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저는 1개월 전에 저의 약국을 박약사에게 매매대금 10억원으로 매도하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에 계약금으로 1억원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런데 박약사는 중도금 지급일이 며칠 지났는데도 자금 마련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제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계약금을 전부 돌려주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도 있나요?


답 - 매수인이 중도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않은 경우 매도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① 약정해제권에 근거하여 계약을 해제하는 방법 ②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방법 ③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그 손해 배상 책임을 묻는 방법 ④ 합의해제 등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약정해제권에 의한 계약 해제

계약금이란 계약을 체결할 때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교부하는 기타 유가물로, 통상 매매대금의 1할 가량을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합니다. 계약금은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해약금으로 추정되므로,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계약금의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고 각각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즉 해약금으로서 계약금이 수수된 경우이므로 쌍방은 약정해제권을 가집니다.

약정해제권에 근거하여 매수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기간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인데, 이는 이행에 착수한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계약이 이행될 것을 기대하고 있으므로,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 상대방에 의하여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상하지 못 하는 손해를 입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이행의 준비가 아니라 이행행위 자체에 착수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거나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는 행위를 하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금하지 않을 경우 매도인은 당연히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매수인이 적극적으로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다면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여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도인으로서는 제3자가 계약금의 배액을 매수인에게 반환하더라도 더 높은 매매가격으로 매수하고자 하는 경우에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계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② 강제 이행

매도인은 매매 계약에 따라 소유권 이전 등기 의무를 이행함과 동시에 계약에 따른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도인이 중도금등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박약사는 자금 마련에 문제가 있거나 매수 의사의 변화로 인하여 실제 중도금 등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어 계약금을 포기하고 약정해제권에 근거하여 계약을 해제하게 되면, 결국 약사님은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박약사가 소송 과정에서도 계약 해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판결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줌과 동시에 이 사건 약국이나 박약사의 다른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여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제 이행의 경우 박약사에게 다른 집행 재산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다른 채권자들이 다수 있는 경우라면 약사님은 약국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고도 매매대금 전부를 받지 못 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③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

박약사가 중도금 지급일에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이행 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 계약 해제를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1개월 정도)을 정하여 중도금 지급을 최고(재촉)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약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실제 손해 발생을 입증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도인에게 발생한 손해는 민법에서 정한 5% 정도의 이자 상당액에 그쳐 계약금에 훨씬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약사님이 매매계약서에 “매도인이 중도금, 잔금 기일을 준수하지 못 하는 경우에는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계약금 및 중도금은 반환하지 않는다.”라는 방식으로 위약금을 규정하였다면 이는 민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여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은 박약사에게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이 예정된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 실제의 손해액이나 손해 발생 사실을 입증하지 않고도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약금은 당사자 사이에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나, 여러 사정을 참작하고 사회 관념에 비추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감액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손해배상액으로 예정하고 계약금이 전체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정도라면 일반적으로 감액 대상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정액이 중도금 지급 이후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함한 액수로 50%를 넘어서는 경우라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여 감액될 것입니다.

참고로 채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위약금을 약정한 경우 민법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나, 실제 발생한 손해와 별도로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재로서 지급하기로 약정한 위약벌로 명백하게 표현된 경우에는 실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위약벌로서의 위약금 역시 추가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약벌이 지나치게 과도한 경우에 한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④ 합의 해제

약사님이 박약사의 처지를 이해해주어 1억원 중 일부 금액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만족할 수 있고, 박약사 역시 경솔하게 계약을 체결한 과실에 대하여 일정 정도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자세라면 적당한 금액만을 반환하고 계약을 합의하여 얼마든지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합의 해제가 분쟁을 가장 신속하게 해결하고 손해를 공평하게 부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무난한 해결 방법이라고 할 것이나, 실제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하여 합의를 도출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⑤ 기타 주의할 점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여 계약 해제를 명백하게 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약사님이 제3자와 다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었다면, 박약사와의 매매 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으로 약사님은 약국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중양도로 인하여 소유권을 이전해 줄 수 없는 상황, 즉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약사님은 박약사에게 계약금을 반환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손해배상까지 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약사님이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후에 잔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3자에게 약국을 양도한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의 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사님은 어떠한 방식을 선택하던지 확실하게 박약사와 계약을 마무리 지은 이후 제3자와의 계약을 추진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