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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약사법 수준 넘어선 안전상비약 조정위원회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 조정 문제로 약사사회가 시끄럽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3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조정위원회가 구성되어 지금까지 6차례의 회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핵심은 안전성과 편의성의 대립이다. 본인은 약사이며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므로 안전성이 우선이냐 편의성이 우선이냐를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조정을 위하여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주도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통한 논의에 대하여 절차적 부당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19조(안전상비의약품의 지정 시 의견청취) 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법 제44조의2제1항에 따라 안전상비의약품을 정해 고시하는 경우에는 보건의료 또는 약사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나 공익을 대표하는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였으므로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는 품목의 조정을 이 심의위원회 결정을 준용하겠다고 공언하였고 심지어 품목 지정에 관하여 표결까지 시행하였다. 이쯤 되면 약사법에서 규정한 의견을 듣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의견청취의 근거가 되는 약사법 제44조의2 제1항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의 등록에 관한 규정이지 안전상비의약품의 지정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다음 조문을 자세히 보아주기 바란다. 제44조의2(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의 등록) ① 안전상비의약품(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해당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판매하려는 자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로 등록하여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안전상비의약품의 지정에 관한 심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관사항이라는 점이다. 약사법 제 18조(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제 1항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자문에 응하게 하기 위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약사법에 따라 약사법시행령 제 13조에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기능을 규정한 것을 필두로 제 14조에서 제 22조에 걸쳐 여러 가지 세부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예규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규정을 제정하여 시행중인데 이 예규 제 11조 3항에는 각 분과위원회별 소분과위원회의 소관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약사제도분과위원회 산하의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 심의사항으로 “일반-전문의약품, 의약외품의 분류,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돼 있다. 이와 같은 법적 규정을 볼 때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에 관한 사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관이라 볼 수 있다. 현재 구성되어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는 출발부터 잘못 된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법과 절차가 무시되었던 일이 많았다고 해도 적폐청산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 정부 때 잘못 구성된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가 존속해야할 명분은 없다. 정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심의위원회를 즉각 해체하고 안전상비의약품에 관한 심의를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하도록 해야 한다.2018-08-10 06:23:35데일리팜 -
[기자의 눈] "설사약 주세요"라는 말의 진실얼마 전 '모기약'을 달라는 환자에게 약국이 관장약을 판매해 환자가 급작스런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간 사건이 일어났다. 환자가 '모기약'을 달라했는데 약사가 관장약을 건네준 사연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약사가 '모기를 잡는 약'을 달라는 손님에게 '모기를 피하는 약'이나 '모기 물린 데 바르는 약'을 건네주는 경우는 지금도 약국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상비약 6차 회의가 마무리됐다. 지사제와 제산제를 추가한다는 큰 틀은 정해졌는지 몰라도 '어떤' 지사제와 '어떤' 제산제를 추가할 지에 이르려면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이 와중에 약사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지사제다. '겔포스'와 '스멕타'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상비약 품목인데, 약사들은 하나같이 "겔포스는 백번 양보한다 치자. 스멕타가 복약지도 없이 판매하기 적합한 약이냐"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곳에서 2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온, 내가 만난 '김 약사'도 이렇게 말한다. "모든 약을 주의해야 하지만, 지사제는 특히 더 주의해야 하는 약이에요. 스멕타는 흡착성 지사제인데, 흡착성이라는 건 몸에 들어와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붙잡아 흡착해 함께 배설한단 뜻이에요. 이렇게 들으면 '좋은 약이네' 싶죠. 그런데 생각해봐요, 스멕타 성분이 바이러스만 골라서 흡착하겠냐는 거에요. 다른 약을 같이 먹거나, 요즘 많이들 먹는 유산균을 일상적으로 먹는 환자라면요. 스멕타가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 유산균까지 같이 흡착해 장으로 끌고 내려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김 약사는 20여년동안 약국에서 이렇게 복약지도해왔고, 전화로 '스멕타가 어떤 약인가요'라도 묻는 내게 똑같이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이밖에 스멕타를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은 또 있다. 바이러스가 온전히 흡착되도록 공복에, 물 없이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공복이라는 개념 역시 약사의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다. 지사제는 그래서, 어떤 연유로 설사를 하는지, 다른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몇시간 간격을 두고 이 약을 먹어야 다른 약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지 설명과 함께 판매되는 약이다. 김 약사는 극단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대장암 환자의 경우다. 암조직으로 인한 것인지 모르면서 그저 설사를 멎고자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실제 약국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어떤 원인으로 인한 설사인지 모르면서 흡착성 지사제를 복용한다면, 안되죠. 대장암으로 인한 설사인지, 장염으로 인한 것인지, 과민성으로 인한 설사인지 알 수 없는데 스멕타를 그냥 자가 복용하면 진짜 위험해질 수 있어요." 김 약사는 지사제와 관련해 이런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지사제 처방이 나왔는데, 환자 상담을 하며 적절하지 않은 약이 처방돼 의원에 전화해 처방전을 수정한 사례다. 환자가 '설사약'을 달라고 했는데, 의사는 확인하지 않고 설사를 멎는 약을 처방했다. 그러나 변비로 인해 오래 고생해온 환자가 원한 것은 '지사제'가 아니라 '변비약'이었다. "의사가 '환자가 그런 말을 했어요?' 라면서 돌려보낸 처방전을 수정한 적이 있다니까요. 환자들은 단어를 막 헷갈려서 써요. 설사약인지, 지사제인지, 변비약인지를 말이에요." 단 한 명의 약사와의 통화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대화였다. 또 다른 약사 역시 '도대체 품목 조정 위원회에 전문가들이 있기는 한거냐.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지사제를 상비약으로 풀 생각은 못할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사제는 약국에서도 복약지도가 상당히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6차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졌는지 의심할 만한 지금까지의 결과가 약사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이제 7차 회의로 공은 넘어갔다. 기존 위원들이 변동 없이 회의에 참석할 것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보면 스멕타와 겔포스의 상비약 지정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종이에 인쇄된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약리학적 기전만을 논하기 전에 우리 환자들, 국민들의 언어 사용 환경을 보자. 모기약을 달라는 환자가 모기 잡는 약을 원하는지, 모기 기피제를 사려는지, 모기물린 데 바르는 약을 달라는 건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왕왕 있다. 그런데 스멕타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 변비 환자가 찾아와 스멕타를 구매하는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나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2018-08-09 06:25:33정혜진 -
[기고] 반부패 근절과 제약업계의 윤리경영 노력지난 7월 한국제약 바이오 협회의 자율준수 분과위원회의 주요 위원, 관련 정부기관과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들은 오스트리아 락센부르크에 위치한 국제 반부패 아카데미(International Anti-Corruption Academy, IACA)에 참가했다. IACA는 반부패 분야의 연구 및 교육을 담당하는 UN 산하의 대표적인 국제기구로 전 세계의 부패 척결을 위한 다자간 공동 이니셔티브로 발족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국제기구와 국내 제약 바이오산업과의 교류의 시작은 국내 모든 산업계에 윤리경영의 확립에 큰 도움을 주고 제약 바이오산업의 국제 협력과 나아가 국민 건강에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연구와 개발, 제조, 인허가, 영업과 마케팅, 공급, 도매 등 대표적인 6가지 가치사슬(Value Chain)에 각기 다른 부패 유형이 있을 수 있다. 2012년 글로벌 제약회사인 A사는 왜곡된 임상 결과를 포함한 논문을 배포, 불법 광고를 한 혐의로 3조 원의 벌금을 물었다. 또한, 논문은 A사의 후원으로 작성된 것인데, 후에 실제 임상 결과가 재분석되자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2014년에는 또 다른 글로벌 제약회사인 B사는 도매상을 통해 제약회사의 고객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정부로부터 439여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이와 같이 헬스케어 산업의 부정, 부패는 국내 이슈만은 아니다. 헬스케어 산업이 전문적 영역이라는 특성에 따라 부정, 부패에 대한 인식의 부족함, 취약한 법 체계와 집행, 정부, 의사 및 환자 집단, 산업계의 이해관계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의해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부정, 부패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경우 부정, 부패의 또 한가지 근본적인 원인은 심화된 경쟁이다. 부정, 부패를 방지하게 된다면, 산업 내 규모의 경제 실행을 통한 지속적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다면, 부패 척결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IACA의 12개 강의를 통해 IACA의 교수들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 산업, 의사 단체, 환자 단체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책임(accountability)을 기반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일례로 국내에서 2018년부터 시행된 경제적이익 지출 보고서의 의무 제도는 국내 기업이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지출한 경제적이익의 기록을 보관하고 관련 기관의 요청 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갖도록 하고 있다. 2016년 영국에서도 '선샤인 룰(Sunshine rule)'이 제정됐고, 병원과 의사 단체는 제약사로부터 제공받은 경제적이익을 직접 보관,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적이익을 제공하는 주체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보다는 제공받는 주체에도 법적, 사회적 책임을 지운 좋은 사례이다. "각 이해관계자 들의 부정, 부패 척결을 위한 리더쉽도 필수이다" 최근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국제반부패경영시스템인 ISO37001을 도입하고 있다. 산업계의 부패 척결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자, 국제 표준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회사들과의 협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기적 위험 평가의 시행은 부패 해결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위험 평가(Risk Assessment)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대표적 필수 요소이다. 헬스케어 산업 내 부정,부패는 대표적인 6가지 가치 사슬과 모든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켜 있다. 마케팅 활동을 막게 되면 임상 활동을 통한 부정, 부패가 발생되고, 영업대행업체(CSO)를 활용한 방법이 다시 생겨난다. 관련 기관은 현상을 좇는 정책이 아니라, 종합적인 위험 평가(Holistic approach risk assessment)를 통해 산업의 근본 원인과 중장기 대책을 세우고 반부패 대책 및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 또한, 산업 및 회사 전반에 걸친 정기적 위험 평가를 통해서 해결 전략을 세워야 한다. "e컴플라이언스에서 신뢰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모니터링이다" 글로벌사들의 컴플라이언스 오피서들은 IACA 강의에서 모니터링은 부정, 부패 방지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했다. 직원 업무에 관한 모니터링은 일탈행위에 대한 처벌이 주요 목적이 아니라 부정, 부패 행위의 방지가 목적임을 강조했다. 빅데이터 분석, 정보 분석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의 활용은 기업과 정부에게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전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제와 처벌의 강화가 필요하다" 글로벌사인 C사는 2012년에 불법 홍보 활동으로 30억 달러 상당의 합의금과 벌금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C사가 해당 약품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280억 달러 상당이어서 처벌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사업적 측면에서 부정, 부패 행위에 대한 기회요인을 없앨 정도의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IACA 연수를 통해 국내 주요 제약 회사들의 지속 성장, 윤리 경영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IACA와의 교류는 국내 제약산업의 투명성 제고와 해외 진출 그리고 글로벌사들과의 협력에 도움을 줄 것은 자명하다. 이미 부패 방지 체계는 국제 표준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발 맞춰나가고자 하는 국내 회사들은 부정, 부패 방지가 지속 성장 발전의 필수 요소임을 알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2018-08-07 06:22:44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한약재 표준감별 국가검정 도입돼야산삼·영지버섯을 주성분으로 한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가 해마다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오대산·지리산·태백산 등지에서 채취한 100년근 산삼을 기반해 DNA 구조가 99% 일치하는 '산삼배양근액'이라며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산삼배양근의 정확한 원가는 영업비밀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권장소비자가는 15~40만원 선으로 형성된 고가품이다. 천종삼(50년 이상 자란 자연산 산삼) 가격은 정해진 바는 없지만 상태에 따라 7000만원에서 2억원을 호가한다. 제조·판매사 말대로 '100년근 천종삼 배양액'이라면 그 만한 가치와 효능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를 감별할 국가공인 한약재감별사가 없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산삼 유관 협회는 산삼 취급 경력 10~20년 차 민간인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 산삼감별인의 경우 고서·골동품처럼 대법원에서 특수감정 촉탁인으로 위촉해 공항·항만 등지에서 밀수여부와 관련된 일을 맡기도 한다. 산삼감정협회에 따른 천종삼 감별 기준은 ▲뇌두의 수(100년근일 경우 100개 형성/1cm 당 20년) ▲뿌리의 탄력성 우수 ▲약통(몸통=횡추)의 주름이 많을 것 ▲옥주(뿌리돌기)상태가 좋을 것 ▲무게(11g~112g) 등을 고려한다. 산삼 취급 경력 31년차 박형중씨 역시 "천종삼으로 추측만할 뿐 정확한 심령(수령=나이)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평생 100년근 산삼은 2번 밖에 보지 못했다"고 회고할 정도로 접하기도 어렵고, 감정 기준 역시 다양하다. 영지버섯도 마찬가지다. 국내 친환경 영지버섯 농가에서 재배되는 물량으로는 완제품 생산량을 따라 잡기 힘들다는 것이 제기동 한약건재상들의 중론이다.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된 영지는 그마저도 베트남 등지로 높은 가격에 수출돼 국내 물동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한 한약재감별사는 중국산과 국내산 영지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인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영지감별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같은 이유로 생약제제 전문 제약사들은 국가공인 한약재 감별사 자격시험 도입과 한약재 표준화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시 말해 관능검사(육안으로 판별)가 아닌 과학적이고, 보편타당한 감별시스템이 국가 차원에서 확립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체계화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한약·생약 관련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지금의 한약재감별은 눈으로 상태(크기·빛깔·신선도)를 봐서 A·B·C 등급으로 판별한다. 한약재 고유의 약효나 독성에 대한 표준화는 이뤄져 있지 않다. 1등급 한약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험치와 눈대중이 아닌 실제 유효성분 함량을 살펴야 함이 기본이다. 이를 테면 산삼, 인삼, 복령, 영지 등 각 한약재의 유효성분 함량을 표준화해 이를 기반으로 한 감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100가지 다빈도 한약재에 대한 DNA·유효 성분 함량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바이오칩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3년·90억 정도로 추산된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약산업 발전과 가짜 한약 관련 의약품·건기식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견주어 보면 결코 큰 투자비용은 아니다. 한약재감별사 국가공인 자격과 한약재 표준화 사업의 조속한 도입으로 제조·유통사와 소비자 간 속고 속이는 진실게임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2018-08-06 06:29:33노병철 -
[기자의 눈] 바이오벤처, 루머와의 전쟁 성공하려면바이오벤처가 루머 등 노이즈(noise)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주가 등락이 심한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는 노이즈 제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A바이오벤처 대표는 지난달말 기업설명회(IR)에서 노이즈를 잡으러 나왔다고 발언했다. 이들 업체에 잡음이 많은 이유는 '신약 개발'이라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잠재력 하나만으로 시가총액 수조원의 기업이 탄생하지만 반대편에는 성공보다는 높은 실패 확률이 기다리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결과물도 평균 10년이 지나서야 나온다. 이렇다보니 해당 업체는 신약 개발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이슈(노이즈)에 휩싸인다. 주요 임원 퇴사 등의 팩트가 임상 실패, 자금 조달 이슈 등으로 번지며 주가에 영향을 준다. 이들 업체는 기업설명회나 입장문 발표 등을 통해 노이즈 진화에 나선다. '큰 문제가 없다'며 투자자들을 안정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허나 위험 요소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루머는 근거없고 임상 순항이라는 해명은 많지만 경쟁사와의 관계, 임상 디자인 및 속도 등을 고려한 위험 요소 업데이트는 부족하다. 이런 설명을 찾으려면 유상증자 등 투자를 받을 때 제출하는 철 지난 증권보고서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슈에 놓인 해당 기업의 적극적인 해명은 찬성한다. 잘못된 노이즈라면 바로잡아야한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넘치는 해명은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만 부풀릴 수 있다. 이들이 노이즈와의 전쟁에서 성공하려면 냉철한 정보 분석 및 공유가 필수다. 객관적인 정보의 부재는 회사 가치의 왜곡을 초래한다. 주가는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 요동치는 법이다.2018-08-06 06:28:02이석준 -
[데스크시선] 한국바이엘, 국내 영업 영욕의 50년독일계 글로벌 빅파마 바이엘이 국내 제약산업에 본격 진출한 시점은 1972년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지금의 씨트리 공장이다. 당시 사명은 바이엘약품으로 초대회장은 지분 51%(초기 지분 2억원대)를 투자한 고(故) 안인혁 회장이다. 이북 출신인 안 회장은 1940년대 해충·농약 도소매업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인물로 한독약품 초창기 지분투자자로도 널이 알려져 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안 회장은 바이엘과 지분을 정리하고, 남양주 공장 인수 후 씨트리에 월 2500만원의 임대료 받고 사실상 본업에서 손을 땐다. 씨트리에 남양주 공장을 매각하기 전인 '90년대 중반까지 바이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해열제 아스피린, 무좀약 카네스텐, 소화제 탈시드, 유도마취제 에폰톨, 진경제 네비스콘·콤미탈, 당뇨병치료제 리카놀·바이카론, 고혈압치료제 아달라트·벤디곤·바이프레스, 영양제 캄포페론B, 심장 절개 후 접합제 트라시롤, 피부연고제 바이브텐 등 20여개에 달했다. 이후 국내 자체 생산 제품들은 공장 매각 영향으로 수입완제 또는 위수탁으로 대체되는 길을 걸었다. 2010년 초반 쉐링 인수에 따라 안성산업단지에 위치한 지금의 CT조영제 울트라비스트 전용 공장도 자연스럽게 바이엘 차지가 됐다. 울트라비스트는 한때 국내 생산실적 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조영제 시장 리딩 품목으로 군림했다. 지금은 GE헬스케어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쉐링을 인수하기 전, 바이엘도 일부 조영제 품목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보다는 아그파라는 엑스레이·CT 필름 사업부의 명성이 더 컸다. 바이엘에서 평생을 몸담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70년대 당시 국내 진출 조건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박정희 독트린, 즉 경제개발정책에 기인해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영업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국인(개인·법인) 지분 51% 확보와 공장 설립 그리고 기술 전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혜택 위주의 지금의 외국인투자촉진법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외국법인의 시각에서는 국가의 개입을 넘은 초월적 계획경제로 강력한 경제부양정책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바이엘은 과연 무엇을 보고 한국 진출을 결정했을까. 바이엘은 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전략과 전술은 적중했다. 바이엘 초창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 파견된 부사장급 지사장은 30년 뒤 국내 공장철수를 거론했다고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국내 제약기업 수준이 상당한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것도 예견했다. 글로벌 기지에서의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 품질관리 용이성 측면에서 수입완제와 위수탁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바이엘은 이미 반세기 전에 알면서도 인내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특히 강성 제약노조에 대한 반감은 '7·80년대 당시 독일 지사장들의 스트레스 요인 1위였다고 회고할 정도다. '70~'90년대 바이엘약품 지사장 현황을 보면 초대 클레트 부사장을 시작으로 마출라트·바우어·고레츠키·그레셀·뮬러 부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6명의 부사장이 컨트롤타워에 있으면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다. 1985년경 고레츠키 부사장 부임 당시 바이엘은 한 달 간 셧다운됐다. 영업사원 8명이 밀어넣기와 할인·할증으로 물의를 일으켰는데, 회사가 이들을 중부경찰서에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생산직 여직원들은 이에 분개해 회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결론적으로 사측은 영업사원에게 청구한 수억원대 금액을 손실(대손)처리로 계상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1988년 뮬러 부사장 재임시절은 바이엘이 국내에 안착할 수 있게 한 최고의 전성기로 평가 받고 있다. 바이엘을 포함한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가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기여한 점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제약환경과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기초와 초석을 함께 닦은 파트너였고, 선의의 경쟁자이자 기록을 높여주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국내에 런칭되면서 과학적 판촉·마케팅 기법도 함께 도입됐다. 고용창출과 기술전수도 빼놓을 수 없다. 함께 일하고 부딪히면서 알게 된 글로벌 네트워크도 큰 자산이다. 반면 선민의식과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각본대로 움직이는 프레임 경영은 어두운 면으로 지적된다. 1970년대 초창기 바이엘약품 임직원은 200여명, 매출은 100억원 대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47년이 지난 지금의 바이엘코리아는 544명의 구성원이 연매출 3489억원을 창출하는 대형제약사 반열에 올랐다.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바이엘이 이제 국내 공장철수(안성 조영제공장)를 결심하고, 이를 단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가 인식했든 못했든 바이엘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복용하고 생명을 구한 사례도 많을 것이다. 생명을 다루기에 제약업의 가치는 숭고하고 존엄하다. 그러나 국내 진출 이전부터 이미 짜놓은 '30년 후 공장철수 프로젝트'의 진실은 떠나는 바이엘에 뜨거운 눈물과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다.2018-08-02 06:29:50노병철 -
[칼럼]원격의료와 규제완화, 복지부장관의 반성문지난 7월19일 대통령은 병원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의료산업 발전을 위하여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선포하였다. 같은 날 복지부장관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원격의료 활용을 위한 규제방안을 제시하였다. 대통령의 선언은 소아당뇨환자의 사례와 더불어 외관상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반면 장관은 여당과 시민단체로부터 뭇매를 맞고 사과와 해명을 해야 했다. 규제완화에 대한 이런 현상과 반응은 바람직할 것일까? 대통령의 입을 빌어 표현한 대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의료기기 규제혁신의 변은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수출과 고용이 증가할 수 있는 기회를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안전성의 우려가 적은 품목은 선 진입 후 평가의 방법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임상적 근거가 미흡한 첨단기술은 대체 정도와 잠재적 가치를 고려하여 시장에 우선 진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 진입 후 평가나 첨단기술의 시장 선진입이 현재 불가능한 것인가? 약품을 중심으로 위험분담제나 선별급여 등의 방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 적용 중인 이러한 방법들이 오히려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규제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내세우는 정부에게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아당뇨환자 혈당측정기 문제를 규제혁신의 빌미로 내세운 것도 적절하지 못한 감이 있다. 예외적인 상황을 일반화한 것으로 소위 침소봉대이고 견강부회이다. 기술과 사회 현상 등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변화의 모든 것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법을 집행하는 행정에 재량권이라는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다. 혈당측정기의 문제는 행정재량권을 우선 활용하여 대처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할 사항이었다. 문제는 행정 담당자들이 재량권을 발휘하여 올바르게 대처하여야 할 상황임에도 재량권을 활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 때문이다. 올바른 재량권을 발휘했음에도 단지 법규의 문구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감수해야하는 것이 행정의 현실이다. 법규의 규제완화 이전에 우선적으로 완화되어야 할 규제는 행정조직과 그 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책임있는 재량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의료기기 규제혁신의 견지에서 보면 원격의료도 규제혁신의 대상이다. 장관의 원격의료에 대한 제안은 왜 뭇매를 맞았을까? 대통령 보다 격이 낮아서? 아니다. 원격의료를 보는 시각의 극단이다. 산업계 등은 원격의료를 블루오션으로 보는 반면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의료공공성을 망치는 도깨비로 보아왔고 보고 있다. 양측 모두 허상을 깨고 이성적인 평가와 표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부장관이 제시한 원격의료는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적정하고 논리적인 방안이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규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안전이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거나 안전의 문제로 잃는 것에 비하여 원격의료의 활용으로 얻는 것이 많다면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대면진료 후 정기적이고 일상적인 지속 관리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격오지 주민이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하여 시공간적으로 대면진료의 제한을 받아서 진료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에게는 안전의 문제는 있지만 원격의료를 활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원격의료를 이처럼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의료민영화와 어떤 관련성도 없다. 장관에 대한 뭇매가 안타까울 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장관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규제혁신을 미룰 수 없다는 반성문을 일간지에 기고한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 규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은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의료기기나 원격의료 모두 마찬가지이다. 지금 대두되는 규제혁신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산업화를 촉진하자는 의도가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복지부장관이 나서서 혈당측정기 문제를 예로 들어서 규제혁신에 대한 반성문을 쓰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의료기기 업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업무이다. 타 부처의 업무에 대하여 반성문을 쓰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복지부장관이니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복지를 위하여? 우선적으로 혁신하여야 할 것은 정부부처 간 제자리 찾기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 담당자들의 융통성 있고 책임감 있는 업무처리를 보장해주는 분위기와 마인드의 변화가 아닐까. 약품이나 의료기기 등 보건의료 분야 기술은 국가 간 장벽이 없다. 신약과 신의료기술을 보유한 다국적회사들은 지금도 국내 시장에 조기에 고가로 진입하기 위하여 온갖 압력과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규제를 완화할 경우 다국적회사들에게도 동일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인가 우려스럽다. 오히려 혁신형제약기업 등 국내 업체에 대한 특혜를 재고하여야 할 필요도 있다.2018-07-31 06:29:12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장하준 교수와 의료산업화 정책'나쁜 사마리아인들' 재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언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장하준 교수가 본격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한 건 IMF 외환위기부터다. 진보적인 성향의 장 교수 발언은 유리한 쪽의 입맛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매도되기 일쑤였다. 장 교수는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성장을 위해 늘 주장해온 의료산업화 정책에 일침을 가한 발언 역시 논란의 중심이 섰다. 장 교수는 "의료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라며 "세계에서 의료로 무역 흑자를 제일 많이 내는 체코조차 의료 부문 국제수지 흑자가 GDP 대비 0.15%가 안 된다. 한국은 0.003% 정도"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런데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거두는 무역흑자가 약 5%인데 의료분야를 지금보다 1000배 이상 키워도 반도체와 자동차 수준이 안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소재 산업 등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가령 반도체 만드는 기계는 독일과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그걸 국산화할 노력을 해야지 성형관광 얘기나 하고 있으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차라리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OECD 꼴찌인 인구 1000명당 2.2명(2015년 기준)이니까 의료접근권 강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는 산업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의료산업화에 찬성하는 쪽은 장 교수가 의료산업 전체를 보지 않고 의료서비스에 국한된 발언을 한 것이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의료산업에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영역이 확장되고 경제학적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짧은 인터뷰 내용으로 국내 의료산업화 정책을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 교수의 발언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산업이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라는 장 교수의 주장은 제조업 등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중요한 산업이 더 많은데 굳이 의료산업에 얽매이지 말고 오히려 의료 접근성 강화에 신경 쓰라는 것이다. 의약계의 갈등 과제인 원격의료, 투자개방형 영리법인, 조제약 택배, 편의점 의약품 판매 이슈 등도 모두 의료가 산업의 대상이냐 아니면 공공재의 성격으로 봐야 하나의 충돌에서 불거진 이슈들이다. 보건의료의 영역에 산업정책 수혈이 필요하지, 아니면 정부의 규제 속에서 공공의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둘지는 찬반이 너무 팽팽한 의제다. 그러나 장 교수의 발언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면 보건의료 산업화로 이룰 수 있는 수혜보다 국민건강이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역시 부풀려지거나 일방적인 매도가 될 수 있지만 말이다.2018-07-30 06:20:00강신국 -
[기자의 눈]폭염 속 운집한 약사들, 얼마나 공감 얻었나35도를 웃도는 폭염 속 3300여명 약사들이 청계 광장에 모였다.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모인 약사들, 그들은 '국민건강 수호'를 이번 대회의 대명제로 삼고 시민들 앞에 섰다. 이를 반영하듯 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참석한 약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궐기대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우리만의 권익이나 직능 인정에 앞서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건강권 회복이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정 국민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끝까지 고수해야 할 핵심 가치"라고 말이다. 이날 모인 약사들은 또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약사(藥事) 정책을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편의점 판매약 제도 즉각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날은 약사 뿐만 아니라 미래 약사인 약대생까지 대거 참가해 시민들을 향해 국민 건강 수호를 외쳤다. 생각해보면 이미 국민 건강을 무기로 한 보건의료계 단체들의 거듭되는 집회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이다. 전문가라는 이유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만 한편으로는 직능 이기주의로 밖에 비쳐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 중심에는 공감이 있다. 한 직능의, 단체의 메시지가 국민의 생각, 마음에 와 닿기 위해선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약사들의 외침이 국민들에 얼마나 공감대를 샀을 지는 의문이다. 이번 궐기대회에 참석한 약사가 기자에 보낸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 약사는 본론에 앞서 "이번 대회가 국민들에게는 무관심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이 공감하지 않을테니."라고 잘라했다. 이어 "궐기대회 전 2010년 심야약국운영을 계획하고 실천 했던 시절처럼 약사회 임원들이 새벽 1시까지라도 전국적으로 심야약국을 운영한다고 공표하고 실행 한 후 궐기대회를 했다면 시민의 공감을 사고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며 "어찌됐든 내키지는 않지만, 약사이기에 동참한다"고 전했다. 참가한 약사조차 국민 공감을 사긴 역부족이란 사실을 이미 인지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살인적인 폭염 속 3000명이 넘는 약사가, 약대생이 한자리에 모였단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중대하단 사실을 보여준다. 사안이 중대하고 시급한 만큼 단순 보여주기식을 넘어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한 때다.2018-07-30 06:19:50김지은 -
[기자의 눈] FDA 바이오시밀러 정책이 보내는 시그널미국식품의약국(FDA)의 바이오시밀러 촉진정책 발표 이후 국내 기업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스콧 고틀리브(Scott Gottlieb) FDA 국장이 18일(현지시각) 공개한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iosimilars Action Plan)에는 총 11가지 정책이 담겼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허가절차를 간소화하고, 처방률 증대 차원에서 환자와 의료진,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공정한 시장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골자다. 가령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진입을 늦추기 위해 법정 소송을 벌이거나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규제를 받을 수 있다. FDA에 따르면 2015년 3월 산도스의 작시오가 미국 최초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된 지금껏 시판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11종(7월 18일 기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실제 시장에 출시된 품목은 3종에 불과하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남았거나 법정 소송 등의 사유로 발목이 묶여있는 탓이다. 시장론칭에 성공했더라도 거액의 리베이트를 빌미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관련 시장의 절반과 독점 계약을 맺고,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한꺼번에 계약하는 조건으로 큰 폭의 할인율을 제공한 존슨앤드존슨이 대표적인 예다. 그로 인해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램시마의 미국상품명)는 레미케이드보다 15% 저렴하다는 가격 혜택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급기야 인플렉트라의 미국 현지 판매사인 화이자는 지난해 연방독점금지법과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 위반 사유로 존슨앤드존슨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FDA 액션플랜은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체들을 비롯해 증권가에서도 FDA의 변화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정책의 이면에는 또 다른 시그널이 담겨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더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라는 메시지다. 미국, 유럽을 통틀어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이미 과당경쟁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 그룹의 산도스나 밀란과 같이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특화된 기업 뿐 아니라 화이자,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등 빅파마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지 오래다. 산도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핵심시장에서 암과 면역질환 분야 바이오시밀러 5종의 허가를 취득하고 발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제시해 왔고, 조금씩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셀트리온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판매 경험을 쌓은 화이자는 지난해 말부터 바이오시밀러 3종의 FDA 허가를 따냈다. FDA가 선사한 행운의 카드가 국내 업체들에게만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이유다. 민간의료보험 비중이 높은 미국은 정부 정책 만큼이나 보험사의 급여리스트에 의한 리베이트 유무가 의약품 판매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 같은 특성을 간파한 밀란은 지난달 허가된 퓰필라(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의 고시가격(AWP)을 오리지널 의약품의 67% 수준으로 책정했다.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임에도 오리지널 및 곧 출시될 후발주자들과 가격 차별성을 두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물론 제네릭과 달리 높은 제조비용이 수반되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무조건적인 가격인하가 능사는 아니다. 초안 발표 이후 1년째 시간을 끌고 있는 대체조제(Interchangeability) 가이드라인이 확정될 경우, 대체조제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비용을 감수해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탄탄한 임상근거가 겸비되지 않는다면 바이오시밀러 간 경쟁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의미다.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가장 많은 수출 실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해외 시장에서 조금 더 멀리, 오랜 기간 선전하기 위해 가격 이외 다양한 차별성을 갖춰야 할 때다.2018-07-26 06:29:59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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