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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식이 넘치는 시대, 환자가 원하는 약사 역할강원약대 허문영 교수의 (좋은 책이지만 덜 알려진) '예술 속의 약학'(2015)에는 수천 년 동안 문학, 미술, 음악 속에 살아 숨 쉬어온 약과 약사에 대한 글로 가득하다. 약과 약사가 다양한 문화, 예술에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키르케가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 작품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그녀는 마법사이자 약사로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 어떤 병이든 낫게 만들었다. 여기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이어보면, 현재도 약은 마법이다. 죽을 것 같이 아팠을 때 진통제를 먹어보면 더더욱 실감한다. 염증이 생긴 후 항생제의 드라마틱한 효능을 보면, 마법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인간은 아플 때 먹는 약, 치료약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몸이 불편할 때 먹는 약은 치료의 마법을 보여주긴 했지만,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진 않았다. 간혹 화가 난 마법사의 주술처럼 부작용(독)을 일으켜 공포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 혹은 활기찬 무병장수를 위해 식품이 이용되기 시작했다. 어떤 풀을 먹으면 어디에 좋다더라. 어떤 열매를 먹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더라. 어떤 뿌리를 먹으면 만병통치된다는 구전 속에서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끓이고, 삶고, 달여서) 식품을 먹어 왔다. 그런데 귀찮기도 했고, 그것의 안전성, 효과성, 안정성에 대해 의문은 의심을 만들었다. (은행잎이 몸에 좋다고, 은행잎을 끓여 먹다 죽었다는 괴담의 여파인가) 이러한 의문과 의심에 대해 산업과 과학은 식품을 약의 형태로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라며 가능성을 제시했다. 산업과 과학은 식품에서 몸에 좋은 성분만을 추출하는 '약이 되는 마법의 과정'을 구현했다. 각 성분은 유효성을 검증 받고, 안전성과 안정성을 입증 받는 과정을 거쳤다.(의약품 만큼은 아니지만, 꽤 흉내를 냈다) 그리고 이것을 굳이 식품의 형태가 아닌 약의 형태를 가진 '건강기능식품'으로 탄생시켰다.(레몬추출물을 레몬모양으로 만들지 않고, 굳이 하얀색 알약으로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보자) 더 건강해지고 싶고, 아름다워지고 싶고, 내 오장 육부 각각에 맞는 영양소를 제공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약 형태의 식품'에 담아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형태의 식품을 복용하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이걸 삼켰으니, 나는 더 건강해 질 거야.' 필자가 이렇게 서두를 길게 쓴 이유는 우리 약사들이 이러한 현상을 찬찬히 살펴봐야하기 때문이다. 그저 약사가 왜 건식을 해? 건식이 의약품만큼 완벽해? 건식이 뭘 치료한다는 거야? 약사가 약을 만져야지 왜 식품을 만져? 라는 논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졌으니 약사들도 건강기능식품(이하, 건식)을 팔아야 한다는 논의에 앞서 우리는 왜 식품이 약의 모양을 하고 시장에 나왔는지, 소비자가 약 모양의 식품을 먹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약의 형태'로 '약의 마법'을 기대하며 먹는 '식품'이자 '물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는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건강 그 자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자신의 몸의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약사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약사는 정규 과정을 통해 물질을 배우고, 제제 형태를 배우고, 약리와 생리를 배운다. 그 결과 어떤 성분이든 의심하고 분석해 소비자를 위한 필터 역할을 할 수 있다. 약사는 적절하게 사용되는 물질만이 좋은 효과(마법)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물질이 적용돼야 하는 상황과 상태를 파악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물질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성분이 어떤 형태여야 가장 좋은지, 물질이 내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 제품이 진짜 믿을 수 있는 건지,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말 옳은 것인지 항상 불안하고 궁금하다. 이런 시대에 이러한 역할은 '약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식품'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하다. 필자는 건강관리라는 약사 업은 결코 사람을 떠나 완성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보만큼이나 넘쳐나는 건강 물질의 시대, 약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제품들 속에서 '물질'을 배운 약사가 할 일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고객과 함께 걸어가며 업의 소명을 다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이런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어떤 전문 과정이 필요한지 새로운 약사 역할 양성 관점에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2019-07-31 11:50:14데일리팜 -
[기자의 눈]한국제약바이오, 맨시티처럼 영입하라지구 반대편 영국에선 2019~2020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개막을 앞두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뜬금없이 영국의 프로축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난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맨체스터시티의 성공 비결을 한국제약바이오산업에 대입하기 위해서다. 잠시 배경을 설명하자면, 2000년대 초중반까지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맨시티는 그 유명한 셰이크 만수르가 2008년 구단을 인수하면서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물론 그 전에 첼시를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사례도 있다). 거부의 대명사답게 그는 팀을 인수한 직후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유명 선수를 쓸어 모으다시피 영입했다. 성과는 4년 만에 나타났다. 2011~2012 시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돈으로 산 성공은 명예롭지 않다는 비판이 따랐던 적도 있으나, 지난해까지 3개의 트로피를 더 모으며 이런 비판을 불식했다. 오히려 비판을 제기하던 다른 구단도 이젠 앞 다퉈 선수를 사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치열하기로 소문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람’이다. 물론 유명선수를 영입하는 것과 동시에 유망주를 키우는 정책도 병행했지만, 단기간에 팀을 우승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맨 파워’였던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다.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인재영입임을 부정할 수 없다. 굳이 멀리 스포츠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가깝게는 현대·기아차가 적절한 인재영입으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현기차는 지난 2006년 지난 2006년 폭스바겐-아우디의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전격 영입한 바 있다(현재는 사퇴한 상태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제약바이오산업으로 돌아와 보자. 정부와 업계 모두 제약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며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R&D 투자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다. 정부도 R&D 예산 지원, 인재양성, 세제지원 등을 약속했다. 정부도, 제약업계도 늘 얘기한다. 국내 우수한 인력이 의료·제약 분야에 집중돼 있어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각 분야에 너무도 우수한 인력이 포진해 오늘도 제약바이오업계의 염원인 블록버스터 신약의 개발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다만 부족한 건 ‘성공 경험’이다. 블록버스터 신약의 개발에 성공한 경험이 국내 기업에겐 부족하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인재영입이다. 성공 경험을 해외에서 들여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렇게 영입된 인재는 한 명의 몫을 충분히 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공 경험을 우리 기업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답은 사람이다. 인력 양성에는 시간이 걸린다. 오픈이노베이션에도 한계가 있다. 맨시티가 단기간에 성공을 거뒀던 것처럼 톱클래스의 영입이 필요하다. 거금을 들여서라도 톱클래스 인재를 영입해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길 기대한다.2019-07-31 06:15:35김진구 -
[데스크 시선] 자영업의 눈물과 제약사의 아우성‘자영업의 눈물’ 최근 들어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는 기사 제목 중 하나다. 직장인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시작했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현상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이다. 홍대입구나 마포역 등 다양한 자영업이 몰려있는 거리를 다니다보면 최소 1주일에 1곳 이상의 간판이 내려가고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여는 것 같다. 자영업의 도전이 쉽지 않은 배경으로 비싼 임대료, 최저임금의 급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사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이유는 ‘과당경쟁’일 것이다. 굳이 통계를 살펴보지 않아도 우리나라에는 한정된 공간에 유사한 업종의 자영업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같은 골목에서도 수많은 커피숍과 치킨집이 몰려있고, 특정 아이템이 인기가 있다 싶으면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든다. 국내 제약산업도 마치 전쟁터와 같은 자영업을 투영하는 듯 하다. 열악한 신약개발 역량 탓에 너도나도 유사한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며 무차별적인 경쟁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시장이 크지도 않은데도 동일한 제네릭 영역에 100개 이상의 제약사가 진출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제약사들이 소규모 매출의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백화점식 경영'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형제약사의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생산실적이 작은 소규모 업체가 크게 늘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5000억원 이상인 업체는 5곳으로 2014년 이후 제자리다. 2010년에도 5000억원 이상 업체는 5곳 뿐이었다. 2017년 생산실적 10억원 미만 업체는 108곳으로 전년보다 2010년 57곳에 비해 2배 가량 많아졌다. 2017년 완제의약품 생산 업체 수 357곳이다. 제약사 10곳 중 3곳은 연간 완제의약품 생산량이 10억원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100억~1000억원, 1000억원 이상으로 구분하면, 2010년 이후 100억원 미만 업체가 134곳에서 187곳으로 39.6% 늘었다. 100억~1000억원 업체는 98곳에서 124곳으로 26.5% 증가했고, 1000억원 이상 업체는 38곳에서 46곳으로 21.1% 늘었다. 상대적으로 영세제약사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장점이 뚜렷한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두드리는 것보다는 제네릭 시장에서 다수 시장에 동시다발로 뛰어들어 시장을 나눠갖는 현상이 확연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제약산업에서의 과당경쟁은 업체간 희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영업도 그렇듯이. 과당경쟁은 불법 리베이트와 같은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나쁘다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한 견해다. 경쟁 가열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가격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약사의 과당경쟁 현상을 두고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엿보인다. 마치 공무원들 사이에 ‘제약사들은 품질 낮은 약을 공급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듯 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결정한 불순물 발사르탄 손해배상 청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부의안건으로 제약사 69곳에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발생하자 문제의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남아있는 기간에 대해 교환 조치를 해줬다. 이때 25만1150명에 대한 재처방 및 재조제로 투입된 21억1100만원을 제약사들에 청구하겠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제약사별로 구상금 결정을 고지할 방침이다. 만약 제약사들이 구상금을 내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결정을 두고 제약사들이 극도로 반발하는 이유는 “규정을 위반한 적이 없고, 환자들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억울함에서다. 정확히 1년 전으로 기억을 되돌려보자. 발사르탄 파동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애초에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정부와 제약업체 모두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 검출 위험성을 인지할 수 없었다. 굳이 이 사건의 책임 여부를 따지자면 해당 의약품을 생산한 제약사와 허가와 판매를 승인해준 정부의 공동 책임인 셈이다. 더욱이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은 최종적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해 말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복지부 손해배상 청구는 발사르탄 의약품 교환에 따른 재처방·재조제가 발단이 됐다. 당시 복지부는 "국민 불편 감소를 위해 재처방 등 조치방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유해성 여부가 재처방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똑같은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을 겪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약품 교환 자체가 없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문제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는 전문가와 상의해서 처방을 다른 약으로 바꿀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문제의 발사르탄 의약품을 다른 약으로 교환해줬고, 교환한 약에서 또 다시 불순물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제네릭이 너무 많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우리나라는 발사르탄 의약품의 회수도 강력하게 이뤄졌다. 식약처는 2015년 1월부터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이어 직간접적으로 해당 제품 전체에 대해 회수와 폐기를 유도했다. 미국에서는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같은 사안을 두고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한 셈이 됐다. 그러면서 마치 “제약사가 불량약을 유통했으니 책임도 져야한다”라는 인식에 손해배상 청구도 하는 논리다. 다시 말하자면 발사르탄 파동의 책임은 정부와 제약사 모두에게 있다. 만약 정부가 제네릭 난립이 불편하면 시장 진입을 억제할만한 효과적인 정책을 꺼내들면 된다. 정부의 정책으로 더욱 국민들의 불안감과 혼선이 확산된 측면도 있는데도 무조건 제약사 탓으로 여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소연 하더라도 누구도 해당 자영업이 나쁘다고 손가락질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나름대로 생계를 유지하지 위한 도구로 자영업을 선택했을 뿐이다. 제약산업도 마찬가지다. 제약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적법한 규정에 따라 시장에 진입했다. 기업들의 우선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규정내에서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시장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뛰어든 것 뿐이다. 제네릭 과당경쟁이 치명적인 문제라고 판단된다면 그 현상을 유발하고 방치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 현상만 보고 기업들에 대한 나쁜 편견을 갖고 있다면 위험하다. 어떤 정책도 편견이 개입돼서는 안된다.2019-07-29 06:15:58천승현 -
[기자의 눈] 규제특구 원격의료 태풍과 의·약사정부가 의료계·약계 반발로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혔던 원격의료를 규제자유특구 추진 형태로 순식간에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시행 예고 시점은 오는 9월. 강원도 원주·춘천 내 의원급 1차의료기관을 선정해 연 200명 만성 당뇨·고혈압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2년 동안 원격의료를 최초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원격의료 규제특구만 한정해 살필 때, 선봉에 선 중소벤처기업부를 보건복지부와 강원도가 지원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시행 예고시점 1개월여가 남은 지금 중기부와 복지부, 강원도(원주·춘천)가 제대로 된 세부 정책 계획을 투명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원격의료 도입 후 의료기관은 어떻게 선정할 계획인지, 환자 모집방법은 무엇인지, 방문 간호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의사 원격진료 후 발생할 처방전과 처방의약품의 환자 전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당장 떠오르는 1차원적 후속조치에 대해 중기부와 복지부, 강원도는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 실제 강원도와 중앙정부는 원격의료를 둘러싼 견해차마저 보였다. 강원도청은 "당초 원격 모니터링 수준의 정책 계획을 중기부가 이달들어 갑자기 원격의료로 방향을 틀었다"며 지난 5월 개최한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특구 공청회 내용마저 공개했다. 중기부도 이를 인정했다. 사업 논의 과정에서 원격 모니터링만으로는 규제특구 성격이 약해 원격진료로 내용을 구체화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덧붙여 강원도가 참여 의료기관이 많아 사업이 잘 되도록 힘써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의·약사 혼란과 반발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와 약계 의견조회 절차를 무시하는 '의·약사 패싱'에 이어 부처 간 합의조차 되지 않은 무계획적 규제완화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규제특구', '시범사업'이란 단어로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체계에 자칫 치명적일 수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원격의료 관련 규제와 절차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는 사전논의 없는 갑작스런 원격의료 공표에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약계 역시 원격의료로 1차의료기관 간 빈부격차가 심화돼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인근 약국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막연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의약품 택배나 온라인 약국 등 약계 미칠 파장이 치명적인 규제개혁도 규제특구로 단박에 풀리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마저 감지된다. 결과적으로 정부 부처, 지자체 간 일치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설익은 원격의료 정책에 의·약사가 강제 승차하게 된 양상이다. 절룩이는 원격의료 규제특구 등 위에 올라 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발생할 불이익을 없애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같은 의·약사의 막연한 고민 해결을 위해 원격의료가 미칠 파장을 제대로 분석해 세부계획을 공표하고 의·약사 의심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아쉬운 건 규제특구 발표에 앞서 정부가 충분한 의견조회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의·약사 반발을 미리 예측하고 혼란을 미연에 방지해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일, 정부의 의무다.2019-07-27 10:20:37이정환 -
[기자의 눈]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전쟁은 시작됐다바이오시밀러 시장경쟁이 본격화했다. 화이자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맙테라(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룩시엔스' 판매허가를 받았다. 룩시엔스는 비호지킨림프종(NHL)과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다발혈관염을 동반한 육아종성림프종 등 3가지 적응증을 확보했다. 이번 허가를 계기로 2016년부터 3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화이자와 셀트리온은 국면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셀트리온은 작년 11월 맙테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 중 가장 먼저 '트룩시마'의 FDA 허가를 따냈다. 올해 4분기 '트룩시마'의 북미 판권을 보유한 테바와 손잡고 미국 발매에 나설 전망이다.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시장에서 존슨앤드존슨(J&J)에 함께 맞서 싸우는 동지 관계이지만, 리툭시맙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경쟁업체로 정면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비단 미국 시장만의 상황은 아니다. 화이자는 룩시엔스의 유럽허가도 추진 중이다. 다만 산도스의 '릭사톤', 셀트리온의 '트룩시마'가 먼저 진출했다는 점에서 추격이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2017년 4월 유럽에 발매된 '트룩시마'는 매출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트룩시마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36%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고한 트룩시마의 수출실적은 6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올랐다. 뒤늦게 맙테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장진입이 늦어진 화이자는 오리지널 개발사 로슈와 특허합의를 통해 적응증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택했다. 암젠은 지난 18일(현지시각)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칸진티'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엠바시' 2종을 기습발매하면서 경쟁업체들의 허를 찔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마일란·바이오콘, 화이자 등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 4곳과 달리 로슈와 특허합의 없이 시장에 내놓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암젠은 아바스틴 특허 관련 법률분쟁도 지속 중이었지만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강행하면서 선점효과를 노렸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바이오시밀러 진출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전략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시장 진입 시기가 시장점유율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면, 점차 가격이나 특허권, 세부적응증과 같은 변수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분위기다.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에 맞서는 오리지널 개발사들의 대응도 거세지고 있다. 그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척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잘 감당해왔다. 빅파마들의 합류로 더욱 치열해진 바이오시밀러 전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2019-07-26 06:15:02안경진 -
[기자의 눈] NOAC 오프라벨, 이제 그만 합시다신규경구용항응고제(NOAC, New Oral Anti-Coagulant)는 더이상 '신규', 혹은 'New'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2011년 첫 허가 후 2013년 급여등재가 이뤄졌고 지금은 4개 NOAC들이 이미 임상 현장에 안착했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DOAC(Direct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우리나라의 NOAC의 오프라벨 처방은 줄지 않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2017)에 따르면, 국내에서 NOAC 복용 환자 중 절반이 넘는 64.4%가 저용량 NOAC을 처방 받는다. 원인은 출혈(bleeding)에 대한 걱정이다. 아시아인이 서양인에 비해 체격이 작고 유전학적인 특성이 달라 표준용량 복용시 출혈 위험이 올라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저용량 처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약물의 오프라벨 사용은 처방권을 가진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약물 역시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적정 용량을 찾아 허가된 산물이다. 근거 역시 쌓이고 있다. 최근에는 '자렐토(리바록사반)'를 처방 받은 정상 신기능(크레아티닌 청소율 50mL/min 이상) 비판막성 심방세동(NVAF)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용량과 저용량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해당 연구를 통해 자렐토의 표준용량인 20mg가 가장 높은 임상적 편익과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밋는 점은 출혈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으로 저용량을 처방하고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저용량을 쓴다고 출혈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다. NOAC의 궁극적인 사용목적은 뇌졸중 예방이다. 출혈이 두려워 저용량 처방이 이어지고 후에 뇌졸중 환자가 늘어난다면 이는 막대한 손일이 된다. 오프라벨은 양날의 검이다. '와파린에 지친 환자들, 또 고가의 모니터링 장비의 부재와 처방 관리의 어러움으로 항응고제에 대한 접근을 꺼렸던 개원의들까지 NOAC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길 고대한다.2019-07-24 12:16:55어윤호 -
[기자의 눈] 인보사 태풍에 흔들리는 리더십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홍을 겪으며 이의경 처장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인보사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고, 국회는 이 처장이 성균관대 약대 교수 시절 실시한 인보사 경제성평가 연구용역 이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식약처 현직 심사관은 국회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3월 "전문성 있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며 새로 '키'를 잡은 이의경 처장이다. 그렇지만 인보사 사태 직격탄을 맞은 지금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식약처라는 거대한 배의 균형을 잡는데 힘들어하고 있다. 식약처 내부에선 지난 12일 있었던 국회 보건복지위 업무보고와 관련 이의경 처장 리더십에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이 처장에게 인보사 사태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인보사 허가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당시 허가에 개입한 관계자는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식약처가) 국민이 납득할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처장은 "2017년 당시 심사과장은 대기발령 조치했고 허가 담당 과장은 다른 직위로 이동시켜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식약처 조직과 허가 시스템 문제를 개인의 능력, 자질 부족으로 전가했단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을 뉴스로 접한 식약처 일각에선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담당 과장의 인사 발령이 인보사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실무자급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했단 얘기다. 바꿔 말하면 국민에게 식약처 입장을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만은 식약처장이 모든 책임을 지는 '수장'으로서 모습을 기대했단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식약처 내부에서 곪아왔던 문제도 밖으로 터져나왔다. 바로 지난 18일 식약처 현직 심사관이 국회 앞 1인 시위를 펼친 것이다. 그는 "식약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허가가 너무 쉽게 이뤄지며, 시판 후 부작용 등 안전성 검토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폭로했다. 시위자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어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이 처장 또한 문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처장의 리더십은 인보사 경제성평가 연구용역 의혹 제기로 한 번 더 휘청거린 상황이다. 이 처장은 "부당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처장직에서 사퇴할 수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사퇴가 억울함을 대체하는 명분이 되선 안 된다. 국회는 작년 발사르탄 파동과 올해 인보사 사태로 식약처의 고강도 내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처장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기관장은 회피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군대에선 북한 목선 사태로 군단장과 사단장 등 주요 지휘관이 보직해임됐다. 군대에서 명령이 가지는 힘의 근간은 군법이 전부가 아니다. 상급자가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란 상호 신뢰관계에서 나온다. 실무자의 전문성은 지휘관이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재량권을 부여하느냐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과오를 책임져줄 사람이 없다면 소신있는 결정을 내릴 식약처 공무원은 찾기 힘들 것이다.2019-07-22 06:15:25김민건 -
[데스크 시선] 사무장병원 자진신고와 면대약국 패싱국민권익위원회가 복지부, 건보공단과 함께 사무장병원 자진신고 받는다. 지난 18일부터 오는 9월30일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생활적폐 사례로 분류돼 왔다. 이에 권익위가 직접 나서,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사무자병원의 실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 상 내부 고발을 통해 사무장병원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면대약국은 신고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정부부처 보도자료에는 아예 신고대상에서 '약국제외'라고 기재돼 있었다. 의료기관의 불법 사무장병원 개설 고발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권익위 입장이지만 약사들이나 약사회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지금까지 적발기관이나 환수액을 보면 의료기관이 월등하게 높은 게 사실이다. 2013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사무장병원, 면대약국 적발기관수는 총 1069곳이다.총 환수결정금액은 2조 191억원이다. 이중 약국은 97곳이 적발됐고, 환수결정금액은 2607억원 수준이다. 적발 기관이나 환수결정금액 비중을 보면 10% 안팎이다. 그러나 사무장병원이 높은 이유는 요양병원, 의원 등 종별기관도 많고 한의원에 치과병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요양기관 종별로 보면 약국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서울지역의 한 분회장은 "불법 요양기관 조상 대상 선정에서도 약국을 패싱하냐"며 "조사를 독려해도 내부고발 성격상 쉽게 나서기 힘든데, 약국은 제외라고 하면 내부고발이나 이웃약국이 신고는 예봉을 꺾어버린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권익위가 복지부, 공단괴 합동으로 사무장병원 근절에 나선 것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굳이 면대약국을 제외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2019-07-21 22:27:06강신국 -
[칼럼] 약사가 바라보는 한국 의료체계 문제점약대생 시절, 모교 강원대 약학대학에서 미국에서 온 교수의 특강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의약분업 시행 전이라 미국과 국내 여건은 상당히 달랐고, 질의응답 시간에 봇물터트리듯 질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답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OECD국가와 제약회사는 전문의약품 대비 일반의약품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개발·영업을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조제용약 비중이 클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어진 우리나라의 의약분업. 하지만 상황은 미국과 달랐다. 전문약과 일반약 비중이 역전돼 약국은 조제에만 올인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제약사는 전문약이었던 자사의 외용제가 일반약으로 재분류되자 이에 불복하는 '분류조정 신청거부' 마저 진행했다. 특정 사례긴 하지만 외국 제약사와 상반된 태도를 보인 셈이다. 심평원의 '2018 급여의약품 청구현황'에서 청구금액 1위를 제외 하면 급성기관지염, 혈관운동성 및 알러지성비염, 급성편도염, 다발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급성 상기도감염 등이 큰 청구금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약국에서 일반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질환에 막대한 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본다. 아울러 'OECD 건강통계 2017'에 의하면 공공의료가 취약한 우리나라 특성상 OECD국가 중 의료비 가계 직접부담 비율이 3위에 달한다. 한국은 1위에 랭크된 미국에 이은 상위 랭커다. 간단한 질환도 건강보험을 이용해 혜택을 보고 있는 현실 속 정작 각 가계에서 의료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결국 우린 고비용 저효율 사회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됐을까.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건강보험보장률 ={건강보험급여비 ÷ (건강보험급여비+법정본인부담금+비급여본인부담금)}×100' 위 계산 공식은 결국 병원을 찾은 환자로 인해 정부가 각 개인이 낸 금액이 건강보험 지불 금액 중 얼마를 차지하는지를 따진다. 건강보험보장률에서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환자가 지출한 금액은 전혀 집계되지 않는 셈이다. 반대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숫자가 많고, 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라면 그 비율이 높아진다. 경질환을 보험적용하는 것으로 건강보험보장률 수치는 높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 정작 돈이 많이 들어 가계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질환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밖에 없다. .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문제는 이 건강보험보장률을 중시하는 기본 정책방향에서 출발한다. 경질환은 열심히 보험적용을 하면서 보장률을 높이고, 정작 큰 가계 부담을 주는 분야 지원은 적어 의료비의 가계 직접부담이 커진다. 굳이 보험적용을 하지 않아도 경질환은 가계 부담이 작다. 경질환에 보험을 적용하면 오히려 사람들을 병원으로 유도해 불필요한 건보재정 지출을 촉진한다. 환자 입장에서 경질환에도 불구 병원을 다녀오면 약값 지출이 크게 줄어 무조건 병원을 가는 게 이득이란 인식이 커진다. 안구건조증에 인공눈물 일반약을 약국에서 그냥 사는 것보다, 같은 약을 병원에서 처방받아 오면 약값이 반 이하로 줄어드는 식이다. 이런 상황은 일반약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경질환으로 인한 건보재정 부담도 늘어만 간다.결국 정부가 건강보험보장률을 최우선의 덕목으로 붙잡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의 바람직한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제약업계도 책임이 있다. 약료 공급시스템 왜곡 주원인이 정부라고 해도 제약업계 역시 정부가 만든 왜곡에 편승해 이익창출에만 급급할 뿐 아무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세티리진염산염은 일반약인데도 그 약의 일부 성분인 레보세티리진은 전문약이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쓰이는 오메가3 역시 전문약이 있다. 전문약인 콜린알포세레이트가 건강기능식품 허가를 앞 둔 상황에서도 제약협회는 이런 불합리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는다. 반대로 전문약에서 일반약 전환된 제품의 허가변경조치를 취소하란 소송에만 바쁘다. 경질환은 약국이 다루는 게 사회적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선진국에서 이미 입증됐다. 이를 본 받지는 못해도 역행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제약업계 무관심 속 우리나라 의료체계 왜곡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환자와 함께 호흡하는 약사로서 눈살을 절로 찌푸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2019-07-19 09:18:23데일리팜 -
[기자의 눈] 표제기 확대와 일반약 활성화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일부개정안 행정예고를 진행했다. 현행 표제기 제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인데, 식약처가 지난 3월 7일 발표한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확대 추진'의 연속선상으로 보면 된다. 일부개정안에는 새로운 효능이 추가되지는 않았지만, 정장생균 유효성분 중 장구균 관련 항생제 사용 등의 기준이 정비됐다. 미약하지만, 오랜만에 표준제조기준 확대를 위한 걸음마가 시작됐다. 이번 행정예고는 지난해부터 식약처가 진행한 의약품 허가·심사제도 개선의 결과물 중 하나다. 지난해 발사르탄 고혈압약 파동 이후,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춰 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여왔다. 규제 강화 방안은 전문약 뿐 아니라 일반약에도 칼을 겨눴다. 식약처는 지난 2월 27일 열린 '식약처장-제약업계 CEO' 간담회에서 제네릭 공동생동 금지안을 발표하면서 의약품 품목신고 대상에서 '해외 선진 8개국(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캐나다) 의약품집에 실려 있는 품목'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했다. 이 조항을 빼면 '대한민국약존 또는 식약처장이 인정하는 공정서에 실려 있는 품목', '표준제조기준에 맞는 품목', '식약처장이 따로 기준 및 시험방법을 고시한 품목'만 신고만으로 의약품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다. 나머지는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이 된다. 표제기 성분 확대 없이 일반약의 안전성·유효성 면제 규정 삭제는 일반약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지름길이다. 대한약사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국내 일반약 시장은 평균 1.4%의 저조한 성장률을 보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선진 8개국 의약품집 근거 안전성·유효성 면제 규정을 삭제하려면 선진국 수준에 맞는 표제기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약사들은 말한다. 일반약이 약리작용상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과 오남용 우려가 적어 고령사회 셀프메디케이션 측면에서 비용 효과적인 제품 분류군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면 건강보험 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난 3월 식약처의 표제기 확대 추진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현행 제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고시 개정안이 공개됐다. 앞으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 표제기 효능군과 성분이 확대된 고시 개정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2019-07-19 06:12:25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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