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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청년서 900억 기업 일군 파마피아 문규연대표의 뚝심

  • 최다은 기자
  • 2026-05-26 06:00:47
  • 시골마을 막내 아들로 태어나…대웅제약·한국콜마·코오롱제약 거쳐 창업
  • 대웅제약 선배이자 약사 출신 '신용희 대표'와 파마피아 설립
  • 어머니 회고록 '세상에서 가장 긴 그림자' 출간

[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창업을 하면 을(乙)이 되더라고요. 하루하루 최선 다한 게 지금의 파마피아를 만들었습니다.”

문규연 파마피아 대표는 회사를 키워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제약사 직장인이던 그는 17여년 회사 생활을 뒤로 원료의약품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직원 한 명 없이 시작한 회사는 현재 약 70명의 임직원을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연매출은 900억원에 육박한다.

문 대표의 삶은 한국 제약산업 성장사와도 맞닿아 있다. 가진 것 없는 시골 청년으로 시작해 제약업계 직장인을 거쳐 창업가가 되기까지, 그는 수십 년 동안 제약 현장을 누볐다.

22일 데일리팜과 만난 문 대표는 자신의 생애와 파마피아 성장 과정, 삶의 철학을 기자에게 털어놨다. 문 대표의 어린 시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경북 김천 작은 시골 마을, 가난한 노부부의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동시대를 살았던 지방 출신 사람들이 내 자서전을 읽고는 자기 이야기 같다고 말한다”며 “의성에서 대구로 전학 간 친구는 ‘김천에서 올라온 것만 다르고 내 이야기와 똑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상경, 대웅제약 입사

대학 졸업 후 그는 1986년 대웅제약에 입사했다. 당시 맡았던 업무는 현재의 RA(Regulatory Affairs)에 해당하는 대관·약사 업무였다. 보건복지부와 약사단체, 제약협회 등을 오가며 제약 행정을 익혔다.

이후 윤동한 회장이 창업한 초기 한국콜마에 합류했다. 당시 직원은 5명에 불과했다. 그는 “창립 멤버라고 하기엔 직급이 낮았지만 창업 초기에 함께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코오롱제약으로 자리를 옮겨 총무·인사 업무를 맡으며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인생이 바뀐 2002년

그의 인생이 바뀐 건 2002년이었다. IMF 이후 구조조정 분위기가 이어지던 시기, 회사를 떠나 창업을 결심했다. 문 대표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내 사업을 해봐야겠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가 파마피아다. 사업 초기에는 직원도 없었다. 문 대표 혼자 거래처를 뛰어다니며 원료의약품을 공급했다. 이후 3개월 만에 여직원 1명을 채용했고, 다시 몇 달 뒤 남자 직원을 추가로 뽑았다. 지금은 약 70명 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파마피아는 일반 의약품 도매와 달리 원료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한다. 특허 만료 전 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식약처 DMF(원료의약품 등록) 등을 준비해 국내 제약사 연구소와 개발부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현재 거래하는 제약사는 약 160곳에 달한다. 

창업 초기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직장인 시절과 달리 자금, 배송, 영업, 관리까지 모두 직접 챙겨야 했다.

문 대표는 “직장 생활은 맡은 업무만 잘하면 됐지만 창업하면 A부터 Z까지 전부 스스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업이 급성장한 한 방의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어떤 사건 하나로 회사가 커진 게 아니라 매일 거래처에 최선을 다한 결과가 지금의 파마피아”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2010년…아내와 사별, 핵심 인력 이탈

사업 과정이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다. 2010년 문정동 사옥 이전 이후 문 대표는 큰 개인적 시련을 겪었다. 아내와 사별했고 동시에 영업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는 “가정적으로도 회사마저도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 시기를 버티게 한 건 공동대표인 신용희 대표와 직원들이었다. 신용희 대표는 대웅제약 시절 직장 선배다. 약사 출신으로 공장장 경험까지 갖춘 R&D, 생산 전문가다. 

문 대표는 “신 대표님은 업무적 동반자이자 위기를 함께 극복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신 대표와 직원들이 아니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기마다 일기를 썼다.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를 기록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문 대표는 “일기를 쓰는 게 멘탈 관리였다”며 “기록을 남기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제조업으로 사업 다각화, 2027년 의약품 K-GMP 인증

파마피아는 유통사업에 머물지 않고 제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7년 화성 향남산업단지 공장을 인수해 건강기능식품 GMP 사업에 진출했다. 현재는 약 70여종 제품을 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2017년 화성 향남산업단지 공장을 인수해 건강기능식품 GMP 사업에 진출했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GMP 인증을 획득했고 현재는 약 75종의 건강기능식품을 OEM·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의약품 KGMP 인증이다.

이미 부지와 공간 확보는 끝냈다. 파마피아는 향남 공장 내 추가 부지에 KGMP 공장을 구축해 2027년 상반기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제조업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10% 수준이다. 

문 대표는 “아직은 원료의약품 유통 비중이 훨씬 크지만 제조업 기반을 차근차근 쌓고 있다”며 “원료의약품 유통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와 연구개발, 의약품 제조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긴 그림자 (작가 문규연)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세상에서 가장 긴 그림자 출간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 나를 키워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담아낸 회고록에 가깝다- 

파마피아 문규연 대표는 최근 출간한 책 '세상에서 가장 긴 그림자'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문 대표는 “당시에는 엄마를 다른 집 부모들과 비교하면서 원망도 했지만,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어보니 그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소중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엄마 인생이 너무 하찮게 잊혀지는 것 같아 죄송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 대표의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평생 농사와 육아로 살아왔다. 그는 “그 시대 부모님은 아주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결국 자식들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며 “그래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대 차이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2030 세대에게는 낯선 시대 이야기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모든 세대가 공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조선시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겐 자기 부모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부모를 기억하려는 마음 자체가 중요하다”고 했다.

책 출간 이후 주변 반응도 컸다. 형제들은 책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울었고, 친구들은 “표현하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대신 써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삭막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결국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기억해야 한다”며 “이 책이 우리 자식 세대에게도 작은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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