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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다트에 카나브·린버크...'적응증 쪼개기' 특허전략 진화

  • 김진구 기자
  • 2026-07-20 06:00:56
  • 요약
  • 제네릭사, 일부 적응증 제외하며 특허 우회 시도
  • 아보다트는 쪼개기 ‘성공’…가브스·케이캡은 ‘실패’
  • 보령, 카나브 제네릭 단백뇨 제외 확인 후 소 취하
  • 린버크 분쟁 ‘질환 동질성’·‘대체 가능성’ 여부 쟁점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적응증 쪼개기’가 제네릭사들의 핵심 특허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적응증 쪼개기란, 제네릭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여러 적응증 중 특허 장벽이 남은 일부 효능·효과만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후발의약품의 조기 발매를 노리는 전략이다.

과거 아보다트‧가브스‧자렐토‧케이캡 등을 거치며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 온 이 전략은, 최근 오리지널사와의 실리적 합의와 이에 따른 제네릭 조기 발매 등으로 더욱 정교하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카나브 = '단백뇨 감소' 적응증 제외와 제네릭 조기진입 전략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피마사르탄)' 용도특허 분쟁은 적응증 쪼개기 전략과 제네릭사-오리지널사 간 실리적 조율이 결합된 형태로 평가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카나브의 적응증은 ▲본태성 고혈압 치료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단백뇨 감소 등 두 가지다. 

보령은 ‘당뇨병성 신장 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라는 이름의 특허를 등록하며 권리범위를 넓혀 놓았다. 동시에 이 특허는 카나브의 두 번째 적응증 추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2023년 2월 카나브 물질특허가 만료된 뒤 한동안 카나브 제네릭은 발매되지 않았다. ‘단백뇨 감소’와 관련한 카나브 미등재 용도특허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에 알리코제약‧대웅바이오‧동국제약‧한국휴텍스제약‧한국프라임제약은 이 용도특허에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카나브의 미등재 용도특허를 우회하기 위해 제네릭의 적응증을 오직 '본태성 고혈압 치료'로만 한정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오리지널의 특허 영역인 '단백뇨 감소' 효능은 제품 허가사항(용법·용량/효능·효과)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뒤,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1심인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월 제네릭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심결을 내렸다. 특허심판원은 심결문을 통해 ‘의약용도 발명의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임상 처방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혼용 가능성이 아니라 제품 자체의 허가 사항 및 설명서에 기재된 용도만을 기준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품 설명서에 단백뇨 관련 효능이 기재돼 있지 않다면 특허 침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보령은 이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보령은 처방 현장에서 혼용 가능성을 주장했다. 다만 최근 보령은 알리코제약‧대웅바이오‧동국제약‧한국휴텍스제약 등 4개사에 대해 소송을 취하했다. 보령 측에 따르면 이들 4개사는 두 번째 적응증인 단백뇨 감소 목적의 마케팅을 하지 않는 대신, 고혈압 치료 목적으로만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반면, 이러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한국프라임제약과는 소송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제네릭사들은 적응증 쪼개기 전략과 함께 오리지널사와의 실리적 조율을 통해 제네릭 판매와 관련한 특허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그간 제네릭사들은 미등재 용도특허 리스크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없으나, 이번 소 취하를 통해 제품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보령 역시 단백뇨 감소 관련 용도특허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아보다트 = 전립선비대증과 탈모 적응증 분리 성공

GSK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분쟁은 제네릭사가 적응증 쪼개기 전략을 통해 오리지널의 연장된 물질특허 장벽을 처음으로 우회해 진입한 사례로 꼽힌다.

아보다트는 ▲양성 전립선비대증 치료 ▲남성형 탈모 치료를 적응증으로 보유하고 있다. 당시 GSK는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의 허가 지연 기간을 근거로 물질특허 존속기간을 연장해 둔 상태였다. 이에 제네릭사들은 연장된 물질특허의 효력이 허가 지연의 원인이 된 특정 적응증에만 미친다는 법리에 착안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제네릭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특허심판원은 전립선비대증과 남성형 탈모증은 임상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질환이므로, 전립선비대증 허가 지연으로 연장된 물질특허의 효력이 탈모 적응증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을 바탕으로 제네릭사들은 특허 침해 위험이 남은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을 제품 허가 사항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특허 효력이 미치지 않는 '남성형 탈모 치료' 적응증으로만 제품을 우선 허가받아 시장에 조기 진입했다.

이후 연장된 물질특허 기간이 완전히 만료된 후에야 제품에 전립선비대증 적응증을 추가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는 특허 만료 전이라도 특정 적응증 시장을 선점해 실리를 챙길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가브스 = 당뇨병 병용요법의 일부 적응증 분리 시도와 좌절

반면 노바티스의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가브스(빌다글립틴) 분쟁은 적응증 쪼개기 전략이 무산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가브스는 단독요법을 비롯해 설포닐우레아 병용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인슐린 병용요법 등 당뇨병 치료와 관련한 총 5개의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오리지널사의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연장되는 데 핵심적인 근거가 된 적응증은 '설포닐우레아 등과의 병용요법'이었다.

제네릭사들은 특허 존속기간이 연장된 원인이 전체 5개 적응증 중 이 1개 적응증의 허가 지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쪼개기 회피를 시도했다. 제네릭사들은 특허 연장의 빌미가 된 해당 병용요법 적응증을 자사 제품 허가 사항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연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판단한 나머지 4개 적응증만으로 제품 허가를 신청하며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제네릭사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은 연장의 직접적인 근거가 된 특정 적응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치료 대상이 되는 목적 질병인 '당뇨병 치료' 전체에 미친다고 결론내렸다.

결국 적응증 쪼개기를 시도했던 제네릭사들은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해야 했고, 특허가 완전히 만료된 후에야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

자렐토 = 가처분 기각으로 이어진 '적응증 삭제' 우회와 실리 확보

바이엘의 직접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자렐토(리바록사반)' 분쟁은 물질특허 자체의 연장을 무력화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적응증의 의학적 독립성을 무기로 실제 판매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실리를 챙긴 사례다.

자렐토는 크게 두 가지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약물이다. 하나는 부정맥 환자의 뇌졸중을 막아주는 ‘심방세동(NVAF) 적응증’이고, 다른 하나는 혈전 생성을 막아주는 ‘정맥혈전증(VTE) 적응증’이다. 이 중 정맥혈전증(VTE) 적응증이 특허 기간 연장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제네릭사들은 물질특허 자체의 존속기간 연장을 무효화하려던 최초의 시도가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자, 곧바로 적응증을 분리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제네릭사들은 자렐토의 두 적응증이 의학적으로 완전히 구분되는 별개의 질환이자 사용 환자군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제네릭사들은 제네릭 제품 허가 단계에서 연장 특허의 원인이 된 VTE 적응증을 아예 삭제하고, 연장 특허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NVAF 적응증만 남겨두는 형태로 제네릭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오리지널사인 바이엘은 제네릭사들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제기하며 즉각 대응했다. 바이엘은 실제 처방 현장에서 두 적응증 간의 혼용 처방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바이엘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권의 효력이 연장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특정 적응증(VTE)에만 제한적으로 미친다고 판단했다. 성질과 대상이 완전히 다른 적응증(NVAF)만을 채택해 출시된 제네릭 제품은 연장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비록 물질특허 연장을 무효화하는 분쟁은 제네릭사의 패소로 막을 내렸지만, 제네릭사들은 적응증 삭제라는 우회 전략과 가처분 기각 판결을 통해 특허만료에 앞서 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실리를 챙겼다. 이후 제네릭사들은 자렐토의 연장 특허가 최종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빠져 있던 VTE 적응증을 마저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온전한 효능·효과를 확보했다.

케이캡 = 연장 물질특허 효력의 포괄적 인정과 진입 장벽

HK이노엔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테고프라잔)'을 타깃으로 삼은 제네릭사들의 대규모 적응증 쪼개기 공세는 법원이 물질특허의 포괄적 효력을 인정하면서 가로막혔다.

케이캡은 최초 허가받은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를 시작으로, 이후 ‘위궤양 치료’,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했다. 이 중 특허 연장의 근거가 된 것은 최초 허가 적응증었다.

국내 80여개 제약사들은 적응증 쪼개기를 통해 케이캡의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 장벽을 허물고자 했다. 케이캡의 물질특허 존속기간이 최초 허가 적응증(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때문에 연장됐다는 점을 공략해, 제네릭 허가 사항에서 최초 적응증을 삭제하고 후속 적응증인 '위궤양 치료'나 '유지요법' 등만 남겨두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특허법원과 대법원은 제네릭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오리지널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록 적응증이 세부적으로 분리돼 있더라도, 테고프라잔이라는 약물의 본질적인 약리 작용 활성 성분이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청구된 적응증들 역시 '소화성 궤양 질환군'이라는 동질적인 치료 범주에 묶여 있으므로,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후속 적응증에도 그대로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케이캡 제네릭사들은 물질특허가 완전히 만료되는 2031년 8월까지 제품을 상업적으로 출시할 수 없게 됐다.

린버크 = 자가면역질환 ‘멀티 적응증’ 시장의 사법부 판단 관건

제약업계의 관심은 애브비의 JAK 억제제 계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린버크(우파다시티닙)'에 대한 적응증 쪼개기 전략의 성패로 쏠린다.

린버크는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축성 척추관절염(강직석 척추염‧비방사선학적 축성 촉추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6개의 적응증을 보유한 '멀티 적응증' 약물이다.

제네릭사들는 이러한 멀티 적응증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당초 종근당 등 16개사는 2036년 만료 예정인 결정형특허를 회피하며 물질특허가 끝나는 2032년 5월 이후 제네릭 출시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동구바이오제약 등 12개사가 연장된 물질특허까지 겨냥해 '적응증 쪼개기' 심판을 제기하며 흐름이 바뀌었다. 이들은 물질특허 연장의 원인이 된 류마티스 관절염을 제외하고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나머지 적응증만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2030년 12월 조기 출시를 추진 중이다.

아보다트‧가브스‧자렐토‧케이캡‧카나브 등 그간의 적응증 쪼개기 전략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피면, 린버크 적응증 쪼개기 분쟁에서의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질환군의 동질성 여부'다. 케이캡 판결에서 법원은 대상 질환들이 하나의 약리적 카테고리에 묶여 있을 경우 연장 특허의 효력을 포괄적으로 인정했다. 반면 린버크의 적응증들은 피부과(아토피 피부염), 소화기내과(궤양성 대장염 등), 류마티스내과(류마티스 관절염 등) 등으로 치료 영역과 대상 장기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이들을 동일 질환군으로 묶어 판단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둘째, 처방 현장에서의 '대체 가능성과 혼용 우려'다. 의사가 각 적응증별로 제품을 대체 처방할 우려가 적고, 각각 독립된 치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 적응증 쪼개기가 인정받기 수월하다. 린버크의 경우 각 질환별로 처방 가이드라인과 급여 기준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어 교차 처방의 여지가 좁은 편이다.

셋째, '특허 연장 사유와의 인과관계'다. 린버크의 물질특허 연장 사유가 후속으로 추가된 특정 적응증의 허가 지연 때문이었다면, 제네릭사들은 연장 원인과 무관한 초기 적응증만을 타깃으로 설정해 특허권 효력 범위를 좁히는 논리를 전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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