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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등잔 밑 숙제를 미루고 미래를 말하지 말자다시 새해 아침을 맞았다. 오늘 이 아침을 눈 앞에 두고 우리는, 모두 힘겨운 나날을 보낸 후 받은 선물로 여기고 싶어한다. 초를 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 아침이 비온 뒤 저 편 하늘에 근사하게 떠오르는 무지개는 아니며, 또다시 치열하게 살아내야 할 나날의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먼 미래를 꿈꾸고 말하려면 당면한 숙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뛰어들어 직접 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윤곽만 보이는 숙제와, 우리들 곁에 다가와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숙제와, 한창 풀고 있는 중 느끼는 막막한 과제를 함께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새해 아침과 희망과 함께 숙제를 동시에 꺼내본다. 작년 알파고와 프로 바둑기사간 세기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의 진군을 뚜렷하게 알려주는 전주곡이었다. 이미 보건의약계도 4차 산업혁명의 첨병들이 펼치는 활약상들을 우리는 경험 중이다. 인공지능과 이를 탑재한 로봇들이 병원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자리를 차지한 채 의사와 약사, 그리고 보건의료시스템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너희들은 우리를 어쩔건데?라고 말이다. 교과서를 통채로 외웠다는 왓슨은 환자의 조직검사, 혈액검사, 유전자검사 결과를 입력하자 8초 만에 의료진이 흡족해 하는 해답을 제시했다. 병원 약제부에 근무를 시작한 조제로봇들은 인간약사들이 안전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항암주사제 조제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낼 환경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뛰어온 제약산업은 과제를 수행하며 중간중간 기특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진행될수록 불쑥불쑥 나타나는 장애물 때문에 막막함을 느끼며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2015년 한미약품의 몰아치기식 기술수출로 희망의 불씨를 품었던 제약바이오 산업계는 일부 수출계약의 중도 해지와 일부 기업들의 프로젝트 중단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지 않은 길'로 들어섰던 기업들은 물론 관찰자들까지 시계제로 안갯속으로 들어서 행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플레이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보내는 즉각적인 갈채와 비난과 야유다. 기업과 나라경제 환경을 볼 때 신약개발 외에 별다른 선택이 없다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숙제는 인내심으로 격려하며 기다리는 것 뿐이다. 점차 첨예화되는 전문 직역간 갈등은 해묵은 과제인데, 더 큰 문제는 중압감에 짖눌려 누구도 관심있게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안에서 맞부딪힐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의약사들은 성분명처방 앞에서 의도적으로 숨고르기를 한다. 갈등 조정자인 정부는 성분명처방 문제가 의약사들의 이해관계보다 앞서 시민들의 편의나 건강보험 재정적 측면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인데도 모른척하고 있다. 한의사와 약사간 갈등 과정에서 행해진 애매모호한 조정의 결과인 한약사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지 않고, 약사와 한약사간 갈등 역시 외면한다. 현대의료기 사용을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 양상은 건건이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며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직역 사이의 갈등은 해를 묵을수록 커져 미래 값비싼 대가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내재됐던 부작용들, 다시말해 시대적 상황적 숙제들을 그때그때 해내지 않고 방치한 '종합적인 결과'를 우리는 2016년 이 사회에서 또렷하게 지켜보았다. 새해 아침, 절망을 말하기 보다 희망을 먼저 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편안하다. 그러나 엄중하게 놓여진 우리들의 과제를 떠올려보고 불확실성을 하나씩 제거하려는 노력은 우리 삶에 매우 직접적인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해 2%를 밑돌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금리인상 등 우울한 경제환경 변화는 개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내일은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을 노래하며 등잔 밑 숙제도 꼬박하는 수 밖에 없다.2017-01-01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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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계질서에 의한 성추행이 웬 말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올해 초 발생했던 의대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추행 사건 말이다. 얼마 전 '기사에 감사드립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어떤 기사였을까. 이메일을 열어보았을 때 어리둥절했다. 지난 4월 기사였기 때문이다. 벌써 8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일까 싶었다. 메일 작성자는 성추행 사건 피해자였다. 그리고, 8개월 만에 온 메일 한 통으로 당시 사건의 전말을 낱낱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잊고 싶은 과거를 스스로 들춰내며 '그 사건'을 담담히 써 내려갔다. A교수가 대학으로부터 성추행 최고 징계 수위인 '파면' 처분을 받은 건, 지난 2월이다. 하지만 이메일을 보낸 피해 인턴의 사건은 2013년 발생했다. 그리고 3년이 흘러서야 사건은 공론화됐다. 배경은 이랬다. 피해 인턴은 2013년 3월 회식장소에서 A교수로부터 성희롱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A교수의 성희롱과 강제추행 혐의는 이달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물론 A교수가 항소할 수 있으니 그 결과를 섣부르게 예단할 수는 없다. 전공의 과정을 포기하고, 병원을 나왔다는 그녀는 3년 남짓한 시점에서 병원 측의 연락을 받았다. 2015년 12월 A교수가 또 다른 직원을 성추행 했고, 병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연락이었다. 역시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었다. 결국 병원 측에 2013년 자신에게 발생했던 사건을 증언했고, 사건이 공론화 됐다. 그녀는 병원 안에서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의 공론화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손윗사람의 가해자가 피해자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어 문제 제기가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증거 또한 찾기 어렵다. 사회 인식도 문제다. 피해 인턴 사건의 전말을 알기 전까지, 판결문에 담긴 A교수의 성희롱 및 강제추행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 됐을까'라는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 문득 지난 9월 '직장 성희롱 예방교육'을 떠올렸다. 어느 순간부터 1년에 1번씩 '성희롱 없는 밝은 직장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데일리팜도 예외가 아니다. 심각하게 교육을 받다가도, 사례들을 보면 '저게 성희롱이야?'라며 서로를 쳐다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위계에 의한 성희롱, 성추행을 공론화 시키기까지 피해 인턴은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까 마음이 아팠다. 피해 인턴이 민사소송서 승소를 할 때까지 말못할 속앓이를 하는 사이 가해자인 A교수는 파면 처분의 징계 수위가 높다며 교원소청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했다. 드러난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병원에서 위계에 의한 성희롱 및 성추행은 만연할지 모른다. 눈을 부릅뜨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며, 스스로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는 말이 안된다.2016-12-29 12:14:50이혜경 -
[사설] 글로벌신약…두드려라, 열릴 것이다2016년 글로벌 신약개발을 향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암울했던 병신년 대한민국 사회에 오히려 '기쁜 일상사'를 만들어 냈다. 동아에스티는 28일 면역항암제 신약후보 물질을 글로벌 제약회사 애브비에게 계약금 483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기술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다소 흔들렸던 세밑 제약바이오 산업계 기업과 연구자들의 가슴에 불같은 도전정신을 다시한번 불러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되돌아 보면, 올 한해는 제약바이오산업계에 시련과 연단(鍊鍛)의 시간이었다. 2015년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수출로 쇠잔해가는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연구개발(R&D)의 가치를 전도하며 무한 긍정과 희망을 심어줬다면, 올해는 그렇게 높아졌던 기대감들이 '오해와 이해부족'으로 다같이 실망했던 시기였다. 직접적 계기는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간 기술수출 계약 파기였다. 글로벌에선 흔한 일이었으나, 신약개발 경험이 적은 국내에선 과도하게 한숨짓는 일이 되고 말았다. 실제 한미약품에겐 계약파기라는 악재도 있었지만, 대단한 호재도 있었다. 9월 얀센에게 계약금 878억원을 받는 큰 규모의 기술을 수출했다. 몇몇 굵직한 제약회사들은 심혈을 기울였던 신약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일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신약개발은 원래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분야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사회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이 포함된 총 계약규모만 보고 장미꽃을 샀다가 쓰레기 통에 버리는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지켜보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기업들이 증권시장만 바라보며, 이슈를 관리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그 보다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 삼아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R&D에 집중하는 기업들을 격려해야 한다. 우리 다같이 머지않아 글로벌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으로 세밑 인사를 하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2016-12-29 06:14:5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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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는 '공정'리베이트 합니다"올해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를 가리지 않고 리베이트 관련 검·경의 수사가 진행됐다. 결과는 '2016 대한민국 제약사'에 흑역사로 남았다. 며칠 전 제약업계 관계자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다. '리베이트'라는 단어가 나쁜 뜻은 아닌데 앞뒤로 '불법'과 '사건'이라는 단어가 쓰이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다는 얘기가 오갔다. 리베이트는 지급한 상품과 용역의 대가로 일부를 다시 되돌려주는 행위 또는 금액을 뜻한다. 오랫동안 이뤄져온 경제활동의 거래관행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리베이트가 불법이 아닌데 제약사조차 이 단어를 숨기려 한다. 감추려고만 하다보니 자꾸만 숨게 되고 '사회적 인식' 또한 나빠지게 된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아부를 뜻하는 '사바사바'란 말은 고등어 두 마리를 제공하면 원활히 일처리가 됐음을 뜻하는 '사바'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됐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사금 성격으로 주는 '모찌다이'는 일본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떡값으로 제공하는 부정적 의미인 '모찌다이'로 사용되고 있다. 단어의 본뜻을 벗어나 안좋은 쪽으로 쓰이다 보니 그 자체로 부정적인 상황에 쓰이는 단어가 된 것이다. 따라서 공정하게 행해지는 판촉행위, 즉 '공정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당당해져야 한다. 리베이트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제약산업 자체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 안에서부터 바뀌어야 밖에서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지 않을까. 불법적인 사건에 '리베이트'라는 단어가 걸리다 보면 결국 제약산업 이미지만 나빠지게 된다. 제약업계가 약사법과 CP 규정 안에서 제공하는 것도 거래관계에 따라 제공하는 것이니 '공정 리베이트'다. 다만 과도한 금액과 서비스, 기준 미달 의약품 사용을 전제로 제공하게 되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은 요구된다. 국민들은 리베이트를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돈을 받는 행위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의·약사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 조차 어려워진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리베이트라는 이름 위에 의사와 제약사, 영업사원을 올려놓고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은 이들의 노력에 대한 모독이다. 제약사 직원도, 영업사원도, 의사도 우리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다. 리베이트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한다. 정확한 리베이트 방식과 규모를 공개하고 당당한 '공정 리베이트'가 정착돼야 한다.2016-12-27 06:14:50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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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 법제화, 그 타당성과 성공의 조건"불용약 반품! 의약업계 전체의 공통 과제 중 이것만큼 뜨거운 감자는 없으리라. 그걸 최종 손에 쥐고 있는 자가 그만큼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를 회피(回避)하고자 각 요양기관과 도매유통업체와 제약업체는 물론 이들 업계를 대표하는 소속 단체까지 합세하여 서로 물고 물리는 '폭탄 돌리기'식 싸움판을 계속 치열하게 벌여오고 있다. 거센 쓰나미(tsunami)가 쓰레기 더미를 휩쓸며 육지로 밀려들 듯, 요양기관(약국과 의료기관)에서 시작되는 세찬 반품 파도가 도매유통업체를 거쳐 제약업체(수입업체 포함)로 역(逆)유통경로(reverse channel)를 통해 몰려들(backward flow) 때면, 업계의 본능적 갈등도 그 때마다 어김없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러한 '반품 싸움판'의 규모를 들여다보면 실로 엄청나다. 연평균 무려 2조 원대다.(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 이게 어디 보통 금액인가. 이러니 의약업계 전체가 반품 문제를 놓고 사생결단(死生決斷) 다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반품 싸움판'엔 몇 가지 특별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종전(終戰)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휴전(休戰)만 있을 뿐이다. 업계가 어느 시점에서 어렵사리 합의해 반품을 모두 정리한다 해도, 또 일정기간 지나면 불용약이 가득 쌓여 시한폭탄처럼 터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둘째, 공정한 룰(rule)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무법천지나 진배없다. 때문에 거의 대부분 힘센(시장지배자) 갑(甲)의 승리로 돌아간다. 여기서 갑이란 '지명도가 높은, 특허품이나 차별화된(독점성) 제품(상품) 등을 공급하는 자' 또는, 고객이 왕인 것처럼 '약을 사 주는 자와 그 소속 단체' 등을 말한다. 하지만 때때로, 반품손해가 생각보다 클 경우, 갖은 협박(집단적 거래중단 및 대금지급거절 등)을 무릅쓰고 이판사판으로 을(乙)이 갑(甲)에게 반기(反旗)를 들기도 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 오죽하면 그럴까. 셋째,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과 의약분업의 부산물이라는 점이다. 지난 5년 동안 전체 의약품의 반품금액을 보면, 급여의약품(보험의약품)의 반품이, 절대적인 80.0%나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완제의약품유통정보계집, 심평원) 따라서, 의약업계 전체가 서로 뒤엉켜 죽기 살기로 표출하고 있는 그 심각한 반복적인 갈등과, 일정한 가이드라인(guideline)이 없기 때문에 무질서하게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한 그 '불용약 반품 싸움판'은, 이제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유통협회와 약사회가 그 말썽 많은 반품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의 첫 삽을 뜬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내용 중, 특히 '반품 법제화' 과제가 눈에 띈다. 그렇지 않아도, 앞에서 언급한 의약품 반품문제의 특수성으로 비춰 볼 때, 그 방책으로 법제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때문에, 이 양 단체 간의 반품 법제화 추진에 적극 동의한다.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때가 한참 늦은 감은 있으나, 시작이 반이라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반품 법제화' 과제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 양론이 맞설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긍정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논리의 견해가 대세를 이룰 것 같다. 거의 대부분 누구나 당연히, '불용약 반품행위도 일반 공산품처럼 자유시장경제에서 발생되는 일종의 상거래활동(경제활동)인데, 이를 어떻게 법제화로 규제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다. 특별한 경우(헌법제119조제2항)를 제외한 경제활동의 방임적(放任的) 자유는, 우리 대한민국이 헌법 제119조제1항을 통해 채택한 시장경제 체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약품은 제반 경제활동의 자유가 보장된 일반 공산품과는 다르다. 특히 의약품시장에서 83.5%(2015완제의약품유통정보계집, 심평원)나 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보험의약품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공익(公益)제도인 국민건강보험과 의약분업에 강제로 차출(差出)된 희생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험의약품은, 보험약가제도 및 공급내역보고 등과 같은 각종 법제화된 규제에 의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아주 심하다할 정도로 통제되고 있음을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만약 어떤 분들이 보험의약품의 반품거래 행위에 대해 통상적으로 '경제활동(상거래활동) 자유의 원칙에 따라 규제할 수 없다.'라는 식의 논리를 편다면, 이 분들은 아마도 보험의약품의 성질이나 법적 규제 그리고 반품을 놓고 벌이고 있는 업계의 참담한 실태 등을 잘 모르는 분들이 아닐까싶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들이 그런 주장한다면, 이 분들의 판단은 그야말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해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규제투성이인 보험의약품인데, 그 보험의약품의 반품만은 유독(惟獨) 시장경제 운운하면서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제멋대로의 논리이니까 말이다. 따라서, 상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약업계 전체의 큰 골치 덩어리인, 시장 우월자만이 승리하는 무법적 불공정 다툼인 '불용약 싸움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정한 룰(rule)의 반품 법제화'가 필요하다 아니할 수 없다. 게다가 명분이나 논리 또한 타당하지 않은가.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일반 공산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의약품 거래대금 결제기간 규제'가 이미 2015년12월22일 약사법제47조제5호로 입법된 사례까지도 있지 않은가. 때문에 '의약품 반품 룰(rule)'도 하루바삐 약사법령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조건 묻지마식으로 '반품 법제화'가 추진되거나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반품이 그렇게도 많이 발생(연 2조원대)되고 있는 원인이, 의약품 공급자(제약 및 도매유통)와 구매자(도매유통, 약국 및 의료기관 등 요양기관) 또는 양자공동에게 모두 산재(散在)되어 있으므로, 그 원인에 따라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의약업계 모두에게 공정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1) 의약품 공급자 - 소포장이 없는 약품: 100% 책임 - 발송 시의 파손, 오염, 오류(품목,규격,수량,금액,수신처,無주문 등): 100% 책임 - 유효기한이 임박(예, 6개월)한 출고: 100% 책임 (2) 의약품 구매자 - 처방권자의 빈번한 처방 변경(예, 연간 몇회)에 따른 반품: 입증 시, 없음 - 의약품 이력(공급자,거래일자,약품명,일련번호,유효기한 등)이 명확한 반품: 없음 - 의약품 이력이 불명확한 반품: 100% 책임 - 거래관계가 없는 약품의 반품: 100% 책임 - 유효기한이 지난 약품의 반품: 100% 책임 - 유효기한이 임박(예, 3개월)한 반품: (일정)% 책임 - 수요예측을 잘 못해 발생되는 과잉재고의 반품: 100% 책임 - 할인 가격으로 구매한 후, 할인 전 정상가로 반품: 100% 책임 - 매점매석(사재기) 후유증에 따른 반품: 100% 책임 (3) 의약품 공급자와 구매자의 공동 책임 - 강매(밀어내기 판매)된 약품의 반품: 공급자 70%, 구매자 30% 책임 따라서, 상기 가상(假想)의 책임 예(例)에 따라 '반품 법제화' 추진 시에 반드시 붙여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반품 원인 중, 공급자의 책임이 100%인 것과 구매자의 책임이 없는 것은, 공급자가 두말없이 출고된 실가격(할인할증 공제가)대로 구매자의 반품을 100% 받아줘야 한다. 단, 빈번한 처방 변경에 의해 재고가 쌓여 반품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구매자가 반품시 문서로 입증해야 한다. 객관적인 입증이 없는 것은 반품대상에서 제외한다. (2) 구매자의 책임이 100%인 경우에는 반품대상에서 제외한다. (3) 양자공동의 책임이 있을 때는, 구매자의 책임지지 않는 비율(1-책임비율)만큼 공급자가 반품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틀림없이 반품으로 인한 억울한 업체나 업계가 없어지고 공정한 의약품 반품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일석이조(一石二鳥)로 의약품 반품시장에서까지 판치고 있는 집단적 '갑질'의 악습(惡習)도 규정이 정해지면 힘자랑을 못할 게 아닌가. 다만, 의약품 중, 보험의약품이 아닌 비보험의약품(일부 전문의약품과 대부분의 일반의약품)의 경우, 사회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일반 공산품처럼 자유시장경제의 논리가 적용될 공산(公算)이 클 것이기 때문에 반품 법제화가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와 같은 불용약 반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법제화 추진은 업계보다는 정부 당국이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적극적으로 총대를 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스님이 제 머리 못 깎는다 했다. 업계 간 합의에 의한 추진이 물론 바람직스럽겠지만, 반품 법제화 문제를 놓고 총론은 찬성을 해도 각론(各論)을 놓고 관련 단체들의 이해관계(利害關係)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 분명하므로 결론 없이 논의만 하다가 말 것이며, 또한 그 논의 과정에서도 힘 있는 자가 '갑질'을 계속할 것이 틀림없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가 불가능할 것이 빤하다는 점, 둘째, 업계 간 문제가 크면 그걸 제도적으로 교통 정리하여 해결해 주는 것이 정부 당국의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당국은 장기간 업계의 이 같은 '반품 싸움판'을 코앞의 내 일이 아닌 강 건너 불이라는 듯 구경만 하고 방치한 업무해태(懈怠)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 등 때문이다. '불용약 반품 법제화', 이제 그 성사여부는 정부 당국의 능동적인 업무추진과 함께 업계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대승적(大乘的) 견지의 부단한 노력 그리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긍정적인 의지에 달렸다. 필히 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한다.2016-12-26 06:14:53데일리팜 -
[기자의 눈] 면대약국 용인하며 법인약국은 싫다?어느 지역에나 있고 주변 병원 규모가 좀 크다 싶으면 하나씩 있다는 면대약국 얘기다. 어떤 약사 말로는 약국 이름에 'ㅇㅇㅇ', 'ㅇㅇ' 같은 말들이 들어가면 백이면 백 면대약국이란다. 처방전 수백건이 나오는 위치에 새로 생기는 약국은 면대가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는 말들도 한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면대약국은 약사들에게 일상적으로 부닥치는, 손톱 및 가시같은 존재다. 당장 내 약국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 사실 그 심각성을 느끼긴 어렵다. 그러다 면대약국 하나가 들어서 주변 약국 경영이 악화되면 주변 약국들은 돌연 투사가 된다.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투사가 되어도 결정적 증거를 잡지 못해 포기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약사들을 꽤 보아왔다. 이렇게 힘들다, 면대약국 문제 해결하기가 말이다. 최근 약사들이 힘을 합쳐 면대약국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사를 쓰는 과정에도 나는 또 다른 면대 의혹 약국을 취재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면대가 될 예정인 약국'을 취재하고 있다. 업주가 병원인 경우였다. 지금 건설 중인 병원이 주변 건물을 모두 사들여 약국을 들이려 하는데, 이상하고 수상한 게 한두개가 아니다. 건물을 매입해 약국을 들일거면 약국 개설자에게 보증금과 임대료만 많이 받으면 그만인데, 약사 면허증도 없는 이 병원 관계자는 약국 개설 시기부터 약국 개설 절차, 약국에 들어올 약까지 신경쓰며 현재 임차인을 압박하고 있다. 약국 개설을 누가 하기에 이러는지 의문이 생길 판이다. 돈이 되니 브로커든 병원이든 도매든 약국 개설에 달려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언제나 그 과정에 약국 개설 필수요소인 약사 면허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면허를 대여해주거나 아니면 면대업주에게 월급을 받는 약사가 있다. 한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약사 직능에 대한 도덕관념이 약해졌음을 한탄한다. 면대 약사를 만나보면 돈을 버는 것, 월급을 받는 것 외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구조에 개입됐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직능'이라 부를 만한 자부심이 있을 리 없다. 일반인이 보기에 '법인약국'은 안된다 항변하는 것도 약사, 한 쪽에서 면대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도 약사다. 이 두 사람이 관련 없는 타인이지만 같은 '약사'라는 직업으로 동일시된다. 일반인과 법인약국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보기에 약사라는 직능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2016-12-22 06:14:50정혜진 -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 처분들…"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요양급여비용 허위 또는 부당청구에 대한 제제수단으로써 업무정지·과징금·위반사실의 공표제도를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심에 있는 것은 일정 기간 동안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행위를 금지하는 명령인 '업무정지'라 할 것이다. 관계 당국은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의 처분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이행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최근 이행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무정지처분을 받고도 형식적 명의변경을 통하여 그 처분의 효력을 회피하는 경우가 적발되곤 한다. 이에 이 글에서는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자가 요양기관 개설자의 명의를 변경하거나 그 요양기관을 양도·양수하는 경우에 그 업무정지처분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지 말씀드리고자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2항에 따르면,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자는 해당 업무정지기간 중에는 요양급여를 행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업무정지처분의 효과가 당해 요양기관을 양수한 자나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에 대하여도 그 효력을 미친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3항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업무정지처분기간 중 요양기관을 형식적으로 양도하는 방식으로 편법 개설하는 사례가 빈번하였다. 예를 들면 X약국을 개설하여 운영해오던 A약사가 업무정지처분을 받자 그 업무정지 기간 동안 B약사에게 X약국을 양도한 것처럼 개설자 명의 변경을 하고, 본인은 B에게 고용된 봉직약사로 근무하는 사례가 이행실태조사 결과 적발되곤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처분의 효과가 승계된다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소송이 제기될 경우 법원으로써는 해당 요양기관의 양도가 실질적으로 영업정지처분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개설 내지 운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여러 가지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008. 3. 28.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어 이제는 업무정지처분이 확정되면 그 요양기관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 그 처분의 효과를 승계하게 된 것이다. 즉, 위 법 개정은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이 영업양도를 통해 그 제재처분의 효과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편 요양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은 당해 처분을 받은 개설자에 대해서도 영향을 준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 2011. 5. 12. 선고 2010구합37124 판결은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은 법 위반행위를 한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 자체를 상대로 이루어지지만, 업무정지처분의 대인적 효력에 따라 그 개설자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할 것"이라면서 "다수인이 공동으로 개설한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이 내려지는 경우 그 업무정지처분의 효력은 공동 개설자 전원에 대하여 미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요양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은 당해 요양기관을 양수한 자나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에 대하여 그 효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물적 처분임과 동시에,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미친다는 점에서 대인적 처분으로서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자가 업무정지기간 중에 요양급여를 행하면 국민건강보험법 제115조제3항제4호에 근거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행정형벌이 예정되어 있으니, 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2016-12-21 06:14:51데일리팜 -
[기자의 눈] 복합제 사용량 관리 왜 안되나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만성질환 복합제 등재에 따른 처방양상 변화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복합제 사용량 사후관리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2000년대 중반 블록버스터급 고혈압 약제의 특허만료 이후 국내 고혈압 약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고, 그 중 ARB와 CCB 복합제 시장은 연 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의 가이드라인에서 ARB와 CCB 병용이 권고되고 있고,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두 성분 복합제는 약제 과다 사용을 줄이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연구 내용에 따르면 고혈압 약 전체를 16개 계열로 구분해 성분계열별 사용 양상을 보더라도 ARB와 CCB 복합제의 총 약품비는 2007년 이후 급증했고, 이는 ARB와 CCB 단일제 사용을 완만하게 저지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복합제 사용량 증가와 무관한 약제 사후관리다. 현재 우리나라 약가제도 중 대표적인 사후관리 기전은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이다.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은 예상청구액이 있는 동일 제품 군으로서 이 군의 청구액이 예상청구액보다 30% 이상 늘었을 때와, 이렇게 해서 상한가가 조정된 동일 제품 군으로서 이 군의 청구액이 전년 청구액보다 60% 늘었거나 10% 이상 늘고 증가액이 50억원을 넘을 때 하게 된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동일 제품 군으로서 이 군의 청구액이 전년 청구액보다 60% 늘거나 또는 10% 이상 증가하고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때도 해당된다. 이는 모두 동일 제품 군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ARB와 CCB 복합제와 같은 제품들은 대상 기준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방 패턴과 약 사용 경향이 바뀌고 있음에도 약가 사후관리는 이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지 못하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만성질환 복합제는 하나의 상병에 쓰이는 복합제를 넘어서 복합 상병의 복합제로 출시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점에서도 사후관리 정교화는 필요하다. 매출 10억원, 20억원의 약제들의 사용량이 늘었다고 사용량-연동으로 약가를 인하 대상에 포함시키는 현 사후관리 방식은 보험자 입장에서도 그다지 큰 이득이 될 게 없다. 현 사후관리 체계를 의약품 개발과 사용 추세와 긴밀하게 발맞춰 유연하고 실효성 있게 개선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2016-12-19 06:14:51김정주 -
[칼럼] 쇼윈도마네킹 한미약품과 신약개발 테마주대표적 신약개발 테마주인 한미약품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쇼윈도의 으뜸 마네킹'이 됐다. 작년 8조원대 기술수출이 불러온 자연스러운 결과다. 모든 이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쇼윈도 마네킹의 운명'이란 연예·스포츠계 스타만큼이나 평탄할 수 없다. 늘 세세한 관찰의 대상이되는 탓이다. 박수와 갈채, 비판과 원망도 숙명처럼 예비되어 있다. 한미약품의 일거수일투족이 대규모 기술수출 이후 훨씬 무겁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별탈없던 예전의 행위들도 이젠 큰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기술수출 릴레이가 박수를 유발시켰다면, 신약기술수출계약 파기 지연공시는 비판과 원망을 야기했다. 2015년 이후 한미를 바라보는 눈들은 셀 수 없이 많아졌다. 검찰은 최근 '한미약품 신약 기술수출계약 파기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주식시장 개장 후 29분 지연공시에서 회사의 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한 줄기다. 하지만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서, 자율공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계약파기 정보를 유출해 특정투자자들만 이득을 보게하거나, 손해를 회피하도록 한 임직원 10여명이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계약파기 정보를 몰라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눈에 법인과 직원은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은 채 한몸으로 보일 따름이다. 검찰 발표 직후 회사는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테마주 가운데 대장주로 손 꼽히는 쇼윈도의 '으뜸 마네킹'이다. 해서 한미의 선전은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의 평가에도 곧장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미의 호재나 악재는 모두 시장을 출렁이게 만든다. 이같은 점에 비춰 최근 얀센에 수출한 항암신약 기술 논란도 아쉬움을 남긴다. '임상중단 논란'이란 오해가 한창 증폭되고 나서야 '임상지연'이라는 해명을 내보냈다. 요즘 투자자들의 정보 취득 경로가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까지 촉수를 뻗치고 있는 이 현실마저 관리했어야 했다. 지나친가?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신약개발 투자는 로또가 아니다, 과학이다 대장주로서 한미는 '신약개발이나 투자는 로또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점을 꾸준히 설득해 나가야 한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투자자들에게 선제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8조원대 기술 수출이 한껏 올려놓은 높은 기대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안마다 언제든 깊은 실망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함정은 '8조원'에 비롯됐는지 모른다. 투자자들이 듣는다면 실망할지 모르겠으나, 이 8조원은 육상종목으로 치자면 '110미터 허들 달리기'에서 모든 장애물을 무사히 넘어 피니시 라인을 지났을 때 실현 가능한 최대치다. 기술수출의 현재가치는 계약금 뿐이다. 투자자들 역시 신약개발은 그 과정이 험난하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고부가가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해서 신약개발 테마주는 미래가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회사가 신약개발에 관한 신념은 뚜렷한지, 실제 최근 10년의 매출액 R&D비는 어땠는지 엄격하게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 FDA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든지, 기술수출을 했다든지하는 것은 110미터 허들 경기에서 한 두개 허들을 넘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신약개발 분야에선 1+(-1)의 정답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있다. 해답을 제로(0)로 보면 신약개발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삼는 영역, 바로 신약개발이다. 신약개발은 하나하나 과정이 과학인지라 해답은 최소 '2이상'으로 보아야 추진력이 약화되지 않는다. 1을 성공으로, -1을 실패로 보는 것인데, 실패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오늘의 실패는 또다른 태양이 떠오르는 내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물론 이 길을 포기하지 않을 때야 -1은 가치가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남극으로 가는 쇄빙선처럼 두터운 얼음을 깨고 대한민국 신약개발의 길을 개척해온 한미약품이라면, 그 도전정신 못지 않게 자본시장의 요구에 이젠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세련되게 호응해야 한다. 지연공시와 임직원 정보유출 사건은 경영진 가슴에 깊숙이 새겨 놓아야 할 교훈이다.2016-12-16 06:1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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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깊이 새겨야 할 말 "사람이 미래다""사람이 미래다." 2010년 두산그룹이 새롭게 선보였던 이 슬로건을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카피를 작성했다는 이 캠페인은 "성공적인 기업PR 광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가 됐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행복한 사람, 창의적인 사람, 아름다운 사람 등 2010~2015년 사이에 방영된 TV CF 건수만도 무려 17편에 이른단다. 그런데 6년 뒤, '참 잘 만들었다던' 이 광고는 실패한 캠페인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만다. 두산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입사 1~2년차인 신입사원들마저 희망퇴직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세간에 밝혀지면서 한순간에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되어버린 탓이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은 따로 모아 '이력서 쓰기' 같은 재취업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고 알려져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다. "부도가 미래다", "명퇴가 미래다", "사람이 기계다" 등 당시 온라인 공간을 통해 봇물처럼 터져나왔던 패러디들은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씁쓸한 시선을 반영했다고도 보여진다. 그렇다면 제약업계는 어떤가. 2016년은 유독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이나 부당해고, 비정규직 문제 등 다국적 제약사의 노사갈등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른 한해였다. 연봉이 높고 직원복지가 뛰어나다고 알려졌던 기존 이미지와는 한결 동 떨어진 내용이어서 의아할 정도였다. '일하기 좋은 기업', '최고 고용 기업', '가족친화기업'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하루가 멀다고 배포하는 보도자료들과 거리가 멀다. 물론 노조측 의견만 듣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몇몇 기업들의 사례를 다국적 제약사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노조측 주장에 따르자면, 응당 보장돼야 할 휴일근무수당이나 대체휴가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란다. 심지어는 일부 직원을 2년 넘는 기간 동안 기간제 노동자로 대우하고, 한달에 100시간이 넘는 연장근무를 시키는 등 기간제법 위반 사례도 있었다. 메일이나 직원면담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대기발령을 통보할 수 있다는 식의 압박도 여전하다는 제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피치못할 인력감축을 감행해야 하는 사측의 입장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회사가 직원들을 언제든 교체 가능한 부품 정도로 취급한다면 그 회사에는 결코 미래가 존재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어제도 한 다국적사의 노조로부터 부당해고에 대응하기 위해 1인시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특정 회사를 비난하고픈 마음은 없으나, 연말연시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을 다시금 떠올려보니 착잡해질 따름이다.2016-12-13 06:14:50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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