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저는 지방에서 서울로 약국을 옮겨 약국을 개설하기 위하여 관할 보건소에 약국개설등록 신청을 하여 공무원은 약국개설 적격판정을 하였습니다. 약국 개설 등록을 하기 하루 전에 약국에 의약품을 정리하고 있던 중 손님의 요구에 의하여 일반의약품인 드링크 1통을 판매하였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사법 제16조 제2항 약국 개설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약국을 개설한 때에 해당하여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 6 행정처분의 기준에 의하여 자격 정지 3개월 처분을 하였습니다. 저는 당시 약국 개설등록 후에만 약품 판매가 가능한지도 몰랐는데도 자격 정지 3개월은 너무나 무거운 처분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구제 받을 수는 없는가요?


1. 약사법 위반 여부

약사법 제16조 제2항에 의하면 약국을 개설하고자 하는 약사는 구청장으로부터 개설등록을 얻어야 하며, 구청장은 약사법 제16조 제5항의 각 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약국 개설 등록 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약국 시설 기준령에서 정한 시설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약국 개설 등록 여부를 결정한 후 적법한 경우 개설 등록 절차를 이행합니다. 비록 약사님이 보건소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약국 개설 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약국 개설 등록이 이루어지기 전이므로, 약국 개설 등록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는 약사국가시험에 합격을 하였더라도 약사면허를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부여받기 전에는 약사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약사님의 일반의약품 판매 행위는 약사법 제16조 제2항에 위반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2. 자격 정지 처분의 법률적 성격

“재량행위”란 행정 법규가 그 요건과 효과를 다의적, 불확정적으로 규정하여 행정청에게 행정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 및 행정 처분의 정도를 선택할 수 권한을 부여한 경우를 말하며, 반대로 행정법규가 요건과 효과를 일의적, 확정적으로 규정하여 행정청에게 특정한 처분을 할 의무를 부과한 경우는 “기속행위”라고 합니다. 재량행위와 기속행위는 법률의 규정 방식에 의해 구별되는데, 일반적으로 “할 수 있다.”라고 표현된 경우에는 재량행위, “하여야 한다.” 또는 “할 수 없다.”라고 표현된 경우에는 기속행위로 판단하게 됩니다.

한편 약사법 제71조 제2항에서는 약사가 약사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 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 내에서 그 기간을 정하여 자격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 정지 처분은 재량행위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정한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자격정지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는 물론 자격정지 처분의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3. 행정 처분의 기준의 법률적 성격

법치주의 국가에서 국민에게 새로운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행정부의 입법 작용인 대통령령이나 부령은 상위 법률의 구체적 위임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민에게 새로운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는 효력(=법규적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 6 “행정처분의 기준”은 행정처분의 기준을 보건사회부령으로 정한다는 약사법 제69조 제3항 규정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었으므로, 행정처분의 기준이 법규적 효력을 가지고 있는지 문제됩니다. 만약 위 기준은 법규적 효력을 갖는다면 법원과 국민은 행정처분의 기준에 구속되므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구청장 등이 위 기준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적법한 처분이 됩니다.

그러나 행정처분의 기준은 비록 형식적으로는 법규적 효력을 갖는 것처럼 비추어질지라도 그 규정의 성질과 내용으로 보아 자격정지 등에 관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일반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은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며 판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이에 따라 행정처분의 기준에서 약사법 제16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경우 자격정지 3월의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와 같은 기간의 자격정지를 할 것은 아니고 약사법의 규정과 그 취지 및 당해 사건의 모든 정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아 행정처분이 합리적인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됩니다.


4. 재량행위의 한계

재량행위는 행정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 내지는 법률에서 허용하는 행위 중에서 어떠한 행위를 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행정청에게 독자적인 판단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행정청의 재량권은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으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그 한계가 주어지며, 그 한계를 넘어서거나 남용한 경우에는 단순히 부당한 정도를 넘어서 위법하게 됩니다.

재량권의 한계 사유로는 ① 1년의 범위 내에서 자격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약사법의 규정을 넘어서 2년의 자격 정지 처분을 하는 것과 같은 재량권의 일탈 ② 법률에 의하여 추구되는 목적과 달리 공무원의 개인감정, 편견, 정치적 고려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는 것과 같은 목적 위반 ③ 처분의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있는 것으로 오해하여 처분을 하는 사실 오인 ④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 기준에 따라 처분을 하는 재량권의 불행사 ⑤ 처분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처분에 의하여 침해되는 사익이 훨씬 중대한 비례성의 원칙 위반 ⑥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에 대해서만 불리한 처분을 하는 평등 원칙 위반 등이 있습니다.


5. 비례성의 원칙 위반 여부

행정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는 일정한 비례 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는 바, 이 사건에서 약사님이 판매한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드링크에 불과하고, 단 1회의 판매에 그쳤으며, 손님의 적극적인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하여 판매하였으며, 이미 약국개설 적격 판정을 받았으며, 바로 다음 날 약국 개설 등록이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자격정지 3개월 처분으로 인하여 약사님이 받는 불이익의 정도가 자격 정지 처분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공익상의 필요 또는 제3자의 이익보호의 필요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므로, 약사 자격 정지 3개월 처분은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