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출입기자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약사회장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약사회 회무를 질타하는 조찬휘, 구본호 후보의 공격과 이에 대응하는 김구 후보 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다만 후보자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타 후보에 대한 공세보다는 자신의 공약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24일 오후 2시부터 대한약사회관에서 열린 약사회장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조 후보와 김 후보는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대응, 약대 정원 증원 문제 등과 관련해 김 후보에게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조 후보와 구 후보가 현직 약사회장인 김 후보에게 공세의 초점을 맞추면서 상대적으로 양 후보 간에는 현안에 대한 다소 무난한 질문들이 오가는 모습도 연출됐다.

조 후보와 구 후보의 공세에 대해 김 후보는 자신을 흔들기 위한 비판으로 일축하며 그 동안 약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토론회의 첫 번째 공통질문으로 이번 약사회장 선거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대응에 대해서도 조 후보와 구 후보는 김 후보와 상당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구 후보. 구 후보는 김 후보가 일반인 약국개설 문제가 결과적으로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가 법인약국 개설 금지를 헌법불합치로 판결한 것과 같은 사항이라고 언급하자 동일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조 후보 역시 최근 이어진 김 후보의 정권 실세와의 만남을 통한 일반인 약국개설 저지 발언을 문제삼으며 이를 약속받은 핵심 실세의 이름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용의가 있느냐고 김 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일반인 약국개설이 법인약국 개설 금지 헌법불합치 판결 문제와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하며 약사회 정책위원장까지 지낸 구 후보가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 후보에 질의에 대해 김 후보는 "약사회 입후보자로서 수준 이하의 질문"이라며 일축하고 "단체장이 일을 하면서 누구와 어떻게 약속을 했다는 실명을 거론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저지를 위한 대응방안 역시 조 후보와 구 후보는 정부, 국회 등에 대한 물밑 접촉과 강경 대응론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김 후보는 강경대응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조 후보는 "김구 집행부는 조용하게만 대관 업무를 해오면서 회원들로부터 복지부 2중대라는 말도 듣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구 후보 역시 "강한 어필을 할 때가 됐다. 순응 일변도로 가면 무시당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 후보의 대응방안에 대해 "강경과 대화를 겸한다고 했는데 너무 강경 일변도만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지나친 강경대응은 여론의 등을 지게되며 여론의 등을 지게 되면 선진화 방안 저지는 더욱 힘들어진다"고 반박했다.

다소 무난한 이슈인 약국 경영 활성화에 대해서도 후보자들은 성분명 처방 단계적 시행 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후보의 실책을 지적하는 뼈있는 말들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구 후보는 성분명처방 2단계 시행과 관련해 "복지부와의 약속을 깨고 김 후보가 사전에 이를 공개하면서 복지부와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말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자 김 후보는 "그런 설은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의약품 재분류를 또 다시 공약으로 제시한 것을 조 후보가 문제삼자 김 후보는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경우 자칫 슈퍼판매를 조장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조 후보와 구 후보는 약대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현 약사회 집행부가 제대로 된 인력추계도 없이 390명 정원 증원을 용인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김 후보를 몰아세웠다.

조 후보는 "약대 6년제 추진 과정에서 약사회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유사한 집행부 구성에도 불구하고 약대 정원 증원 문제에서 김구 집행부는 존재감마져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구 후보도 "약대 정원 문제는 약사회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그 동안 약대 정원 문제는 약사회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지만 지금은 방관자, 구경꾼으로 전락했다"고 김 후보의 회무 수행능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구 후보는 또한 김 후보가 약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약대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당초 약사회는 약대 없는 지역에 약대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가져갔다. 지부장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약사회의 기존 방침은 처음부터 기존 인원 고수, 기존 약대 우선 배정, 신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가져갔다"고 해명했다.

현지 약사회장인 김 후보에 대한 조 후보나 구 후보의 불신은 패널 질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구 호보는 범집행부 인사로 분류되면서도 약사회 변화를 주장하는 것이 어패가 있다는 패널 질의에 대해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유능한 임원과 기구가 있더라도 지휘자를 잘못 만나면 무용지물, 오히려 더 퇴보할 수 있다"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조 후보와 구 후보의 공세를 받아오던 김 후보는 후보자간 토론에서 참아왔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김 후보는 "회장이 무능력하다, 일을 못한다고 하는 거 같은데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일반인 약국개설 문제를 현 집행부가 10년 동안 막아왔다. 이는 김희중, 한석원, 원희목 전 회장과 나를 포함하는 것이다. 10여년 동안 두 가지 중요한 현안을 잘 막아오고 있지 않느냐. 그러면 잘하는 것이지 무엇을 잘해야 하느냐. 흔들기용일 뿐이다"고 말했다.

조 후보와 구 후보도 후보자간 토론에서는 그 동안 이어왔던 김 후보에 대한 공세를 다소 늦추고 상대 후보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 후보는 "조 후보는 최근 각 대학 동문들의 지지선언을 통해 선약사 후동문 정신을 훼손하는데 앞장 섰다"며 "선거문화를 구태스럽게 이끌어 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 후보는 구 후보에게 동질감을 강조하며 중도사퇴설을 부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듯한 질문을 던져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는 범집행부 인사로 분류되는 구 후보가 중도사퇴할 경우 김 후보에게 구 후보의 표가 쏠릴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약사회장 후보자 합동토론회는 25일 오후경부터 약사회 홈페이지에 전체 영상이 게재돼 회원들이 후보자들 간의 토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