 총회가 승인한 이 자율제도에 대해서도 뒤에서 비판이 무성하다.리베이트만 안 준다면 '제보 제도'보다 더 강한 어떤 제도를 도입한다한들 문제될 일이 없고, 굳이 형평성 문제 때문이라면 총회 때 따졌어야 했으며, 또한 총회에서 이미 결정됐으면 조직원으로써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일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자꾸 뒷공론을 편다? 그 감춰진 이유가 '리베이트를 계속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하면 곡해일까?그러면,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근원적 책임은 누구한테 있고 왜 계속 발생되고 있는 것일까?1999년 11월15일 실거래가상환제 시행이후, '제약업계와 도매업계'가 짝짜꿍돼서 악성 리베이트 전성시대를 만든 때문이다. 그러니 책임은 당연히 제약업계 및 도매업계(의약품공급업계)가 질 수밖에 없다.달라고 하니 아니 줄 수 없잖느냐, 안 주면 처방전 안 나오고 거래 끊기니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을 왜 우리 책임이라고 하는가? 라고 반문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누가 맨 처음 리베이트로 요양기관(의료기관과 약국)을 유혹했는데 지금 와서 펄쩍 뛰는가. 자업자득이니 누굴 탓하랴.이처럼, 지금까지 논란돼 온 악성 리베이트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다.첫째, 리베이트로 나가는 자금(비용)의 원천은 약가이므로, 리베이트가 존속되는 한 약가가 리베이트만큼 부풀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애꿎은 국민(의약품 소비자)이 약제나 약을 구입할 때마다 약가에 얹혀있는 그 리베이트를 세금처럼 부담하게 되고,둘째, 이미 처방과 조제 유도용 뇌물로 변해버린 리베이트는 투명하고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공익적 보건사회에 낫기 힘든 병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러한 나쁜 리베이트를 아직도 음지에서 살아남아 활력을 되찾도록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 차제에 그 뿌리를 통째로 뽑아야 한다.그래도 지금 리베이트 척결에 희망이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약효는 제대로 잘 먹히지 않았지만 쌍벌제와 투아웃제 이후 제약협회가 윤리헌장까지 만들며 CP 확산에 열정을 보이고 있고 50여개 굴지의 제약사들이 CP를 도입했으며 기타 제약사들도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자제력이나 경계심 등이 매우 높아짐과 아울러 CP에도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마가편(走馬加鞭)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CP도입과 자제력과 경계심 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이때가 리베이트 근절의 최적 타이밍(timing)이라 할 수 있다.이때를 놓치면,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 같다. 리베이트가 괴물로 바뀐 것처럼 그것이 불투명한 흑막 뒤에서 갖은 방법으로 새롭게 그레이드(upgrade)되면서 신출귀몰(神出鬼沒)하는 '슈퍼 괴물'로 다시 탈바꿈하여 부활할 것이 틀림없고, 이로 인해 훗날 그때는 그것을 잡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노력한다 해도 여간해서는 잘 잡히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그러려면, 의약품공급업계(제약 및 도매업계)는, 하루빨리 작심하고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① 최고실권자(의사결정자)들 모두가, 받는 측의 금단증세로 힘은 들겠지만 자신들과 국민을 위해 그리고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없애겠다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리베이트 퇴치의 최대 관건은 ‘최고실권자의 의지 여하’이기 때문이다.② 윤리경영(CP)과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까지의 '쩐(錢, 판촉뇌물)'의 힘에 의존한 사도 (邪道)의 영업을 대체 할, 정도(正道)의 마케팅 전략을 하루속히 마련하여, 재무장(再武裝)해야 한다. 이런 정석적인 마케팅 전략 속에는 가격경쟁(non-price competition)전략, 차별화전략, 세분화전략, 집중화전략, 유통경로전략, MR(판촉사원)과 MS(영업사원)의 교육훈련관리, 정보관리, 물류관리, 갈등관리 및 제반 영업관리(목표관리, 판매과정관리, 사후관리, 거래처관리, 시간관리, 평가관리) 등 마케팅관리에 관한 모든 내용들이 종합적으로 포함될 필요가 있다.(의약품영업과 마케팅관리, 데일리팜 발간 책자 참조)리베이트 뇌물 영업 방법은 단기간에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버리기 힘든 방법이므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영업도구를 철저하고 용의주도하게 준비해 놓지 않으면, 뇌물 영업을 진짜 끝내고 싶어도 실적 악화가 두려워 그 새로운 영업도구로 갈아타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정부당국은, 의약분업 후 만연된 업계의 리베이트를 제때에 알아차리지 못한 책임을 면책 받기 위해서라도, 보다 더 강력한 제3의 보완책을 내 놓아야 한다.리베이트의 천적은 제도다. 그동안 여러 정황 등을 고려해 볼 때, 현행 쌍벌제와 투아웃제가 리베이트 퇴치에 역부족인 것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개선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예컨대, ① 리베이트 원아웃제 ② 리베이트 벌칙 강화 ③ 리베이트 정보제공자에 대한 포상금 대폭인상 등과 같은 기존 제도의 보완이나, ④ 요양기관에 제공되는 의약품공급업자들의 모든 리베이트 지원내역을 공개하는 선샤인 액트(sunshine act) ⑤ 리베이트 금액 환수제와 같은 신제도를 동시에 조속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⑥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법을 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 사전 리베이트 수수 정보 파악의 정확도와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리베이트 예방 차원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요양기관업계(의료기관 및 약국)는, 리베이트에 대한 미련을 이 기회에 완전히 접어야 한다.리베이트라는 경제적 물질의 유혹에 더 이상 넘어가서는 안 된다.리베이트는 그동안 요양기관업계가 진료와 약제라는 공익적 과업을 수행하는데 직능의 명예에 치명상을 입혀 온 요물(妖物)이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이득보다 직능 명예 손상이 비교할 수 없이 큰 것 아니겠는가.2015-03-16 06:14:54데일리팜 -
의협 선관위 경고조치를 보는 시각이번에도 어김없이 의협회장 선거에서 선관위 '경고' 조치가 나왔다. 경고 조치의 대상은 기호 3번 조인성 후보다. 조 후보는 젊은의사협의체와 충남도의사회가 주관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3년 전 개인사로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구설수는 시작에 불과했을까. 조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후보들이 선관위에 조 후보를 지지하는 대량의 선거운동 문자에 대한 불법선거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결과는 공직선거법 및 국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른 법률 위반으로 경고. 선관위는 선거운동 마감일(17일)을 3일 앞두고 경고조치를 내렸다.선관위 경고 조치는 선거운동이 과열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4명의 후보가 조 후보를 경계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 후보가 막바지 표심흔들기를 진행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 회원 직선제로 치러진 의협회장 선거를 보면, 추무진 제38대 의협회장, 경만호 제36대 의협회장, 주수호 제35대 의협회장 등은 당선 전 선거운동기간 동안 선관위로부터 주의 및 경고 처분을 받았다.특히 지난해 당선된 추 회장과 조 후보의 경고조치는 비슷한 유형이다. 대량의 문자메시지가 원인이 됐다. 추 회장은 4만5000여명에게 지지호소 문자를 보냈다가 경고조치를 받았다.경만호 전 회장은 가톨릭의대 동문회에 이메일로 타 후보를 비난했다가 주의처분을, 정기총회장에서 도매업체 사장과 직원이 경만호 회장의 선거홍보물을 배포했다가 또 다시 주의처분을 받아 주의처분 누적으로 경고조치됐다. 주수호 전 회장의 경우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의사회원들로부터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역대 의협회장 선거를 보면, 처음에는 '클린선거', '정책선거'를 약속했지만,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에 이르면 '네거티브 선거'로 치닫기 마련이다. 그 때마다 항상 네거티브의 대상이 된 인물은 타 후보들이 경계하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따라서, 선거운동에 선관위가 개입하고 선거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1강4중 구도를 보였던 선거판세가 2강 또는 3강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의협회장 선거운동은 17일까지다. 그리고 3일간 온라인 투표와 오프라인 투표가 병행되고, 20일 오후 7시 이후에 개표를 진행하게 된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니까 남은 선거운동 기간 각 후보들이 기호추첨 때 약속한 클린선거, 정책선거를 이행하기를 바란다.2015-03-16 06:14:50이혜경 -
[칼럼] 고령약사의 전직…그들은 '장그래'가 아니다"참 좋겠다, 넌. 나오는 월급 또박또박 받으니. 월말이 다가오면 잠이 안온다, 난. 직원들 월급, 이번 달엔 어떻게 넘기나 생각이 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먹다가도 입맛이 싹 달아난다." 대부분 직장인인 친구들 사이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대접 받아온 그의 말은 좀 헷갈린다. 자랑인지, 진심인지 분간할 재간이 없어서다. 종종 모임의 밥값을 계산했던데 은근 영향을 받았는지, 그의 상황에 공감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곤 한다. 그러다가도 불쑥 "그럼 직장 다녀, 임마. 누가 시켰어?"라는 말을 돌려주고 싶기도 한데 의식적으로 입을 꼭 다물어 참는다. '친구라면, 마땅히 그 정도 투정은 들어줘야 한다'는 자기 합리화까지 이르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상황에 놓인 타인보다 자신의 처지에 더 연민을 갖는다. '사장, 직원마음 몰라요, 직원, 사장 마음 몰라요.'경영이 신통치 않은데다, 약국을 변신시켜 새로운 수익모델을 도모하기엔 나이들고 벅차다고 느끼는 나홀로약국의 고령 약사들이 최근들어 근무약사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내 것, 내 사업장'을 중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볼 때 'CEO 약사들'의 전직(轉職)은 일단 '문만 열면 평생직장'이라던 약국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데다, 약국 숫자도 많아져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처방조제가 약국의 주된 일이 되고, 관련한 정책 변경에 따른 후속조치를 빠르게 수행할 수 밖에 없는 환경도 고령의 약사들에겐 버거운 현실이다. IT에 기반한 일은 아예 손을 놓은지 오래다. 좋은 목을 차지하는 것 역시 움켜쥐고 있는 자본의 크기 만큼 기회가 주어지는 게 자본주의 시장의 이치여서 그만 그만하게 약국을 하며 세월을 보낸 고령의 약사들에겐 어찌해보기 힘든 장벽이다. 자칫 모아 놓은 돈 한번에 잃을까 요모조모 재볼 뿐이다. 다행인 건 국가가 준 면허를 가진 전문직업인인지라 그들을 필요로 하는 확실한 취업처가 그나마 열려있다는 점이다.약국을 접고 직장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약사들과 이들을 받아들이는 곳의 외견상 이해관계는 찰떡궁합이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발길 뜸한 환자를 기다리고, 의약품 구입과 결제, 재고정리 및 반품 등 장시간 약국에 매여 점심한번 편히 못먹고 일하지만 정작 손에 쥐는 건 언제나 충분하지 못한 현실의 약사들이 정해진 시간 맡겨진 일만하고 퇴근하는 직장에 새삼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내 판단대로 하고 싶은 직장인들'의 자영업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처럼 말이다. 반면 총명하고 빠릿빠릿한 젊은 근무약사를 도저히 구하지 못하는 약국이나 지방 중소병원 약제부는 '오래된 고충'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고령 약사들을 고용하겠다며 나섰다. 약사를 의무적으로 1명 이상 둬야하는 요양병원들은 직장인이 되고 싶어하는 고령의 약사들에게 기회의 직장으로 떠올랐다. 모두 자기 약국 하기를 고집함으로써 나타났던 약사 취업시장의 경직성이 풀려 약사인력이 선순환되기 시작하는 징표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 현상이다.변화엔 예기치 못한 일도 벌어진다. 취업에 나선 고령의 약사들이 누구인가. 평생 자기 약국 안에서 그들 만의 신념 또는 고집을 관철시켜온 사람들이다. 그의 지배공간에서 누구로부터도 이견이라곤 들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내 신념보다 공통의 목표를 우선하는 조직과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취약점을 그들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일까? 중소병원 약제부장이나, 약국들은 가급적 문제를 덜 유발시킨다고 판단하는 조제업무에 이들을 투입한다. 갈등 최소화를 통한 조직 안정화 조치인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불편한 기운을 만든다고 푸념한다. 직장에 먼저 들어와 기득권이 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 근무자들도 전직 고령약사들이 조직의 문화나 위계 보다 나이를 앞세워 멋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불평한다. 누구의 잘못인가. 약사로서 경력이 풍부해도 낯선 조직에선 서툴 수 밖에 없고, 나이 어려도 특정 업무에선 그들이 더 전문가라는 점을 알고 이해하기에 그들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다. 그러면 해법은 또 소통이란 말인가? 추상적 용어인 소통이 실천적 소통으로 가는 첫 출발점은 고용자들이 고령약사를 조제업무에 한정하거나 그들을 '장그래'로 인식하는 편견부터 깨는 일일지 모른다.2015-03-13 06:1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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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원격의료, 조제약 택배 그리고 약사이상한 일이다. 약사사회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줄 알았건만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정부가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을 발표하고 의약품 택배배송도 검토 대상이라고 했는데도 약사들이 조용하다. 그냥 받아들이는 건가? 의아함까지 느껴진다.복지부 원격의료추진단 기획제도팀이 '지역 약국과 협의해 원격진료기관과 약국 간 처방전 루트를 만들어 약사가 조제한 약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시군구 보건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여기에는 택배 배송이 활용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에 반대의사를 밝힌 곳은 약사회의 성명과 약준모와 같은 일부 약사단체 반응뿐이다.지난번 법인약국 사태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때 약국이 법인화되면 지금 우리 동네약국이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팽배했다. 법인약국과 함께 의약품 택배배송과 원격의료는 같은 선상에 있는 '자본의 약국 이용' 논리라고 받아들였다.적어도 약사들의 위기의식이 느껴졌고 원격의료와 의약품 택배배송을 묶어 전 국민에게 '의료 민영화' 수순이라고 알릴 수 있었다.그런데 지금 약사들은 너무 조용하다. 선거때문인지 의사들도 조용하다. 이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인지 아니면 정확한 '때'를 노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적어도 일선 약사들에게 받은 인상은 '무관심'이었다.한 약사는 말한다. "자꾸 맞다 보면 나중에는 무감각 해지거든. 법인약국에 금연사업에 뭐에 약사들이 계속 맞다 보니까 이젠 그런가보다 하는 거야." 또 다른 약사는 말한다. "설마 되겠어? 전에도 의사 약사가 반대하니 움찔 했잖아. 이번에는 약사들은 설마 되겠어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누구 말이 맞든지 간에 지금 약사들이 보이는 반응은 원격의료에 따른 의약품 전달 시스템의 변화를 묵인하는 듯 하다.적어도 1차의료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돼, 약사들이 말하는 '동네 건강지킴이'로서 약국이 살아남으려면 지금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이미 종로 대형 약국에서는 약사법을 비웃 듯 일반의약품을 택배로 마구잡이 배송해주고 있다. 이웃 약국은 욕하면서 이런 약국이 보편화될 가능성의 단초를 제공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무심한 것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보느라 발 밑에 내려앉는 땅을 보지 못하는 것과 진배없다.2015-03-12 06:14:50정혜진 -
[사설] 일반약 택배판매 약국, 일벌백계 삼아야인터넷 블로거들 사이에서 '택배 약'으로 회자되던 오프라인 약국의 일반의약품 택배판매가 취재(5일자 "약 전국 택배 가능합니다"…종로 대형약국의 일탈 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이는 '대면 판매'를 원칙으로 삼는 약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어서 마땅히 법에 따라 엄중 조치해야할 사안이다.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약준모가 발빠르게 택배약 감시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뒤이어 대한약사회가 문제가 된 종로지역 대형약국 관계자들을 20일 소집해 '자제를 권고하고 강력한 사후관리 방침'을 밝히기로 한 것은 약사 사회에 자정의 기운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택배약은 안일하고 허투루 볼 사안이 아니다. 택배약이 미래 약사 직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약사사회의 걱정이라면, 소비자가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측면은 사회적 관점이다. 대다수 약사들이 소비자들이 지명 구매하는 일반의약품에 대해서조차 "왜 이 약을 드시려고 하죠?"라고 물으며 소비자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비해 택배약은 소비자 건강엔 관심없고 다만 물건만 거래되는 행태이기 때문이다.전국 약국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종로지역 일부 약국들이 택배를 통한 약판매에 앞장설 때 그 후폭풍은 결코 작지 않다. 택배약은 그 기전이 인터넷 약 판매와 하등 다를 것이 없어 자칫 무질서한 의약품 판매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대한약사회는 소비자들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관점에서 블로거들이 거명한 약국에 대해 당장 조사에 나서고, 위법이 확인되면 가차없이 의법 조치해 다른 약국들에게도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서 약사의 역할'이라는 논리는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2015-03-11 06:14:49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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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대체조제 관련 법령들의 해석현행 약사법(2015. 1. 28. 개정 법률 제13114호)에 따르면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적은 의약품을 성분·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예외적으로 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경우(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대체조제가 불가하다는 표시를 하고 임상적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적은 품목은 제외) ②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의 제조업자와 같은 제조업자가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과 성분·제형은 같으나 함량이 다른 의약품으로 같은 처방 용량을 대체조제하는 경우(일반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전문의약품은 전문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는 경우만 해당),③ 약국이 소재하는 시·군·구 외의 지역에 소재하는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이 해당 약국이 있는 지역의 지역처방의약품 목록에 없고, 해당 약국의 지역처방의약품 목록 중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과 그 성분·함량 및 제형이 같은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는 경우로서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를 미리 받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있고,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에게 대체조제한 내용을 1일 이내에 통보하여야 한다.그런데 이러한 대체조제 관련 규정은 2001. 8. 14.에 위와 같이 개정되었고, 그 부칙 규정에서 위 대체조제 관련 규정은 의사회분회등이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및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목록을 당해 시·군·구의 약사회분회에 제공한 후 30일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의사회 분회 등으로부터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등이 제출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 상당수 있어 어느 시점의 약사법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서울행정법원은 2012.경 현지조사가 실시된 약국에 대하여 해당 지역에서 지역처방의약품목록이 제출되어 있지 않으므로, 위와 같이 개정된 약사법이 적용되지 않고 2001. 8. 14. 개정되기 이전의 약사법이 적용되어 약사가 대체조제할 경우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기재한 의약품과 그 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의약품으로서 식약처장이 약효동등성을 인정한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14. 10. 30. 선고 2013구합65250 판결 참조).따라서 이 사건 약국의 경우에는 지역처방의약품목록이 제출되지 않은 지역임을 이유로 2001. 8. 14. 개정되기 이전의 약사법에 따라 대체조제 사전 동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2009.경부터 2012.경까지의 대체조제 사실에 대하여 생물학적 동등성이 아닌 약효동등성 여부에 따라 처방의사의 사전 동의 없는 대체조제 가부가 결정되었다.사안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이 사건 약국은 ① 약효동등성이 인정된 의약품으로 대체조제를 한 경우 처방의사에게 대체조제한 내용을 통보하여야 함에도 이를 통보하지 않고 대체조제를 한 후 원래의 처방전 상 기재되어 있는 의약품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고(제1유형), ② 약효동등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의약품임에도 처방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임의로 대체조제한 후 처방전 상 기재되어 있는 의약품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제2유형)함으로써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하였다.이러한 경우 제1유형의 경우 원칙적으로 처방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 대체조제가 가능하므로 이 사건 약국에서 청구한 처방전 상 기재 의약품의 요양급여비용과 실제 조제한 의약품 사이의 가액 차액만을 부당금액으로 산정하는 반면, 제2유형의 경우 처방의사의 사전 동의 없이는 대체조제가 불가능한 경우임에도 임의로 이 사건 약국에서 대체조제하고 처방전 기재 의약품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으므로 이 사건 약국에서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전액이 부당금액으로 산정되었다. 이 사건 약국에서는 특히 제2유형과 관련한 의약품 제형이 시럽제인데, 시럽제는 애초부터 관련 고시에서 약효동등성시험의 실시대상품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약효동등성 시험의 대상이 되는 제형에 해당하지 않아 주성분 및 함량만 같다면 약효동등성 시험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약효동등성이 인정되고, 대체조제가 가능하므로 제1유형과 같이 처방전 기재 의약품의 가액과 실제 조제한 의약품의 가액의 차액 상당액만을 부당금액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이 사건 약국에 적용되는 약사법 규정을 보면, 대체조제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실제 조제하는 의약품이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과 ① 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하고, ② 식약처장이 약효동등성을 인정한 의약품이어야 하는바, 이 사건에서 문제된 시럽제의 경우 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하였으므로 식약처장의 약효동등성 인정이 없었던 이 사건 의약품으로의 대체조제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었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관련 규정에 대하여 ① 이 사건 약사법 규정이 ‘식약처장에 의한 약효동등성 인정’ 없이도 약효동등성이 인정된다고 평가될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체조제를 허용하려는 의도였다면 “식약처장이 약효동등성을 ‘인정한’ 의약품” 대신 “약효동등성이 ‘인정되는’ 의약품”이라고 규정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식약처장이 이 사건 약사법 규정에 따라 약효동등성시험의 실시대상품목 등 구체적인 사항을 관련 고시로 제정한 점, ③ 예외를 허용하는 경우 약효동등성 인정여부에 대한 평가를 개별 약사에게 허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식약처장이 대체조제하려는 의약품에 관하여 약효동등성을 인정한 경우’에 한하여 대체조제가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즉, 시럽제가 약효동등성시험의 실시대상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대체조제가 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이 사건에 비추어 살펴보면, 일단 의사회분회 등이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등을 제공하여 약사가 현행 법률 규정에 따라 의약품 대체조제를 원활히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의사회분회 등이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등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지역의 약사는 2001. 8. 14. 개정되기 이전의 약사법과 그에 따른 관련 고시를 확인하면서 대체조제를 실시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이러한 실태는 현행 약사법 대체조제 관련 규정을 사문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 법원은 의약품이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약품과 관련한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 그 해석을 엄격하게 하고 있으므로, 대체조제시에도 약사법에 명확히 규정된 경우 이외에는 처방의사의 사전동의를 받은 후 실시하여야 한다.특히,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가 가능한 의약품의 경우에도 대체조제 이후 1일 이내에 처방의사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통보하여야 하며, 실제 조제한 의약품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만약 대체조제 이후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의 가액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경우 실제 조제한 의약품과의 가액이 부당금액으로 산정되어 부당금액 환수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에 의하여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마저 발생할 우려가 있다.더불어 의약품 대체조제에 있어 처방의사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경우 'A의약품의 경우 B로 대체한다'라는 형식으로 의약품별로 포괄적 동의를 받는 것은 약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처방의사의 사전 동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처방의사로부터 각 처방전 별로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사전 동의를 받아야 적법한 대체조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유념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두13940 판결 참조).2015-03-09 06:14:50데일리팜 -
금연사업 차질 생기니 그건 약국 탓?최근 몇년 새 정부 의약정책은 의료기관과 의료서비스에 집중된 양상을 띠고 있다. 사업이 이렇게 추진되다보니 갈등도 의-정 간에서 첨예하게 나타난다.이러는 동안 과거 골목 건강지킴이로 역할을 톡톡히 했던 약국은 항상 뒷전이었다. 정책사업의 주요 타깃도 아니었지만 정부가 약국(약사)을 고려하면 의사들이 싫어할까 우려해 아예 젖혀 놓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가령 토요일 외래 전일가산 논의가 한창이었던 2013년 당시 복지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가산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결과는 약국도 포함된 개념으로 정리됐지만 약사회의 고군분투는 눈물겨웠다.지난해 9월 '달빛 어린이병원'을 지정할 때도 약국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지정된 병의원에는 인건비 등의 보전차원에서 지자체와 매칭해 평균 1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약국은 지정도, 지원도 없었다. '달빛 어린이병원' 인근 약국과 약사회가 반발하자 정부는 뒤늦게 '달빛 어린이약국'을 지정하고, 연 1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이런 일들은 왜 발생했을까?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의료기관에 종속 또는 기속되는 경향성 때문이다. 제도와 상관성이 깊고 약사사회의 자성도 필요해보이는데, 그런 '고차원적(?)' 논란은 일단 차치하자.정부도, 전문가도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약국은 병의원이 문을 열면 당연히 열지 않느냐." 병의원이 심야시간까지, 또 토요일 오전에 처방전을 발급하면 약국은 알아서 영업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런 구조에서 약국을 별도 지정하거나 지원(가산제, 지원금 등)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으로 고착된 양상이다.지난달 25일 시작된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에서도 이런 일은 반복돼서 나타났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도 이번 사업에 참여하지만, 약사는 상담자 취급도 받지 못했다. 사업에 참여한 금연 희망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약값만 건강보험공단에서 대신 받아주고 수고비(건당 2000원)를 받는 '매개자' 쯤으로 여겼다.또 금연치료 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은 사전 등록을 받았는데, 약국은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데일리팜과 전화통화에서 "약사회 측 설명으로는 건당 2000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약국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약사회 측은 이 말을 듣고 발끈했다.마치 '토요일이든, 심야시간이든 병의원이 처방전을 발급하면 약국은 알아서 영업한다'는 인식과 동일하게 '의료기관이 금연치료 처방 등을 내면 모든 약국이 2000원을 받기 위해 움직일 것 아니냐'는 식의 판단이 내재해 있다.하지만 건보공단 관계자 등의 이런 현실인식은 한참 잘못됐다. 약사 혼자 근무하는 상당수 동네약국은 금연치료제인 바레니클린(챔픽스)같은 약은 거의 들여놓지 않는다. 니코틴대체제도 많이 취급하는 약국 외에는 패치제 정도만 구비해놓지 껌이나 사탕 등 다양한 '옵션'이 없다.다시 말해 의료기관이 금연치료 처방 등을 발급해도 해당 기관의 문전약국 외에는 접근성이 매우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의료기관 사전 등록과 맞물려 약국도 사전 등록을 받는 게 적절한 조치였다. 등록약국은 금연치료 의약품이나 니코틴대체제를 잘 알고 있고, 옵션별로 충분히 들여다 놓을 의사가 있는 곳이다. 이런 여건이 구비됐을 때 금연치료 지원사업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다.그런데도 건보공단 관계자는 금연치료 처방을 의료기관이 내도 사업에 참여하는 금연 희망자들이 어느 약국에 가야할지 몰라 불편하다며, 마치 약국의 참여저조가 이번 사업의 큰 걸림돌인 양 지적했다고 한다.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이 담당 공무원이나 건보공단 직원들, 적극적인 금연 희망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처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전적으로 담뱃값 인상 여파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민여론을 의식해 정책을 졸속으로 밀어붙힌 정부에 있다.금연상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약국 배제정책을 써온 정부 당국자들이 이런 일로 책임을 떠넘기다니, '견강부회'도 이쯤되면 도를 넘어서는 것이다.2015-03-09 06:14:49최은택 -
졸속 행정의 '끝' 보여주는 금연사업"환자 금연 돕다 제가 되레 안 피우던 담배를 시작하게 생겼네요."한 개국약사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던진 말이다. 약사의 한마디엔 최근 진행 중인 금연지원 사업에 따른 약국가 불만과 피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정부 주도 금연치료 건강보험지원 사업이 시행된지 열흘 가까이 된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치료환자 수는 1만2039명으로 집계됐다. 시행 일주일도 안돼 참여 환자가 1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공단이 발표한 외견상 수치만 보면 사업은 일단 순항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장은 사업 시작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시스템 오류는 서막. 뚜껑을 열고 보니 주무부처의 준비는 미흡했고, 사업 주체인 병의원 혼란도 극심했다.약국은 이번 사업의 주체가 아니지만 사업 시행과 동시에 상담, 처방전 발행, 조제 등 건당 2000원을 받고 감내해야 할 부담은 상당하다.약값 책정, 단가 계산도 문제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늘어지는 상담, 투약 시간에 따른 환자 불만까지 약국이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관련 처방전 한건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일반 처방전 처리시간의 몇배가 소요된다고 한다. 환자들로부터 불만의 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대로가면 그에 따른 부담과 피로는 날로 더 할 듯 하다.시스템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사업이 활성화 되어도 걱정이다. 약국별로 의약품 판매 단가를 책정하는 시스템이어서 참여 환자가 늘면 약 가격 차이에 따른 민원도 우려된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사업을 기획, 시행한 복지부, 공단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먼저 저지르고 보잔 식의 졸속 행정이 현장의 불편,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 여파가 병원, 약국을 넘어 국민에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혹자는 사업 시작 일주일도 안된 시점에서 터져나오는 약국의 원성이 지나치다고도 하고, 또 일부는 자신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불러온 의지 부족에 결과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현실을 보면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정책이 더 문제로 파악된다.하루라도 빨리 관계 기관들은 안정적 행정기반과 제대로 된 시스템 마련을 위한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2015-03-05 06:14:50김지은 -
연수교육비에 대한 감사단의 고민연수교육 운영비 사용처를 놓고 논란이 커지면서 5일 열리는 대한약사회 감사단 추가감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약사회 대의원은 물론 연수교육을 약사회에 위탁한 복지부도 감사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지난달 26일 정기총회로 돌아가 보자. 문재빈 감사는 총회에서 "연수교육 운영비가 가장 큰 문제인데 세월호 사건으로 회원도 고생했지만 직원도 고생했다. 운영비 속에는 직원을 위한 특별 수고비, 격려비가 나간 게 있다"며 "연수교육비에서 나가다 보니 집행부가 곤욕스러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또 문 감사는 연수교육비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답변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집행부에게 기회도 줬다.감사들도 연수교육비 사용처 문제에 대해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다. 감사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연수교육비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는데 정기총회에 회계내역이 그대로 상정됐기 때문이다.만약 대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연수교육비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그러나 감사들도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수교육비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외부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모 감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연수교육비 문제에 대해 외부에 공개를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있었다"며 "이는 집행부 편들기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고 말했다.결국 감사단은 집행부에게 답변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연수교육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고 조찬휘 회장은 과거 집행부 관행이었다고 답했다.연수교육비 논란은 추가감사에 이어 임시총회로 넘어가게 생겼다. 감사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졌다. 감사는 선출직이다. 감사는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뽑는다. 감사의 권한은 대의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이야기다. 확장하면 회원들로부터 나온다.감사단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결할 주체는 외부의 힘밖에 없다. 감사들은 대의원과 회원약사들이 궁금점을 명확하게 해소해야 할 막중할 책임을 지게 됐다. 감사들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2015-03-03 12:24:52강신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