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경위

보건소장은 약국의 종업원으로 약사면허가 없는 보조원이 약국에서 처방전에 의하여 1,000㎖ 덕용용기에 들어있는 의약품인 코미시럽을 45㎖ 조제용기에, 500㎖ 덕용용기에 들어있는 의약품인 콜민에프시럽을 45㎖ 조제용기에 각 옮겨 담는 조제행위(이하 이와 같은 보조원의 행위를 ‘이 사건 소분행위’라 한다)를 함으로써, 원고가 위 약국의 업무와 관련하여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약국 개설자에게 위 약국의 업무를 1월간 정지할 것을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약국의 종업원인 보조원의 이 사건 소분 행위는 같은 약국의 약사의 구체적인 지휘, 감독 아래 이루어진 행위로서 실질적으로는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한 것이라고 법률상 평가되어야 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를 오인한 위법한 처분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보조원의 이 사건 소분행위는 약사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행해진 것이고, 설사 약사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약사법에 약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조제보조행위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는 이상 위와 같은 행위도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인정 사실

(1) 원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약국에는 원고를 비롯하여 5명의 약사와 약사면허가 없는 5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다.

(2) 이 사건 약국의 업무와 관련하여 원고는 다른 약사들이 조제한 의약품을 접수한 후에 환자들에게 교부하고 복약지도를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근무 약사들은 조제 업무만을 전담하고 있으며, 보조원들은 조제실 안에서 조제용 의약품을 진열하고, 약봉투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고, 청소를 하거나 약사의 지시, 감독에 따라 시럽이나 연고를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 담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종업원들은 전산이나 회계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3) 보건소 직원은 2005. 3. 21. 16:00 경 약국에 대한 정기적인 지도점검을 위해 이 사건 약국을 방문하였고, 당시 위 약국의 창구에서 원고는 환자들에게 조제된 의약품을 교부하면서 복약지도를 하고 있었고, 위 약국의 조제실에서는 2명의 약사와 2명의 보조원이 의약품의 조제와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4) 당시 근무 약사는 위 보건소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비인후과 의사가 작성한 처방전을 검토한 후, 가루약인 파크러캅셀, 세브론캅셀, 뮤코라제정을 일정한 용량으로 배합하여 직접 조제하면서, 위 보조원에게 덕용용기에 들어 있는 코미시럽과 캐롤에프시럽을 각 45㎖씩 조제용기에 나누어 담도록 지시하였다.

(5) 근무 약사는 자신이 직접 조제한 가루약과 위와 같이 보조원이 45㎖ 조제용기에 나누어 담은 각 시럽을 함께 약 봉투에 담아, 복약지도와 교부를 위해 원고에게 건네주었다.


4. 법원의 판단

가. 약사법 제2조 제15항은 ‘이 법에서 조제라 함은 일정한 처방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가지의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눔으로써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3조는 일정한 대학을 졸업한 자 중 약사국가시험에 합격한 자에 한하여 약사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3조 제2항은 ‘약사 등은 처방전의 내용에 의심이 나는 점이 있을 때에는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등에게 문의하여 그 의심나는 점을 확인한 후가 아니면 조제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위와 같은 확인의무를 위반한 약사에 대하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같은 법 제76조 제1항)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3조의 2 제1항은 원칙적으로 의사 등의 동의 없는 약사의 대체조제행위를 금지하면서도, 같은 조 제2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의사 등의 동의 없이 약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대체조제행위가 허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약사법 각 규정의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어떤 행위가 약사법에 의해 규율되는 조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나아가 그것이 누구의 조제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행위가 가지는 특성 중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육체적 작업으로서의 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의 종류와 투약량, 투약방법이 적절한지 여부, 의사의 처방이 의약품의 배합 금기에 위반되는지 여부, 대체조제가 가능한 경우인지 여부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투약할 의약품의 종류와 용량, 용기 등을 판단하는 정신적 작업으로서의 의사결정적 요소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나.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처방전을 검토하여 투약할 의약품의 종류와 용량, 용기 등을 직접 판단하고 결정한 것은 약사인 점, 보조원의 이 사건 소분행위는 이 사건 처방전 상의 일부 의약품에 대하여 투약할 의약품의 종류와 투약량 그리고 투약용기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한 위 약사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점, 위 약사의 지시는 이 사건 약국의 조제실 내에서 보조원과 직접 대면하여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 감독이 가능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점, 보조원의 행위는 약사의 지시를 기계적으로 따른 것으로 독자적인 의사결정과정 없이 각 1,000㎖와 500㎖ 단위의 덕용용기에 보관되어 있는 시럽을 각 45㎖씩 조제용기에 나누어 담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행위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조원의 소분행위가 가지는 법률상 의미는 처방전을 직접 검토하여 특정한 환자에 대한 특정한 질병의 치료 또는 예방이라는 일정한 목적 하에 투약할 의약품의 종류와 용량, 용기 등을 직접 판단하고 결정한 약사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시와 일체로서 평가되어야 할 것인바, 이에 의하면 보조원의 이 사건 소분행위는 결국 법률상 약사의 조제행위라고 평가함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법률상 약사의 조제행위로 평가되어야 할 보조원의 행위를 이와 다른 전제에서 무자격자의 조제행위로 오인함에서 비롯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것이다.


5. 판결에 대한 해설

가. 무자격자의 박카스 판매에 관한 판결

대법원은 국민들은 박카스를 통상 청량음료수와 별 차이 없는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로서 손님들이 약국에 들어와 특정의 드링크류를 지정하여 주문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실정이고, 대량생산되는 드링크류 의약품의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의료계, 약학계 등에 거의 보고된 바 없어 그 사용으로 인한 국민보건위생상의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사실, 약국 개설자는 잠시 손님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는 약국 안에 있었고, 근무 약사는 약국에서 손님 1명과 상담을 하고 있어 보조원이 박카스 1병을 주문하는 손님 1명에게 이를 판매한 사실, 이 사건 이전에도 약사들이 상담, 조제 등으로 바쁜 경우에는 약사들은 보조원에게 말이나 행동을 통하여 드링크류 의약품의 구입을 원하는 손님들에게 그 판매를 하도록 허용한 적이 많았던 사실에 비추어 보아 보조원이 이 사건 당시 약사의 구체적 개별적 지시나 허가 없이 박카스를 판매한 것이라도 위와 같은 판매행위는 약사의 묵시적 또는 추정적인 지시 아래 판매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약사가 의약품을 판매한 것이라고 법률상 평가함이 상당하고, 다만 약사가 보조원을 기계적 육체적으로 이용하여 판매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나. 보조원의 제도 도입의 필요성

약사, 의사 등 보건의료인 뿐만 아니라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의 경우 상관없이 단순하고 기계적인 반복 작업은 전문가가 직접 수행하기 보다는 업무 보조자를 이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며, 이러한 보조자의 도움으로 전문가는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업무 보조자의 자격 요건이나 그 업무 범위에 관하여 의료법이나 변호사법과 같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물론 이번 판결과 같이 보조자에 관하여 약사법에서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약사의 지휘, 감독 아래에서 조제나 판매에 관한 단순한 작업을 보조자가 수행하는 경우에는 약사의 행위로 평가되어 허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약사 사회 내부에서 조제 보조원의 자격 요건이나 업무 범위를 약사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요구된다고 할 것입니다.

다. 보조원의 업무 범위 및 약사의 지휘, 감독

이번 판결은 보조원이 독자적으로 모든 조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보조원의 업무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작업으로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낮은 업무에 한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업무 역시 약사의 지휘, 감독 아래 행해져야 합니다. 조제 과정에서 핵심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행위, 예컨대 ① 처방전을 수령하여 처방전의 오류 여부를 검토하는 행위 ② 조제된 의약품이 처방전과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행위 ③ 환자에게 의약품을 교부하고 복약지도를 하는 행위 등은 약사의 지휘, 감독 아래에서도 보조원에 의하여 대행될 수는 없는 행위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