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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료 발전과 천의 얼굴 '급성 맹장염'웹 서핑을 하다보면 '흔한 맹장수술(충수염 수술), 복강경으로 간편하게' 같은 제목을 붙인 의학 컬럼을 종종 맞닥뜨린다. 심지어 '복통으로 맹장염 수술한 썰' 등 배가 아파 충수염 수술을 받은 상황을 가볍고 코믹하게 풀어 낸 동영상이나 SNS콘텐츠가 꽤 높은 조회수를 보이기도 한다. 반면 '맹장염 수술 받던 환자 사망'이란 뉴스가 사회면에 오르거나 저녁 프라임 뉴스타임에 방영된 사례도 있다. 급성 충수염은 수 십년 전 만해도 사망률이 25%에 달하는 무서운 질환이었다. 2015년 한 해 전세계 급성 충수염 진단 환자 통계를 보면 전체 진단 건수는 1160만명이었고 이중 사망 환자가 5만100명 정도다. 여전히 급성 충수염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비록 오래전 데이터지만 2012년 한 해 우리나라 급성 충수염 사망률은 백만명당 1명으로 미국, 유럽, 호주 등과 같다. 이젠 의료의 발전으로 초음파 검사나 컴퓨터 단층 촬영 도움을 받아 충수염을 비교적 정확하게 수술 전에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응급 수술과 적절한 항생제 치료 덕에 사망율이 1%이하로 떨어졌다. 이와 유사한 모성 사망의 예를 보자. 모성 사망은 산모가 임신 또는 임신 관리로 인해 임신 중이나 분만 중 숨지는 것을 말한다. 한 국가의 보건의료체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모성사망률(모성사망자 수/ 15세~49세 가임기 여성수*100,000)의 추이를 보면 2009년에 0.45 에서 2017년에는 0.20으로, 모성사망비는(모성사망자 수/출생아수*100,000)는 2009년에 13.5에서 2017년에는 7.8로 감소했다. 더 부연하면 분만으로 산모가 사망하는 예가 많이 감소해서 2017년에는 출생아 10만명당 7.8명의 산모가 사망 했다는 뜻이다. 이는 2000년 15.8명에 비하면 절반으로 준 수치다. 이 덕택에 주변에서 분만 중 엄마를 잃은 사례를 찾기 힘들어 졌다. 하지만 외국의 몇몇 나라에서는 모성사망비가 수백에서 수천을 넘나드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을 조회하면 2017년 병·의원에서 급성충수염으로 보험공단에 급여청구한 건수가 약 10만건에 이른다. 2017년 약 10만명의 급성충수염 환자가 발생 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급성 충수염으로 진단·수술 받은 환자가 특별한 부작용 없이 퇴원을 해서 정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출생아 수는 약 35만명으로, 약 35만건의 분만이 이루어 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사망위험이 높은 수술이 여전히 많은데도 사망률이 차츰 낮아진 이유는 뭘까? 의료접근성과 의료·진료 환경 개선을 통해서 과거보다 더 안전히 진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수술 건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굉장히 낮아졌다면 이제는 쉬운 진단 또는 쉬운 수술, 한발 더 나아가 안전한 수술일까? 한국의료분쟁조정위원회 상담 내용 중에 충수염의 진단 지연과 관련한 사례가 있다. 내용을 보면 "여자 아이가 복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X-ray 검사에서 특이소견 없음으로 진단받고 수액 투여 후 귀가 조치 됐다. 다음 날까지 통증이 지속돼 또다시 응급실 내원 후 복부 CT 검사 결과 급성충수돌기염으로 진단, 복강경적 충수돌기절제술을 받았다. 처음 응급실 내원 당시 충수돌기염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해 환자 통증을 지속시킨 병원에 신체적·정신적 보상 책임을 묻고 싶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료 병원의 과실을 인정한 판례로 소개됐다. 이 판례에 상당수 외과 의사나 소아과 의사들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증상이 모호하며 혈액검사 등의 수치가 어른과 차이가 나고 영상 검사에서도 명확하지 않게 나온다면 도리어 수술 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나 오진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급성복통을 유발하는 질환은 급성충수염 외에도 엄청나게 많다. 진료 중 그런 질환들을 구별해 내서 다양하게 검사하고 판단하는 것을 감별진단이라고 부른다. 응급 상황에서는 이런 감별진단을 신속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감별진단은 환자의 나이, 성별, 증상과 검사 결과를 토대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확인해 나간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이런 감별진단을 수십에서 수백번씩 반복적으로 매일한다. 어떤 질환은 응급 수술이 필요하지만 어떤 질환은 수액과 항생제만으로도 치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잘못 판단해서 수액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수술했다면 환자의 몸과 마음에 큰 반흔을 남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급성 충수염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말은 외과의사들 사이 자주 회자된다. 증상 형태가 너무 다양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폭 넓은 술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과의가 처음 수술을 배울 때는 아주 전형적이고 수술 범위가 간단한 급성충수염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외과의들은 처음에는 충수염 수술을 쉽게 여기지만, 점차 사례를 경험할수록 혼자 해결 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경우까지 겪게 된다. 그래서 급성충수염은 외과의가 가장 많이 접하는 질환이면서도 '질환 다양성'과 '쉬운 질환'이란 대중 인식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부담스러운 질환이다. 급성충수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전체 환자의 50%정도에서 발현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증상과 검사결과들 심지어 영상검사조차도 진료의사에게 100%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임상 상황에서는 100%란 존재할 수 없고, 하물며 환자도 100%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진단명은 있어도 같은 환자는 없다는 것을 시간이 가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사망에 이른다. 질환은 사망 시점을 다르게 만든다. 의사는 이 사망 시점을 어떻게든 늦춰 보려는 노력을 할 뿐이다.2019-04-08 15:45:09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약가협상 면제에 대한 재사(再思)지난 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대면 심의에서 약가협상 생략으로 급여목록 등재에 오를 예정이었던 약제 3개가 '조건부 급여' 판정이 나왔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협상 면제 트랙을 밟은 약제 중 막판 고시개정 확정 발표를 앞두고 등재 일정이 건정심에 의해 일시적으로 틀어진 첫 사례여서 관련 업계의 당혹감은 더했다. 이번 판정은 약가협상 면제 트랙에 대한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이 트랙은 제약기업이 해당 약제 가격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이하로 낮춘 수준을 수용하면, 정부가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업체는 빠른 시장진입을, 보험자는 추가 소요재정 절감을, 정부와 환자는 빠른 접근성을 꾀할 수 있는 '윈-윈' 기전이다. 우리나라는 재정 보호를 위해 가격 위주의 급여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약제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도입 이후 모든 신약은 급여 등재를 위해 보험자와 가격 협상을 거쳐야만 한다. 이후 가격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주목하는 주요 등재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협상 면제의 핵심은 보험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즉 대체약제 가중평균가가 기준이 된다. 이 트랙이 보편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등재되는 부분에 관심도는 다른 트랙에 비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신약임에도 대체약제 수준 또는 그 이하로 등재되기 때문에 건정심에서도 서면 심의로 갈음해왔다. 가격을 낮추고 도전하니 단 한 번도 급여 문턱에서 가로막힌 적 없었고, 3자 모두 등재와 그 이후를 예측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극과 극인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와 협력으로 빛을 발하는 제도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번 건정심 대면 심의에서 요구한 것은 간명하다. 약제급여목록에 등재하려면 환자안전과 관련한 부속합의서와 예상사용량 협상 결과까지 모두 심의 전 완료해야 한다는 거다. 가격 위주의 정책으로 무게가 쏠려 있던 기존 협상 면제 패턴이 이제는 환자 안전 즉, 안정적인 공급 등에도 안배가 이뤄지는 것이다. 환자들은 접근성에 일부 제약을 받더라도 국가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확약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정부와 건정심 모두 미숙했다는 점이다. 심의 테이블에 올랐던 3개 약제(아고틴·파슬로덱스·알룬브릭)에 닥친 급여 일정 불확실성(혹은 가능성)이 사전 예고되지 않아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와 보험자가 제도 사장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후발 약제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간 예측가능성으로 3자가 만족했던 협상 면제 트랙의 큰 장점이 일정 부분 반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갑작스러운 건정심 결정으로 비롯된 3개 약제 급여 스케줄을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해 후속조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협상 면제 트랙이 갖는 고유의 특장점인 등재 예측가능성에 대한 별도의 담보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면제'가 갖는 이점, 즉 3자 모두 만족할만 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협상 면제 트랙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고 말하는 업계의 말을 그저 '투정'으로 치부하고 말기엔 이 기전이 갖는 업계 유인책과 실효성이 크기 때문이다.2019-04-08 06:14:52김정주 -
[기자의눈] 현실과 다른 생동 인프라 추산 적절했나"현재로서는 채혈일자 확보만 되도 감사한 상황이다". 한 중소제약사 개발부장의 하소연이다. 보건당국이 공동생동을 폐지하고, 단독생동에 약가를 보전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제약사들이 대규모 기허가품목 생동시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가 따라줄지 미지수다. 생동성시험 분석기관은 그런대로 받쳐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의료기관이다. 현재 생동성시험은 의료기관 2~3곳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전국에 생동성시험 업체가 37곳으로 파악되고, 임상시험 실시기관 100곳 이상이 참여하면 인프라는 충분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추산일 뿐이다. 현장에 따르면 기존 생동 의료기관 2곳은 수요 확대에 맞춰 채혈실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생동시험에 뛰어든 의료기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앞서 중소제약 개발부장의 말은 작금의 현실을 대변한다. 지금 역시 의료기관이 부족해 제약사들은 생동시험 채혈일을 한없이 기다리는 실정이다. 지방의 의료기관은 피험자 모집이 원할하지 않고, 수도권 대학병원들은 생동보다는 임상시험 유치에 사활을 건다. 최근 몇년간 생동은 딱 이름만 대면 아는 병원 2곳, 많게는 3곳에서만 진행돼 왔다. 상황이 이런데 3년 유예기간만으로 제약사들의 수요를 다 충족시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 물론 수요가 폭발하면 새로운 공급자들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단순 예측만으로는 제약사들의 불안을 덮기엔 부족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식약처의 공동생동 폐지만으로 제네릭 난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복지부의 단독생동 약가유지 정책은 현실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이라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정책 수립 당시 생동 인프라 추산이 과연 적절했는지 되묻고 싶다.2019-04-08 06:10:41이탁순 -
[기자의 눈] 코오롱생과 인보사 팩트는 '개발 지연'군대에서 '포인트맨'이라는 자리가 있다. 수색·정찰 등 선두에서 팀을 이끄는 역할이다. 적의 위협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크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국내 바이오업계 포인트맨을 맡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가 세포주 논란으로 거꾸러졌다. 그러나 외부에 의해서가 아닌 자기 발에 걸려서다. 자발적으로 개발(미국 3상)과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코오롱생과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보사케이의 주 성분인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 중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세포)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4년 개발에 착수한 지 15년 만이다. 연골세포 착상을 돕는 유전인자 TGF-β1의 에너지원 역할로 주입한 신장세포가 분리·정제 과정상 미비로 연골세포를 대체한 것이 세포주가 바뀐 이유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세포주 이름을 몰랐을 뿐 연구 개발부터 임상, 상업화까지 똑같은 세포주를 사용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생각할수록 께름칙한 설명이다. "처음부터 TGF-β1을 넣은 신장세포로 설계를 했고, 분석 기술 미비로 연골세포인 줄 알았을 뿐이다. 애당초 기대한 효능·효과를 보였으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장세포는 발암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설계 당시 TGF-β1을 넣은 연골세포를 사용하고자 했지만, 향후 분석 결과 신장세포로 바뀐 것이 확인됐다"는 설명이 더욱 명확했을 것이다. 다시 해명을 정리하면 코오롱생과가 설계한 성분은 1액(연골세포)과 2액(TGF-β1 도입 연골세포)이었고, 당시 기술로 분석하니 설계도가 맞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허가를 위해 STR 분석법으로 확인하니 실상 설계 내용은 신장세포를 사용한 것이었고, 식약처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대로 신장세포를 연골세포로 알고 2017년 7월 시판 허가를 했다는 내용이 된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는 15일 미FDA에 의해 분석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현재 팩트는 개발 지연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코오롱생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72억 8600만원의 연매출 중 수출 실적은 1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223억원에 달했다. 인보사케이는 코오롱생과의 유일한 바이오사업이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홍콩, 호주, 동남아시아 등지에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본격화 이전이다. 이번 논란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는 이상 올스톱될 것이 명확하다. 미국 진출도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현재 미국 3상 환자 모집을 중단했다. 코오롱티슈진(코오롱생과 미국 자회사)은 오는 5월 중 FDA와 대면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작년 8월 이범섭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산업전시회에서 "2021년까지 3상을 마치고 2023년 허가 승인을 받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국내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이같은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FDA·식약처와 협의가 필요하지만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되더라도 미국 진출은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의약품 개발 핵심이 '속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세포주 논란과 더불어 중요한 사실이다. 아울러 식약처 허가 당시 제출 자료와 다른 세포주라는 결과가 나오면 재임상은 물론 품목허가 취소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성분 논란 검증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확정된 팩트는 '개발 지연'이다.2019-04-04 06:13:36김민건 -
[칼럼] 제네릭 약가개편의 제한점과 의견2018년 발사르탄 사태로 발생한 제네릭의약품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제네릭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였다. 그간 약가제도는 소비자 내지는 구매자 입장보다는 공급자인 제약사 입장에서 결정되고 적용되어 왔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도 환자인 국민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의약품 사용 보다는 제약사의 경쟁력과 경제성을 우선으로 하는 것 같다. 약가제도가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므로 의약품의 최종 소비자인 가입자 입장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검토해 본다. 의약품 급여에 대한 원칙인 positive list 개념이 약가제도에 반영되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positive list는 조건이 충족된 의약품을 보험급여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다. 질이 확보된 의약품을 전제로 급여대상 여부의 조건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일정 가격 이상의 의약품을 급여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일정 가격 이하의 의약품을 급여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동일 질의 약품에 대한 가격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현행 약가는 동일 의약품(제네릭)에 다양한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negative list 적용 시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의약품의 질과 무관하게 가격 편차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약가제도의 기본원칙으로 positive list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구매자 입장에서 가격은 제네릭 개발의 노력보다 결과인 의약품의 질이 우선이다.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의 원칙으로 제네릭 개발 노력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하는 것이다. 동일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 것을 보상하여야 할 논리가 가능할까? 기존 위탁생동이나 미등록원료를 활용하던 업체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 비용은 의약품 질 확보를 위한 정상적인 비용이고, 그간에 누려온 비용절감의 혜택을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차등화라는 논리는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제네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생동성과 원료등록이라는 기준 요건 수준에 따른 약가 차등화는 논리가 없는 제약사 편익을 위한 것으로 개선 대상이다. 발표된 개선안에 의하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한 의약품은 85점짜리(85%)이고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지 못하면 72점짜리(85%의 85%) 의약품이라는 논리이다. 이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의약품의 질에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두 가지 조건의 영향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이러한 논리가 수용 가능하며, 이를 기준으로 한 가격 차등화는 타당한 것일까? 20개 이후의 제네릭은 61점짜리(85%×85%×85%) 의약품으로 가격 차등화의 대상일까? 질이 동일한 의약품임에도 시간적으로 나중에 출시되었다고 낮은 가격을 책정하여야 할 근거는 무엇인가? 현재 활용 중인 positive list 개념에 비추어 볼 경우 가격 차등화의 당위성은 무리이다. 제약산업의 난립 방지와 경쟁력 확보 등 산업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이 필요하다면 산업정책에 반영할 일이지 건강보험정책에 포함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은 것 같다. 문제의 심각성과 개선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경과규정이 느슨하여 제약사 편의 우선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제네릭의 경우 생동성과 원료의약품 등록이라는 두 가지 요건 적용 준비에 3년이라는 일률적인 기간 부여는 제고되어야 한다. 제약사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생동성 준비에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원료의약품 등록의 경우 확보하여 활용 중인 원료의약품을 등록하는 경우 3년이 소요될 것인지 의문이다. 의약품은 안전성과 효과성을 전제로 경제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제약산업도 국민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경제적으로 공급하다는 것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제도에서 의약품은 가입자인 국민의 건강 유지와 증진을 위한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활용되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좋은 질의 의약품이 개발되고 공급될 수 있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약가제도의 마련과 적용을 기대한다.2019-04-01 11:03:48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제네릭 약가 개편, 품질과 무슨 상관인가정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이 베일을 벗었다. 보건복지부는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53.55% 상한가를 유지해주기로 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신규 제네릭은 규정 개정과 일정 기간 경과 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는 제품부터 개편안이 적용된다. 기등재 제네릭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소급 적용된다. “품질이 좋은 품목에 약가를 더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품질이 확보된 약을 적정한 건강보험 가격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약가개선의 방점은 의약품 품질 확보다”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내놓은 일부 문장을 발췌했다. 제네릭 품질에 따라 약가를 차등 부여하겠다는 큰 줄기가 이번 개편안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가 직접 제네릭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했을 때 높은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이번 개편안의 타당성과 적절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복지부가 제네릭 품질 문제를 언급한 것은 다소 당황스럽다. 약가 등재 단계까지 도달한 제네릭 제품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질을 인정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제네릭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평가해 허가를 내준다. 적정한 원료의약품의 사용, 규격 기준에 제시된 유해물질 점검 결과, 생동성시험에서 검증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 등 다양한 요건을 합격한 제품만 승인받을 수 있다. 중국이나 인도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더라도 엄격한 허가 절차를 통과하면 다국적제약사가 만든 제네릭과 품질은 동등하다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다. 제네릭 판매 업체가 생동성시험을 직접 진행하는 것이 품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제네릭 의약품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제품에 높은 약가를 주겠다는 의도는 공감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품질과 직결된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마치 식약처 허가를 받는 제품들 사이에도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보인다. 식약처 허가 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도 비춰지기도 한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수탁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면 품질 관리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지난 몇 년간 허가와 약가제도 변화로 제네릭이 범람했지만, 제네릭 난립으로 품질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의 기폭제가 된 발사르탄 사태에 대해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도와 높은 제네릭 약가 수준으로 인한 제네릭의 난립 및 원료 품질관리 미비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하지만 불순물 발사르탄 사태는 우리 정부와 제약사들의 품질관리 미비가 아니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운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넣은 불순물이 아니다. 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제조업체와 보건당국 누구도 발사르탄의 품질관리 과정에서 NDMA 검출 여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복지부 표현대로라면 식약처와 제약사가 제네릭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복지부가 제네릭 난립 해결을 위해 7년만에 약가제도 대변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심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계단형 약가제도의 부활은 후발 제네릭의 진입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될 수 있다. 약가제도 개편안의 실효성도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식약처가 이미 4년 뒤 위탁 제네릭의 허가를 전면금지했는데, 생동성시험 수행 여부에 따라 제네릭 상한가를 차등 부여하는 제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이후 복지부와 식약처는 협의체를 꾸려 장기간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과연 복지부가 식약처의 허가 시스템과 정책방향을 모두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한건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2019-04-01 06:15:05천승현 -
[기자의눈] 낡은 약사법이 편법약국 부추긴다"편법약국은 이미 법 위에 섰다. 약사법은 이제 현실의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 늘어나는 편법 원내약국 개설 논란에 대한 법조계 관계자의 발언이다. 대학병원에서나 논란이 됐던 편법적인 원내약국 개설 문제는 지역의 소형 병원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문제는 경우에 따라 약국 개설이 허가된다는 점이다. 지역 보건소들은 약사법 제20조 5항에 기초해 허가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만, 유사한 사례에서도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편법 원내약국의 개설 사례들이 하나둘 생겨나자, 병원들의 개설 시도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병원의 특정 층을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하고 의원과 약국을 함께 임대하는 편법은 일종의 ‘치트키’가 돼버렸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지역 약사회와 약국가는 보건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로 판단해주길 그저 바라는 수밖에 없다. 병원과 약국의 담합이 이뤄져 의약분업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약사법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0조 5항은 병원과 약국의 담합을 금지하는 조항이지만 담합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은 빠져있는 것이다. 보건소도 난처하다.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손을 내밀지만, 복지부는 현장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역 보건소에서 판단하라는 입장이다. 느슨한 법망이 재정비되지 않고 있는 동안 약국개설 논란에는 다른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브로커들도 병원의 약국 임대사업을 부추기며 활개를 치고 있다. 모든 피해는 약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원내약국으로 처방 독점이 이뤄지며 폐업을 하는 인근 약국들의 피해도 문제지만,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원내약국으로 입점해 병원에 종속되는 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약국의 기능적 공간적 독립성은 의약분업의 취지와 함께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약사들은 편법약국의 사례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전에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약사회 김대업 집행부도 편법 원내약국을 막기 위해선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임 집행부에서는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했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는 못 하고 임기를 마무리했다. 더 늦기 전에 복지부와 약사회는 약사법을 촘촘히 보완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편법약국이 전국 곳곳으로 늘어나며, 의약분업은 그 의미를 상실할 위기에 처해있다.2019-03-31 17:38:54정흥준 -
[데스크시선] 3.27 약가인하와 곤마(困馬) 버리기보건복지부의 약가개편 설계도가 공개됐다. 핵심 골자는 '자체 생동·DMF 등록' 요건 충족에 따른 약가 연동이다. 2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현행 제네릭 약가 53.55%를 유지시키고, 1개·미충족 시, 각각 45.52·38.69%로 삭감된다. 여기에 더해 특정 성분 시장에서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돼 있을 경우, 신규 21번째로 진입하는 제품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의 약가를 받게 된다. 그간 한 달 새 제약업계는 약가인하 세부안 추정을 놓고, 상당한 진통과 내홍을 겪어 왔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전전긍긍' '절치부심' 상황과 커뮤니케이션 부재 속에서 대응책 마련보다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정조준한 질타와 항변이 난무했던 것도 사실이다. 비선에 따르면 복지부의 당초 약가개편 방침은 8% 상당의 일괄약가인하에서 제약바이오협회의 대관협상 노력으로 지금의 차선안을 이끌어냈다. 특히 '직접 생산' 요건을 약가연동에서 삭제한 부분은 업계 충격파를 최소화한 제약바이오협회의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대형·중견·중소제약사를 막론하고 단기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 10대 대형제약사의 경우, 시뮬레이션 결과 작게는 3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 상당의 피해가 예상된다. 위탁생동 비율이 높은 일부 중소제약사는 이 보다 더 큰 폭의 외형 축소도 감지된다. '직접 생산' 요건이 약가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정보가 제약업계에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중견·중소제약사들은 당혹감과 불만을 쏟아 냈지만 항목 삭제 후 대체로 정부 시책에 수긍하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이변이 없는 한 정부는 조만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연말 경, 약가개편안을 고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는 던져진 셈이다. 좋든 싫든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 들여야 할 상황이다. 이제 남은 일은 위기 속에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100년 역사의 빛나는 얼을 자랑하는 제약산업 특유의 '도전과 응전'의 저력을 다시한번 발휘할 때다. 1000개가 넘는 모든 완제·원료의약품기업의 구미에 맞는 정책과 제도 시행은 불가능하다. 불만과 저항은 상존하기 마련이다. 불합리했던 기득권을 당연한 권리로 착각하고, 핑계로 일관하는 기업에 준엄한 법의 잣대가 휘둘려서는 안된다. 푸념과 항변으로 변혁의 큰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번 약가인하는 제네릭 난립 정리와 품질 향상, 건보재정 건전화, 리베이트 척결 등을 통해 브랜드 제네릭 양성과 신약개발 기반 마련이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제네릭 난립은 바둑판에서의 곤마(困馬, 온전한 집을 만들지 못해 살리기 어려운 돌)와 닮아 있다. 그동안 자신이 둔 수가 아깝거나 미련으로 곤마에 집착하면 패배의 자충수로 빨려 들기 쉽다는 것은 바둑의 모범 교범이다. 곤마가 된 돌은 그대로 죽게 놔둬야 한다.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에 빠졌다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읽기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 돌을 살리기에 집중하지 않고, 그것을 활용하면서 또 다른 이익을 도모해야 비로소 반집의 승리를 도모할 수 있다. 몇몇 중소제약사 CEO들은 아직도 하소연과 불만에 가득 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이들 C-라인 선상에 있는 기업의 공통점은 최근 10년 사이, 위탁 공동생동의 테두리 안에서 무분별한 제네릭 생산과 CSO 등을 활용해 급성장한 곳이 대부분이다. 자체 제제연구소 설립을 통한 의약품 연구개발에는 관심조차 없다. 오직 돈 되는 제네릭이 지상 최대의 목표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도 과거의 영광만을 좇고 있다. 자신들이 그동안 펼쳐온 경영전략이 이제는 곤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정도인 것처럼 오판하고 있다. 곤마에 집착함은 곧 패망임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기업의 외형 확장에만 치중된 이른바 제네릭을 위한 제네릭 개발은 더 이상 환영 받지 못한다. 종근당, 한미약품, 동아제약에서 내놓은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특화 브랜드 제네릭 개발 전략이 2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빛을 발하고, 신약개발 밑거름으로 작용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기업의 제1 존재 목적은 이윤과 영리 추구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여타의 기업과 제약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존립 철학에 있다. 제약산업은 단순히 생활의 편리와 사회 발전이라는 1차원적 개념을 넘어 생명존중과 신약개발 그리고 인류공영이라는 대명제와 이념을 근간으로 한다. 뿌리가 튼튼하고 바로 설 때 비로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제 그 기본 제약정신의 원점에서 새로운 희망을 싹 틔울 때다.2019-03-29 06:28:59노병철 -
[기자의 눈] '팩트 지적'에 복지부는 아파해야 한다"기존 약가제도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건가요?" 현장에서 기자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제도란 완벽할 수 없다"고 답했다. 지난 2012년 이뤄진 '약가 일괄인하'에 허점이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27일 복지부는 소문이 무성했던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어 제도 설계자 격인 곽명섭 과장이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브리핑을 진행했다. 위 질문은 이 브리핑 자리에서 나왔다. 2012년 정부의 약가 일괄인하 조치는 제약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건강보험 약제비 비중이 30%에 육박하던 시점이었다. 약제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조치는 당연해보였다. 여기에 정부는 내심 일괄인하가 제네릭의 품질을 높일 것으로도 기대했다. 약가인하로 제네릭 품목 수가 자연스레 줄면, 그만큼의 여력이 R&D로 향하고, 결국 품질이 향상될 거란 논리다. 명분이 좋았고 정부 의지도 강했다. 제약사들은 손실을 감내하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5년 만에 '발사르탄 사태'가 터졌다. 모두가 제네릭 난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네릭이 난립하게 된 데는 정부의 말대로 '공동생동'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정부가 2012년 이후 운영해온 약가제도에 있다. 일괄인하 이후 공동생동이 급증했고, 제네릭 난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발사르탄만 놓고 보더라도 일괄인하 이후 5년간 공동생동으로 진입한 제네릭이 24.3%를 차지한다. 또, 2012년을 기점으로 자체생동이 급감한 대신 공동생동이 급증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뒤늦게 들어온 발사르탄 21개 품목의 전체 매출은 고작 3억원이라고 한다. 한 품목당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일단 집어넣고 보자' 식으로 공동생동이라는 한 배를 탄 결과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멍석을 깔아준 건 복지부다. 곽명섭 과장은 브리핑 말미에 '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발사르탄 사태의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을 돌려서 복지부에 그대로 전하고 싶다. 지난 약가제도 실책의 책임 역시 아무도 지지 않았다고. 아무쪼록 이번 개편은 '두 번째 실수'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2019-03-28 06:18:40김진구 -
[칼럼] 일몰, 예비타당성조사, 그리고 정부 R&D몇 주 전 연구자 현장간담회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신규 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위해 연구자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신규 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않는 한 앞으로 신규과제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는 설명을 드렸다. 참석한 연구자 전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일몰 후에는 신규지원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일몰 후에는 당연히 해가 다시 떠야 하지 않나요?” 보건복지부 출연금 연구개발사업 전부 일몰대상이라고 덧붙여 말씀드리자 연구자들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럼, 소규모 풀뿌리과제도 신규지원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왜 지금까지 제대로 안내를 해주지 않았던 겁니까?” 연구자들은 내년부터 연구과제 지원이 어려울 거라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는 눈치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R&D 투자 확대 기조에도 불구하고 장기계속사업으로 인해 사실상 신규투자가 어려운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2015년 기준으로 R&D 분야 750개 중 594개가 사업 종료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채 추진되는 계속형사업에 해당하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장기계속사업 중 순수기초연구, 인력양성, 기관지원 등의 성격을 가진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다 일몰형 사업으로 분류하여 2020년까지 종료기한을 설정하는 ‘일몰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몰형 사업에 대해서 기간연장을 요구할 경우는 기간연장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일부 내역사업에 대해서만 기간연장이 되었을 뿐 대부분 기간연장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일몰사업 후속으로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으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보건의료 R&D 분야 사업은 단 1개에 불과하다. 기존사업과 차별화되어야 하며 경제성도 인정받아야 하는데 주요 분야는 기존분야와 차별화하기도 어렵고 보건의료 R&D 대부분이 단기간 내 경제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장품 분야와 같이 경제성이 높으면 높은대로 정부투자 영역이 아니라는 조사결과를 받기도 한다. 일몰사업 대부분 신약, 의료기기, 화장품, 한의약, 중개연구, 임상연구, 재생의료와 같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기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임시방편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전까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규모 이하로 브릿지사업을 기획하여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년 일몰되는 규모를 대체하려면 일몰사업 1개당 다수의 브릿지사업이 필요하며 10개 이상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업별로 중복도 인정되지 않으니 애초부터 브릿지사업으로 기존 일몰규모를 모두 메우는 건 대부분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 정부 R&D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있을까? 비슷한 제도가 있다하더라도 연간 수천억 규모의 대규모사업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고 더욱이 R&D에 대해 경제성평가를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정부 R&D 투자가 경제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고위험분야나 공공영역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이 충분히 있는 분야라면 민간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설사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타당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기획 1년, 평가 8개월, 예산심의 1년의 세월을 지나고 나면 과학기술발전에 따라 투자시점이 이미 늦은 경우도 많다.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여러 차례 개선해왔으나 기본 틀은 기존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안타깝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여 정부 R&D 예비타당성조사 대상규모를 대폭 상향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시도가 필요하다. 올해부터는 일몰사업에 대해서도 부처요청이 있으면 심의를 통해 예산을 반영해주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러한 정책도 결국 임시방편 일뿐 미래를 대비한 근본적인 정책은 아니다. 정부 R&D 투자가 지연되는 사이 대학, 병원, 연구소 연구환경은 고사되어 가고 있고,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는 박사졸업자들은 박사후연구원으로 해외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2년간(2014-2016년) 바이오와 의료분야의 최고기술국인 미국을 따라잡은 기술격차는 0.2년에 불과하다. 동기간동안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은 기술격차는 0.2-0.5년이다. 기술경쟁은 마라톤경주와 같아서 1년만 R&D투자가 지연된다면 기술격차가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 R&D투자는 불확실하고 위험성이 높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 확실하고 위험성이 낮은 과거에 대한 지원이 아니다. 연구자들이 다시 뜨는 해를 기대하고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다시 품을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2019-03-25 13:59:3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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