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저는 약국 매매 광고를 보고 갑약사에게 권리금으로 1억원과 재고 약품 대금으로 1억원을 지급하고, 약국 비품, 설비도 인수하고 전에 근무하던 전산직원을 그대로 다시 고용하고 “00약국”을 인수한 후 “새00약국”이라는 상호를 사용하여 약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 제약회사가 갑약사가 의약품 대금 5천만원을 갚지 않고 잠적했다면서 저에게 5천만원을 갚으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제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갑약사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나요?


1. 상법 제42조 제1항의 취지

상법 제42조 제1항에서는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에 대하여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에서 위와 같은 조항을 둔 취지는 통상의 영업 양도의 경우에는 양도인의 제3자에 대한 채무도 당연히 이전되기 때문에 실제로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채무이전을 하지 않기로 약정을 하였으면서도 동일한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에 채권자가 영업 양도의 사실을 알지 못 하여 양도인이 자력이 있는 동안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양도인은 물론이고 양수인도 채무를 인수한 것과 같은 외관을 야기한데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한 것입니다.


2. 상법 제42조 제1항의 적용 요건

가. 상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양수인이 양도인의 채무를 변제해야 하는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는 약국의 양도가 상법상의 영업 양도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영업양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면서, 피고가 비품 일부를 교체한 것 외에는 종전의 영업장소에서 종전의 판매시설과 재고 상품을 그대로 인수하여 약국 영업을 계속하여 왔고, 종전 약품 거래처와의 거래관계도 그대로 유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양도인이 고용한 직원 중 일부도 그대로 근무한 경우라면 결국 피고의 약국 인계는 상법상의 영업 양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의 판결에 의하면 약사님의 경우에도 영업 양도로 평가받을 수 있는 소지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나. 상법 제42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여야 합니다. 이때 동일한 상호인지 여부는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보아 영업의 동일성이 있다고 믿을만한 외관이 표시되었는지에 따라 판단합니다. 따라서 양도인의 상호와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종전의 상호의 전후에 어떠한 문자를 부가한 경우에도 거래의 사회통념상 종전의 상호를 계승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동일한 상호에 해당합니다. 약사님의 경우 “00약국”과 다르게 “새00약국”이라는 상호를 사용하였으나 기존의 00약국의 상호를 승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할 것입니다.

다. 상법 제42조가 적용되어 양수인이 책임을 지는 양도인의 채무는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하여 발생한 채무로, 실제로 영업상의 활동에 관하여 발생한 모든 채무를 의미하므로, 거래에서 직접 발생하는 물품대금채무는 물론이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나 부당이득으로 인한 반환채무 등도 모두 포함됩니다.


3. 상법 제42조 제2항에 의한 면책 가능성

한편, 상법 제42조 제2항 전단에서는 양수인이 영업 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양도인의 채무에 대하여 책임이 없음을 등기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약사법상 약국 개설 등록은 약사만이 할 수 있고 법인은 약국 개설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약국의 양수인은 법인 등기를 통하여 양수인이 책임 없음을 등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또한, 같은 조항 후단에서는 양도인과 양수인이 영업 양도 후 지체 없이 양수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을 채권자에게 통지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양도인이 자신과의 거래 관계에 있는 제약회사나 도매상을 모두 알려주지 않는 이상 양수인이 통지의 상대방을 특정할 수 없고, 전국에 있는 모든 도매상과 제약회사에 통지할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결국 약국의 권리금 계약 관계를 영업 양도로 보게 된다면, 양수인이 양도인과 동일한 약국 명칭을 사용하기만 하면 자신의 귀책사유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모든 채무에 관한 변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위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불공정한 결과가 야기됩니다.


4. 권리금 계약과 영업 양도의 구별의 필요성

약사님이 갑약사에게 지급한 권리금 계약은 영업시설, 비품 등 유형물은 물론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혹은 점포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대가이므로, 영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며 일체로서 영업 재산을 양도하는 영업 양도와는 구별되는 점을 주장, 입증하여야 합니다. 즉, 약사님은 갑약사와 약사님 사이에는 영업 양도 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 임차권 설정의 대가로서 권리금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권리금 계약과 더불어, 부수적으로 갑약사 소유의 의약품에 관한 매매계약, 약사님과 임대인 사이의 임대차 계약, 약사님과 전산요원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이 개별적으로 체결되었음을 적극 주장하여야 합니다.

또한, 약사님은 ① 영업양도의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권이 임차권의 양도 방식에 따라 양수인에게 이전되는데 비하여, 약사님의 경우에는 임대인과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 ② 영업양도의 경우에는 양도인의 거래처와의 관계를 영업 양도 후에도 지속되는데 비하여, 갑약사의 거래처와 약사님의 거래처가 달라졌다는 사실 ③ 영업양도의 경우에는 영업의 핵심적 요소인 고용 관계의 승계를 포함하는데 비하여, 권리금 계약에서 고용 관계의 승계에 관한 내용을 전혀 포함하지 않고 새로운 고용 계약을 체결한 사실 등 영업양도와 구별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들을 주장, 입증하여야 합니다.


5. 결 론

약국의 양도 과정에서 재고의약품에 대한 대금을 양수인이 양도인에게 지급한 대신 양도인의 기존 채무는 양도인이 모두 변제하기로 개별적인 약정을 하였더라도 동일한 약국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양도인에게 변제 자력이 없으면 제약회사는 양수인에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업양수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으므로, 양도인의 변제 능력에 의심이 가는 경우에는 약국 명칭을 변경하여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올바를 것입니다.