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국 개설 등록 취소와 업무 정지 처분에 관하여

가. 포괄적 위임에서 구체적 위임으로

일반적, 포괄적 위임은 사실상 입법권의 백지위임과 다를 것이 없으며 이는 의회입법의 원칙을 부인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집행권의 독재와 기본권의 무제한적 침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입헌민주국가에서는 허용되지 않으며, 헌법 제75조 전단에서도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개별적, 구체적 위임의 형식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약사법 제69조 제1항 제3호는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때”에 약국 개설 등록을 취소하거나 업무 정지를 명할 수 있으며, 동조 제3항에서 행정처분의 기준을 시행규칙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약사법 제13조의 2에서는 약사의 연수교육, 제19조에서는 약국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이에 관해서는 업무 정지 처분을 부과하지 않고 약사법 시행령 제31조 제3항, 별표 2 과태료 금액 산정기준에 의하여 과태료 처분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도 국민 건강과 관련이 없는 약국 내에서 약사가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은 것과 같은 사사로운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업무 정지 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약사는 위 법률 조항에 의해서는 자신의 약사법 위반 행위가 업무 정지 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그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행정 처분 기준을 일일이 확인을 하여야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약사법 제71조와의 관계에서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업무 정지 처분과 자격 정지 처분 중 어떠한 처분을 받을 수 있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일반적, 포괄적 위임 규정이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법 제51조에서는 8가지의 위반 행위를 한정적으로 열거하며 동 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취소 또는 업무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약국 개설 등록을 취소하거나 업무 정지를 명할 수 있는 중요한 위반 행위, 즉 ① 약국의 시설 기준을 위반한 때, ② 약국 개설 장소가 약국 개설 등록 거부사유에 해당한 때, ③ 면허 범위외의 의약품을 조제한 때, ④ 담합행위를 한 때, ⑤ 약사가 아닌 자가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한 때, ⑥ 의약품을 개봉하여 판매한 때, ⑦ 의약품의 유통체계 확립 및 판매 질서 유지 의무를 위반한 때, ⑧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처방전에 의하지 아니하고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때, ⑨ 약사법을 위반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진열, 보관한 때, ⑩ 폐기 명령 등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와 같은 경우만을 약사법에 직접 한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나. 1약사 1약국을 위반한 경우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6 행정처분의 기준 제8항 가목에서는 1인의 약사가 2개소 이상의 약국을 개설한 경우 면허 취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항목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약사의 겸직 금지 의무가 삭제된 현행법 아래에서 1인의 약사가 2개소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였다고 하더라도 관리약사를 고용하여 약국 관리를 충실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면허를 취소한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1약사 2약국의 문제는 1약사 명의로 2개소의 약국개설등록이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있을 수 없으며, 대부분 관리약사 명의로 2번째 약국이 개설되어 있고 2중 개설 약사가 2번째 약국 역시 실질적으로 운영한 경우에만 문제되어 이를 입증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1약사가 2개소 이상의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판명된 경우에는 이중개설 약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개설된 약국개설등록을 취소하는 것으로도 행정처분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면허 취소와 자격 정지 처분에 관하여

가. 자격 정지와 업무 정지의 구별

약사법 제69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때”에 약국 개설자에 대한 개설등록취소 또는 업무정지 처분을 규정하고 있으면서 한편, 약사법 제71조 제2항 제1호에서는 “약사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거나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윤리기준을 위반한 때” 에 약사에 대한 면허취소 또는 자격 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두 조항은 모두 포괄적이고 개방적으로 위반 행위를 규정함에 따라 약사법 위반 행위를 하는 경우 약국개설자로서 업무 정지 처분을 받는지 아니면 약사로서 자격 정지 처분을 받는지 법률전문가도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약사법 시행규칙 제89조 관련 별표 6 행정처분의 기준을 보아야만 비로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약국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로서 약국 관리자에게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원칙적으로 업무정지처분을 부과하고, 예외적으로 면허대여 행위와 같이 약사 개인의 위법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자격정지처분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위 별표 행정처분의 기준에 의하면 의사의 동의 없는 대체 조제, 환자에게 대체조제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면서도 대체 조제 후 사후 통보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업무정지처분을 부과하도록 하는 등 일관된 기준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관리약사가 약국을 관리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행위의 주체가 약사인 경우에도 업무정지처분을 부과하고, 처방의 변경 조제와 같이 약국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관하여 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약국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업무정지처분을 부과하고, 예외적으로 약사 개인의 불법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자격정치 처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처분을 명백하게 구별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 포괄적 규정의 삭제

위와 같이 약사법 제71조에서는 어떤 행위에 대하여 자격정지 처분을 하는지 예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 조항을 구체화시킨 별표 6 행정 처분의 기준 제68호에서는 또 다시 “약사가 기타 이 법 또는 이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때”는 1차로 자격 정지 15일 처분을 할 수 있다는 포괄적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약사의 위법 행위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정도 짓지 않은 채 처벌 기준을 정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개별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위반행위는 그 위법성의 정도가 미미한 경우라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15일의 자격 정지라는 과중한 처벌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행정 처분을 부과할 정도로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지 않아 행정처분의 기준에 열거하지 않은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 처분을 하지 않도록 동 규정을 삭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시행규칙에서 구체적인 자격정지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격정지 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약사법에서 직접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 약제비의 허위 청구로 인한 자격 정지

약사법 제71조 제2항 제2호에서는 “관련서류를 위조, 변조하거나 사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약제비를 허위 청구한 때”는 자격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시행규칙에서는 허위 청구 금액과 비율에 따라 1개월에서 10개월까지 자격 정지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약사법 제69조 제1항 제6호에 의하여 약국개설자가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약국 업무 정지 처분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허위 청구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에서는 요양기관업무정지 처분 혹은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상 허위 청구를 하여 수령한 금액은 부당이득으로 반환 조치하며, 형법상으로는 사기죄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약사법 제69조 제1항 제1호, 제4조 제1항 제6호에 의하면 허위 청구를 하여 형법 제347조 사기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약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약사가 허위 청구를 하는 경우 민형사 책임은 물론 행정 처분까지도 국민건강보험법과 약사법에 의하여 중복적으로 받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처분이 경미한 경우에는 약사법에 의한 처벌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나,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과징금은 허위 청구 금액의 4배 혹은 5배로 약사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충분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므로, 약사법에서 수 개월에 해당하는 자격정지 처분을 하도록 규정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약사법에 의해서도 허위 청구를 하여 사기죄로 금고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허위 청구를 이유로 자격 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약사법 제71조 제2항 제2호는 삭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3. 과징금 처분

약사법 제71조의3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하여 5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 제29, 30조에서는 과징금의 산정 기준과 부과, 징수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업무정지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경우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어 대부분의 업무정지처분은 과징금으로 대체되고 있고, 과징금 액수가 위법성의 정도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아 행정처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행 약사법에서는 경미한 위반 행위에 대하여도 무차별적으로 업무정지처분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까지 부과한 결과 업무정지처분을 낮은 금액의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중요한 약사법 위반행위에 한하여 업무정지처분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과징금 대체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그 상한액도 증액하여야 할 것입니다.


4. 과태료 처분

가. 과태료 처분과 업무정지처분의 상충

약사법 시행령 별표 2 과태료 금액 산정 기준에서는 연수교육을 받지 아니한 자는 과태료 50만원,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지 아니한 자는 과태료 30만원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시행규칙 별표 6 행정처분의 기준에서는 약국관리상의 준수사항을 지키지 아니한 때에는 1차 적발시 경고, 2차 적발시 업무정지 3일 처분을, 연수교육을 받지 아니한 자는 1차 적발시 경고, 2차 적발시 자격정지 3일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1차 적발시에는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고에 불과하나, 2, 3차 적발시에는 과태료 처분보다 훨씬 중한 처분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와 같이 동일한 위반 행위에 관하여 법률에서는 과태료 처분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법령인 시행규칙에서 업무정지나 자격정지 처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입법과정상의 하자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 위반 정도가 경미한 점에 비추어 보아 약사법의 규정과 같이 과태료 처분만을 규정하고,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정지나 자격정지 처분 조항은 삭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 과태료 처분 조항 확대의 필요성

현행 약사법은 경미한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업무정지나 자격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법성의 정도와 처분의 정도 사이에 균형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태료 처분 사유 이외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관련되지 않고 행정 질서에 위반되는 정도에 그치는 경미한 사유들에 대해서도 다른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대신 과태료 처분으로 대체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