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단상 - 비의료인으로서의 시각 헬스윈 대표이사 김홍준 2003. 11. 27. 의료계는 현재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 현안들은 정부 기관과 의사 단체 간, 의사와 약사 단체 간, 의사와 시민단체 간의 불신과 반목 으로 풍전등화의 일로를 걷고 있다. 심지어는 의사 사회 내부의 진료과별, 전문의-일 반의 간 갈등의 표출도 관찰되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반목과 대립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의료계의 문제는 의사 자신과 약사, 한의사 등의 의료계 분야별 집단의 이해 관계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이라는 사회적 복지 과제 마저도 위협하는 사안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2000년 의권 투쟁 이후, 의사 사회에는 닥터플라자나 메디게이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 개진과 의료 현안에 해결책을 고민하는 의사 스스로의 노력들이 사이버 공간 상에서 펼쳐져 왔다. 또한 다양한 의사 조직들이 자생하여 저마다 대안 모색의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노력들에 있어서 시군구 의사회 등의 지역의사회 활동이나 의사 협회 조직 활동 등도 제몫을 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성과를 거두기 전에 사회 전반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명분을 잃거나 반대하는 집단 - 내부 세력이 되었든 외부 세력이 되었든 - 과의 싸움에서 힘을 잃거나 지치고,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지 못해서 비틀거리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본다. 정부나 언론은 시민이라는 자신의 고객들을 볼모로 하여 의사들을 비하하거나 비도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즉, 문제의 원인과 히스토리를 외면한 채, 현상적으로 벌어지는 의료 행태에 대해, 대안 모색없는 비아냥거림만을 시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의 의사 사회에 대한 반감 키우기와 의약분업 파행 에 대한 책임 가리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의사에 대한 반감"과 "의사를 선망의 대상으로 보기"는 알파와 오메가요, 시작과 끝,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국민들의 정서를 지배하는 두개의 대칭적 감정이 된지 오래다. 사실 정부나 언론은 이런 점을 너무 많이 이용해먹었다는 생각이다. 일반 시민으로서의 필자는 정부와 언론이 수많은 국정 현안 중에서 같은 배를 탈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영역으로써 의료계 문제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위에 언급한 국민들의 쌍두마차격 정서를 자극하면, 비록 진실이 아니어도, 원인을 딱 꼬집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도, TV 앞에서 시민들의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의사를 씹음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런 편리한 일을 왜 관두고 싶겠는가. 의사라는 최고의 지성, 최고의 도덕성을 담보하는 전문가들도 이렇게 비리를 벌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움질을 하기도 하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소유하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 정부와 언론 욕만 하지 말고 의사라는 좋은 씹을 거리가 있으니 이것도 좀 봐라 식의 심보가 아닌지 두려울 정도이다. 필자는 공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마친 사람이다. 요즈음 이공계 출신 직장인들의 비애 또는 비전없음에 대해 언론의 동정어린 기사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필자는 모교에서 석사학위까지 밟으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모교 교수님들의 행동들, 수많은 밤을 연구와 졸업논문에 몰두하면서도 딱 꼬집어 비전을 열거할 수 없었던 시절, 박사학위를 밟으라는 교수님의 권유를 뿌리치고 늦을세라 사회에 뛰어들었던 기억들을 되새기면 이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어떤 이해 집단도 현재의 불만스런 자신의 모습에서 자신들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다. 이공계 교수들이 자본주의 체제가 요구하는, 아울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좀 더 현실감 있는 프로젝트와 특히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사업가적 마인드로 제자들을 가르쳤던들 이공계의 몰락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에 실질적인 연구, 바로 사업화하여 이익을 낼 수 있는 연구를 제안하고 정부자금 을 활용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연구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 자체적인 성장이 가능한 연구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풍토, 시스템적 지원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아탑의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본질 적으로 요구하는 "성장"이라는 개념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투적이지 못했던 책임이 현재의 동정어린 기사거리들로 화했다는 생각인 것이다. 당연히 이에 동의하고 대항하지 않고 따라서 안주한 나같은 제자들도, 즉, 현재의 이공계 학생들의 선배들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체제는 서구의 자본주의 체제를 택했음에도 마인드는 아직도 유교시대의 사회 논리 들에 젖어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양가 감정으로 어쩔 줄 모르고 헤매고 있는 부랑아이다. 그나마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듯, 국토는 둘로 갈라져 있다. 이 얼마나 적절한 그러나 슬픈 현실 반영인가 말이다. 이공계 출신 국민들에게는 동정표가, 의사들에게는 어떠한 동정표도 없음이 주어져 있다. 왜일까? 이러한 양가 감정을 활용하여야만, 이러한 이중 정서를 자극해야만, 감추고 싶은 것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 - 늘 공격받는다는 뜻에서 - 가 되어 버린 의사 사회는 적절한 저항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을 밝혀내고 준비된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 사회가 보다 정정당당하고 힘있게 의료계 현안에 대해 모색해온 대안들을 주장하고 알리어, 국민들의 잘못된 의료계에 대한 인식과 잘못된 의료 정보 이해 들을 바로 잡아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현재의 이 불황의 시기, 비전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서도 가장 선망받고, 선망하다 못해 시기하기까지 하는 지식인, 전문가 집단이 바로 의사 선생님, 나의 先生님이기 때문이다. 의사 先生님들이 구태의연하고 권력밖에 모르는 무식쟁이 정부, 앵무새 언론 보다 앞서 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진찰료는 어케 변했나? 기자가 좀더 성실하게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