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 저는 부끄럽게도 몇 개월 전부터 무자격자에게 면허를 대여하여, 제 명의로 약국개설등록증과 사업자등록증을 냈습니다. 저는 1일 8시간 정도 실제 조제와 판매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 약국과 제약회사, 도매상과의 거래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무자격자가 부도를 내고 도망을 가 제약회사들이 저에게 모든 의약품 판매대금 2억원을 청구하였습니다. 제가 판매대금을 모두 책임져야 하나요?

해설 - 상법 제24조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명의대여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금반언의 법리 및 외관주의의 법리에 따라 타인에게 명의를 대여하여 영업을 하게 한 경우 그 명의대여자가 영업주인줄로 알고 거래한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거래로 인하여 발생한 명의차용자의 채무에 대하여는 그 외관을 만드는 데에 원인을 제공한 명의대여자에게도 명의차용자와 같이 변제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명의대여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명의대여자는 그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약사님은 원칙적으로 명의대여자로서 명의차용자인 무자격자와 연대하여 판매대금을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고, 약사님이 변제한 경우에는 무자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나, 실제 무자격자는 약국을 부도내고 도망간 상황이므로 현재로서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집행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큰 의미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약사님이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는 거래상대방인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면허대여 약국이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면허 대여 약국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자백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실제 소송에서 면허 대여 약국임을 알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약사님은 사고 발생 전에 미리 모든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면허대여약국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차후 약국개설자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 두었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경우 면허대여 약국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약사법 시행규칙 제92조에서는 약국 개설자에게는 약국개설등록증과 약사면허증 원본을 약국 안의 보기 쉬운 장소에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영업사원이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고 하더라도 명의대여 사실을 알 수 있었음을 주장, 입증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