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처방조제는 줄어도 일반약 판매가 줄지 않았다는 것이 자신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감기약 등 일반약도 별도로 판매내역을 정리해 약력을 관리하면서 고객들과의 신뢰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동아약국을 찾았을 때 문상연 약사(경희대약대, 83학번)는 약국을 내방한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그리고는 옆에 놓인 PC에서 무언가를 확인한 후 다시 고객에게 눈을 돌렸다.

언뜻 보면 처방조제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는 모습 같았지만 고객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처방약이 아닌 아닌 종합감기약(일반약)이었다.

"일반약 환자 약력관리, 단골고객 만드는 힘"

5년째 강동구에서 약국은 운영 중인 문 약사는 일반약을 구매하는 환자들도 일일이 이름과 판매한 의약품을 기록한 후 PC에 저장해 이를 관리한다. 일반약 고객들도 약력을 관리하는 것이다.

문 약사는 일반약 구매고객의 이름 옆에 별로도 '%일반'이라는 기호를 달아 2000여명의 내방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처방조제와 매약의 비중이 7:3정도인 동아약국에서 문 약사가 바쁜 조제시간을 할애에 일반약 구입 환자들의 약력까지 확인하는 것은 속도전을 요구하는 최근 약국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약사가 일반약 구매 환자들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 약사는 일반약 판매야말로 고객들과 약사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문 약사는 "품목이 지정된 처방약을 조제하는 것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를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일반약을 구매할 때 환자들에게 과거 약력을 알려주고 복약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은 약사에 대한 믿음을 쌓아간다"고 강조했다.

일반약 구매 고객들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이 바로 단골 고객을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문 약사의 지론. 실제로 취재 중에도 일반약을 구매하는 환자들의 입에서는 "다른 약국보다 동아약국에서 약을 사야지"라는 말이 종종 흘러나왔다.

지난해 경제한파에 동일건물의 경쟁약국 입점, 입주 건물 외벽 공사 등이 겹치면서 처방조제가 30% 가까이 감소했을 때도 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일반약 판매 과정에서 형성된 단골고객들과의 신뢰라고 문 약사는 말한다.

"나만의 재고약 프로그램으로 손쉬운 약국관리"

일반약 판매가 외부적으로 환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면 처방조제 비중이 높은 동아약국에서 재고약 관리는 내부적인 약국관리의 핵심이다.

1500여 품목에 이르는 약들을 구비하고 조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재고약들을 관리하기 위해 문 약사는 범용 약국관리 프로그램 외에도 자신만의 재고약 관리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문 약사는 데이터를 관리하고 가공·저장하는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Access'를 이용해 약국에 들어오는 약들을 품목과 수량 및 진열장 번호 등을 구분해 입력한 후 매달 한번씩 범용 약국관리 프로그램과 매칭해 재고약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분기별로 범용 약국관리 프로그램과 Access 프로그램을 이용한 재고약 리스트를 대조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약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재고약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문 약사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지만 한번 배워두면 재고약 관리에는 상당히 효과적"이라며 "자신의 관리 프로그램으로 재고부담을 줄이는 것도 약국 관리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보다는 "고맙습니다"로 응대

물론 문 약사의 이런 노력들도 단번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종로에서 시작해 충북 제천까지 십 수년 동안 여러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면서 문 약사가 몸소 느낀 것은 약국경영에도 끊임없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는 비단 약학이나 약국경영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대하는 마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문 약사는 어느 순간부터 약국을 나서는 환자들에게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보다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 약사는 "어느 정도 처방이 나오고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약사들은 곧 타성에 젖기 쉽다"며 "때문에 약국을 내방하는 고객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자칫하면 잊기 쉽다"고 강조했다.

박카스 한병에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담아 건내주는 친절이야 말로 약국경영의 1원칙이라는 것이 문 약사의 경영철학이다.

실제로 문 약사가 직접 제작해 약국을 내방하는 고객들에게 배포하는 건강정보지에도 동아약국의 이름 앞에는 '정성과 신뢰를 다하는'이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정성과 신뢰를 다하는' 약국은 자연스럽게 단골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경제한파를 헤쳐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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