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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의 약국에도 혹시 '꼰대'가 사나요?[데일리팜=김지은 기자] 2020년 새해 화두로 '꼰대’가 떠오르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꼰대들에 맞서는 안티 꼰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요즘 언급되는 일명 꼰대의 대표적 특징을 꼽자면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안주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후배나 부하 직원에 이를 강요까지 한다면, 그는 꼰대 중에서도 A급 꼰대라 할 수 있겠다. 최근 만난 한 약사는 "제가 괜히 말을 많이 하면 꼰대가 잔소리한다 할까봐"란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장시간 젊은 약사들을 지적하고 약사사회 걱정을 늘어놓아 함께 있던 사람들의 말문을 막았던 기억이 난다. 약사사회에서도 꼰대 문화는 암암리에 존재한다. 회사나 병원은 물론이고 약국 안, 약사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약사 단체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연륜에서 나오는 인생의 지혜란 말로 위장된 이른바 선배 약사들의 일방적 생각과 강요는 젊은 약사들에는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부분일 수 있다. 나아가 그런 꼰대 선배가 직장 동료나 상사라도 된다면 만성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기성세대를, 선배를 무조건 ‘꼰대’라 치부하며 피하고만 싶은 존재라 할 수 있을까. 최근 한 분회의 정기총회장을 찾았던 기자는 그곳에서의 한 장면을 보고 여러 생각을 했다. 이 분회는 40주년 기념 이벤트 중 하나로 그 지역에서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한 선배 약사와 올해 새로 개국한 젊은 약사를 한 자리에 모아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선배 약사는 그간 약사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이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30대 초반 젊은 약사는 앞으로의 각오를 말했다. 주민들과 함께 숨 쉬며 약사로서의 소명을 지키다 보니 어느덧 30년이 넘었다는 선배 약사들을 존경하듯 바라보며 자신들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말하던 후배 약사들. 나란히 선 그들의 표정은 달랐지만 약사란 이름으로의 생각은 같은 지점에 있는 듯 했다. 의약분업 전과 후, 4년제와 6년제. 그 어느 사회보다 경계와 단절이 많은 약사사회다. 선배 약사들과 그 뒤를 이어가는 후배 약사들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그 지점에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배려, 그리고 어디에도 부끄럽지 않을 약사로서의 소명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2020-01-14 18:45:19김지은 -
[칼럼] 방문약료 안착 위해 약사 역할 재고돼야얼마 전 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정책세미나가 있었다. 공단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올약 사업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 사업)의 현상황을 점검하고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의사와 공단 관계자들도 발표에 참여했기에 약사가 아닌 당사자들의 입장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평소 방문약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필자가 여기 참석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지금 수행되고 있는 방문약료의 수준과 내용이 약사 간에 심하게 차이 난다(세미나에 참석한 공단 관계자 중 아무도 방문약료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약사회가 선호하는 이 용어를 아직 공단 측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환자 가정을 방문해 단순히 복용 중인 약을 정리해주고 중복 성분 여부 정도만 확인하는 수준부터, 처방의 오류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추천하는 데 이르기까지 실로 천차만별이다. 환자의 만족도도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필자가 듣기에는 식사대접을 할 정도로 신뢰와 감사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자신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환자가 중도에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아직 사업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고 급하게 방문약사를 모집하다 보니 방문약료를 전문서비스라기보다 일종의 자원봉사로 인식하고 참여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방문약사들도 이러한 인식을 바꿔야 하고 역량 있는 방문약사가 더 많이 확보돼야 한다. 올해부터 약사들도 지역통합 돌봄 사업(커뮤니티 케어)에 참여하게 됐지만, 초기에 간호사들로부터 '약 정리는 간호사들도 할 수 있는 업무인데 약사가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있었다. 약사가 수행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타 직능이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전문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방문약료에 참여한 약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처방 검토 부분이다. 환자의 질환이나 상황에 비춰 처방이 부적절하지 않은 지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의약분업 시대의 약사는 이러한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함에도 불구하고 대약의 연수교육이나 약사들이 흔히 접하는 교육 컨텐츠들은 처방 검토 및 중재 능력을 기르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올해 올약 사업에서는 모든 방문약사들에게 하루 동안 집중적으로 집합교육을 실시했지만 이것만으로 하루 아침에 처방검토 능력이 길러지기는 어렵다. 방문약료를 수행하면서 동료약사들과 토론하고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해야 한다. 새물결약사회는 올해부터 방문약사들의 신청을 받아 처방검토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모임이 더욱 확대되고 조직화돼야 한다. 처방권자인 의사와의 관계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은 약사가 처방 검토 의견을 처방의에게 전달할 마땅한 통로가 없다. 약사가 환자를 통해 처방변경 의견을 전달했는데 의사가 "당신이 내 말 들어서 손해본 것 있냐"면서 환자에게 불쾌감을 표시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약 사업에서는 지역별로 의사도 포함된 자문위원회를 두고 방문약사가 자문위원회에 검토 의견을 보내면 자문위원회가 또 다시 검토한 후 처방의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지역도 있는 등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방문약료를 '처방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의사들의 인식은 또 하나의 장벽이다. 실제로 의협은 올해 초까지 올약 사업에 반대해오다 9월부터 서울시의사회가 주축이 돼 자체적인 약물검토 사업을 시작했다. 이로써 의사가 주도하는 모델이 기존의 지역약국 약사가 주도하는 모델과 병행해서 올약 사업 안에 나란히 들어가 게 됐다(의사 주도 모델에도 약사가 참여하기는 하지만 지역약국 약사가 아닌 공단 소속 공무원 신분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지역약국은 배제되는 셈이다). 의사들의 경계로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약사의 처방 검토 의견을 처방의가 수용하지 않으면 실제 처방 변경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이든 처방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두 모델이 경합하는 모양으로 갈 것이 아니라 약사의 검토 의견이 처방의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약사회가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약국의 역할이 재고돼야 한다. 방문약료 대상 환자가 복용 중인 약은 본디 어딘가의 지역 약국에서 조제 받은 약이다. 처음 조제 받는 시점부터 환자의 복용 약물이 검토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 단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방문약료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리 없다. 지역약국의 약물 검토 서비스 강화 없이 방문약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한 어떤 경우라도 지역약국이 배제된 형태로 방문약료 제도가 시행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통합의료를 실현한다는 사업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의협이 주도하는 모델이 지속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의 부족한 제언이 방문약료가 안착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본다.2020-01-13 17:12:52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10년 전 약속한 '글로벌 신약 10개'[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는 지난 2011년 범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부처 경계를 초월한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0년까지 10년간 1조600억원(정부 5300억원, 민간 5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 이 사업단의 목표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현실을 고려하면 의약품 산업에서 글로벌이라는 장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연거푸 따냈을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전체가 들썩거렸다. 이제 우리나라도 제약바이오 분야 선진국에 근접한 것처럼 모두들 환호했다.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동안 한미약품 이외에 굵직한 기술수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과제 중 일부 권리가 반환되면서 업계는 다시 침통해졌다. 이때 실체보다 과도한 기대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거품론’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았다. 그제서야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과를 제외하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수준이 예전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는 현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이후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SK케미칼, SK바이오팜, 레고켐바이오, 브릿지바이오, 알테오젠, 인트론바이오 등 전통 제약기업 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도 기술수출 대열에 가담했다. 계약 상대방도 애브비,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제약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시 업계에선 우리나라도 의약품 시장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부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이 FDA 허가 신약을 2개 배출했지만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신약이 미국 허가 관문을 통과한 것은 이제 5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상업적 성공이라고 평가받을만한 신약은 아직까지 없다. 2018년 완제의약품의 수출 규모는 3조3963억원으로 국내 생산실적 18조5438억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완제의약품 수입액은 4조8880억원으로 수출액을 훨씬 뛰어넘는다. 완제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75.6%로 예년보다 감소했다. 국내 기업이 기술수출한 신약의 일부는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개발이 포기됐다. 앞으로도 수많은 기술이전된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가 반환될 가능성이 성공 확률보다 크다. 글로벌 개발 동향을 보면 이미 국내 개발 신약보다 더 진보된 신약이 개발 단계가 앞선 경우도 흔하다. 기술이전 파트너가 유사 약물을 여러개 장착하면서 국내 기업의 신약에 대한 개발 의지가 빈약해보이는 사례도 엿보인다. 지난해 국내에선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과 임상 실패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진실과 희망이 혼재된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되며 주식 시장은 혼란이 가중됐다.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내리는 사례가 반복되며 연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물론 별안간 특정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해당 기업의 성과일 뿐이지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위상이 덩달아 올라가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각광받은 신약은 성분이 바뀌었다며 허가가 취소되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같은 시행착오는 반복돼서는 안된다. 올해는 제약바이오업계가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조금은 더 성숙해지는 한해가 되길 응원한다. 아마 올해도 국내 기업은 수많은 희망과 실패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전체 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상황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과도한 기대감보다는 냉정함을 유지해야할 때다.2020-01-13 06:10:46천승현 -
[기자의 눈] 전자처방전과 기득권, 시각을 달리하자[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애플은 지난 2007년 휴대폰에 아이팟(MP3), 인터넷 기능을 넣은 아이폰 1세대를 발표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는 '오토파일럿' 프로그램 등을 비롯해 차량의 모든 기기와 동작을 전기로 돌아가는 디지털자동차로 구현하고 있다. 4차산업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우리 주변의 장비와 기기, 사물, 사람을 연결하는 편리성과 혁신으로 삶의 형태 자체를 바꿀 것이다. 무엇보다 4차산업 종착점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에어비앤비, 우버, 타다 등과 같은 공유경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약업계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전자처방전도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서울의료원은 모바일 통합의료정보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서울케어(가칭)' 출시와 관련해 전자처방전 기능을 제외하기로 했다. 서울케어는 외래 진료와 건강 진단 등 정보 제공을 주 서비스로 하며 소소하게는 병원에 환자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료과까지의 이동 경로가 뜬다. 주차 위치도 볼 수 있으며, 입원 환자는 회진 시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고 이 앱으로 보험청구도 가능하다. 인터넷과 사람, 기기를 연결한 IOT(사물인터넷)를 환자와 의료진 손 안에서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약사회와 중랑구약사회의 반발로 전자처방전 기능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케어는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전국 어느 약국에서나 수용 가능하며, 전송 과정에서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전자처방전을 포함해 준비하고 있으나 약사회와 협의 전까지 구현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자처방전 사업은 대부분 민간기업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약사회가 반발하는 이유도 타당하다. 첫째로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 가능성이다. 특정 약국으로 처방환자가 몰릴 경우 현재보다 더 큰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각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앱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수많은 약국이 모든 앱을 사용할 수는 없다. 또 그 과정에서 민간기업이 개발한 앱은 처방전 전송 수수료, 약제비 결제 대금 수수료 등도 약국에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자처방전 시행을 위한 모든 기반은 갖춰져 있다. 4차산업에서 전자처방전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우리는 전자처방전을 거부하기보다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자처방전은 기존 병원 주위에 안정적으로 자리한 약국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의약분업 이후 병원 처방전에 매달려야 하는 약국의 경영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얘기로 보여진다. 의약분업 전 약국은 병원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동네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소통의 장소였다. 사실상 현재 대한약사회와 정부가 추진 중인 약국의 지역사회 약물관리 역할을 맡았던 셈이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조제권이 약국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종합병원 문전 약국 분양가는 수십억원을 호가하고, 원내약국, 편법 개설 등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약국 간 호객행위와 택배 발송 등 경쟁 심화로 생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의약분업 이후 지역주민의 곁에 있던 약국이 병원과의 관계에 매달리도록 경영 환경이 바뀐 것이다. 결국 전자처방전의 본질적 문제는 병원과 약국 담합, 수수료 문제라기 보다는 기득권이 가진 '처방전(이익)' 흐름이 어디로 가느냐가 그 기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자처방전을 병원 문전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집 근처 약국으로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대한약사회 김대업 회장이 이야기하는 '지역 사회 안전망과 거점으로서 역할'을 약국이 하는데 전자처방전이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환자는 더 이상 문전 약국에서 대기하지 않아도 된다. 의약품이 있는 약국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환자는 진료만 받고 내려가면 된다. 돌아가는 길에 집 근처 약국에서 복약지도와 함께 약을 받으면 된다. 종이처방전을 들고 다니거나 수개월치 약을 받아서 집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집앞 약국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약사로부터 전문적인 상담과 평소 건강관리까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약국은 지금과 같이 병원에 목매지 않아도 될지 모를 일이다. 전자처방전이 기존의 종이처방전과 병원에 얽매인 약국의 경영 환경을 바꾸길 기대해본다. 어떻게 하면 전자처방전이 약국 경영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도 전자처방전을 공공재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추진해야 한다. 시스템 설치비용, 수수료, 병원과 전자처방전 사용 약국의 관계 형성 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2020-01-12 08:54:06김민건 -
[기자의 눈]개량신약 수난시대…첨병에서 계륵으로[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개량신약 수난시대다. 한때는 한국 제약산업의 첨병이자 선봉장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제네릭과 신약 사이 어디쯤에서 계륵 같은 존재로 주저앉은 모양새다. CJ헬스케어는 최근 당뇨병치료제 보그메트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1월 시장 출시 후 정확히 6년 만이다. CJ제일제당이던 시절 이 회사의 첫 개량신약이었다. 동시에 개량신약 복합제로는 처음으로 약가우대를 받으면서 관심을 모았다. 6년이 흘렀다. 정부는 태도를 바꿨다. 더 이상 개량신약에 약가우대는 없다고 했다. 너무 많은 개량신약이 건보재정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에서 개량신약을 제네릭과 같은 선에 뒀다. 제네릭과 마찬가지로 '발매 최대 3년 후 조기 인하'하는 내용이 개편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아직 다국적사와 체급차이가 큰 상황에서 국내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던 개량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마저 없앤다면 신약 연구개발 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허가된 개량신약은 112개 품목에 달한다. 모든 품목이 약가우대를 등에 업고 '성공'의 단맛을 보진 못했다. 이번에 판매가 종료된 보그메트만 하더라도 회사는 실적부진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개량신약이라도 안 팔리면 시장에서 철수하는 시대다. 약가우대와 관계없이 시장선택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 더욱이 최근엔 다국적사들이 특허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신규성·진보성이 또렷한 개량신약만 살아남고 있다. 일종의 편법처럼 남용되던 '염변경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업계의 요청은 그래서 더 절실하다. 더 큰 우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어렵게 살아남은 개량신약만이라도 정부가 지금처럼 응원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개편안 최종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개량신약 시대의 종언을 논하기엔 아직 '괜찮은 개량신약'이 많다는 것이다.2020-01-10 06:10:32김진구 -
[기자의 눈] 개량신약과 약제비 절감 규제의 공생[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제약산업계의 '개량신약 구하기'가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자료제출의약품에 포함되는 개량신약을 제네릭(복제약) 약가규제 일괄 적용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자 다수 제약사들은 신약 R&D(연구개발) 비용 창출원인 개량신약 약가우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성토중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개량신약은 제네릭 중심에서 첨단신약 중심으로 체질개선중인 국내 제약산업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약가규제를 이미 예고한 보건복지부도 개량신약이 갖는 국내 제약산업 내 '특수성'과 글로벌 산업 내 '보편타당성'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일터다. 세계 기준에 맞춰 일괄 약가규제 결정을 내릴지, 개량신약 관련 규제 예외조항을 별도 신설해 별도 국내 기준을 설정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다. 특히 제약산업은 최근 금연치료제 챔픽스와 절박뇨치료제 베시케어의 특허보호 기간을 염변경 제네릭으로 회피하는 특허 전략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을 앞세워 신약 R&D에 투자할 현금창출원이 크게 줄었다는 호소마저 내놓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산업협회 원희목 회장이 개량신약 관련 특혜 유지를 담판지으려 복지부 약가규제 담당 과장을 직접 만날 의지까지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약계 개량신약 구하기의 절박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복지부는 제약산업의 호소와 약제비 축소·신약중심 체질개선이란 정부 비전 사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할 숙제를 얻게 됐다. 예를들어 정책 운영의 묘를 살려, 개량신약을 세분화해 환자 복약순응도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개량신약에 대해서는 약가우대를 적용하는 예외·특례조항을 신설해 제약사들의 진보성있는 개량신약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부작용 감소, 약효 상승, 제형 변경, 반감기 확대 등 기존 신약을 개량한 의약품이 개발되면 해외로 개량신약을 역수출할 사례도 기존 대비 크게 늘어날 확률을 높인다. 나아가 진보성이 낮은 개량신약에는 약가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제약사들이 불필요한 개량신약 개발에 정력을 쏟는 일을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만든 개량신약'은 확실히 인정하고, '뻔한 개량신약'은 냉정히 내치는 약가규제책이 필요하단 얘기다. 제약사의 뛰어난 개량신약 개발의지를 고취하고 정부의 건보재정 절감 효과를 동시에 추구할 정책이 나올 때 상생과 협력의 참 의미가 빛을 발한다. 조만간 베일을 벗게 될 제네릭 약가규제 개편 최종안에 담길 복지부의 똑똑한 정책 비전을 기대해 본다.2020-01-08 16:42:34이정환 -
[칼럼] 사회 현상과 통계 그리고 의료정책준비가 철저하면 훗날 근심이나 화가 없음을 뜻하는 '유비무환'이란 사자성어는 의사사회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는 우스개가 그것인데, 과거 응급실 인턴 시절 장마철과 비가 오는 날이면 이를 몸소 체험했다. 비가 오는 것과 환자가 아픈 것은 큰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비는 병·의원 환자 내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때때로는 비 때문에 발생하는 큰 사고가 있어 의료진은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특히 빗길 교통사고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해당 환자가 응급실에 왔다면, 적절한 처치를 받고 환자가 어느 정도 안정 될 때까지 응급실 당직의는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바쁘다. 이럴 때 의료진은 '유비중환'이라며 마음을 다스리곤 한다. 지난해 소니 포토그래픽 어워드 올해의 사진은 또다른 이유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포트폴리오 첫번째 사진은 인도의 한 평범한 농부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인물 사진이 왜 수상작이 되었을까 의문이지만, 사진 촬영의 배경과 인도 타밀 지역을 촬영한 다른 사진들을 함께 보면 왜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지 이해가 간다. 이 사진은 과거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에 겪었던 아픔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과거 우리는 장마, 태풍, 가뭄 등의 예상하지 못한 기후 변화로 인해 작황이 좋지 못한 때가 있었고 그로 인해 농부들은 실의에 빠지곤 했었다.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악천후와 근시안적인 수자원 관리로 인해 타밀 지역은 140년간 가뭄이 이어 지고 있다. 과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도 농부 대부분이 부채를 내 생산에 투자하고 수확 후 대출을 상환하는데, 일부 이런 고리를 끊지 못한 농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현실이다. 지난 30년 간 인도의 기후변화로 인한 자살은 약 5만9000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인도 기온은 2050년까지 화씨 5도, 섭씨로는 약 2도 정도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비단 흐린 날씨일때나, 빚 많은 농부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멀지 않은 과거의 사건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8년부터 2010년 전세계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 상황을 떠올려 보자.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상징되는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로 감소했고 실업률은 4.5%에서 10%대로 크게 증가했다. 2016년 랜싯지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금융위기 당시 실업률이 높아지고 의료복지 지출이 줄면서 암으로 50만명이나 더 사망했다는 결과다. 경제위기가 아니었다면 죽지 않을 사람이 더 사망했다는 통계다. 다소 충격적인 수치지만 저자가 연구 근거로 든 예시를 보면 공감이 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2008년부터 2010년사이 암환자가 26만명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실업률이 1% 증가할 때마다 암환자 0.37명(10만명당)이 추가로 사망하며, 의료복지 지출을 1% 줄이면 10만 명당 0.053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온다는 뜻이다. 실업률과 암사망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의문이 들겠지만, 일자리가 없으면 환자진단이 늦어 지게 되고, 치료의 질이 떨어지거나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게 영향을 미쳤다. 뜬금없이 경제 위기 같은 이야기를 지금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혹시 모를 경제위기를 대비해 의료복지정책을 잘 마련하자 거나, 경제활성화와 실업률 감소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어 놔야 한다는 큰 담론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IMF와 금융위기때 실업률의 증가와 같은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의료현장 속 의사들은 과거 경제위기 때 환자들이 병·의원을 방문했을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병·의원에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의 상태를 보면서 현재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이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늘 갑자기 환자가 줄면 '밖에 비가 오나?', 큰 교통 사고가 났다면 '빗길 교통 사고 인가?', 자살을 시도해 구급차로 실려온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실직 상태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거나 하는 등이다. 의료현장에 직접 일하고 있는 의사들은 방문하는 환자의 상태나 질환의 중증도를 통해 환자와 환자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이해한다. 물론 그것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 관련 통계나 연구 논문을 보게 된다면 심증은 더욱 굳어 진다. 지난 몇 주 동안 평소에 자주 보기 힘들 정도로 진행이 많이 된 악성종양 결과지에 사인했다. 그것도 여러 건 말이다. 고작 이런 정도의 숫자로 이유를 찾아보자고 말하는 것 또한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급여확대를 통한 의료정책을 펴는 시점에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면 그 또한 걱정해봐야 할 것이다.2020-01-06 09:36:10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변화 한복판에 선 제약바이오산업[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올해 보건복지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지원 예산을 분야별로 두자릿수 늘렸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지원 부문은 지난해 25억원에서 3억원(11.1%) 늘어난 28억원을, 제약산업 육성지원은 27억원(22%) 늘어난 153억원 규모로 배정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헬스 기술혁신을 위해 유전체·의료임상정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부처 합산 150억원을 신규 반영했다.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국내에도 불어닥치면서 이제 제약바이오는 국가를 먹여살릴 신성장 먹거리임을 범정부 차원에서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산업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가능성과 혁신성을 수치로 보여줬다.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의약품 분야 창업기업 평균 매출액은 15억9000만원으로 연관 업종인 화장품과 의료기기 등 중에서도 가장 높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리가 이뤄지는 분야로서, 창업이 활성화 된 화장품 분야가 15억5000만원, 의료기기 9억5000만원이라는 점에서 성장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여기다 기업 당 평균 종사자 수를 보더라도 전체 평균 7.4명에서 의약품은 10.6명으로 확연히 많다. 연구개발업이 8.1명, 의료기기가 7.4명, 화장품이 7.2명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굳이 창업 부문이 아니더라도 의약품 산업 전반의 가능성은 이미 수치로 입증된지 오래다. 의약품 제조업은 22개 업종 등 향후 10년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 예측한 고용증가율에서 1위를 차지한다. 고용증가율은 제조업 평균의 2배를 넘는다. 그러나 마냥 볕만 내리쬐는 건 아니다. 올해부터 현장에 불어닥칠 각종 정책과 제도 변화 때문이다. 획기적 보장성강화와 맞물린 고가신약 급여화 탄력적용과 동시에 제작년 발사르탄 사태 여파로 맞닥뜨린 공동생동 규제와 보험약가 연계 등 제네릭 약가개편, 기등재약 재평가, 약제비 절감을 위한 연구와 시범사업 등 지난해 예고한 각종 규제 이슈가 한꺼번에 코앞에 닥쳤다. 부처간 준비 중인 수많은 규제 이슈는 보장 확대의 속도에 규제의 질량을 맞추려는, 마치 단칼에 큰 성과를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통해 '클만한 떡잎'을 선별해 기업 자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시키겠단 포부를 갖고 있지만, 되려 자라날 기미가 보이는 떡잎마저 미리 쳐내는 게 아니냐는 제약산업계의 위기감도 팽배한 게 사실이다. 복지부가 제약 지원 예산을 순증시킨 것과 관련해 '숨겨진 보석'에 빗대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주기적 신약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도록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그만큼 정부의 산업지원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 지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할 때 R&D와 인력양성 지원만큼이나 규제 개선을 우선 사항으로 꼽는다. 규제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산업 분야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혹독한 구조조정과 동시에 '돈 되는' 제품만 만드는 쏠림현상 등 부작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보장성강화와 산업육성, 어느 하나도 놓쳐선 안 되는 게 핵심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속도와 방향성, 이 아슬아슬한 균형추를 잘 맞춰야 할 숙제를 필연적으로 안게 됐다.2020-01-06 06:14:08김정주 -
[기자의 눈] 누더기 정보로 완성된 '만능구충제'[데일리팜=정흥준 기자]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로 시작된 구충제 논란이 최근 알벤다졸로 옮겨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항암뿐만 아니라 당뇨와 비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얘기들이 유튜브 등 SNS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알벤다졸은 어느새 만병통치약으로 포장됐다. 구충제 논란이 시작된 출발점은 유튜브였다. 미국 조 티펜스가 올린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에 대한 영상이 국내에 알려지며 관심을 끌었고, 복용 후 증상 완화에 대한 환자들의 후기가 공유되면서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져왔다. 모 언론사는 조 티펜스가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 임상에 참여했던 것을 보도했고, 이후 펜벤다졸에 대한 관심도는 점차 사그라졌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알벤다졸은 당뇨와 비염, 심지어는 무좀 환자들까지도 자가임상으로 효과를 봤다는 후기를 SNS로 공유하며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의약사 유튜버들도 가세했다. 결국 환자들은 약국을 찾아와 ‘이유불문 하고 알벤다졸’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약사들의 상담과 만류에도 사람들의 믿음은 굳건하고, 결국 신뢰와 권위에 상처를 입은 약사들은 공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잠깐 지나가는 비바람이라고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마냥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제2, 제3의 구충제 논란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비관 때문이다. 현재 구충제로 질병 치료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흔하게 알려진 알벤다졸 복용법은 4일 복용 후 3일 휴약으로 장기 복용하는 방법이다. 또 CBD오일을 구할 수 없으면 올리브오일 한 숟갈을 같이 먹으면 효과가 좋다는 정보들이 공유되기도 한다. 아울러 미국에서 구충제 임상을 실시하고 있다거나, 구충제의 항암효과와 관련된 논문들, 수많은 자가임상 후기들, 이외에도 제약산업계와 관련된 각종 음모론까지 계속해서 생산되는 중이다. 이 조각난 정보들은 하나의 완성된 퍼즐을 완성하고, 그것이 바로 ‘만능 구충제’가 되는 과정이다. 과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언제라도 구충제의 자리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약사들은 SNS를 통해 구충제의 부풀려진 효과들이 근거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약사들의 유튜브 활동을 문제 삼기도 한다. 반면 일부 약사들은 구충제의 가격을 평소보다 2~3배 높여 판매하기도 한다. 펜벤다졸과 알벤다졸 등 구충제에 대한 임상을 실시하기 전까진 이번 논란에 대해 누구도 정답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와 같은 논란이 불거질 때에 약사들이 지켜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각자의 고민이 필요하다.2020-01-05 20:44:02정흥준 -
[기자의 눈] 약물 '계열 이펙트', 적용 잣대 같아야[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같은 기전을 가진 약제의 기대효능을 인정한다.' 미해결 난제임은 분명하다. 전문의들 간 의견이 분분하고 제약사 별 이해관계도 다르다. 결국 결론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꼭 모범답안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다. 당연히 처방하는 의사의 경험과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 중요하다. 문제는 보험 급여 적용 범위에 대한 일관성이다. 어떤 계열은 허가사항과 무관하게 계열 이펙트(effect)를 인정, 동일한 급여 기준이 적용되지만 어떤 계열은 약제마다 급여 허용 범위가 다르다. 2018년 시작돼 2020년을 맞이한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없이 보류중인 SGLT-2억제제 병용급여 확대 건을 보자. SGLT-2억제제를 포함한 허가사항 초과 당뇨병치료제 병용(DPP-4억제제·TZD)요법 전면 급여확대 방안은 대한당뇨병학회의 의견좁히기 실패로 돌아가면서 의지가 있었던 정부도 논의를 속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의사들이 급여 확대를 반대하는 기현상이 계열 이펙트 논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애초에 당뇨병 약제의 병용급여 확대 논의의 시발점은 의료계의 목소리였다. 동일 계열 약제 간 적응증이 각기 달라, 처방현장에 혼란이 발생, 삭감 사례 등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해 왔던 것이다. 앞선 2013년 DPP-4억제제와 치아졸리딘(TZD)계열 병용급여가 확대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결과가 다르다. 허가사항이나 재정영향 보다는 임상적 경험과 전문가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의료계의 행보도 이례적이다. 경구용 당뇨병치료제의 국내 급여기준에서 클래스 이펙트는 아직까지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가 전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다만 가능성은 잔존한다. 일각에서는 2013년 당시 당뇨병약제 급여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했던 윤건호 전 서울성모병원 교수의 이사장 취임 소식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전문의약품이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신중한 입장은 되레 필요하다 볼 수 있다. 단, 어차피 계열 이펙트 인정이 수순이라면 '충분한 처방경험을 갖추는데까지 필요한 시간, 혹은 처방량'에 대한 지침 정도는 마련하자는 것이다. 현 상황은 기대는 있지만 기약이 없다. 질환의 특성이 다르다면 질환별 계열 이펙트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계열 이펙트가 인정된다는 확신으로 임상 연구를 게을리하는 업계를 정부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풍부한 학술 데이터는 급여 기준을 넘어 처방 현장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2020-01-03 06:10:02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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