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겸직 금지 의무의 삭제

2000년 개정 전 약사법 제19조 제3항에서는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는 당해 약국의 관리업무 이외의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약국개설자는 물론 관리 약사에게도 오직 해당 약국 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을 뿐 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못 하도록 규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약사들의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반영한 2000년 약사법 개정으로 동 규정이 삭제되어 약국 개설자나 근무 약사에 대한 겸직 근무 의무는 약사법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겸직 금지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약국 개설자, 근무약사, 도매상 관리약사, 수입의약품 관리약사 상호간에 겸직은 물론 다른 업종의 겸직도 허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2. 제조관리자의 겸직 근무 의무

도매상 관리약사나 약국 개설자, 약국 근무약사 등에 관해서는 겸직 금지 의무가 삭제된 것과 달리 약사법 제30조 제2항에서는 제조관리자로 지정된 약사에 대해서는 다른 약사 업무와 겸직은 물론이고 제약회사 내에서도 영업, 관리 등 제조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조관리자로 지정된 약사는 약국 근무 등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역으로 근무약사 역시 제약회사의 제조관리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3. 약국 개설자의 다른 약국 근무

구 약사법에서는 약국 개설자가 직접 약국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자신이 부득이한 사유로 그 약국을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 다른 약사를 관리약사로 지정할 수 있었으므로 약국 개설자가 다른 약국에 근무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리약사를 지정할 수 없어 다른 약국에서 근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약국 개설자의 겸직 금지 의무가 없으므로 자기 약국의 영업을 하지 않은 시간 동안 다른 약국에서 근무 약사나 다른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약국에 다른 근무 약사를 지정하고 자신은 다른 약국에서 근무 약사로 종사할 수도 있다고 할 것입니다.


4. 의사 면허와 약사 면허의 동시 사용

약사 면허와 동시에 의사 면허를 가지 사람이 의원을 개설함과 동시에 약국을 개설하고 근무약사를 두어 약국을 운영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구 약사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개설, 운영이 관리 약사 지정에 필요한 부득이한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고, 약국 개설자나 관리 약사는 약국 관리 이외의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없었으므로, 의원과 약국을 동시에 운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행 약사법에서는 의사 면허와 약사 면허의 동시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고, 겸직 금지 의무를 규정한 조항도 삭제되었으므로, 의사의 약국 개설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약사법 시행령에서 “의료기관개설자가 사실상 그의 지휘·감독을 받는 약사로 하여금 약국을 개설하도록 하거나 약국을 개설한 약사를 지휘·감독하여 의료기관개설자가 그 약국을 사실상 운영하는 행위”를 유사담합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의료기관 개설자와 약국 개설자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유사담합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낮에는 약국 개설자로 활동하고 밤에는 응급실 의사로 근무하는 경우와 같이 다른 법률에서 허용하는 범위라면 겸직이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5. 겸직의 한계

가. 상법상 한계

상법 제17조에서는 회사의 임직원은 회사의 승낙을 얻지 않고 다른 회사의 임직원이 될 수 없는 겸직 금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회사는 임직원과의 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겸직 약사는 각각의 약국이나 회사로부터 겸직 근무에 대한 승낙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나. 면허 대여로 오인될 가능성

실제 1명의 약사가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므로 겸직 근무를 하는 경우 실제 약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서 타인이 면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면허 대여로 오인될 소지가 큽니다. 따라서 겸직 약사는 자신이 실제 약사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항상 충실하게 준비하고 실제 근무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 차등수가제

약사법 제22조 제5항의 규정에 따라 차등수가제가 실시되어 1일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약사 1인을 기준으로 적정 처방건수를 75건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 조제 수가를 삭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겸직 약사의 경우에는 평균적인 근로시간을 못 채울 가능성이 높으므로 차등수가제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라. 면허증 원본 게시 의무

약사법 시행규칙 제92조에서는 약국 개설자의 경우에는 약국 개설 등록증,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약사면허증 원본을 약국 안에 보기 쉬운 곳에 각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겸직 약사는 항상 면허증 원본을 들고 다니면서 게시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