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설 등록 거부 사유에 대한 법원의 태도

대법원은 2004. 7. 12. 선고한 2003두12004 판결에서 약국개설 등록을 거부하도록 규정한 약사법 제16조 제5항 제2호 소정의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그 조항의 입법취지가 의약분업의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정 의료기관과 특정 약국 사이에 업무상 배타적인 연관을 가지거나 그러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공간적 독립을 기하여 의료기관의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조제를 의무화하여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 약국개설을 금지한 것이라는 점, 약사법상의 약국개설 등록이 기속행위인 점 및 헌법상 보장된 영업의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여, 약국 개설 등록 거부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 입법 취지도 중시하여야 하지만 약사의 영업의 자유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방법원에서는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장소적 관련성으로 말미암아 의료기관과 약국이 담합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다고 할 수 있고, 일반적인 행정감독만으로는 이러한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구체적인 담합행위를 적발해내기가 극히 곤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일정한 장소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 그 장소에 약국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측면을 중시하여 약국 개설 등록 거부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약사법의 입법 취지를 중시하더라도 그 문언적 의미를 넘어서서 약사의 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위법, 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2. 개설 등록 거부 사유에 대한 엄격한 해석의 필요성

가. 담합 행위 금지 규정과의 관계

약사법은 제16조 제5항에서 약국과 의료기관의 공간적, 구조적 특성상 담합 행위가 발생 가능성이 지극히 농후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약국 개설 자체를 금지하면서도 법 제22조 제2항, 시행령 제20조의2에서 실질적으로 약국과 의료기관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금지되는 담합 행위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반한 약국 개설자에 대해서는 약사법 제75조에 의하여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의 이하의 형사 처벌을 하고, 시행규칙 별표 6. 행정처분의 기준에 의하여 1회 적발시 업무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약사법은 제22조 제2항에 따라 담합 행위에 대하여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으면서도 예외적으로 담합 행위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한하여 제16조 제5항에 의하여 약국 개설 등록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담합 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제16조 제5항을 폭넓게 해석하여 담합의 가능성이 있기만 하면 무작정 약국 개설 자체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약사법의 엄격한 해석을 통해서도 약국과 의료기관의 공간적 배치가 예외적으로 담합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적 배치인 경우에 한하여 약국 개설 등록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나. 약사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약사법 제16조 제5항의 각 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개설등록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기속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점, 개설 등록 거부 처분에 의하여 약사의 헌법적 권리인 영업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점,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침익적 행정행위를 규정한 조항으로서 행정법 해석의 일반 원칙에 의해서도 법령의 유추, 확장해석을 허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엄격한 해석, 적용이 요구된다고 할 것입니다.

다. 담합의 가능성이 높은 형태에 대한 규율

현행 약사법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으나 의료기관과 약국의 공간적 배치보다 실제 담합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는 의료기관 개설자와 인근 약국 개설자 사이에 부부 관계와 같은 친인척 관계에 있어 실질적으로 일방이 타방을 관리하거나, 의사 또는 약사가 건물주이고, 상대방은 임차인의 관계인 경우 임대차 조건을 통하여 얼마든지 처방전 알선의 대가를 지급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이 담합의 가능성이 공간적 배치보다 높은 경우에도 보건소는 법률에 이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모두 약국 개설 등록을 해 주고 있으며, 단속의 어려움을 내세워 담합 행위로 처벌도 거의 이루어지지 못 한 것이 현실입니다. 즉,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법치주의 원칙에 의하여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언적 의미를 떠나 입법 취지만을 중시하여 위와 같이 의료기관 개설자와 약국 개설자 사이의 배타적 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에도 약국 개설 등록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약국의 공간적 배치의 경우에도 입법 취지를 이유로 문언적 의미를 넘어서는 해석으로 약국 개설 등록을 거부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라. 의약분업의 취지

의약분업은 담합을 금지하여 약국과 의료기관 사이의 견제를 통하여 보다 정확한 처방과 조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이용자인 환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물론 약국과 의료기관 사이의 장소적 근접성은 담합의 가능성을 높이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으나, 환자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므로, 의약분업의 취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의사와 약사가 상호 견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지 무작정 환자에게 불편함만을 강요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약국이 의료기관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이 곧바로 담합 행위로 환원될 수는 없으며, 구체적인 담합 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담합 금지 규정을 적용하여 제재를 가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조항의 입법 취지가 약국과 의료기관을 가까운 곳에 절대 두지 않은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약국과 의료기관의 공간적 배치상 담합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제한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마. 제3자의 원고 적격 부정과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

약사법 제16조 제5항과 약사법 전체, 관련 법령은 의료기관과 약국이 상호 구조적․경제적․기능적으로 독립하여 운영되게 함으로써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을 방지하여 의약분업이 실질적으로 시행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에 기여하는 공익을 보호하고 있을 뿐, 이미 인근에 약국개설등록을 한 자에 대하여 과당경쟁의 배제 등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일반적으로 제3자의 원고 적격이 인정되고 있지 않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02구합14768 약국개설등록수리처분취소 판결 참조)

이에 따라 약사의 약국 개설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약사법 제16조 제5항을 탄력적으로 해석, 적용하는 경우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 따라 동일 혹은 유사한 개설 조건에도 불구하고 약국 개설 등록의 허용 여부가 달라집니다. 보건소가 약국 개설 등록 신청을 거부하여 인근 다른 장소에 약국을 개설하였는데 추후에 다른 약사에 대해서는 애초의 장소에 약국 개설 등록을 허용한 경우에도 인근 약사의 원고 적격이 부정됨에 따라 약국 개설 등록의 적법성에 대하여 다툴 수도 없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 동일 층에 의료기관과 약국 이외에 1개의 다중이용시설이 있는 동일한 경우에도 지역에 따라 약국 개설 허용 여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법 취지를 중시하여 탄력적 해석을 무한정 허용하는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와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법원에서는 약국 개설 등록 거부 사유에 관하여 문언적 의미 안에서 엄격하게 해석하는 원칙을 일관되게 천명하여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 과잉 금지 원칙과의 관계

위 조항은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담합을 방지하려는데 입법 목적이 있으나,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담합은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거리의 원․근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 약국에 대한 행정감독을 강화하는 방법에 의하여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담합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사법 제16조 제5항 제3호의 규정이 일률적으로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에 대한 약국개설을 불허하는 것은 약국개설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약국과 의료기관 사이의 공간적 배치 자체가 담합의 가능성이 높아 문언의 의미 내에서 약국 개설 등록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개설 등록 거부 사유를 문언의 의미를 벗어나 입법 취지만을 중시하여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여 적용하는 경우에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