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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행이다, 보건복지위원장 양승조처음 서면답변 자료를 봤을 땐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의례 할 수 있는 그런 말들이었다. 실력 좋은 보좌관이 작성한 답변서라, 깔끔했다. 이미지도 그랬다. 사실 직간접적으로 17대 때부터 10년을 뵀던 분이었다. 한 해는 바르고 고운 말을 쓰는 의원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샌님', '양반’' 등으로 불렸고, 어르신 잘 챙기기로 유명했다. 그러니 지역구는 얼마나 잘 관리했을까. 그런데 인터뷰를 막 시작하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그동안의 관념이 깨졌다. 아니, 그렇고 그런 정치인쯤으로 여겼던 내 편견이 파편이 됐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진솔하고 격이 없었다. 소회를 물었더니, '너무 기쁘고 좋다'고 했다. '사원으로 들어가 그 회사의 사장이 된 기분'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명함에는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다며, 기자들에게 또박또박 번호를 불러줬다.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 자살률 1위, 노인빈곤률 1위, 심각한 사회양극화. 하나 같이 보건복지위원회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산적한 현안을 풀지 않고 보건복지위를 떠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양 위원장은 의정활동 12년 중 10년을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고, 위원장이 되기를 학수고대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 현안이자 20대 국회 내 자신의 소명을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입법활동과 정부 감시·견제활동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은 우리사회의 미래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했고, 이 것이 자신과 보건복지위가 정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여러모로 양 위원장은 준비된 상임위원장이었다. 그는 모범을 창출하는 상임위, 법안처리율을 포함한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최고의 상임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대 국회 그 어떤 상임위보다 먼저 보건복지위를 가동시켰고, 현장 행보에 한걸음 먼저 나섰다. 혹자는 우유부단하다고 하고, 혹자는 너무 여리다고 했다. 하지만 양 위원장의 우유부단은 귀를 여는 데서부터 나왔고, 여림은 대결과 갈등이 아닌 조화와 협치의 산물이라고 누군가는 해석했다. 양 위원장은 보건의료계에 "한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조급함, 그리고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식의 흑백논리적 접근을 버리고 열린 자세로 해법을 찾자"고 주문했다. 우리사회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정치적 수사와 포퓰리즘이 난무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진정 이런 문제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혜안과 고민이 집적되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재앙이 올지 모른다. 양 위원장은 "66조원을 쏟아부었는데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입법적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청년고용, 안정적 일자리, 최저임금, 주거지원 등 보건복지위 소관 법률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입법정책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문득,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야 할 길을 알면서도 가지 못하고 있는 길, 그 길을 이번 20대 국회에서 찾아가는 디딤돌을 놓지 않을까. 양 위원장의 소탈함과 고집에 거는 기대다.2016-06-20 06:14:50최은택 -
[기자의 눈] 진흙탕 싸움 번질 PDRN 논란…해법은?'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주사제 제네릭 허가로 촉발된 원개발사와 제네릭사간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PDRN®은 연어 정액으로부터 추출한 DNA로, 생체 내 존재하는 재생활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원료수급과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시장에서는 유일하게 중견기업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2009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PDRN®시장독점체제는 올 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2월 한국비엠아이가 첫 제네릭을 허가받으면서 양측 논란은 확산된다. 원개발사 파마리서치는 비엠아이가 개발한 제네릭 조품(최종 원료의약품 전단계)이 원료 성분 약효·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네릭으로 허가받은 비엠아이의 ‘원료 조품’을 공급받은 중국공장에 대한 명확한 품질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건강을 위해 제네릭 허가를 취소해야한다는 것이 파마리서치 주장이다. 제네릭사인 비엠아이는 오히려 파마리서치가 근거 없는 허위·비방 광고를 하고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식약처 행청저분 의뢰와 함께 공정위에 영업사원 허위비방 광고로 제소를 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양측의 주장이 너무 상이한데다가 시간이 갈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보여, 자칫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PDRN®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파마리서치와 비엠아이 주장이 명확하고, 식약처도 조품에 대한 실사 진행이 의무화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규정대로 허가 절차를 진행한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뒷짐을 져서는 안된다. 특히 허가를 진행한 식약처는 확실한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오리지널-제네릭 동등성 문제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식약처 입장은 오히려 갈등과 불신을 더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양측 주장이 너무 상이하기 때문에 식약처 제네릭 허가여부를 떠나 제 3기관에서 검증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성장이 예상되는 PDRN® 시장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품질 관리 시스템 구축과 세밀한 허가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혜로운 결정과 지혜로운 대화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2016-06-15 06:14:50가인호 -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디지탈 메디신'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인명 피해 사건을 미리 막을 수 있었을까, 이 약이 이미 허가 받아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었다면 말이다. 2015년 9월, 미국 FDA에 신약허가심사트랙으로 신청한 일본 오츠카제약의 세계적 조현병 치료제인 아빌리파이(Abilify)의 신제형 허가가 지난 4월 거절됐다고 보도된 바 있다. (http://www.proteus.com/press-releases/fda-issues-complete-response-letter-for-digital-medicine-new-drug-application/) 사회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그 이름을 2011년, 조현병으로 개명한 정신분열병에 대해 복약 유지 모니터를 손쉽게 하도록 알약 안에 특별한 센서를 포함시켜 제조한 아빌리파이(Abilify) digital medicine. 이미 전세계에서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일본 오츠카제약을 단숨에 글로벌 회사로 인지시키는 데 공헌한 기존의 아빌리파이라는 제품에, 미국 Proteus Digital Health사의 신기술이 접목된 drug/device 결합제품(combination product; 한국의 '복합제'하고는 다른 개념이며 현 국내 식약처 규정에 따르면 "복합-조합품목"에 해당한다)인 이 신제형 제품은, 센서가 내장된 알약을 먹고 패치형의 wearable device를 몸에 붙이고 있으면 투약된 알약이 보내는 신호를 이 wearable device가 읽어서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에 신호를 전달해 약물의 투약 여부를 모니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다. 단순히 투약 여부만을 확인할 수 있는 건지 그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정보로부터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자신의 질병 치료 유지 또는 타인에게 어려움을 주지 않기 위해 투약 자체가 매우 중요하지만 환자가 번번이 투약을 거부할 수 있는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등에 접목하면 좋겠단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일명 medication adherence 향상을 위한 이 같은 시도는 그 동안 전통적인 약제학적 접근법을 통해 이루어져 왔지만, 비교가 안되게 그 발전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IT 기술의 발전이 기존의 방식을 곧 대체하리라 손쉽게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아이폰, 갤럭시를 포함한 스마트폰에 내장된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들이 의료기기 정의에 포함되지 않도록 일명 '웰니스제품'이라는 신규 정의를 만들어낸 바 있고,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 데이터 전송이 되는 체온계, 체중계 등의 제품은 검색만 하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태에 와있으며 mobile healthcare conference에 가보면 별의별 아이디어가 구현된 제안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모양이다. 대비해야 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제약산업이든 헬스케어산업이든 우리는 관련 규제에 익숙해서 규제 상 안 되면 한 걸음 빼는 게 익숙해져 있는데, 규제를 잘 몰라서이기도 하겠고 열정이 앞서서인지 어쨌든 규제의 한계를 넘어선 시도들을 먼저 해놓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 언급한 아빌리파이 디지탈 메디신(digital medicine)은 왜 허가 받지 못했을까? 발표된 정보가 마찬가지로 매우 제한적이라 정확한 이유를 가늠하긴 어려운데 일단 발표에 인용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 FDA가 허가 검토를 끝내며 추가자료를 요청했는데, 그 요청자료는 "사용될 법한 조건에서 투약된 제품의 성능 자료와 인체요소에 대한 연구자료"였으며 여기서 언급한 인체요소에 대한 연구자료로부터 제시되어야 할 목표는,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평가 및 사용자가 이 device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증빙이라고 한다. (FDA has completed its review and has requested additional information, including data regarding the performance of the product under the conditions in which it is likely to be used, and further human factors investigations. The goal of human factors testing is to evaluate use-related risks and confirm that users can use the device safely and effectively.) 이 내용으로만 판단하면, 그간 의약품 심사에서 전통적인 가치요소로 작용하는 '안전'과 '효과'라는 측면 이외 기타 규제적 이유는 없나 보다. 우리나라처럼 개인정보 보호라든가 기타 기억하기도 어려운 제목의 규정들 같은 규제 말이다.2016-06-14 06:14:53데일리팜 -
[기자의 눈] 획기신약 특별법, 국민지지 위에 세우려면식품의약품안전처의 '획기적의약품 허가·심사 지원 특별법' 제정안이 연내(10월 예정) 국회에 제출된다. 신설 법안의 타당성을 국민들로부터 평가받고 내년께 정식 운영에 나서기 위한 초석이다. 획기신약 특별법을 정식 예고한 날로부터 식약처는 농번기 가득 찬 물 양동이를 두 어깨에 짊어진 물지게꾼이 됐다. 오른쪽 양동이에는 환자 치료기회 확대·국산신약 개발 촉진이란 명제가, 왼쪽에는 신속허가 등 특례에 기인한 의약품 안전성과 국민신뢰 제고라는 물이 빈틈없이 무겁게 채워졌다. 식약처는 두 양동이에 담긴 물을 흘리지 않고 특별법 정식 통과를 위해 무게중심을 잡고 걸어나가야 한다. 둘중 한 양동이라도 다량 물을 흘리거나 엎지른다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특별법에 담긴 국민안전과 국민신뢰에서부터 제약산업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져 가야하는 식약처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부담을 극복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외청에서 처로 승격된 후 최대 영향력·규모로 평가되는 신설 법안이다. 입법 타당성을 국회(국민)와 산업, 사회 전반에 설득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특별법은 선명하다. 미국FDA의 '브레이크 쓰루 테라피 데지그네이션(BTD)', 유럽EMA의 '프라이오러티 메디슨', '일본의 사키가케' 등 의약 선진국이 운영중인 혁신신약 신속허가 제도를 본따 '한국형 BTD'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국민을 메르스·지카 바이러스 공포와 생물테러 위협으로부터 보위하고 초기1상 임상단계에서 기존 약제 대비 혁신적인 치료효과·안전성을 나타낸 획기신약의 허가를 앞당기기 위한 특례조항을 법으로 명문화한다는 취지다. 혁신신약은 차세대 신성장동력·미래먹거리로 불리는 산업이다. 선진 제약국가를 빠르게 뒤?아 나가야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특별법의 의미는 크고 또 중하다. 이같은 제도를 식약처가 마련했더라도 국민과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응당 폐기돼야한다. 다만 특별법과 같은 토종 신속허가(패스트트랙) 정책 부재로 국산신약이 해외 식약당국 허가심사를 받기위해 한국을 떠나는 오늘날 모습은 특별법 제정 필요성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또 신약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벤처 등이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저평가해 개발의지를 꺽고,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 현상도 상정해 볼 수 있는 현실이다. 물론 특별법을 튼튼히 운영키 위해 식약처가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다. 식약처는 미국·유럽·일본으로부터 보고되는 의약품 약효·안전성 문제를 수동적으로 가져와 후속조치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능동적 약물 부작용 감시시스템을 강화·구축하는데 더 속도를 내야한다. 식약처는 산하 의약품안전평가원과 의약품안전관리원과 긴밀한 협업으로 '한국형 의약품 안전관리 감시체계'를 완비하기 위한 대내외적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법과 제도는 국민여론의 신뢰 위에 서야 제대로 된 빛을 발한다. 태생적으로 약효와 부작용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의약품 관련 법이라면 더욱 그렇다. 획기신약 특별법이 땅 속 깊숙히 뿌리를 박고 국민안전과 제약산업 발전이라는 두 축을 모두 세우려면 법 취지와 효과성, 안전관리 정책을 더 강화하고 또 홍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획기신약 특별법을 여론과 언론 등 소음없이 국민의 지지 위에 세우는 일. 오롯이 식약처의 몫이다.2016-06-13 12:14:52이정환 -
약물 정보, 환자가 많이 알수록 좋다?얼마전 술자리에서 일이다. 한 친구가 밤마다 겪는 불면증과 지속적인 두통을 호소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던 다른 친구가 말한다. "내가 요즘 먹는 약 중에 두통에 잘 듣는 거 있는데 하나 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얼마 전 감기몸살로 인한 두통 때문에 병원을 다녀왔는데, 약국에서 받은 약 중에 두통에 잘 듣는 약이 있더라는 것이었다. '네가 약사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더니 요즘은 약의 효능에 대해서 다 설명을 해 준댄다. 예전에는 안 알려줬는데 요즘은 '서비스가 좋아졌다'면서 친구는 껄껄댔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다음 날 자주 가는 약국을 찾았다. 친구 사이라고 해도 의사나 약사가 아닌 한 자기가 먹는 약이라고 함부로 건네서는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약사는 '당연하다'고 수긍했다. 그럼 환자에게 약의 효능 같은 정보를 함부로 알려줘서는 안 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이번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최근 법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했다. 환자에게 약의 효능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영미권에서 'Need-to-Know'라는 개념이 있다. 주어진 지위나 권한에 따라서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주로 국방이나 외교 쪽에서 활용되는 용어인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무에게나 정보를 제공하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악용될 우려마저 있기에 채택하는 원칙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아이에게 칼이나 성냥 따위를 들려주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지각이 있는 성인이라면 그런 물건을 들고 있다고 해서 쉽게 상처를 입거나 어딘가 일부러 불을 내지는 않겠지만, 아이의 경우에는 그런 분별력이 없으니 주지 않는 것이다. 약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도 약사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약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 처방받았던 약 중 남은 것을 묵혀두었다가 몇 개월 혹은 몇 년 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때 다시 꺼내서 먹는다거나, 혹은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생각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기가 먹는 약을 권하는 일 따위는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약사들은 기겁할지도 모르겠지만, 의약 분야와 별 관계가 없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일반인들에게 약의 효능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만큼 제공한다? 그야말로 일반인들더러 의약법 위반을 저지르라고 정부에서 등 떠미는 꼴이다. 약이라는 게 얼마나 민감한 물건인지, 그래서 외견상 비슷해 보이는 증상이라도 환자에 따라 섬세하게 진단하고 다르게 처방해야 하는지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약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쥐어준다는 것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주변 사람에게 '불법적인' 의약 제공 행위를 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진배없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의약분업과 관련하여 나온 문구이지만, 다르게 본다면 그만큼 약 조제와 처방이란 의약 관계자들에게 맡겨야 하는 분야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환자는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에 철저하게 따라서 약을 복용할 때에만 안전한 치료 효과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환자에게 약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란 Need-to-Know의 관점에서는 제공될 필요가 없는, 아니 제공되지 말아야 하는 항목에 해당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단편적으로 얻은 약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주변 사람에게 잘못된 의료를 행할 때, 그것이 낳을 부수적인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아이 손에 성냥을 쥐어주자고 등을 떠밀고 있는 해당 관련 법안은 하루 속히 폐기돼야 한다고 본다.2016-06-08 12:14:52데일리팜 -
[기자의 눈] 제약업계, 상호비방 난무…언제까지?하나의 약을 출시하고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제약회사들은 그야말로 온갖 힘을 짜낸다. 특히 해당 품목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PM(Product Manager)들은 고강도의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디며 제품(약)의 성공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마케팅 전략을 지켜보고 있자면 안쓰럽고 눈살이 찌푸려 질때가 있다. 당장의 위기의식, 혹은 세일즈 퍼포먼스에 대한 '조바심'으로 인해 상호 비방이 난무하는 모습이다. 1:1 직접 비교 임상시험이 없음에도 맞수 제품의 임상시험을 놓고 내성, 부작용, 효능 면의 부족함을 암시한다. 경쟁품목의 안전성 이슈가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처방현장에 정보를 뿌린다. MR(영업사원)들에게 교육되는 자극적인 키메세지는 증권가 찌라시를 방불케 한다. 적응증에 없는 오프라인 처방 유도, 급여기준과 맞지 않는 처방 권유 등 MR들의 일상은 일그러져 있다. 이간질을 통해 교수들간 마찰을 종용하고 판매 제휴사를 종 부리듯 대하며 실적 압박을 가하는 PM들 역지 적지 않다. 불공정한 대외 활동을 지적, 서로 내용증명을 주고 받는 제약사들의 사례를 이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진입하는 후발품목들이 줄을 서고, 광고·홍보 채널에 제한이 많고, 배테랑 MR들에 치이고, 마케팅 부서내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감안해야 하는 PM들의 노고는 잘 알겠다. 또 분명 정도를 지키는 PM들도 존재한다. 많은 전문의들이 말하듯이, 이세상에 완벽한 약은 없다. 조바심을 버리고 한발 물러서서 자신이 맡은 제품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경쟁품목의 장점을 인정하고 맡은 품목의 단점을 감추려 해서는 안된다 스스로를 낮추지 말자. 그 어느때보다 윤리경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리베이트와의 이별을 외치는 지금이다. 업계의 마케팅 풍토도 이제 성숙이 필요하다.2016-06-07 06:14:50어윤호 -
[사설] 세계 제약강국 스위스 '넘사벽' 아니다2016년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어느 때 보다 역동적이다. '카피 산업이다' '제네릭 비즈니스다' '전형적 내수 산업이다'와 같은 갖은 비판과 오명을 한꺼번에 뒤집어 썼던 산업은 이제 국가 경제를 견인할 성장동력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작년 한미약품의 눈부신 8조원대 기술 수출이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지만, 한미약품 말고도 바이오벤처나 제약회사들의 빛나는 아이디어들은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진군에 나섰다. 오늘 당장 누군가 조단위 기술 수출을 한다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정도로 산업은 단단해지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을 앞세우던 현재가치 중시 산업 문화 역시 어느 새 신약 파이프라인과 R&D 투자액을 꼼꼼하게 따지는 '미래가치 중시 문화'로 이동했다. 개별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산업계 내부 체질이 바뀌고 있다. 데일리팜이 창간 17주년을 맞아 의약분업 이후 1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 R&D 동향을 분석해 보니 산업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고 있었다. 개별 제약회사들의 사업 방향이 연구개발과 글로벌 쪽으로 적잖이 움직이고 있었다. 2000년 의약분업을 모멘텀으로 제네릭 비즈니스가 융성하면서 몸집을 불린 제약산업은 이후 수차례 대대적인 약가인하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서 크게 고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의약분업 효과에 힘입어 R&D 여력을 닦은 산업계는 상황이 나빠질수록 연구개발(R&D)에 더 투자하며 출구를 모색했다. 실제 2005년과 2015년으로 잘라 비교해보면 매출액 R&D 비율과 금액은 크게 증가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글로벌 진출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에게 운명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의 2% 남짓한 내수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시장 마저 급격한 인구감소로 쪼그라들고 있다.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라 해도 내수가 곧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보장성은 강화되는 상식적 관점에서 봐도 약가인하가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쩌면 임계 상황인지도 모른다.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조선산업이 휘청거리고,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산업이 선진국가와 중국 사이에서 위태로운 상황을 보면 발전의 싹이 보인다지만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앞날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추격자 중국이 두렵다"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 적잖은 상황이다. 연구개발과 글로벌 진출이 운명이자 과업이라면 우리는 제약 강국 스위스를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 기업도, 정부도 함께 배워야 한다. 스위스는 내수라야 인구 800만명 뿐이다. 그런데도 노바티스, 로슈, 액타비스, 액텔리온, 갈더마 등 세계 50대 제약회사가 5곳이나 된다. 페링, 세르노 같은 곳도 있다. GDP의 5.7%를 제약산업이 차지하고 수출의 30% 가량을 의약품이 담당한다. R&D 세액공제율과 대상 확대 등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스위스 정책을 더 철저하게 학습해야 한다. 그러나 스위스 제약산업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국내 전문가는 사실상 거의 없다. 아름다운 꽃들이 스위스안에 피었다는 사실을 알거나 피어난 꽃들을 보며 이 나라 정책을 그저 유추할 따름이다. 개별 기업들도 한층 더 확고한 신념으로 연구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한미약품이 R&D에 매진한다고 했을 때 8조원대 기술 수출의 성과를 예상한 사람들은 없었다. 있었다면 그것은 신념으로 자신을 무장한 임성기 회장 뿐이었을 것이다. 매우 바람직한 가치인 R&D를 비판할 수 없어 "잘한다"고 박수를 쳤지만, 진심으로 박수를 친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결국 한미는 성과를 냈다. 1973년 출범한 한미약품이 R&D 깃발을 높이들고 남들과 다른 차별성, 도전과 모험을 일관되게 유지한 결과 40여년만 큰 성과를 이뤄냈다. 한미가 했다면 그보다 펀더멘탈이 강한 곳이나, 더 역동적인 바이오벤처 등 다른 기업들이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인구 800만 스위스가 했다면 대한민국이 못할 이유 역시 조금도 없다. 정부와 기업이 스위스를 꿈꾸며 '임성기의 신념'으로 가면 스위스를 넘어 제약강국의 꿈은 이뤄질 것이다.2016-06-01 06:14:56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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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논란과 갈등만 남긴 피임약 재분류식약처가 현행 피임약 분류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피임약 전면 재분류안을 유보한 이후 4년만에 내린 결론이다. 현상유지 결정이 지금 상황에서는 어쩌면 최선의 판단일 수도 있다. 사전피임약이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됐으면 약사회나 여성단체의 비판이 불가피하고, 또 사후피임약이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됐어도 의사단체의 비난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피임약 재분류는 내용이 어떻든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식약처가 이 문제를 풀면서 노출한 원칙과 신념의 부재다. 2012년 식약처는 피임약 재분류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사전피임약은 피임효과를 위해 장기간 복용해야 하며, 여성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투여금기 및 신중투여 대상이 넓은데다 심근경색, 뇌출형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됨에 따라 전문약으로 전환됐다는 것. 또한 재분류시 참고했던 미국, 일본 등 8개 선진국 모두 전문약으로 분류돼 있다는 것이 전환의 근거가 됐다는 설명이다. 사후피임약은 부작용 발현양상 등에 특이사항이 없고 배란 억제 또는 수정 억제이며, 일단 수정란이 착상된 이후에는 임신에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약으로 분류됐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3년여간의 연구를 거쳐 지난 20일 당초 재분류안을 보류하고 현행 유지를 결정하겠고 했을 때는 ▲응급 피임제의 오남용 우려 상존 ▲피임제 관련 인식 부족 ▲중대한 피임제 부작용 보고 감소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특히 3년간 연구에서 중대한 피임제 부작용 보고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응급피임제는 1개월 내 재처방률이 3%에 달해 고용량 피임제 반복사용 및 오남용에 따른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사후피임제의 중대한 부작용 보고는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한 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2년에는 약물 작용원리와 특성에 따른 부작용을 근거로 삼았다면 올해 발표내용은 오남용 우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2012년과 달리 올해 발표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조사가 기반이 됐으나 어찌된지 분류의 기준이 변화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학적 기반의 판단과 사회적 합의 사이에서 식약처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현행 분류체계에서도 모순이 있다. 사전피임약은 일반약, 사후피임약 전문약 원칙이지만, 나중에 나온 바이엘의 사전피임약 '야즈'와 '야스민'은 전문약으로 돼 있다. 더구나 야즈와 야스민은 가장 많이 팔리는 사전피임약이기도 하다. 식약처는 야즈와 야스민의 경우 중대한 부작용이 더 발견돼 전문약으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야즈, 야스민같은 드로스피레논이 성분이 함유된 피임약은 혈전발생 위험이 다른 피임약보다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다른 사전피임약들이 혈전발생 위험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더 보수적으로 안전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예전과 바뀐 건 없다. 이럴거면 2011년 재분류 당시 피임약은 대상으로 삼지 말았어야 했다. 5년동안 이해관계자들의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됐다.2016-05-30 06:14:48이탁순 -
AI 시대, 의·약사 일자리 안녕할까?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열풍이 거세다. 지난 3월, 세계 최고의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기계 ‘알파고’가 겨룬 바둑게임에서, 예상을 뒤엎고 알파고가 다섯 판 중 네 판이나 완승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바둑은 추론해야 할 경우의 수(手)가 무진하고 오묘하여 기계가 인간을 쉽사리 넘볼 수 없을 것이라던 그간의 통념과 자존심이 무참히 깨졌으니 어찌 세상이 놀라지 않겠는가. 지난 1월에는,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제46회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이 열렸다. 주제(主題)는 파괴적인 혁신기술이 선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고, 그 혁명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1765년 왓트(J.Watt,영국)가 증기기관을 발명하면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 전기를 이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제2차 산업혁명, 전자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자동화를 구축한 제3차 산업혁명에 뒤이어, 이미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the Internet of Things) 및 생명공학(biotechnology) 등으로 대표되는 대변혁과 혁신이 만들어 낼 신세계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유토피아(utopia)를 기대하면서도, 디스토피아(dystopia)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금년의 다보스포럼이 미래의 일자리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60쪽 분량의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등과 같은 혁신기술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조만간 닥칠 2020년까지 주요 15개국(세계 고용시장의 65%점유)에서 사라질 일자리가 716만5천개나 되고, 새로 생겨날 일자리는 겨우 206만1천개에 불과하여, 결국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우리 한국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의사, 약사 및 변호사 등의 일자리마저도, 인공지능의 기계로 대체되고 말 것이라는 금년 다보스포럼의 예측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인공지능의 기계가 바둑 최고수를 이기고 고급 전문인의 일자리까지 꿰찰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신경망을 통해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우도록 개발된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기계 학습기술 덕택이다. 딥러닝으로 학습된 기계(컴퓨터)는 놀랍게도 사람이 판단기준을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인지하고 추론하면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과학기술 수준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이런 추세라면 영화 속의 '터미네이터'와 '아바타' 그리고 '바이센테니얼맨'과 '그녀' 등의 진짜 출현도 가능할 것 같다. 한낱 허황된 망상이라고 치부하기엔 기술발전의 질(質)과 속도가 너무 눈부시다. 이미, 인공지능 로봇변호사가 활동을 시작했다. 골프로봇이 홀인원을 치고, 로봇기자가 기사를 쓰고 있으며, 무인 자동차가 등장했다. 문학 작품상 공모에 로봇이 쓴 소설이 예심을 통과했고 로봇화가도 존재한다. 무인(無人) 매장에서 로봇이 스마트폰을 판매하는가 하면, 로봇 초밥(시간당, 로봇 3.600개, 최고기술자 600개)의 음식점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학력고사에서 지방대 합격 실력을 갖춘 로봇학생이 이번엔 도쿄대학교에도 합격할 수 있는 점수를 따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있고, 증권로봇의 수익률이 투자전문가를 앞섰으며, 드론이 택배를 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산업 빅뱅(big bang)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공지능의 기계가 의료와 의약 업계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걸까? 그동안 병의원에서는 의료진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해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이 각각 달라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해 왔다. 그러나 요즈음 선진국에선 인공지능 기계를 통해 빅데이터(big data)와 실증자료 및 세분화된 분석 알고리즘(algorism, 수학적 방법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 서비스의 정확도와 수준을 높이고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제거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의료비용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고조되고 있는 추세다.(한국경제TV,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10대 미래기술Ⅰ, 2016.2.22.) 미국 캘리포니아의 5개 대학병원에서는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자, 약사들을 인공지능 조제로봇으로 대체했다. 35만 건을 조제하는 동안, 단 한건의 오류도 없었다고 한다.(김해뉴스 강한균 교수 2016.3.23., KBS1 시사기획 창 '로봇 혁명 미래를 바꾸다' 2015.1.6., LA중앙일보 경제2면 2016.3.21.) 국내에서도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항암제 조제로봇을 설치했다. 명분은 약사가 조제과정에서 독성물질인 항암제에 노출될 위험을 예방하고, 기존의 수작업 조제방식 대비 뛰어난 조제 생산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D팜, K기자, 2016.1.15.). 또한, 서울성모병원은 조제로봇에 버금가는 '의약품 자동공급 캐비닛(ADC, Automatic Dispensing Cabinet)'을 1년 전에 도입했는데 조제능률과 경제성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D팜, K기자, 2015.5.15.). 미국의 IBM은 최근 2011년 발명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활용하여, 각종 의학 교과서와 저널의 전문 지식 등을 기반으로 왓슨 헬스를 2015년 출범시켜, 유명병원들의 암센터 내의 폐암진단과 백혈병 치료법 연구를 지원하는 등 의료산업 분야에서 본격적인 사업화에 들어갔다. 폐암진단의 정확도는 이미 90%를 넘어섰다.(한국경제TV,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10대 미래기술Ⅰ, 2016.2.22.) 또한, 이 '왓슨'은 뉴욕 최고의 암병원인 MSKCC(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폐암 치료법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왓슨이 MSKCC에 처음 도입됐을 때는 의료지식이 의대본과 3학년 정도였지만, 현재는 실력이 늘어 전문의 전임(專任)수준으로 올라섰고, 머지않아 시니어 의사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환자가 왓슨에게 '나는 머리가 아프고, 오른쪽 눈에 상처가 났으며, 왼쪽 무릎이 부어있다. 열은 38도나 되고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natural language), 왓슨은 이를 모두 다 알아듣고 환자의 다른 검사자료들과 기타 공부(딥러닝)한 모든 자료들을 참고하여 이에 적합한 진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려준다고 한다.(00비뇨기과 개원의사 두진경, 2016.3.9.) 이웃 일본에서도, 지치(自治)의대(도치기현 소재)가 5개 의료기기 업체와 공동으로 '화이트잭'이라는 인공지능 기계를 개발하고 운용 테스트에 들어갔다. 환자가 증상과 발병 시기 등을 입력하면 화이트잭은 그 자료와 과거 진찰결과 등을 활용해 환자의 질병 후보와 확률, 필요한 검사 등을 알려주며, 여기에 의사가 자세한 증상 정보를 추가로 입력하면 다시 압축된 병명을 제시하고 확률도 재계산해 제시한다. 의사는 이를 참고하여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시스템이다.(연합뉴스 도쿄 특파원, 2016.3.28.) 국내의 루닛(Lunit Inc)사도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X레이와 유방촬영술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흉부 X레이에서 96%의 진단 정확도를 보이고 있는 결핵진단 시스템의 경우 금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심장질환이나 폐암 검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2016.1.4.) 지금, 이러한 사례(事例)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과거나 현재의 발상 가지고는 상상조차 잘되지 않는, 깜짝 놀랄 수많은 변혁의 현상들을 접하면서, 국내 의료와 의약 업계 및 학계 그리고 정부 당국 등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제는 결국 일자리 아니겠는가. 이미 성큼 다가와 버렸고 곧 무르익을 인공지능(AI) 기계 만능시대에, 의사와 약사의 일자리는 과연 안녕하실까? 각종 자료와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는 지금까지의 다양한 견해들을 종합해 보면, '환자에게는 원초적으로, 의사와 약사와 접촉하면서 유대관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위로 또는 위안 등이 치료 효과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인공지능 기계는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이와 같은 인간만이 갖는 감성적 정서적인 치료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와 약사의 직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의사와 약사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의 대부분(어떤 분은 80%까지 보고 있음)은 인공지능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현재 일자리는 대폭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해 의사와 약사, 인공지능 기계 소유자(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자 등) 또는 사용자,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제도 결정권자(정부당국) 간에, 전문직능인들의 일자리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국민(환자)과 요양기관(의료기관 및 약국) 등의 경제성과 효율성 추구가 더 중요한가를 놓고, 상호 피 터지는 이론적, 이념적, 물리적 투쟁이 불가피할 것 같다. 이미 시작돼버린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의 보편화를 우리가 힘으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상사를 사전에 가능한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을까? 1. 의사와 약사의 직무 중, 인공지능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만들어야 한다. 이에 발맞춰 대학의 학제와 커리큘럼(curriculum)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나와 있는 지식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창의력과 기계가 할 수 없는 지식만 가르치도록 교육과정의 개편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병원약사회 포함) 등도 기계 영역 밖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직무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이를 회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보급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2. 정부당국과 국회는 학계와 업계 등과 머리를 맞대고 의사와 약사의 배출 인력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감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의 관련학과 정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는 매년 전문의 3300여명, 약사 1750여명이 배출된다. 앞으로 이대로라면 이들이 빽빽한 콩나물시루가 되어 극심하게 시달릴 것임은 물론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날도 머지않다. 약사와 전문의가 배출되려면 대학입학 때부터 최소 6년~11년(2+4+1+4) 이상이 소요되고, 국방의무 2년을 보태야 하니까, 이들이 직무를 제대로 보기 시작하려면 적어도 대입 후 8년~13년이 지나야 한다. 금년 의대 입학생의 경우 2030년이 돼야한다. 기술혁신의 속도가 갈수록 더더욱 빨라지는데, 그때가 되면 세상이 얼마나 어떻게 몰라보게 많이 변해 있을까? 3. 보건복지 당국은, 인공지능의 의료 및 조제 기계 등이 일반화될 것에 대비해, 관련제도의 신설 또는 개선대책 마련에, 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2016-05-30 06:14:47데일리팜 -
[칼럼] 화상 의약품 투약기라고? 참 부질없는 짓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몽롱한 새벽, 섬광처럼 아이디어가 번뜩일 때면 이를 놓치지 않겠다고 "잊지말자, 꼭 기억하자" 다짐하며 흐믓한 기분으로 다시 잠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이런 상황을 대비해 머리 맡에 두었던 공책을 더듬거려 끄적이기도 한다. 균형감각이 살아난 현실로 돌아온 아침, 희망에 부풀어 메모를 보며 상상력을 덧붙이고 따져보다가 거의 대부분 별게 아니어서 실망했던 기억들, 누구나 갖고 있을 지 모른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나 해야할까? 정부가 도입해 보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는 '화상 투약기'를 보면, 그 어느 날 새벽이 떠오른다. 지난 3월 국무조정실 신산업투자위원회에 섬광처럼 떠오른 '화상투약기' 아이디어는 의약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떠안아 오는 8월 이를 실현할 근거인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제반 절차를 거쳐 10월께 국회에 제출할 계획으로 진전됐다. 투자위원회가 던진 '경제적 아이디어'에 복지부가 뼈와 살을 붙이는 작업을 맡게 된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복지부, 정확히 말해 담당 공무원의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상충되는 논리들의 좌충우돌을 교통정리 하느라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으로 신산업투자위원회가 거론한 화상투약기에서 복지부는 국민 안전에 관한 불안한 그림자를 볼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존재들이 신념을 등지면서 상반되는 논리를 개발하는 일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다. 화상투약기는 신산업일까? 경제적 파급 효과, 한번 따져보자. 화상투약기 한대와 설치비용은 대략 1800만원이다. 정부가 약사관리 아래 둔다 하니 약국의 절반인 1만개 약국이 기기를 구매한다 가정하면 18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다 참여할 때 3600억원 시장까지 커질 수 있다. 지속 성장, 가능한가. 불행히도 여기까지다. 화상투약기라는 말이 설명해 주듯 이 시스템이 돌아가려면 약사들이 상시 근무하는 콜센터는 필수 요소다. 약국이 문 닫는 시간은 야간이니, 밤샘 근무할 약사가 필요한데, 이들의 적정 한달 급여는 얼마나 될까. 근무약사 임금이 대략 500만원인데다 야간근무를 감안하면 더 들 것이다. 한달동안 화상투약기가 얼마만큼 매출을 올려야 근무약사 임금을 주고도 남을까. 기계만 팔고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가 구상하는 사업이 시장을 형성하며 돌아가려면 동전 넣고 커피를 빼 마시는 유형의 단순 자판기처럼 전국 방방곳곳에 화상투약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투약기 이용 시간도 야간, 공휴일 등에 한정해서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다. 2만개 넘는 약국이 도처에 산재한 상황에서 누가 굳이 밤 늦은 시각 밖에 나가 화면을 보면서까지 의약품을 구입하겠는가. 진통해열제 같은 구급약은 이미 안전상비약이라는 명목으로 약국 만큼 많은 24시간 편의점서 판매하고 있다. 이건 어떤가. 비오는 날, 바람불고 꽁꽁 언날 화상투약기 앞에 서있는 사람을 상상해 보시라. 이런 날씨에 자판기는 의약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완벽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경제적 파급효과는 불투명한데 비해 안전한 의약품 사용 등 화상투약기가 몰고 올 부정적 전망들은 너무도 빠르고 명확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이토록 의약품 자판기에 집착할까. 약사와 환자가 만나는 '대면의 판매의 원칙'을 무너뜨려가면서 '약 권하는 사회'를 정부가 앞장서 조성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화상 만남도 대면이라고 우기고 싶겠지만,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하는 현 시스템엔 문제가 없다. 해서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경험한 정부의 안전의식이 여전히 안일해 보이는 이유다. 해없는 단순 도우미로 여겼던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의약품에서는 왜 보지 못할까. 의약품 사용설명서를 보라. 효능이 한 두줄, 주의사항이 10줄이 넘는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와 관련해 사과할 줄 모르른 옥시를 적극 압박한 것도 약국, 약사들이다. 사회적 편익이라고는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는 화상투약기는 시작도 않는 게 진정으로 남기는 길이다.2016-05-28 06:14:56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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