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국 제제의 의의

약사법에서 제제의 개념에 관한 명백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약사법 제2조에서  조제를 “일정한 처방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약제를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를 하는 점에 비추어 보아, 제제 제조는 불특정 다수인의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약제를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적에 있어서 조제는 특정인의 질병 치료가 목적이나 제제 제조는 불특정 다수인의 질병 치료가 목적인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방법에 있어서 조제는 이미 제조되어진 의약품을 투약의 편리성을 위하여 배합하는데 그치나, 제제는 원료 약품을 제조 공정을 거쳐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인 점에서 조제와 제제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약국 제제는 국내 제약 환경이 열악한 과거에 원활한 의약품 공급을 위한 차선책으로 의미가 있었으나, 현재는 국내 제약 산업 발전으로 그 범위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현행 약사법에서 약국제제의 대상이 되는 의약품은 대한약전에 실려 있는 의약품 중에서도 향정신성의약품이나 마약을 포함한 의약품이나 주사제를 제외함은 물론 국내에서 생산 또는 수입되는 의약품과 정제, 환제를 제외하고 있으며, 전문의약품에 해당하는 제제 역시 제외하고 있어 그 범위가 지극히 협소하다고 할 것입니다. 현재 약국 제제의 대상으로 보건복지부의 약국제제 지정 고시에 기재되어 있는 품목은 생약제제 및 기초제제 33개 품목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현재 약국 제제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은 생약제제 내지는 한약제제에 한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현재 약국 제제의 대상이 되는 의약품 33개 품목 중 중요한 생약제제로는 갈근탕, 감초(조)엑스, 소반하 복령탕, 소청룡탕, 백삼 백출탕 등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생약제제에 대해서는 한약 조제 자격이 없는 약사도 약국제제 제조품목신고를 한 후에는 약국제제로서 제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약제제의 경우 대한약전에서는 절단 또는 파쇄한 생약을 달아 1포로 제조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생약을 추출하여 액체상태로 포장하여 판매할 수 없고 고체 상태로 포장을 하여 포 단위로 판매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2. 한약 제제의 가능성

한약 조제 자격이 있는 약사가 한의사의 처방 없이 직접 조제가 가능한 범위 내이고 약국 제제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약국 제제로 신고한 후 제조할 수 없는 한약 제제를 미리 약탕기로 달인 후에 팩에 보관한 후 한 포씩 판매하는 것이 허용될 것인지 문제됩니다.

보건복지부는 질의 회신을 통하여 위와 같은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를 한 것이므로 약사법 제26조의 제조업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판단하여 무허가 제조 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약국에서 인근 의료기관이 유사한 처방을 반복하는 경우 환자의 대기 시간 단축 등을 이유로 예비 적으로 미리 의약품을 분포해 놓는 행위를 조제행위로 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아, 약국에서 한약을 미리 달여서 포장하는 행위 역시 한약의 조제 과정이 양약에 비하여 복잡하고 장시간이 요구되므로 환자의 편의를 위한 조제 예비 행위로 판단하여 허용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소규모 약국에서 예비적으로 한약을 조제하는 과정이나 규모는 통상적인 의약품의 제조 과정과 확연하게 구별될 뿐만 아니라 한약 조제 자격이 있는 약사가 개별적으로 환자와 상담을 통하여 예비 제제가 환자에게 적합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 과정을 거치므로 환자의 선택에 맡기는 일반의약품과 구별되는 점도 중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3. 한약 제제의 소분 판매와 혼합 판매

제약회사에서 제조한 한약 제제들을 일정 분량씩 나누어서 판매함은 물론 다른 한약 제제와 혼합하여 판매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약사법 제2조 제11호 조제의 정의에서 2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는 행위와 한 가지 의약품을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한약제제를 소분하는 행위와 2개 이상의 한약제제를 혼합하는 행위는 모두 조제행위에 해당합니다. 한편 약사법 제23조에서는 일반의약품 역시 처방전에 따라서만 조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반의약품인 한약제제 역시 처방전에 의하지 않고 조제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종전에는 약사법 제48조 제2호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한약제제의 소분 판매는 허용되나, 한약조제자격이 없는 약사에 의한 한약제제의 혼합 판매는 금지된 것으로 해석했었습니다. 그러나 ① 약사법 제23조 제1항에서 약사에게 면허의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일반적으로 부여하고 있고, 약사법 제2조 제2호에서는 약사에게 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약사는 특별한 금지규정이 없는 이상 한약제제 역시 조제할 수 있는 점, ② 동조 제3항에서는 일반의약품의 경우에도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조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일반의약품인 한약제제는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되어 제조한 의약품이므로, 의사가 한약제제를 처방할 수 없는 점, ③ 동조 제6항에서는 한약사가 한약을 조제할 때에는 한의사의 처방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한약사가 한약제제를 조제하는 경우에도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서만 조제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④ 의약품의 개봉판매금지를 규정한 약사법 제48조 제2호에서 약국개설자가 한약제제를 개봉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하나의 한약 제제들을 일정한 분량으로 한 포씩 포장하여 판매하는 행위는 조제에 해당하므로, 약사법에서 약사의 한약제제 조제를 허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 약사는 처방전에 의하지 않고도 한약제제를 조제할 수 있고, 이 경우 조제는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소분 행위는 물론 2가지 이상 한약제제를 혼합하는 행위를 모두 포함된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