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허둥대는 제약계
- 데일리팜
- 2007-12-03 06: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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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이 전례 없이 힘들어 하고 있다. 어찌할 줄을 몰라 허둥대기까지 하는 모습이다. 예년 같으면 10~11월에 내년도 쓰임새에 대한 세부계획을 만들었지만 올해는 12월에 들어서도 예산수립을 하지 못한 곳이 많다. 이유는 매출을 예상하지 못해서다. 더 정확히는 순이익을 과연 낼 수 있을까 하는 극도의 불안감이 근저에 깔려 있다. 목표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환경변화가 극심하고 그 변화의 팩트들이 대부분 제약업계를 옥죄는 것들이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 제약사들은 내년에 무엇하나 유리한 환경이 없다. 그래서 매출추계를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설사 목표를 잡는다고 해도 혹시나 하는 기대치가 큰 포션을 차지한다. 약가재평가만 해도 수십억에서 많게는 백억 단위 이상의 마이너스 매출이 일어나는 제약사들이 적지 않다. 300억원대의 직접피해를 입는 업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업체들은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여기에 미생산·미청구 품목의 대규모 삭제, 허가와 다른 원료를 사용한 합성 의약품의 약가인하 등이 업계를 코너를 몰아넣었다. 공정위의 과징금과 대대적인 언론보도는 제약사들의 영업·마케팅 활동을 또한 결정적으로 위축시켰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생동 파문은 의사협회가 제2라운드 포문을 열려 해 업계를 긴장시키는 중이다. FTA는 한·미에 이어 한·EU가 추진되고 있어 지적재산권의 큰 격랑이 몰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손을 놓고 있어야 할 것인가.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판단이다. 특히 영업·마케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소위 ‘직접베팅’이 가장 빠른 피드백이라는 리베이트 지상주의는 과거의 이야기다. 영업현장은 조만간 급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리베이트나 뒷거래가 상당부분 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이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거래를 어떻게 새롭게 발굴해 내느냐가 영업·마케팅을 성공시키는 관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사들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있음에도 외자사들의 행보가 한 수 앞서고 빠르다. 최근 주요 상위권 외자제약사들이 변호사들을 줄줄이 신규채용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대개 외부 로펌을 통해 받아 온 법률서비스를 버리고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셈이다. 일단 비용대비 효과를 안 따지겠다는 것이 의외의 행보다. 하지만 새김질 해 보면 그 의도가 틀리지 않다. 앞으로 제약 영업·마케팅은 법의 테두리가 보다 분명해질 것이고, 올해부터 그런 흐름을 타 왔다. 그에 따른 처벌이 더 엄정해지면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은 충분한 법률검토가 먼저다.
국내 제약사들은 그 반대다. 인력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CEO나 임원들이 많다. 중하위 업체 중에는 매각이나 M&A에 대해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오너들이 보인다. 이런 식이다 보니 내년 예산을 짜지 못하는 것은 짐짓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위기 타개는 쉬운 접근이고 실상은 포기다. 미래를 담보하지 않으려 하는 무책임한 판단이다.
국내사들은 안과 밖에서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야 한다. 안으로는 연구·개발, 특허, 임상 등의 분야에서 고급 전문인력을 집중 육성해야 하면서 밖으로는 새로운 영업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런데 국내사들의 전문 인력들이 그나마 많이 빠져 나가고 있다. 그들이 외자사들의 손짓을 마냥 외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제약이라는 고부가가치를 포기하면 몰라도 R&D쪽의 인력은 제약사들에게 핵심이다. 또 밖으로는 영업 현장의 변화를 과감히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의존하는 것은 위기를 부채질할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내년은 제약사들에게 혹독한 시련의 한해가 될 환경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것이 내년으로 끝나지 않고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진짜 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과감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자금이 없다고 하기 이전에 자금을 과연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부터 꼼꼼히 살펴보면 예산편성이 가능하다.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위기가 닥쳤는데도 오히려 눈을 가린 채 허우적대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격적인 예산 편성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이 현재 국내 제약계가 선택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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