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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와 암종불문 항암제, 이제 적응할 차례"
어윤호 기자 2021-04-30 0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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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와 암종불문 항암제, 이제 적응할 차례"
어윤호 기자 2021-04-30 06:00:36
박경화 교수(고려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K-마스터 프로그램, '레이저티닙' 등 임상 20건 착수 성공

로즐리트렉 등 맞춤의료 산물, 규제당국의 별도 트랙 마련 필요

 ▲ 박경화 교수
[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암종불문 항암제, 이제 우리가 적응할 차례'

HER2, ALK, EGFR, ROS1. 최근 항암제 관련 기사에서 등장 빈도가 높아지는 키워드들이다.

환자가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에 따라 환자에게 맞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달라진다. 이에 개인 맞춤형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밀의학의 발전은 이제 '질환'에서 '유전자'로 약물의 처방기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로슈의 신경성티로신수용체키나제(NTRK, Neurotrophic tyrosine receptor kinase) ''로즐리트렉(엔트렉티닙)'이 암종 불문 항암제로 승인됐으며 MSD의 PD-1저해 기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역시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microsatellite instability high) 환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적응증을 추가하고 있다.

현실로 다가왔지만 아직 낯선 개인 맞춤형 치료, 국내 정밀의료 분야 권위자이자 K-마스터 프로그램 실무 책임자인 박경화 고려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항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들어 봤다.

-맞춤 의료는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제까지 K-마스터사업의 진행 과정과 성과가 궁금하다.

=시작 당시 5년간 우리나라 고형암 환자 1만명의 유전체 시퀀싱 및 데이터 확보, 20개 임상 시험 론칭을 목표로 했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주고, 근거를 창출해 적응증 확대도 하고자 했다. 올해로 5년차가 됐고, 오는 12월 31일이면 종료되는데, 현재 9000례 유전체 시퀀싱을 등록해서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에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 시험도 현재 20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밀의학 기반의 임상 시험 특성상 처음부터 20개 연구를 한번에 개시할 수가 없고 순차적으로 개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른 연구 분야 같으면 1차연도에 모든 연구를 함께 시작해서 끌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정밀의학은 미충족 수요(unmet needs), 그리고 새로운 유전자 발견과 그에 맞춰 개발되는 약의 타임라인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회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가 마지막 24번 연구로 K-마스터 프로그램에 합류했는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자 기반 임상 20건, 간과할 성과는 아닌 듯하다. 유치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수준은 미국이나 일본과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자국의 제약사들이 초기 물질을 많이 갖고 있으면 국가 산업에 약을 공급하는 것이 더 쉽다.

제약사들이 기꺼이 공헌하고자 할 뿐 아니라, 회사 주도의 스폰서 주도 임상(SIT, Sponsor Initiated Trial)은 2상 연구 하나만 하려고 해도 1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데, 연구자 주도 임상(IIT, Investigator Initiated Trial)은 국가가 모든 것을 지원하고 약만 제공하기 때문에 비용 효율적으로 근거 창출을 하고 바로 3상 임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실 1상을 통과해서 연구자 주도 2상 임상에 공급할 수 있는 약을 가진 국내사가 거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단에서 글로벌제약사와 논의해서 약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임상 진행과 관련, K-마스터 프로그램만의 장점이 있다고 알고 있다.

=롤모델이었던 NCI(National Cancer Institute)-Match 임상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점, 그래서 나중에 실패를 통해 보완해야 했던 문제들을 처음부터 보완하고 벤치마킹을 통해 개선된 것들이 몇가지 있다.

대한항암요법 연구회 산하 50개 기관이 조직(tissue)을 보내면 센트럴에서 NGS 시퀀싱을 하는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QC에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조직을 다시 수급하는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등록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액체 생검 플랫폼으로 세팅해서 조직이 가용하지 않거나 QC에 통과하지 못한 환자들은 혈액을 가지고 유전자 시퀀싱을 진행, 타깃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 성공률을 높였다.

-로즐리트렉 등 2개의 약물이 현재 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암종과 상관없이 표적 항암제라는 면에서, 그야말로 정밀의료, 맞춤형 의료의 사례로 보여지는데,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나?

=정밀의학이 들어오면서 암에 대한 분류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으로 나뉘었는데 이제는 암의 경로(pathway)별로 나뉜다.

HER2 과증폭이 있는 암, HER2 변이가 있는 암, NTRK 변이 암 등과 같이 분류가 가능하다. 이 환자들은 굉장히 희귀한 암에 속하지만, 이제 임상 의사들은 어떤 경우에 처방을 내야할 지 알고 있다. 이미 연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NTRK 변이를 찾는데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가 있다. DNA 시퀀싱, RNA 시퀀싱, 단백질 레벨에서 찾거나, FISH 등 모두 가능하다. DNA NGS가 민감도(sensitivity)는 낮지만 거기서 찾을 수 있으면 행운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의심된다면 FISH까지 해 볼 수 있고, IHC도 검사해 볼 수 있다.

소아암이나 육종 같은 경우 검체가 매우 풍부하고 비교적 유전자 변이 발생률도 높기 때문에 RNA 시퀀싱이나 IHC 등을 루틴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참고: 현재 NGS 검사 기법은 식약처 허가 및 심평원 급여를 적용받아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FISH, RT-PCR, NGS 등의 분자 진단법으로 NTRK, ROS1 등의 희귀 유전자 융합과 같은 바이오마커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보험급여다. 특히 암종과 무관한 급여 적용은 보건당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정 유전자에 작용하는, 즉 희귀한 암종의 경우 이제 근거에 기반해 약이 허가되면 급여를 고려해야 한다. 희귀암 환자들은 그에 반해 생존율이 짧기 때문에 고가의 약이라도 급여가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전체 고형암에서 이런 희귀암 환자는 1% 미만이고, 진단해 내는 효율을 보자면 200명도 안 될 것이다. 그런 희귀한 환자들을 찾아 치료적 혜택을 주는 일이다. 방법이 없으면 또 모르지만, 방법이 있다면 해 주는 게 맞다.

희귀암 환자들은 전형적으로 표준 치료가 듣지 않는다. 유방암 환자 중에도 전형적으로 표준 치료가 안 듣는 환자들을 보면 NTRK 변이가 나타난다. 그런 환자들은 표준 치료로 수혜를 받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NTRK저해제의 급여 역시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정밀의학 기반 급여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 MSI-H에서 유효성을 보여준 키트루다, 그리고 로즐리트렉을 기점으로 암종 불문 치료제의 급여에 대해 우리 상황에 맞는 급여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NGS 스크리닝을 받고, 정밀의학 시대에 가용한 약제가 나왔는데, 그 약에 대한 접근이 안 된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알게 되면 환자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은 엄청나다.

-로즐리트렉은 2상 임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표적항암제가 이렇게 단일군(Single-arm) 임상으로 허가되는 케이스도 이례적이다. 하지만 단일군(Single-arm) 임상의 신뢰도에는 이견도 있다.

=NCI-match에서 신약을 개발할 때 단일군 환자를 20명 정도 세팅한다. 20명씩만 등록을 시켜 효과를 본다. NGS로 스크리닝해서 환자를 선택하기 때문에 20명 정도만 등록해서 써봐도 가늠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이제 규제당국이 혁신을 가해야 할 때다. 전문가를 확충하고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대신 식약처가 국민의 안전 측면도 확실히 고민해야 한다. NTRK저해제가 성인과 소아 동시 허가 등 FDA 승인 절차 역사상 여러 가지 역사를 썼다고 하지 않나. 그만큼 그 뒤에 여러가지 근거 검증, 부작용 모니터링(pharmacovigilance) 등은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어윤호 기자 (unkindfish@dailypharm.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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