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하의 퇴직금 중간정산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 의류업체는 몇 년 전부터 연봉제를 도입하여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초에 근로자들로부터 퇴직금중간정산 동의서를 받아서 다음해 발생될 퇴직금을 미리 확정하여 매달 분할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해고를 당한 직원 한명이 회사를 상대로 4년간의 퇴직금을 지급해 달라며 노동부에 진정을 한 것이다. 회사 측 입장에서 볼 때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직원의 주장에 과연 어떠한 근거가 있는 것일까.

연봉제하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은 중간정산 시점으로 기왕에 근로를 제공한 기간에 대해서 근로자의 명시적인 요구가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2011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전면 개정(시행2012년 7월 26일)되면서 법에 정한 일정한 사유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한 퇴직금중간정산사유는 ①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②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③본인, 배우자, 본인 또는 배우자의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경우 그 비용을 근로자가 부담하는 경우 ④퇴직금중간정산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 근로자가 파산선고를 받거나 개인회생절차개시를 받은 경우 ⑤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 ⑥소정근로시간을 1일 1시간 또는 1주 5시간 이상 변경하여 그 변경된 기준에 따라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⑦그 밖의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일이 2012년 7월 26일이므로 그 이전에 중간정산 한 부분은 퇴직금지급의무가 없으나 그 이후에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여 지급한 부분은 위법·무효이다. 따라서 근로자가 퇴직금을 이미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할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이나 고소를 통해 퇴직금지급을 요청한 경우 2012년 7월 26일 이후에 지급한 퇴직금은 위법·무효가 되므로 다시 지급해야 한다.

회사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퇴직금을 이미 분할하여 지급받은 사실을 근로자 본인도 뻔히 알면서도 불구하고 회사의 법적 무지를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퇴직금 지급을 한번 더 요구할 경우 회사로서는 지급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법위에 잠자는 자는 법이 보호하지 않는 다’라는 법언에서 알 수 있듯이 법을 몰랐다고 해서 법 위반 사실이 용서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회사는 이미 중간 정산하여 지급한 퇴직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통해서 가능하다. 소송을 통해서 돌려받기 위해서는 오랜 소송기간과 번잡한 절차와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공공노무법인 부대표 박삼용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