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제2조 제16항 제2호에서 “일반의약품의 판매에 있어 진단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의약품의 선택을 도와주는 것”을 복약지도로 규정하고, 제41조 제4항에서 “약국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에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일반의약품 판매에서 약사의 적극적 복약 지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의약품이 약사법 제2조 제13항의 정의와 같이 오남용의 우려가 적고 의사의 처방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거나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의사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거나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다른 한편 일반의약품 역시 의약품으로서 부작용과 오남용의 우려가 있음에도 의약품의 부작용 등에 관하여 설명할 수 있는 의사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오직 약사에 의해서만 복약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약사의 적극적인 복약 지도를 통하여 적절한 의약품의 사용을 이루기 위함이라 할 것입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에 관한 판례에서도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약사에게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 복용상의 주의 사항,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상의 주의사항, 향후 예견되는 증상, 위험이 발생한 경우 대응 방법 등을 설명 의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약사는 약사법에 의하여 복약 지도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민법에 의하여 적극적인 복약 지도를 해야 하는 의무도 인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약사법 시행규칙 제67조 제1항 제15호에서는 진단에 따른 일반의약품 판매 행위, 진단을 목적으로 한 건강 상담을 통한 일반의약품 판매 행위, 환부를 보거나 만지거나 기계, 기구를 이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행위를 통한 일반의약품 판매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위 시행규칙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나 적절한 치료 방법에 관하여 오해를 하여 부적절한 의약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전문적인 조력을 할 생각은 말고 잠자코 환자가 요구하는 의약품을 건네주는 역할만을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 시행규칙 조항은 ①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약사가 환자의 질병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 환자가 적절한 의약품을 복용하도록 도와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여지를 좁혀 그 입법 내용에 정당성이 없다고 할 뿐만 아니라 ② 약사법의 의약품의 유통체계확립 및 판매질서유지와 관련된 사항을 시행규칙에 위임하였는데, 실제 복약 지도 관련 행위는 위와 관련이 없는 사항으로 위임 입법의 원칙을 벗어난 위법한 조항일 수 있으며, ③ 상위법령인 약사법 제41조 제4항의 약국개설자의 복약 지도 규정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법률상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위 시행규칙 조항은 약사의 전문 영역을 넘어서 환부를 만지거나 기계, 기구 등을 이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것과 같은 진단 행위는 금지하더라도, 환자에게 보다 적절한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강 상담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며, 개정 전이라도 건강 상담 등을 통한 일반의약품의 판매 허용되는 것으로 현행 약사법을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