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사전통지절차 없이 이뤄진 현지조사, 위법한가처분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되나 처분의 절차가 위법하여 그 취소나 무효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어떤 행정처분에 절차적 하자만 있는 경우에도 그 자체로 독립적인 취소나 무효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절차나 처분형식의 하자도 독자적인 소송 사유가 된다는 입장이다. 가령, 해임처분 과정에서 처분 내용을 사전에 통지받거나 그에 대한 의견 제출기회 등을 받지 못했고 해임처분 시 법적 근거 및 구체적 해임 사유를 제시받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해임의 사유는 실제 인정된다 하더라도) 해당 해임처분은 위법하여 취소사유가 된다는 판결(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5001 판결)등이 있다. 요양기관이 현지조사 결과에 따른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그 절차적 정당성은 소송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쟁점이다. 먼저 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르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의 제목과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관계 등을 통지하여야 한다. 이처럼 사전통지란 행정청이 불이익한 처분을 하기 전에 처분의 상대방에게 결정내용과 청문의 일시& 8228;장소 등을 알리는 것이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제98조)나 과징금(제99조) 처분을 부과할 경우에는 사전에 미리 그 당사자에게 처분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지조사를 실시하기 전에도 요양기관에게 사전통지를 하여야 할까. 만약, 조사 직전에 구두(口頭)로 조사 개시를 알린 경우에는 위법한 현지조사일까. 우선, 현지조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제2항에 따라 위 업무정지처분이나 과징금처분의 전단계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행정조사의 일종이다. 따라서 현지조사의 절차와 관련해서는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되는데,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제1항 본문에 의하면, 행정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행정기관의 장은 제9조에 따른 출석요구서, 제10조에 따른 보고요구서·자료제출요구서 및 제11조에 따른 현장출입조사서를 조사개시 7일 전까지 조사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동조 단서에 의하면, 행정조사를 실시하기 전에 관련 사항을 미리 통지하는 때에는 증거인멸 등으로 행정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나(제1호), 통계작성을 위하여 조사하는 경우(제2호), 조사대상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행정조사인 경우(제3호)등에는 조사개시와 동시에 구두로 통지를 하여도 무방하다. 이에, 현지조사를 실시하기 전에도 위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제1항 본문에 따라 서면에 의한 사전통지를 해야 하는지 여부가 소송에서 문제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해당 사안에서 재판부는 현지조사가 위 현지조사기본법 제17조제1항 단서 의 제1호에 해당하므로 사전에 미리 조사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현지조사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건에서 원고(요양기관측)는 피고(보건복지부장관)가 현지조사 당시 조사개시 7일 전까지 조사목적, 조사기간과 장소 및 조사범위와 내용이 기재된 현장출입조사서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현지조사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는 그 특성상 요양기관이 제출하는 자료와 관계인들의 진술에 의존하여 이루어지는데, 만약 현지조사 예정사실을 미리 통지할 경우 요양기관은 관련 자료를 소급하여 작성하거나 관계인들의 진술을 맞추는 방법으로 현지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도록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 사건 현지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 단서 제1호의 '행정조사를 실시하기 전에 관련 사항을 미리 통지하는 때에는 증거인멸 등으로 행정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현지조사에 관하여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에 규정된 사전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행정법원 2017. 7. 20. 선고 2016구합72310 판결). 요컨대, 보건복지부 장관이 실시하는 현지조사는,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긴급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당사자에게 미리 조사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더라도 위법한 현지조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2018-01-30 06:14:54데일리팜 -
[기자의 눈] 동물약유통, 시장경제 눈으로만 본 법원동물용 심장사상충 예방약 애드보킷은 동물병원 수의사는 물론 동물약국 약사도 직접 취급 가능한 의약품이다. 하지만 현재 동물약국에 유통중인 애드보킷은 정식 루트를 통해 입고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개발사 바이엘과 단독유통계약을 체결한 벨벳이 애드보킷을 동물병원에만 판매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동물약국 공급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최근 벨벳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벨벳 손을 들어줬다. 벨벳이 애드보킷 유통망을 동물병원으로 한정한 행위를 불공정거래라고 지적한 공정위 판단은 틀렸다고 했다. 법원은 시장경제주의 체제를 도입한 한국에서 사업자가 유통망을 결정하고 납품을 막은 것은 불공정거래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특히 동물약국 약사들은 벨벳으로부터 애드보킷을 납품받지 않더라도 다른 유통사로부터 애드보킷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을 입고할 수 있어 피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약사들은 이같은 법원 판결은 실제 약국현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비상식적 판결이라고 반박한다. 애드보킷과 동일한 성분이나 제형의 의약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약사사회 입장이다. 법원이 '심장사상충 예방'이라는 적응증을 넓게 해석해 해당 적응증 보유약을 '애드보킷 제네릭'이라고 표현했을 뿐 애드보킷 제네릭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동물약사는 "도대체 동물약국이 어디서, 어떻게 애드보킷을 정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약국유통 애드보킷은 도매나 도도매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입고되는 의약품"이라고 말한다. 현실을 살펴볼 때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동물약 유통문제를 시장경제적으로만 바라본 측면이 커보인다. 의약품 범주에 속한 동물약의 공공재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을 내놓은 셈이다. 공정위와 약사사회는 약사법적으로 애드보킷은 약사가 직접 취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직접 취급이 불가한 측면을 지적했지만 법원은 되레 벨벳이 기업 이익 추구를 위해 원하는 유통망으로 약을 유통시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약사들은 애드보킷을 직접 취급할 수 없을 뿐더러 세법상 불투명성이 높은 비정상적 유통거래로 약국 내 비치할 수 밖에 없게 됐다.애완동물 보호자들은 수의사를 만나지 않고 약사들의 동물약 투약지도만으로 집앞 약국에서 애드보킷을 손쉽게 구매할 공식적 기회를 잃게 됐다. 수의사 진료비와 약국 대비 값비싼 약값부담도 따라 붙었다. 법원 판결이 약국이 비정상적 루트로 구매한 동물약을 보호자들이 편익감소를 감수하며 구매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런 판결은 약사법 등 유관법률을 민감하게 따지지 않고 동물약을 시장주의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만 치우쳐 재판한 결과다. 약사는 정상적인 유통라인에 놓인 애드보킷을 구매해 보호자들에게 판매하고 싶다는 상식적이고 타당한 주장을 펼쳐왔다. 법원이 시장주의체제 보다 의약품의 공공재적 성격을 곱씹어 판결 영향력을 재고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2018-01-25 06:14:53이정환 -
[칼럼] 수가도, 보장성도 재정 효율화가 우선이다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발표 이후 의정 갈등 완화를 위한 의정협의체가 발족되었다.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하여 의료계는 선 수가 정상화 후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이나 언론도 보장성 강화에는 동의하면서도 속도 조절을 제안하여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 와중에 2019년부터 시작될 제4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의 수립이 거론되면서 또 다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논의 중인 보장성 강화 정책은 종합계획 과정에서 수정될 수밖에 없으니 그 내용과 속도를 조정하여야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보장성 강화를 위한 방안은 없을까? 핵심은 돈(재정)...But, 돈은 유한하다 보장성 강화정책 이전부터 의료계의 우려와 요구는 수가 정상화이고 수가 정상화는 수가 인상을 의미한다. 의료계 입장에서 의료 관련 모든 문제의 원인은 수가이다. 그간에 발생한 중증외상센터를 비롯한 응급환자 문제, 1회용 주사기 사용 문제와 분만실 폐쇄 등도 수가가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최근에 발생한 신생아중환자실의 문제에 대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불만과 지적도 수가를 포함한 돈이 그 원인이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의 부족, 병원 내에서 소아중환자실의 홀대, 진료비 삭감과 감염의 발생 등이 의료행위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돈)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또한 의료이용자인 환자의 본인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본인부담은 기존 급여 부분과 함께 비급여 부분도 포함된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지 40년이 지나 제도의 운영이나 국민의 호응도는 안정단계에 이르렀다. 반면 정작 건강보험의 목적인 보장성은 답보 상태 아니 퇴보 상태이다. 보험재정은 늘었으나 보장율은 오르지 않고, 의료계는 불만이고 의료 관련 사고는 지속되고 있다. 어느 정도의 돈(재정)이 투입되어야 의료계가 만족하고 의료가 정상화 되며 보장성이 확보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필요한 돈을 가늠할 수도 없고 부담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밑 빠진 독, 수리가 급선무다 선 수가 정상화를 주장하는 의료계의 상황과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현 상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물을 보충하되 독도 수리하여 붓는 물보다 빠져나가는 물이 적게 하거나 없애야 한다. 재정을 투입하여 수가 정상화를 시도하되, 투입된 재정이 낭비없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의료 이용과 공급을 합리화하여야 한다. 의료 이용과 공급을 우리처럼 방임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은 돈만 있다면 의료 이용의 시점, 장소와 내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또한 수입만 확보된다면 공급의 조건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필요 이상의 이용에 따른 보장과 필요 이상의 공급에 대한 보상을 관리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의 지속성은 담보될 수 없을 것이다. 밑 빠진 독의 수리 방안은 공급체계와 지불체계의 정비이다. 보험자는 국민들의 의료이용에 불편이 없는 적정 양과 질의 필요한 공급만을 확보하고, 확보한 공급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보험자는 의료기관에 국민의 의료이용에 필요한 조건을 요구하여 부여하고, 조건 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용 지불은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어야 한다. 수가라는 단순한 방법은 의료기관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보상이 불가능하다. 국민들의 이용 편의를 위한 응급실, 분만실이나 중환자실의 경우는 제한적인 수요(환자수)에도 불구하고 적정 공급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한된 수요에 따른 수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수가 외 별도의 재정 지원 등 맞춤형 보상 방법이 고려되어야 한다. 독, 수리는 누가? 어떻게? 독 수리는 의료 공급과 이용의 합리화이다. 의료 공급의 합리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 마다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되어있다. 그 내용에는 인력과 시설 등 자원의 조달과 관리, 지역별 병상 총괄관리를 포함한 보건의료 이용과 공급의 효율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독 수리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이 제정된 2000년 이후 계획이 수립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년에 시행될 건강보험발전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건강보험발전계획에는 독 수리 방안인 이용과 공급에 대한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독은 수리하지 않고 물만 부을 것인가? 단기간 내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나 시행의 정도는 제한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의 효율화를 위한 이용과 공급 관리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은 보건의료발전계획과 건강보험종합계획이 상호 보완·지원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현실은 보건복지부라는 동일 부처의 동일 장관 산하에서 관련 정책인 보건의료발전계획,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사회보장기본계획이 소관 부서와 계획 기간이 달라서 조율이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건강보험 독자적으로라도 독 수리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가계약제 외에 요양기관계약제와 지불제도의 다양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무장병원이나 면대약국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의료기관의 기능 분담을 전제한 전달체계도 필수적이다. 거론 중인 보장성 강화 방안은 건강보험종합계획에 포함될 것을 전제로 논의 방법과 진행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선 수가 정상화, 후 보장성 강화 외에 선선(先先) 재정 효율화가 고려되었으면 한다.2018-01-23 06:14:54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약사회만 보면 답답하다는 약사들"요즘 약사회를 보면 너무 어수선하지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문재인 케어니 뭐다 해서 의사들은 수가인상 곳간 채우기에 나서고 있는데 약사회는 뭘 하고 있는지..." 지역약사회 총회에서 만나 한 임원의 이야기다. 지역약사회 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올 한해 약사회의 계획을 잡고 예산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러나 총회장에서는 암울한 이야기 뿐이다. 대한약사회 수장의 검찰 조사부터 안전상비약 확대, 최저임금 인상, 아직도 그대로인 한약사 문제, 병원부지내 약국개설 등 희망찬 이야기는 없다. 특히 새 정부는 문재인 케어라는 거대 담론을 제시했지만 여기서 약국의 역할은 전무하다. 김은진 고양시약사회장은 "문재인 케어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에서 현재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은 약사 활동분야를 급여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는 안전상비약 편의점 확대 저지에 올인하느라 큰 틀의 정책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역 약사회장들의 분석이다. 특히 강봉윤 위원장의 회의장 자해시도로 복지부와의 관계 경색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약사회의 리더십 부재를 절감하고 있는 분회장들과 총회의장들은 연말에 있을 약사회장 선거에서 올바른 리더를 선택하자고 주문하고 있다. 권혁노 구로구약사회장은 "지난 2년 대한약사회 회무 난맥상으로 인해 우리는 큰 좌절과 상실감을 맛봤다"며 "올 연말 중앙, 지부, 분회 선거가 시작된다. 학연 등 개인적 이해관계는 접어두고 약사와 약사회 미래를 위하는 마음으로 올바른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호선 금천구약사회 총회의장도 올바른 리더를 뽑는데 모두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중앙회의 리더십 부재를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약사들은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압박, 코앞 경쟁약국의 개업 등 경영 악재들과 마주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그러나 약사회를 보면 비전이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모 분회장은 "대한약사회장이 회원들을 고발하고, 5년전 선거문제로 논란을 일으키고, 연수교육비 횡령과 재건축 가계약건으로 경찰 조사받는데 1년 보낸 것 아니냐"며 "약사회 회무에 대한 무관심은 지부, 분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이제 1년 남은 조찬휘 집행부가 다시한번 회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가 됐다. 2018년 희망을 보여줄 회무와 정책 그리고 소통이 절실해 보인다.2018-01-22 06:14:53강신국 -
[기자의 눈] "최저임금에, 영업 못한다" 하기 전에비정규직을 없애려고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이 되려 비정규직을 해고시킨 계기가 될 줄이야. 불과 십여년 전 일이다. 정부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며 복지와 임금에서 차별받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3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화하자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딱 2년만 고용하고 대거 해고시켰다. 비슷한 일이 2018년 재현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을 향상시키고 소비 증가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대신 종업원을 자르거나, 그 수를 줄이고 있다. 3명을 고용해온 자영업자는 '1명을 자르고 2명 임금을 더 챙겨주는 대신 업무량을 더 하도록 하는 게 이익'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언론들도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보도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오너들의 앓는 소리를 생생하게 기사화한다. '아직은 시기 상조다', '보완책이 부족하다', '앞뒤 안 보고 임금만 올려서 이 꼴 났다'고 나무란다. 정부의 시나리오는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와 경기가 활성화되고, 그 효과가 결국 기업 이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늘 엇박자를 낸다. 당장 현실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경제 활성화와 국민 모두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만드느냐는 아직 미지수로 남는다. 그래서 다시 십여년 전 비정규직 보호법을 생각한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없어지거나,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 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는 있었다. 아니, 컸다. 그간 사회에서 한번도 문제로 떠오른 적 없는 비정규직이 화두가 되었다. 이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억울한처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자체로 완전한 해결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고민했고,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처우에 대해, 단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차이 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를 토론하게 됐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비정규직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비정규직이 필요악이라는 단계를 넘어 정규직과의 형평성이라는, 한발 더 나아간 진전된 토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해 아주 인색한 평가를 내리더라도, 이제는 우리가 노동자의 급여수준에 대해 토론할 수 있게 됐다는 효과는 부정하기 어려울 듯 하다. 시급 5000원이면 주5일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하고도 '웬만한 생활과 기본적인 소비·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가인가, 사회인가. 그렇다면 6000원은? 7000원은? 1만원이 되면 어떨까? 이번 계기를 우리가 모두 열띤 토론을 벌이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주 5일제를 전면화할 때에도,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할 때에도 기업과 언론들은 당장 한국 경제가 망할 것 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최저시급을 대폭 인상한 올해 많은 언론들이 역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고용주로 일컬어지는 약국과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이 주장하는 어려움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제는 이 문제를 다뤄볼 때가 되었다. 비판적인 기사와 옹호하는 기사가 더 많이 나올 수록, 노동자들의 급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높아진다고 믿는다.2018-01-22 06:14:52정혜진 -
[기고] 헬스케어의 새로운 길을 열자참신했던 구글 지도는 이제 필수내비게이션 앱이 됐다. 전 세계를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구글어스를 사용하면 된다. 디지털 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을 경험하고 싶다면 증강현실 지도인 포켓몬고를 하면 된다. 이 세 가지 앱은 모두 스마트폰에서 구동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세상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보여준다. 최근 디지털 연결성이 강화됨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지도 위에 표현할 수 있다. 지금의 세계무역, 헬스케어 물류, 그리고 기술융합을 통해 실현되는 모든 일들은 10년 전에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가령 일본 도쿄에 있는 심장병 환자는 단 하루만에지구 반대편으로부터 심장박동기를 받을 수 있다. 한중일 3국과 미국 또는 싱가폴 사이에 임상연구를 위해 민감한 생물학적 샘플을 단 하루만에 운송할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의 연결을 휩쓸고 있는 새로운 기술은 바로 사물인터넷(IoT)이다. 우리가 모바일에서 세계 각지를 둘러 볼 수 있듯이, 곳곳에 구축된 센서가 생성하는 데이터를 네트워크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실시간으로 화물의 위치를 추적하고화물의 온도, 압력, 포장상태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민감한 화물의 장소, 빛노출, 습도, 기압 및 충격 여부 등에 관한 중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산업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그동안 배송과정에서 잘 확인되지 않았던 화물의 온도에 대한 무결성과 안전성을 확보할수 있다. 헬스케어 산업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미 세계적 시장을 형성했으며,수출입 헬스케어 화물의 약 40%가 온도에 민감한 제품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산업이 제품의 수출입 및 배송에 대한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가시성과 통제가 중요하듯, 의약품 시료나 임상 샘플, 바이오미생물 등의 헬스케어 화물 역시 운송과정의 가시성과 통제가 중요하다. 헬스케어 제품은 온도 등에 민감하며, 대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덱스(FedEx)의 '센스어웨어'와 같은 솔루션은 화물의 온도를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헬스케어 기업이 실시간으로 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제약 및 바이오업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고도의 정밀기술이라 볼 수 있다. 이 무선센서들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화물의 온도 모니터링이 가능해졌으며, 중요한 헬스케어 제품들의 배송 여정은 한층 더 똑똑해지고 간편해졌다.이와 같이 헬스케어 산업은 디지털 등의 기술이 결합돼 그동안 우리가 알고있던 개념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2018-01-18 06:14:54데일리팜 -
[기자의 눈] "불친절하면 생존불가" 어느 약사의 말최근 SNS는 물론 지역 내에서도 독특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상담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A약국. 경영 잘하기로 소문난 약국을 발굴해 약사의 경영 방침, 노하우를 알아보는 것도 업무 중 하나인 기자는 곧바로 약사를 수소문해 취재 요청에 들어갔다. 결과는 실패였다. 개업한지 1년이 채 안돼 연륜이 부족하다며 약사는 정중히 거절했다. 1년쯤 더 지나 자신의 경영 방식에 확신이 생기면 꼭 인터뷰를 하겠다던 약사, 그러면서 덧붙인 한마디에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 약사들, 환자에 친절하지 않으면 못살아 남아요. 그래서 제가 더 특별하지 않을 수 있고요."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 기자의 한 지인이 입병으로 약국을 다녀온 후 상기된 목소리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는 "저렇게 약사가 친절한 약국은 처음 봤다"면서 "역시 생긴지 얼마 안된 약국은 다르다"고 했다. 순간 불치병 같은 직업병이 발동해 왜 그렇게 일반화해 생각하냐며 따지듯 물었지만, 그의 말에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확실히 세상은 달라졌다. 개국만 하면 직장에 들어간 동료들보다 더 윤택한 생활이 보장받던 시대는 끝난 듯 하다. 바로 옆 약국은 물론 하나 건너 하나 있는 편의점, 헬스앤뷰티숍이고 온라인쇼핑몰, 홈쇼핑까지 경쟁 상대가 돼버린 상황에서 약국은 철저히 처방전에 의존하고 있고, 그 종이 몇장에 따라 임대료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병의원의 경영 부진이나 이전이 곧 인근 약국 존폐를 결정짓는 게 요즘 개국가의 현실이다. 올해 서울 지역 약국 개폐업 조사 결과에서 유독 30~40대 젊은 약사들, 이중 개업한지 1년이 채 안돼 매출 부진으로 조기 폐업한 약국 비율이 높았던 점도 이런 부분들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나 경영 철학 없이 주변 병의원에서 발행되는 처방전 수에만 의존해 하늘같은 분양가, 임대료를 감수하고 약국 문을 연 약사들에 남는 건 쓰디쓴 실패의 경험이다. 상대적으로 연륜있는 약사들은 의약분업 전 축적한 자산으로 자가 상가에서 약국을 하다보니 임차료 지출이라도 없어 버티지만 요즘 약사들은 그것도 안돼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어느 약사의 말, 틀린 것도 아니다. 친절하고 충실한 복약지도는 어찌보면 이제 개국을 꿈꾸거나 이미 한 젊은 약사들에는 기본 중에 기본인 듯 하다. 이제는 그를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성패를, 생존을 결정짓는 시대가 됐다. 기성 약사들보다 2년의 시간을 더 투자한 6년제 젊은 약사들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2018-01-18 06:14:53김지은 -
[데스크시선] 공단 약제업무조직 확대 검토할 때"2016년 건강보험공단 급여비 부담금 중 약품비가 31%를 차지했다. 공단 약품비는 2015년 13조9938억원에서 2016년 15조3458억원으로 1년새 9.7% 뛰었다.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약제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지난해 8월 업무보고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수치 자체는 다소 놀라웠지만, 진단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우선 놀라운 점은 그동안 노출된 약품비 비중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 약품비는 환자부담금을 포함한 심사평가원의 심사실적이 대표수치로 거론됐고, 비중도 23~24% 언저리에 걸쳐 있었다. 하지만 공단 부담금만 놓고 봤을 때 31%라는 수치는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끌만했다. 평가부분은 다르다. 약품비가 증가한 요인은 복합적일 수 밖에 없다. 권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정책에 힘입어 항암제 등 고가약제가 새로 급여권에 들어온 건 맞지만 위험분담제 적용약제만 보면 실제 지출된 공단부담금은 2000억원을 밑돈다. 1년 사이 공단 약품비 부담액이 1조3520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할 때 이 수치는 약품비 부담액 증가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권 의원 지적의 의미가 반감되지 않는다. 어쨌든 1년사이 공단 부담금 증가율이 10%에 육박하지 않았나. 잘 알려진 것처럼 약품비가 늘어나는 건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고가약제의 급여권 진입, 산정특례 등 본인부담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따라서 특정요인에 집중할 게 아니라 이런 전반적인 요소들을 종합해 약품비 관리정책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국민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다시 31%라는 수치에 주목해 보자. 보험자는 건강보험 재정 1만원 중 3000원 꼴로 약품비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얼마나 될까. 건보공단에만 한정하면 불과 30명 안팎이다. 심사평가원(100명 안팎)까지 확장하면 130명 수준이고,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를 포함해도 140명 내외에 불과하다. 1만3000명이 넘는 건보공단 직원, 3000명에 육박하는 심사평가원 직원, 780명이 조금 넘는 복지부 본부 직원 등을 모두 합하면 1만7000명 가량인데, 이중 약품비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직원은 0.8%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업무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인력 수치만 단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심사평가원이나 복지부와 비교해도 건보공단 약제업무 담당직원 비중(0.2%)은 현격이 적다. 건보공단도 노력은 엿보이고 있다. 최근 문재인케어 등으로 인해 급여의약품 사후관리 업무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사용량협상부'를 '약가사후관리부'로 확대 개편했다. 또 건보공단 약가업무에 전문성이 큰 약사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차장급으로 제한됐던 약무직 직급 '천장'을 실장급까지 오픈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수준으로 건보공단이 부담금 31%라는 짐을 원활히 끌고 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현재의 조직형태는 약가협상제도가 도입된 지 5년째를 맞았던 지난 2012년 약가관리부, 약가협상부, 사용량협상팀 등 2급 부장 3명이 이끌었던 때보다도 부장급 직원이 더 적다. 당시 건보공단은 약가관리부를 통해 약가협상 업무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약가제도 개선사항 전반을 검토하는 역할을 수행하려고 했다. 약제업무에서 실질적인 보험자인 건보공단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당시 이사장과 조직원들의 의지가 투영된 것인데, 복지부 지원업무에 동원되는 일이 많아 당초 목적대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또 약제관련 부서는 약사들의 전유부서로 취급돼 건보공단 내부에서는 인기없는 부서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오래전부터 건보공단 내외부에서는 약제업무 라인의 역할과 정체성, 조직 진단 등 종합적인 재정비 작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돼 왔다. 실제 건보공단 전직 한 고위임원은 "조직의 전문성과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과감히 협상 라인을 '관리단' 등의 형태로 승격시키고 전문가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리단'은 '약가관리단'이나 '약품비관리단', '약제비관리단' 등으로 거명될 수 있는데, 보험급여실에서 분리해 실장급 개방형 직위인 '관리단'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기자도 이런 주장을 공개토론회에서 수 차례 제기한 적이 있는데 공감의견이 적지 않았었다. 최근 공개된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보고서는 선별등재제도, 약가협상 등을 통해 신약이 비용·효과적인 가격으로 등재하도록 관리하는 장치와 사용량-약가연동협상 등 약가 사후관리 기전을 갖추고는 있지만,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고비용의약품에 대한 관리방안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었다. '약가사후관리부'가 이런 요구에 부응해 권 의원이 요구하는 만큼 약제비 사후관리를 촘촘히 하는 데는 힘이 붙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이 문재인케어 약가정책 추진을 계기로 건보공단 약가업무조직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확대 필요성을 면밀히 짚어봐야 할 적기라고 할만하다. 기자는 '김용익'이라는 실세 이사장 재임시절에 이런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길 기대한다.2018-01-15 06:14:54최은택 -
[칼럼] 침대정돈이 세상을 바꾼다고?"세상을 바꾸고 싶으세요? 침대 정돈부터 똑바로 하세요." 미해군 맥레이븐 대장이 모교졸업식에서 한 연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맥레이븐 대장의 졸업연설은 유투브에서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그의 연설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매일 아침 침대 정돈을 한다면, 여러분은 그 날의 첫 번째 과업을 완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작은 뿌듯함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과업을 수행할 용기를 줄 것입니다. 하루가 끝나면, 완수된 과업의 수가 하나에서 여럿으로 쌓여있을 겁니다. 침대를 정돈하는 사소한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줍니다." 보건의료 R&D는 길고 더디게 진행된다. 정부도 연구자도 보건의료 R&D를 시작할 때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정부는 1990년 초부터 신약개발을 위해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전에 B형 간염백신을 자체개발해 성공한 경험도 의지도 있었기 때문에 신약개발도 단기간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1999년 초 첫 국산 항암신약이 나오고, 2003년 국산 항생제가 FDA 승인을 받았으며, 2004년 배아복제줄기세포를 만들어 낼 때만 해도 우리나라도 바이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인 양 한껏 가슴이 부풀어 있었고 우리나라가 신약개발 대열에 곧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줄기세포 스캔들이 터진 후 국가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한동안 국제사회에서 보건의료 R&D 연구자들은 힘들게 버텨왔다. 그 이후 변변한 글로벌 신약개발 소식 없이 2010년을 훌쩍 넘겼다. 2000년대 전후로 설립한 1세대 벤처기업들은 그렇게 긴 시간을 힘들게 버텨왔다. 자금시장이 좋으면 좋은 대로 자금시장이 나쁘면 나쁜 대로 울고 웃었다. 급기야 바이오투자 회의론마저 일었다. 정부에서 바이오 R&D 투자를 축소시킨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2015년부터 연이은 성공스토리가 나오기 전까지 위기감마저 돌았다. 2016년에는 제2의 바이오 스타트업 붐이 불었고, 2017년에는 민간투자시장에서 바이오/의료는 가장 뜨거운 분야가 되었다. 우리는 보건의료 R&D 30여년 역사 속에서 세 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첫째, 기본이 밑받침이 되어야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압축성장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보건의료 R&D도 소위 지름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보는 성과는 대부분 2000년 초중반부터 시작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그 성과가 차곡차곡 쌓여 오늘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그 이전 10년은 경험을 통해 연구역량을 축적하는 시간이었고 이후 10년은 경험을 토대로 성과를 실현하는 과정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견뎌오면서 매일 아침 침대정돈과 같은 기본을 지켰나갔던 연구자만이 오늘의 과실을 누리고 있다. 둘째,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 맥레이븐 장군이 언급한 미해군 잠수부대도 마찬가지다. 지독한 훈련을 견뎌내면서 150명에서 시작해 마지막 42명이 성공해 낼 때까지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동료의 격려와 도움이 마지막 버틸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 보건의료 R&D도 마찬가지다. 신약개발이 성공하기까지 198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분야에 좋은 인재들이 몰렸고,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정부투자가 시작되었고, 2000년대부터는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200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국가 인프라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2010년대부터는 전략적 민간협력 투자가 이루어졌다. 먼저, 그 시간을 인내하고 결국 성공했던 연구자에게 공을 돌려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사회적인 시스템이 짜임새 있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끝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술이전 사례도 마찬가지다. 당시 한미약품은 당뇨신약을 개발하면서 이를 실험하기 위한 질환모델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때, 복지부에서 지원 중이던 대학병원 내 당뇨병 유효성평가센터의 도움을 받아 당뇨신약 효과를 입증할 수 있었다. 셋째, 정책에 대한 신뢰와 평가가 중요하다. 보건의료 R&D 정책의 역사를 전지에 포스트잇으로 붙인다면 수많은 전략과 사업으로 빼곡히 채워질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아젠다와 전략이 쏟아졌고, 어제는 줄기세포, 오늘은 유전자치료라는 식으로 주요 아젠다가 바뀌었다. 정부 정책방향은 민간투자가와 외국인에게도 시그널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부족하면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이오를 포함한 보건의료 R&D 투자를 강화한다는 메시지만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또한, 일단 정책이 시행되면 결과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평가는 정책을 개선하고 수립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건의료 R&D 정책은 시행 후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갖기 어렵다. 이 경우 중간단계에서는 마치 매일 아침 침대정돈 상태를 보고 성공가능성을 예측하는 것과 같이, 연구주체와 시스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가 유용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정부 R&D투자가 추가적인 민간투자를 유발시켰는가? 병원에서 연구비, 연구자, 연구시간 등 연구자원을 늘렸는가? 실질적으로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등 연구주체 간 협력이 일어나고 있는가? 맥레이븐 장군은 연설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희망을 가지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이 시간에도 묵묵히 실험실에서 피펫을 잡고 하루를 시작하는 연구자분들에게 고한다. 당신이 피펫을 잡고 시작한 실험실에서 하루하루가 세상을 바꾸고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고.2018-01-15 06:14:54데일리팜 -
[기자의 눈] 치솟는 바이오주와 펀더멘털의 역설코스닥 시가총액 탑 10 중 7개사가 바이오기업일 정도로 관련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셀트리온과 신라젠 시총은 42조·6조원으로 코스닥 대장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상장 2년여 만에 시총 27조원을 달성, 경쟁사인 글로벌 기업 스위스 론자의 시총을 앞질렀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측면에서 본다면, 주가가치의 상승은 회사가치를 높여 R&D 재투자라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어 호재임이 분명하다. 특히 신약개발 특성상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과 10년 이상의 긴 임상기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꾸준한 주가 상승은 연구개발의 든든한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증시 유입 자금은 살펴본 봐와 같이 공공재적 성격과 단기 수익을 노린 투자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장기투자를 통한 기업과 개인의 이익 실현에 무게를 두고, 후자는 상승장세 속에서의 단순 시세차익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 투자기준과 철학이 결여된 상당수의 단타 투자자들의 약점은 카더라 통신에 대부분의 정보를 의존하고, 일희일비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전망한 신약개발 확률은 0.02% 수준이다. 10년 넘게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라도 몇 건의 부작용 사례로 임상시험을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만큼 고수익 고위험 분야가 바로 제약·바이오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고 말하지만 기업이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만 믿고 불나방처럼 투자하는 방법은 위험천만하다. 주식 투자의 기본은 펀더멘털 분석이다. 재무재표에 나타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성장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은 실적과 무관하게 가능성만 보고 움직이는 경우도 많지만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주로 평가 받는다. 헬스케어관련주 중에서 펀더멘털 보다 잠재적 가치에 방점을 뒀다 실패한 예로 헤파호프를 들 수 있다. 인공간 개발회사 헤파호프는 2006년 코스닥에 상장, 5년만인 2011년 상장폐지됐다. 당시 증시관련 카페나 게시판 토론방에는 '임상이 성공했다' '개발 완료 후 상용화가 임박했다' '임상이 실패했다'는 등 각종 추측성 루머와 억측이 난무했다. 일일 주가 등락폭도 상당했다. 임상 시퀸스와 연동된 주가 움직임이 아니라 말 그대로 큰손과 여론에 의한 장세가 짙었다. 만약 정보에 어두웠던 개미투자자라면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아픔을 맛봐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바이오기업 주가 움직임을 보면 의아할 때가 많다. 몇 년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마이너스임에도 주가는 하늘을 날고 있다. 자회사·계열사를 통한 외상매출로 재무재표상 실적을 과대하게 부풀린 경우도 일부 눈에 띈다. 여론몰이를 통해 주가를 단기폭등 시킨 후 기관과 투신사들이 수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갈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듯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또 눈뜨고 코 베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제약주는 전통적 경기방어주로서 이목을 끌거나 큰 재미를 볼 수 있는 종목은 아니었다. 불씨를 큰 불로 만들어 낸 '재료' 역할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들 수 있다. 셀트리온은 2012년 국산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허가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고, 한미약품은 수조원대 기술수출로 제약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바이오산업 진출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정부 차원의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그야말로 훈풍이 불고 있다. 이런 장세와 분위기가 꾸준히 이어져 기업성장과 동시에 투자자들도 함께 웃는 모습이 연출되기 위해서는 성숙되고 투명한 기업정보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된 또는 거짓 정보가 시장에 만연하더라도 주가에 호재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기관이 아닌 개미 투자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투자자 역시 친구따라 강남가거나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기업도 개인도 '기본과 원칙'의 중심추를 유지하고 실천할 때 주식시장이라는 밀림에서 상생할 수 있다.2018-01-15 06:14:53노병철
오늘의 TOP 10
- 1상장 제약 5곳 중 3곳 원가구조 개선…비급여 기업 두각
- 2거수기 국내 제약 이사회, 글로벌 시총 1위 릴리에 힌트 있다
- 3[기자의 눈] 다시 본사로…R&D 자회사 합병 늘어나는 이유
- 4화장품 매장 내 반쪽 약국 결국 보건소 단속에 적발
- 5위더스, K-탈모약 생산 거점 부상…피나·두타 플랫폼 확보
- 6위고비, 체중감소 넘어 심혈관질환 예방까지...쓰임새 확대
- 7SK플라즈마, 레볼레이드 제네릭 허가…팜비오와 경쟁
- 8주간에 조제하고 야간가산 청구한 약국 자율점검 개시
- 9유영제약, 순환기 라인업 확대…환자군별 포지셔닝 강화
- 10제일약품, 자큐보 비중 첫 20% 돌파…주력 품목 재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