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저는 서울에서 유명한 이비인후과 의원과 같은 3층에 약국을 운영하여 1일 100건 정도의 처방 조제를 하는 약국을 운영하였는데, 3개월 전에 원장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의원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50만원의 월세를 지급하고 있었고, 아직도 임대차 계약 기간은 1년 이상 남아 있습니다. 실제 약국을 전혀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계약 기간 동안 월세를 전부 지급하여야 하는가요?

답 - 일반적으로 임대차 계약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경우에는 재계약을 하면서 차임이나 보증금을 조정할 수 있으므로 임대차 계약 기간 중에 차임의 증감을 요구할 필요성이 낮으나, 안정적인 임대차 관계 유지를 위하여 계약기간을 3년이나 5년 등 장기간으로 정하였거나 계약 기간 중에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 기간 중이라도 차임의 증감을 요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임대인이나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 중에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적절하지 않게 됐을 때에는 차임이나 보증금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증금 또는 차임의 증감청구가 인정될 정도의 경제사정의 변동 범위와 정도는 계약당시 기초가 되었던 경제사정이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변동되어 종래의 계약내용에 당사자를 구속시키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고 변동된 경제사정이 앞으로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설령 이러한 경제사정의 변동이 있다하더라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보증금이나 차임의 증액을 금지하는 특약이 있었다거나 임대차계약을 체결, 증액한지1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임대인은 보증금의 증액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또한 보증금을 증액하는 경우에도 법에 의하여 상가보증금의 12%를 초과하여 증액할 수는 없습니다.

IMF로 인한 주변시세의 20% 이상 하락을 하고 잔여 임대차 계약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는 경우에 차임 감액을 인정한 지방법원의 판례가 있으나, 대법원이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변경 내지 해지를 매우 인색하게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시세 차이가 현저한 경우를 제외하고 차임의 변경 청구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아 임대차 계약 체결시 주변 시세에 관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착오를 유발하였다거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주장 입증하는 방법들을 강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약사님의 경우 실제 위 약국에 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의원으로부터 충분한 처방 조제를 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차임을 정하였는데, 위 의원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약사님에게 전과 동일한 차임을 계속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약사님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므로, 약국이라는 특정 용도와 상관없는 일반적인 점포의 차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